[법률방송뉴스]
한미관계가 정상이 아니라는 게 여실히 드러난 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습니다.
뉴스픽, 석대성 기자와 미국 조지아주 공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구금 사태에 대해 짚어봅니다.
석 기자, 먼저 사건 발단부터 살펴보죠.
▲기자
이재명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국에서 숙청이 벌어지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장갑차와 헬기까지 동원해서 미국 현지 현대차 공장을 급습했습니다.
불법 체류 혐의로 450명을 체포했는데, 이 가운데 한국인이 300명 이상입니다. 이들 단속엔 이민국뿐 아니라 폭발물 단속국과 국토안보부, 연방수사국 FBI, 마약 단속국, 국세청 등 다수의 미국 정부기관이 동원됐습니다.
구금됐던 300명의 한국인은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 본사 직원도 있었고, 현지에서 공장 설비 작업을 하던 한국의 협력사·하청업체 직원이 대부분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이들을 단속한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기자
비자 조건 위반입니다. 전문직 비자 E4를 발급 받아야 하는데, 수개월이 걸리니까 상용 비자 B-1이나 전자여행허가제(ESTA)를 통해 미국 출장 업무를 하다가 단속됐습니다.
미 국토안보부는 "노동력을 착취하고 연방법을 위반한 자는 책임지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이번 사건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래 단일 현장 단속 가운데선 최대 규모로 꼽힙니다.
▲진행자
일각에선 이번 사건을 두고 '비자 쇼크'라고 비꼬기도 하던데, 한국은 미국의 최우방국이잖아요.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사건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요.
▲기자
백악관 출입기자가 "1,500억달러(약 200조원) 투자를 약속한 한국에 이래도 되느냐" 물었는데, 돌아온 답변이 "대신 한국은 미국에 자동차나 다른 물건을 팔 권리가 있지 않느냐, 일방적인 거래가 아니다"라는 거였습니다.
일전에 정의선 현대차 회장을 백악관으로 불러 박수쳐주고 포옹도 했던 트럼프 대통령, 투자했다고 특혜를 주진 않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진행자
그래서 이들 모두 추방됐죠. 이 과정에서 한국 정부의 태도를 두고도 말이 많아요.
▲기자
미국 정부는 "추방했다", 한국 정부는 "석방됐다" 강조하고 있습니다.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한국인 추방 관련 협의가 끝난 후 "미국과의 석방 교섭이 마무리됐다, 행정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전세기가 우리 국민을 모시러 간다" 이런 표현을 썼는데, 이걸 마치 외교적 성과라도 되는 듯 말했다가 비난을 샀습니다.
미국에 투자하기 위해 간 한국인 수백명이 손과 발, 허리에 쇠사슬이 채워지고, 버스에 실려 수감되는 장면을 전국민뿐 아니라 전세계인이 다 보지 않았습니까. 정부는 석방 교섭을 성사했다고 말하는데, 사실은 이 수백명의 한국인이 미국에서 쫓겨난 거라고 봐야겠죠.
정부가 합의했다고 하는 건 추방이 아닌 자진 출국 형식뿐이고요. 전세기를 띄우는 건 당연한 일이었고요.
▲진행자
얼마 전 전세기가 미국에 다녀왔죠. 그런데 이걸 두고도 불이익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죠.
▲기자
정부는 구금된 이들이 현지에서 사법 처리되지 않는 조건 하에 석방 직후 자진 출국하는 형식의 세부 협의를 한 것으로 전해지는데요.
이에 앞서 미국이 자진 출국에 동의한 사람만 전세기에 탈 수 있다는 조건을 내걸었습니다. 이 부분에 있어 제일 문제는 구금된 사람 중 합법적 절차나 영주권이 있는 사람도 있었다는 건데요. 이 경우 자진 출국에 서명했다가 몇 년간 미국에 돌아가지 못해 가족과 생이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단기 비자를 갖고 있다가 적발된 경우도 재입국 시 불이익이 따를 공산이 크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ESTA 등의 비자 소지자가 자진 출국한 건 범죄 혐의를 의미를 갖고 있어서, 이민국에 기록이 남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기록이 유지되면 최악의 경우엔 재입국 자체가 거부될 수도 있고요.
그런데 한국 정부의 대책은 아직 명확치 않습니다.
▲진행자
일단 이번 사건이 경제적으로 적잖은 파장을 낳을 것으로 보여요.
▲기자
우선 투자 신뢰도 문제입니다. 향후 4년간 미 전역에 260억달러, 36조원을 투자하겠다고 약속한 현대차그룹. 그런데 투자 기업의 기술 인력이 쇠사슬에 묶여 끌려가는 장면이 전세계로 퍼지면서, 한국뿐 아니라 수많은 글로벌 기업이 '미국에 투자해도 안전한가' 회의론을 가질 거란 분석이 나옵니다.
특히 조지아주는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수혜로 외국인 투자를 적극 유치해왔던 곳인데, 이번 사태로 미국 남부 투자의 안정성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한국 기업 사이에선 '투자 계획을 축소하거나,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자동차 산업 차원에서도 타격이 불가피합니다. 공장 가동 지연은 물론, 배터리 공급망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진행자
정치적으론 어떤 파장이 예상됩니까.
▲기자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겠는데요.
먼저 한미 관계 차원에서 '신뢰 균열'이 불가피하겠죠.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는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 즉 이번 사건으로 문제될 일은 없다고 말했는데요. 한국 재계와 여론이 그렇게 생각할진 의문입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전문가를 불러들여 훈련을 받고, 미국 국민이 직접 제조 등의 복잡한 작업을 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겉으론 상생을 얘기하는 것 같지만, 속내는 한국의 핵심 기술과 노하우만 흡수하고 장기적으론 인력 의존도를 줄이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결국 이번 사건은 단순한 비자 단속을 넘어 한국 기술을 활용해 미국 제조업을 살리고, 동시에 외국인 인력은 내쫓으려는 '트럼프식 자국우선주의' 전형을 보여준 겁니다. 한국 입장에선 투자 리스크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기술 유출과 산업 경쟁력 약화라는 이중의 부담을 안게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국내 정치적 후폭풍입니다. 정부가 석방 교섭을 잘 마무리했다고 자평하지만, 사실상 집단 추방을 미화했다는 비판이 상당하죠. 국민 입장에선 미국의 일방적 조치 앞에 정부가 제대로 항의하지 못했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습니다.
또, 이번 사건이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 이민 정책을 보여준 상징적 사건인 만큼, 앞으로 다른 산업 현장에서도 비슷한 단속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진행자
이번 사태는 단순한 비자 문제를 넘어, 투자 리스크와 외교 신뢰, 나아가선 한미 관계 전반에 걸쳐 파장을 남길 수밖에 없지 않나 싶은데요.
앞으로의 외교 관계는 어떨까요.
▲기자
한국은 미국과 최우방 관계인줄 알았는데, 이번 사건을 통해 그냥 거래 관계로만 인식되는 현실이 드러났습니다. 한국 정부가 단순 투자 이상의 안전 보장 장치를 미국과 협상해야 할 필요성이 나오고요.
투자 환경도 재조정해야 합니다. 일본이나 독일 등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인 동맹국도 이번 사태를 주시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조치가 이들에겐 반면교사 사례가 되겠죠.
그리고 미-중 경쟁 구도 속 한국의 입지 변화 여부도 주목됩니다. 반도체와 배터리 등 핵심 산업에서 미국의 동맹 역할을 맡고 있지만, 이번 사건은 반미 정서와 투자 다변화론을 자극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경제 동맹 구조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잠재적 분기점이 될 수도 있단 시선도 있습니다.
▲진행자
네, 한국 기업의 파견 인력 비자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아 발생한 문제. 장밋빛 미래를 기대했던 재계에선 정부가 미국과의 정식 협상을 통해 한국인 전문 인력의 비자 쿼터를 확보하고, 한국이 투자한 규모에 걸맞는 대접과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애초에 체포될 일도, 이렇게 쫓겨날 일도 아니었다는 겁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한미 관계가 다시금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 또 한국의 해외 투자 전략은 어떤 방향으로 조정될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