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방송뉴스]
정치권을 중심으로 주 4.5일제 도입 논의가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정부는 ‘실근로시간 단축 로드맵’을 토대로 주 4.5일제 도입을 비롯해 ‘공짜 노동’ 근절, ‘충분한 휴식 보장’ 등 3대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는데요.
이번주 <뉴스픽> 시간에는 정부가 추진하는 4.5일제 도입 방향과 경제계와 노동계의 목소리를 조나리 기자와 짚어봅니다.
조 기자, 정부가 주 4.5일제 도입을 추진한다고 하죠?
▲조나리 기자=그렇습니다. 정부는 지난해 1,859시간에 달한 연간 근로시간을 OECD 평균인 1,717시간으로 줄인다는 목표인데요.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근로기준법상 40시간으로 정해진 주 근로시간 한도(제50조)를 줄이는 것보다는 주 4.5일제를 도입한 기업에 재정 및 세제 혜택을 주는 방식이 유력합니다.
일괄적으로 4.5일제를 도입할 시 영세·중소기업의 인력 문제나 소정근로시간 감소에 따른 임금 감소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앵커=네, 이재명 대통령도 4.5일제 도입 방향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기도 했죠?
▲기자=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3일 기자회견에서 “강제로 법을 통해서 일정 시점에 시행이라는 건 오해”라면서 갈등과 대립이 너무 심해 불가능하다고 말했는데요.
다만 “사회적 대화를 통해 조금씩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면서 “재정·세제 지원을 전제로 4.5일제 도입 여부를 노·사 자율에 맡기고, 임금 문제도 노·사가 합의해 정하면 된다”고 말했습니다.
이외에도 이 대통령은 야간근로에 대해서도 언급했습니다. 지난 5월 발생한 SPC 노동자 사망사고를 두고 “심야, 그리고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인다”고 지적한 건데요.
정부는 야간근로시간을 법적으로 제한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에 착수했습니다.
▲앵커=정치권에서 심야 근로와 관련해 직접 지적한 것은 처음인 것 같은데요?
▲기자=네, 한국은 OECD 국가 평균보다 근로 시간이 길면서, 동시에 가장 많은 야간근로를 하는 국가입니다.
현행법상 근로시간 관련 규제로는 주 52시간제와 4시간 근로 시 30분, 8시간 근로 시 1시간의 휴식을 부여하고 주 1회 이상의 유급휴일만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야간근로와 관련해서는 임산부와 미성년자만 제한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야간 또는 장시간 근로는 임산부와 미성년자가 아니더라도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건강에 해롭다는 연구 결과들이 나오고 있는데요. 현재 우리 현행법상으로 이를 규제할 만한 마땅한 규정이 없다는 지적입니다.
이에 정부는 이번 정책을 일·가정 양립뿐만 아니라 택배 종사자를 포함한 야간노동자의 과로사 방지를 위해 제시했습니다. 즉, 단순히 저녁이 있는 삶을 추구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야간 노동이 건강에 해롭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입니다.
▲앵커=4.5일제가 도입되면 장시간 혹은 야간근로 형태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노사가 협의하는 방안으로 간다면 다양한 형태의 근로시간 단축이 진행될 것 같은데요?
▲기자=그렇습니다. 정부가 추진하는 주 4.5일제 도입은 소정근로시간 단축을 의미하지만, 현실에서는 여러 행태로 시행될 것 같은데요.
예컨대 근로시간 단축 없이 휴게시간 및 휴가일수를 조정하거나, 주 1회 재택근무를 도입하는 등 유연근무제를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 정부가 어떤 방식의 주 4.5일제 도입을 지원하느냐에 대해 향후 논의가 진행될 전망입니다.
▲앵커=역시 관건은 재정 및 세제 지원인 것 같은데요. 대략적으로 나온 이야기가 있을까요?
▲기자=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현 단계에서 확정된 것은 없다는 입장인데요. 다만 정부는 별도의 지원법을 제정하는 방식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법령상 근거 없이 일반적인 예산사업 형태로 추진되면 향후 재정 상황에 따라 지원이 축소되거나 중단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저출생 대응 정책으로 추진된 기업 재정·세재 지원도 일관성 없이 정권에 따라 변경을 거듭해 왔는데요.
별도의 지원법을 제정할 시 지원 대상은 육아휴직 지원사업과 비슷한 기준으로 정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정부는 상시근로자 수, 자본금 등을 기준으로 우선지원대상 중소기업을 정해 육아휴직 승인 시 휴직 지원금과 대체인력 지원금 등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앞서 김영훈 고용부 장관은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서면 답변에서 “교대근무제 시행 사업장을 중심으로 우수사례를 발굴하고 도입이 어려운 사업장은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앵커=정부가 5인 미만 사업장에도 근로기준법을 확대 적용하겠다는 방침이라고 하죠?
▲기자=그렇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고, 김문수 국민의힘 당대표도 장관 시절 추진했던 내용이라 여야 이견없이 연내 추진이 유력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정부는 사업주 부담 완화를 위해 지원책도 병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우선 5인 미만 사업장은 노동관계법을 단계적으로 적용할 방침입니다. 노동관계법은 근로기준법을 포괄하는 용어인데요.
현행 근로기준법은 5인 이상 사업장에만 적용되고, 5인 미만 사업장에는 해고 사유 및 절차, 근로시간, 시간외 근로수당, 연차휴가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데요. 5인 미만 사업장에도 관련법을 적용해 영세사업장 근로자의 노동 사각지대를 해소하겠다는 설명입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5인 미만 사업장 취업자는 999만 4,000명으로 1,000만명에 육박하는데요. 비율로도 전체의 34.6%에 달합니다.
정부는 당장 올 하반기 직장 내 괴롭힘 금지 및 모성보호 조항 적용을 시작으로 2028년까지 모든 조항을 완전 적용할 계획입니다.
▲앵커=근로시간 단축이 출생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요?
▲기자=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학술지에 따르면 근로시간 정책이 출산 의사결정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변인 중 하나로 나타났는데요. 2000~2018년 OECD 19개국의 불균형 패널자료를 바탕으로 조사한 결과입니다.
구체적으로 1주일 근무시간이 20시간 이상 40시간 미만 노동자 비율이 많아질 때 출산율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특히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의 근로시간 단축도 출산율과의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아무래도 근로시간이 줄어든 만큼 양육에 투입할 수 있는 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으로 풀이되는데요. 연구를 진행한 남재욱 한국교원대 교수는 “주 40시간 노동의 확립이나 남성 육아휴직 확대는 저출생 대응 정책으로 적합한 방향”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4.5일 혹은 4일제 같이 전반적으로 근로시간을 단축하되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는 정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최근 주 40시간에 대한 예외 업종을 확대하고자 하는 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앵커=네, 주 4.5일제 도입과 관련해 실제 시행될지 많은 분이 궁금해할 것 같은데요. 이미 우리나라는 주 6일제에서 5일제로 근로시간을 단축한 경험이 있지 않습니까?
▲기자=그렇습니다. 한국은 멕시코, 콜롬비아, 코스타리카, 칠레와 함께 OECD 상위 5위권의 장시간 근로 국가에 속합니다. 그나마 과거보다 근로시간이 줄어든 결과인데요.
현재 주 5일제가 도입된 지 20년이 됐는데, 당시 금융노조가 5일제 시범 사업을 가장 먼저 시작하면서 시중은행들이 최초로 5일제를 운영했습니다. 이후 정부 입법까지 2년의 시간이 걸렸는데요.
때문에 지금 노동계에서도 주 4.5일제 도입에 있어서 과거 시범 사업을 수행한 경험이 있거나 여건이 마련돼 있는 금융이나 보건 쪽이 먼저 시행을 한 후,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김형선 금융노조 위원장은 “20년 전에도 주 5일제를 도입할 당시 ‘나라가 망한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결과는 더 나은 사회가 됐다”면서 주 4.5일제 도입에 앞장서겠다는 방침을 밝혔습니다.
▲앵커=근로관계법과 관련해 다른 변동 사항은 없을까요?
▲기자=네 있습니다. 연차와 관련한 내용인데요. 정부는 근로기준법을 개정해 6개월 이상 근무 시 최소 15일의 연차휴가를 부여하도록 하고, 사용하지 않은 휴가는 최대 3년간 누적해 한 번에 쓸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또한 휴가 사용 근로자에 대한 불이익 금지 조항을 명문화할 방침입니다. 법이 개정된다면 연차 일수는 현재 2년 차 기준 15일에서, 해외 주요 국가 수준인 20일로 늘어날 전망입니다.
아울러 임신 중에도 남성 근로자가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자영업자를 위한 육아수당 신설도 검토 중입니다.
▲앵커=지금 언급된 내용들이 모두 단계적으로 확대 적용이라고 하지만 그럼에도 우려하는 사업주들도 있을 것 같은데요?
▲기자=네, 경제단체 중 하나인 소상공인연합회는 이미 올해 핵심과제 중 하나로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일괄 적용 반대’를 꼽은 상태입니다.
단체에 따르면 5인 미만 사업장이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으면 사업장 1곳당 연간 351만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고 하는데요. 2021년 기준 소상공인의 월평균 영업이익은 233만원으로, 임금 근로자의 71% 수준입니다.
특히 편의점주들 사이에서는 점주가 24시간 영업을 하라는 얘기냐는 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5인 미만 사업장이 대부분인 편의점은 야간 근로자에게 야간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데, 근로기준법이 적용되면 1.5배 수준의 추가 수당을 지급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앵커=네, 재계에서는 어떤 입장일까요?
▲기자=네,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해서는 기본적으로 노사 협의를 통해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특히 근로시간은 업종별 특성에 따라 달리 적용해야 한다는 설명인데요.
올해 2월 대한상의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연구개발 부서의 70% 이상이 주 52시간제 시행 후 업무 성과가 줄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아무래도 업무의 지속성과 집중성이 중요한 분야라 이런 결과가 나온 것 같습니다.
▲앵커=노동계의 입장도 궁금한데요, 어떤가요?
▲기자=네, 근로시간 단축은 양대 노총을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던 정책입니다. 다만 정부의 발표가 선언에 그치지 않도록 구체적인 재원 마련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게 노동계의 주장입니다.
관련해서 류제강 한국노총 정책2본부장 인터뷰 듣고 오겠습니다.
[류제강 / 한국노총 정책2본부장]
“한국노총은 지속적으로 핵심 정책으로 주 4일제 그리고 노동시간 단축을 요구해 왔었는데요. 정상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예산이 수반돼야 하는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예산을 책정한 것이 약 200억원이 안 되는 수준이어서 이 부분에 대해서 좀 우려가 있고요. 근로 노동시간 단축이 단순히 일생활 균형 정도에 그치지 않고 우리 대한민국의 가장 큰 문제인 인구 위기, 저출생 문제 이런 부분들에 있어서 이 노동시간이 직결된다고 생각합니다.
항상 논란이 되는 부분이 여전히 주 5일제도 시행하기 어려운 중소기업이 있다는 점이 있고요.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계속해서 주 4.5일제를 안착하는 시기를 계속 기다려야 될 것이냐? 그것보다는 먼저 할 수 있는, 선도할 수 있는 산업이나 기업에서는 먼저 주 4.5일제를 실시를 하고 중소기업이나 여건이 열악한 곳은 국가의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내년에 국가 예산의 큰 지원이 필요하다. 이렇게 판단하고 있습니다. ”
▲앵커=네, 잘 들었습니다. 장시간 일한다고 높은 생산성으로 곧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겠죠. 그러나 업무 특성상 일률적인 적용이 어려운 산업이나 영세 사업장의 경우 자율적인 시행 환경과 정부의 지원이 뒷받침돼야 하겠습니다. 이번주 <뉴스픽>은 여기까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