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방송뉴스]

층간소음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닌데요. 이웃 간 갈등이 깊어지면서 층간소음 분쟁이 강력범죄로까지 번지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최근 국회에서도 층간소음에 대한 시공사의 책임을 강화하는 법안들이 발의되고 있는데요. 이번주 <뉴스픽> 시간에 조나리 기자와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조 기자, 층간소음으로 인한 사회적 갈등이 계속되고 있는데, 법정 다툼까지 이어지는 경우들도 많다고 하죠?

▲조나리 기자=네, 최근에도 관련해서 황당한 사건들이 보도되고 있는데요. 층간소음 갈등이 이어지자 앙심을 품고 이웃을 강제추행 혐의로 허위 고소한 30대가 무고죄로 처벌을 받았습니다.

지난달 21일 춘천지법은 이웃을 강제추행 혐의로 허위 고소한 30대 A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80시간을 명령했는데요.

A씨는 지난해 2월 이웃 B씨와 층간소음 문제로 아파트 복도에서 몸싸움을 벌이던 중 자신의 남편이 B씨로부터 폭행, 재물손괴죄로 고소를 당하자 자신도 B씨로부터 몸싸움 도중 성추행을 당했다고 신고했습니다.

하지만 조사 결과 다툼 현장에서 두 사람 간의 신체 접촉은 없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처벌을 받게 됐습니다.

또한 윗집 층간소음에 불만을 품고 아랫집에 화풀이를 했다가 오히려 처벌을 받은 사건도 있었습니다.

이 사건 재판도 춘천지법에서 나왔는데요. 60대 A씨는 위층에서 소음이 난다는 이유로 홧김에 벽이나 바닥을 여러 차례 치거나 소리를 지르는 행위로 아래층에 사는 B씨 가족으로부터 스토킹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A씨는 “층간소음에 항의하기 위해 3~4회 정도 막대기로 천장을 치거나 야간에 소리를 지르긴 했지만 소음을 발생시키거나 스토킹 고의도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아랫집에 사는 B씨 가족이 녹음한 소음 파일을 살펴볼 때 일반적인 생활 소음이 아니고 주로 늦은 밤이나 새벽에 발생했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그러면서 층간소음의 원인을 확인하거나 합리적인 해결 방안 모색을 거부한 채 보복 소음을 발생시킨 행위는 정당하다고 볼 수 없다며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스토킹 재범 예방 강의 40시간 수강을 명령했습니다.

▲앵커=네, 무고나 스토킹도 큰 범죄지만, 문제는 강력범죄로까지 이어지는 일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기자=그렇습니다. 경실련에 따르면 층간소음으로 인한 살인·폭력 등 5대 강력범죄는 2016년 11건에서 2021년 110건으로 10배나 증가했습니다. 최근에도 지속해서 강력범죄가 발생하고 있는데요.

지난 4월 발생한 서울 관악구 아파트 화재 사건도 윗집 주민과의 층간소음 갈등으로 인한 방화 사건이었습니다.

층간소음에 시달린다는 망상으로 비롯된 범죄도 계속 발생하고 있는데요. 지난 8월 의정부지법은 층간소음을 이유로 아랫집에 사는 이웃을 살해한 40대 남성에게 징역 20년의 중형을 선고했습니다.

본인 주장에 따르면 소음을 항의하기 위해 흉기를 챙겨 아래층에 갔다가 몸싸움이 벌어졌고 그 과정에서 피해자를 살해했다고 주장을 했는데요. 범행 후 직접 119에 신고하고 현장에서 경찰에 체포됐습니다.

그러나 경찰은 피해자가 사건 직전 귀가한 점을 고려할 때 층간소음이 직접적인 범행 원인인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는데요. 재판부 또한 “피해자가 실제 층간소음을 일으킨 것도 아닌데 피고인이 망상에 빠져 범행을 저질렀다”고 봤습니다.

▲앵커=네, 그런데 층간소음 민원이나 분쟁 조정 건수는 줄어드는 추세라고 하죠? 이건 어떻게 봐야 하나요?

▲기자=네, 2015년부터 지난해 2024년까지 층간소음이웃사이센터에 접수된 민원 건수는 2021년을 기점으로 줄어들고 있는데요. 이는 층간소음 갈등이 줄어든 게 아니라 분쟁조정이 줄어든 것과 연관이 있다는 설명입니다.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층간소음 분쟁조정을 살펴보면 조정사건은 증가하는 반면 조정 성립률은 매년 감소하고 있습니다.

특히 2019년과 2020년 40%였던 조정율은 2021년 20%대로 절반 가량 줄어들더니 2022년과 2023년은 10%도 채 되지 않았는데요.

조정 성립률이 감소하면서 조정 신청도 자연히 줄어든 반면, 층간 소음으로 인한 강력범죄는 증가한 겁니다. 때문에 층간소음 분쟁 조정에 대한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앵커=네, 그렇다면 층간소음과 관련한 경찰 신고도 증가했을 것 같은데요. 상황이 어떤가요?

▲기자=네, 층간소음 갈등으로 법적 다툼이나 범죄가 증가하면서 경찰 신고도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경실련에 따르면 2023년 9월부터 12월까지 4개월간 매달 신고율이 증가했는데요. 구체적으로 9월에 2,071건이었던 경찰 신고가 4개월 뒤인 12월에는 두배 가량 늘어난 4,434건으로 증가했습니다.

▲앵커=네, 층간소음 문제가 강력범죄로까지 이어지면서 국회에서도 법안이 발의되고 있다고 하죠?

▲기자=그렇습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9월까지 층간소음 저감을 위한 주택법 개정안은 총 3건 발의된 상태입니다. 현재 국토위 소위원회에서 논의가 진행 중인데요.

주요 골자는 층간소음과 관련해 시공사의 책임을 강화하는 것입니다. 시공 단계에서부터 층간소음을 최소화해 각종 갈등을 미연에 방지하겠다는 취지입니다.

이를 위해 ‘층간소음 성능 사후 확인제’가 개정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입니다.

▲앵커=층간소음 성능 사후 확인제, 무슨 제도 인가요?

▲기자=네 현행법상 30가구 이상의 공동주택은 사용승인 전 정부 지정기관이 층간소음을 측정해야 하는데요.

소음이 4등급 기준치인 49dB(데시벨)을 넘으면 사용검사권자인 지자체가 사업 주체인 시행자에 보완 시공이나 손해배상을 권고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권고사항이다 보니 잘 개선되지 않는 실정인데요.

더 심각한 문제는 측정 결과 기준에 미달하는 사례 또한 적지 않다는 것입니다. 경실련은 최근 2023년부터 2025년 층간소음 사후 확인제 실시 현황을 발표했는데요. 검사 대상이 된 19개 단지 중 6곳이 기준 미달 판정을 받았습니다. 비율로는 32%로, 3곳 중 1곳이 기준 미달인 셈입니다.

기준 미달 단지의 이후 조치는 더욱 심각한데요. 미달 판정을 받은 6개 단지 중 4곳은 추가 시공 및 재검사를 통해 기준을 충족했지만 2곳은 그대로 준공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한 해당 조사는 전체 조사 대상의 2~3% 수준의 표본 조사로, 전수조사를 실시할 시 미달 판정율은 훨씬 클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경실련은 사후 확인제 도입 후 미달 사례가 매년 일정 수준 발생하고 있다면서 제도의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앵커=네, 발의된 법안들의 구체적인 개정 내용은 어떻게 되나요?

▲기자=네, 여야 의원들이 공통으로 개정안에 담은 내용은 공동주택의 사용승인 전 실시하는 성능검사를 강화하자는 것입니다.

사용승인 전 층간소음을 측정하고 기준이 미달한 경우 현행법처럼 보완 시공을 권고하는 게 아닌 의무화하자는 건데요. 기준치를 충족할 때까지 보완 시공을 하라는 겁니다.

또한 2회 이상 보완 시공을 해도 기준에 미달하는 경우 건설사가 보완 시공 계획을 제출하도록 하는 방안도 담겼습니다.

이 외에도 국가나 지자체의 역할을 강화하는 내용의 입법도 추진됩니다. 현재 국토부는 저소득층의 층간소음 방지를 위한 매트 설치 시 무이자로 설치비를 빌려주는 사업을 하고 있는데요. 이를 확대해 법에 재정 지원의 근거를 명시하겠다는 내용입니다.

▲앵커=네, 층간소음 문제를 지속 제기했던 경실련도 법안을 청원했다고 하죠?

▲기자=네, 경실련은 지난 4월 ‘공동거주시설 층간소음 관리법’ 청원안을 국회에 제출했는데요.

마찬가지로 시공사의 책임을 강화하는 것이 골자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준공 검사 시 전 세대 층간소음 측정 의무화와 측정 결과 공개 및 기준 초과 시 시공사에 대한 제재 방안도 담고 있습니다. 또한 국가와 지자체의 관리, 감독 체계를 구축하는 방안도 포함됐는데요.

동일한 설계라도 작업자의 숙련도와 마무리 시공에 따라 층간소음 차단 성능이 다르기 때문에 준공 시 현장의 모든 세대를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해야한다는 설명입니다.

특히 시공사가 바닥충격음 측정을 이행하지 않거나 실측 기준을 초과하는 경우 준공 검사를 불허하고 그에 따라 입주자가 예정일에 입주하지 못한 경우 경제적 손실 또한 시공사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바닥충격음 법적 기준을 초과할 시 시공사에 대해 벌금을 부과하거나 심각한 위반 시에는 입찰을 제한하는 등의 강력한 패널티도 요구했습니다.

아울러 아파트 등 공동주거시설 분양시 실측 성능검사 결과를 각 동과 각 호수마다 표시하도록 했습니다.

▲앵커=네, 시공사의 책임 강화도 중요하지만 반대로 시공사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방안은 없을까요?

▲기자=네, 현재 국토부에서 논의 중인 법안 중에는 시공사가 우수한 수준으로 층간소음 기준에 충족할 시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도 포함돼 있습니다.

건설사도 노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국내 주요 건설사들은 이미 층간소음 저감 기술을 개발해 현장에 적용하고 있습니다.

▲앵커=네, 국가와 지자체 관리·감독 구축 방안은 무엇인가요?

▲기자=네 층간소음 갈등도 정부와 지자체 등 공공이 개입할 경우 상당 부분 해결될 가능성이 높을 텐데요.

현재 환경부와 국토부에서 분쟁조정위원회를 운영하고 있지만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입니다.

실제로 경실련이 최근 10년간 정부가 운영하는 분쟁조정위원회 실태를 조사한 결과, 조정신청 건수는 환경부가 1년에 2건 수준, 국토부는 1년에 20건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때문에 법 개정을 통해 정부와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층간소음 분쟁에 개입해 조정에 나설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물론 정부도 층간소음 저감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환경부는 현재 수도권에 적용 중인 무료 소음 측정 서비스를 내년부터 전국으로 확대할 예정입니다. 국토부 또한 올해 말부터 모든 공공주택에 층간소음 방지 1등급 설계를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앵커=네, 시공사의 책임 강화도 중요하지만 개개인의 생활 속 노력도 중요하겠죠?

▲기자=그렇습니다. 간혹 심각한 시공 사례들이 보도되고 있지만, 세계적으로 층간소음을 법으로 규제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한데요.

한국은 국내 전체 주택 중 공동주택 비율은 79%에 이르고, 그 중 아파트에 거주하는 가구는 54%에 달합니다.

때문에 층간소음 문제는 시공뿐만 아니라 입주민의 생활 습관 개선과 공동주택 문화에 대한 인식 전환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네, 개인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층간소음 문제를 더 이상 개인 간 분쟁으로만 치부하기 어려운 만큼 건설사와 정부도 실효성 있는 대책과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할 것 같습니다. 이번주 <뉴스픽>은 여기까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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