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방송뉴스]
최근 전국 곳곳에서 초등학생 대상 유괴 미수 사건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불안감이 커지자 경찰은 유괴 발생 수치 자체는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밝혔는데요. 이번주 <뉴스픽> 시간에 조나리 기자와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조 기자, 최근 아동 유괴 미수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는데, 첫 발단이 된 사건이 있었죠?
▲조나리 기자=그렇습니다. 서울 홍은동에서 발생한 사건인데요. 지난달 28일 오후 차를 타고 초등학교와 주차장 주변에서 초등학생들에게 접근한 20대 남성 3명이 붙잡혔습니다.
이들은 초등학생들에게 “귀엽다”거나 “집에 데려다주겠다”면서 차에 탈 것을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차에서 내리지는 않고 창문만 내려서 말을 걸었습니다. 현재까지 드러난 피해 아동은 모두 4명이고요. 다행히 피해 아동들이 현장을 벗어나면서 모두 미수에 그쳤습니다.
이후 보도에 따르면 피해 아동들은 모두 초등학교 저학년 남학생들로 알려졌습니다. 조사 결과 성적인 목적은 아닌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습니다.
▲앵커=네, 이들을 검거하는 과정에서 경찰의 초동 조치도 문제가 됐었다는데 무슨 내용이죠?
▲기자=네, 사건이 있고 이틀 후인 8월 30일에 피해 초등학생 1명의 보호자로부터 신고가 접수됐는데요. 경찰은 인근 CCTV를 분석했으나 유괴 시도로 볼 만한 정황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달 1일 피해 아동이 다니는 초등학교에서 가정통신문을 배포해 학교 인근에서 유괴 시도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렸고, 다음날 경찰이 “그런 사실이 없다”고 재차 반박을 한 겁니다.
그러나 이후 "우리 아이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는 추가 신고가 접수됐고, 다시 경찰이 강력팀을 투입해 범행 차량 재추적에 나서면서 용의자들이 검거된 겁니다.
경찰에 따르면 첫 신고 당시 피해 아동 보호자가 신고한 범행 차량이 흰색 스타렉스였는데요. 실제 범행 차량은 회색 소렌토였습니다. 잘못 신고된 차종을 중심으로 수사가 이뤄지다 보니 사실관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던 겁니다.
하지만 피해 아동의 진술이 명확하고, 차종의 경우 아동이 정확히 말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하면 주변 CCTV를 좀 더 분석했어야 하지 않나 하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결국 경찰도 이를 인정했는데요. 박현수 서울경찰청장 직무대리는 지난 8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아동 관련 사건은 과하리만큼 확인하고 또 확인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점에 대해 매우 아쉽게 생각한다”고 유감을 표명했습니다.
▲앵커=네, 그런데 이 사건 용의자들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고 하죠? 이에 대한 경찰의 향후 계획은 어떻습니까?
▲기자=네, 앞서 경찰은 홍은동 유괴 미수 용의자 3명 중 적극적으로 가담한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는데요. 서울서부지법은 “피의자의 혐의 사실, 고의 등에 다툼의 여지가 있어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며 영장을 기각했습니다.
법원의 기각 결정 이유로는 용의자들의 완강한 범행 부인에 있는데요. 이들은 아이들이 놀라는 모습이 재밌어서 장난을 한 것일 뿐 실제로 차에 태울 생각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앞서 경찰은 장난이라고 할지라도 처벌을 피할 순 없을 것이라며 사안의 심각성을 강조한 바 있습니다.
이에 경찰은 구속영장 재신청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이를 위해 피의자의 추가 조사와 휴대폰 포렌식 등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앵커=네, 만약 장난이었다는 주장이 받아들여 진다면 처벌은 피하는 건가요?
▲기자=네, 경찰은 피해 아동이 여러명인 점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즉 단순히 장난이 아닌 계획적으로 집요하게 아동들에게 접촉을 했다는 건데요.
법조계에선 장난이라 할지라도 처벌을 피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유괴의 경우 미수도 처벌을 하는데요. 미수의 시점은 차량으로 접근해 아이를 유인하려 한 순간부터 성립됩니다.
또한 사건 당시 CCTV 영상에 따르면 피해 아동들이 놀라서 도망치는 장면들이 나오는데요. 장난이라고 할지라도 아동이 공포를 느낀 데다 반복된 시도, 사회 전체에 큰 불안감을 조성한 점을 종합하면 책임을 면하긴 어려울 것이란 의견이 우세한 상황입니다.
▲앵커=네, 문제는 이 사건 이후 비슷한 사건들이 연달아 벌어지고 있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기자=그렇습니다. 이 사건 이후 전국에서 아동·청소년을 노린 유괴 미수 사건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서울 관악구, 경기도 광명시, 제주, 대구광역시 등 전국 각지에서 비슷한 사건들이 연달아 발생했는데요.
홍은동 사건과 같이 차로 이동하면서 초등학생에게 “알바를 하지 않겠냐”면서 유인을 하거나 강제로 손을 낚아채 데려가려는 행위,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척하며 끌고 가려는 행위 등의 아찔한 범행 내용들이 계속 보도되고 있습니다.
범인들은 10대부터 60대까지 연령대가 다양했는데요. 피해 아동들은 모두 초등학생들이었습니다. 일부는 성범죄 목적이 있었다고 진술해 더욱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앵커=네, 듣기만 해도 불안한 마음인데요. 관련해서 경찰의 대책은 무엇인가요?
▲기자=네 경찰은 지난 12일부터 경찰 활동 강화 기간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시·도경찰청과 경찰서별로 과거 사례를 토대로 범죄 발생 시간과 장소에서 예방 순찰을 벌이고 있는데요.
등하굣길과 학원가 순찰도 강화할 계획입니다. 특히 어린이 주변을 배회하거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는 등 거동이 수상한 자에 대해서는 불시검문을 실시하고, 미성년자 약취, 유인 사건을 긴급 출동 사항인 코드1 이상으로 접수해 대응할 방침입니다.
서울경찰청도 지난 12일부터 청소년 범죄 대응 시스템 ‘긴급 스쿨벨’을 발령했습니다. 이는 서울 전역 1,373개 초·중·고교와 학부모 78만 명에게 범죄 관련 정보를 전송하는 시스템입니다.
지난 15일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용의자를 발견하지 못한 경우에도 서장 주재 심의위원회를 열고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모든 역량을 총동원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앵커=네, 경찰뿐만 아니라 서울시에서도 조치에 나선 것 같습니다. 안심벨을 나눠주겠다는 건데, 무슨 내용인가요?
▲기자=네, 서울시가 급박한 상황에서 누르면 큰 소리가 나는 안심벨을 서울 지역 초등학생 전원에 나눠주기로 했습니다.
안심벨의 경고음은 자동차 경적 소리 수준으로 최대 70m 떨어진 곳에서도 들리는데요. 서울시는 서울 초등학생 36만명 전원에게 안심벨을 무료로 나눠줄 계획입니다.
안심벨은 당초 올해 5월 초등학교 1~2학년에게만 지급이 됐었는데요. 최근 사태의 심각성을 고려해 전원 지급 결정을 내린 것입니다.
서울시교육청도 보호자를 상대로 주의를 당부하고 있습니다. 저학년이나 혼자 등하교하는 학생들의 경우 보호자와 동행할 것을 권유했는데요. 각 학교도 유괴 예방 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앵커=네, 다만 서울만의 문제는 아닐텐데요.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호신용품 판매량도 급증했다고 하죠?
▲기자=그렇습니다. 홍은동 유괴 미수 사건이 알려진 지난 2일부터 11일까지 온라인 쇼핑몰에서 호신용품 판매량이 늘어난 건데요.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주요 품목의 거래액이 전달 같은 기간 대비 2.5배 늘었다는 소식입니다. 대표적으로 안심벨과 같은 호신용 경보기와 호신용 스프레이는 물론 삼단봉, 호루라기, 전기충격기 등의 거래액이 모두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호신용품의 온라인 검색도 마찬가지 현상이 나타났는데요. 연령별로는 대부분 학부모 세대인 30~40대가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뿐만 아니라 최근 중고 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서도 ‘초등학생 픽업 알바’가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앵커=네, 아동 유괴 사건이 최근 흔히 발생하는 범죄가 아니다보니 더욱 충격을 주고 있는 것 같은데요. 실상은 그렇지도 않다고 하죠?
▲기자=네, 그렇습니다. 1990년대에 금품을 노리는 아동 유괴 사건들이 참 많았었는데요. 2000년대 들어 전국에 CCTV 보급이 늘고 과학 수사도 급격히 발전하면서 아동 유괴 사건은 좀처럼 뉴스에서도 보기 힘든 사건이 됐습니다.
하지만 미수 사건을 포함해 아동에 대한 유인, 납치사건은 최근 5년 새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경찰청 범죄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약취·유인 범죄 발생 건수는 총 316건인데요. 5년 전인 2019년 250건과 비교하면 26.4% 증가한 수치입니다.
특히 316건 중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약취, 유인 범죄는 233건으로 전체의 74%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또한 13세 미만 아동 대상 성폭력 범죄도 2021년부터 매년 증가면서 2023년 한 해 동안만 1,500건을 기록했습니다.
▲앵커=네, 처벌 수준도 궁금한데요. 특히 미수범의 경우 처벌 수준이 어느 정도 인가요?
▲기자=네, 현행법상 미성년자를 약취하거나 유인한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합니다. 일반적으로 약취, 유인죄라고 말하지만 약취와 유인은 다른 범죄인데요.
약취의 경우 폭행과 협박을 수반으로 타인을 자신의 지배하에 두는 범죄를 말합니다.
미성년 약취, 유인죄는 미수범도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습니다. 다만 경제적인 목적이었거나 13세 미만의 미성년자일 경우 가중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미성년 약취, 유인의 미수범은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요. 실제로 최근 6개월간 있었던 미성년 유인 미수 사건 4건과 약취 미수 2건도 집행유예 선고를 받았습니다.
물론 실형이 선고된 사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4명을 유괴하려다가 미수에 그친 경우에는 1년 6개월의 실형이 선고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유괴 미수 사건이 연쇄적으로 발생하면서 미수범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앵커=네, 금품 목적이든 성범죄 목적이든 미성년 약취, 유인 자체가 중대 범죄임은 분명한데요. 솜방망이 처벌은 물론 미수범의 경우 불구속 수사가 대부분이라고 하죠?
▲기자=그렇습니다. 앞서 홍은동 사건에서와 마찬가지로 아동 유괴 미수범의 경우 범행 의사 자체를 부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장난이었다거나 그냥 말을 걸었을 뿐이라고 주장하는 건데요.
법원 역시 계획범죄 정황이 명백히 드러난 경우가 아니면 구속영장을 기각하는 경향이 높습니다. 지난해 통계에 따르면 미성년자 약취, 유인 혐의 피의자 290명 중 구속 인원은 10명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미수에 그쳤더라도 피해 아동과 가족에게 정신적 충격과 보복 범죄 등 불안을 남길 수 있어, 처벌은 물론 수사 과정에서도 엄격한 기준을 세울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앵커=네, 잘 들었습니다. 누군가에게 겁을 줄 수 언행은 장난이라 할지라도 때에 따라 비난받을 수 있는 행동이죠. 더욱이 판단력이 미숙한 어린이들에게 유괴 상황을 연상시키는 발언을 했다면 단순히 장난으로 덮을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 같은데요.
법원의 판단은 어떨지 잘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번주 <뉴스픽>은 여기까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