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방송뉴스]

한국과 미국의 새로운 국면을 연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

이 대통령이 실용주의를 강조한 만큼 성과가 있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한편으론 우려도 적지 않은데요.

석대성 기자와 짚어봅니다.

석 기자, 먼저 이번 회담, 가장 큰 특징은 뭐라고 볼 수 있을까요.

▲석대성 기자

이번 회담은 형식적 합의문 없이 상당한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요. 양국 정상이 서로를 ‘위대한 사람’이라고 표현하면서 신뢰를 과시했고, 동맹 관계를 ‘현대화’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는 점이 주목받았습니다.

▲진행자

회담 전엔 긴장감이 돌기도 했어요.

▲기자

트럼프 대통령이 이 대통령과의 회담 직전 “한국에서 숙청이나 혁명이 일어난 것 같다”고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글을 올려 논란이 됐는데요. 회담 중엔 “교회를 급습하고, 미군기지에 들어가 정보를 갖고 갔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해병대원 사망사건 특검팀이 교회를, 내란 특검팀이 오산기지를 압수수색한 걸 비판한 걸로 보입니다.

강훈식 비서실장은 이런 글을 올린 지 한 시간 뒤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을 직접 만난 걸로 알려졌고요.

이 대통령은 회담 중에 “전직 대통령의 ‘친위 쿠데타’ 시도와 관련해 임명된 특별검사가 미군기지를 압수수색한 게 아니고 한국군 통제시스템을 본 것”이라고 해명하자 “그 특검 이름이 미친 잭 스미스 아니냐”고 농담하기도 했습니다. 잭 스미스는 전임 조 바이든 정부 때 특검으로 임명돼 트럼프 대통령을 재판에 넘긴 인물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에서 “오해가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면서 상황은 일단락됐지만, 한국 교계와 야당은 특검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경제 분야 성과는 어떤가요.

▲기자

한국 기업이 미국에 약 1,500억달러, 한화 2,000억원이 넘는 투자를 약속했는데요. 대한항공이 보잉 항공기 103대를 구매하고, 현대차가 260억달러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등 굵직한 합의가 나왔습니다. 양국은 또 3,500억달러, 487조원 규모의 투자 펀드를 구상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보면 정상회담의 경제 분야 성과가 성과인지, 아니면 퍼주기인지 헷갈릴 수도 있겠는데요. 한국 기업은 미국에 투자하는 대신, 미국 시장 접근성과 관세 인하 혜택을 얻을 수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도 관세와 통상 분야에서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있죠.

▲기자

여전히 청구서가 남아있습니다.

문제는 대미 투자 부분에서 한국 정부가 수천 달러의 직접 투자를 제시했음에도, 미국 측은 알래스카 가스전 투자와 농·축산물 개방에 대한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는 건데요.

그래서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 분야 청구서는 미완의 과제로 남은 상태이고, 이번 회담 경제 성과는 ‘선 투자, 후 성과 검증’ 구조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가장 부담이 큰 50%의 철강·알루미늄 관세 인하 문제는 논의되지 않았고, 15%로 낮추기로 합의한 자동차 관세 인하 시점도 미지수입니다.

대미 투자 패키지의 구체적 운영 방안을 놓고도 줄다리기가 계속될 전망입니다. 직접 투자와 대출, 보증할 것이냐, 이익 귀속 문제를 놓고 견해차가 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외교·안보 측면에선 어떤 얘기가 나왔나요.

▲기자

먼저 이 대통령 자신은 ‘페이스 메이커’가 되겠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대화로 한반도 평화를 이끌어달라고 했는데요.

이재명 정부가 이런 그림을 그리면서 미국과 긴밀한 관계를 이어갈 것이기 때문에 북한이나 트럼프 행정부의 ‘한국 패싱’ 우려는 기우에 그칠 거란 주장이 나옵니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행정부의 주한미군 유연화, 즉 중국 견제 역할 확대 요구에 대해선 미국이 중국을 명확히 견제하는 상황이어서 과거처럼 안보는 미국에 의존하고 경제는 중국에 기댄다는 ‘안미경중’은 취할 수 없다며 트럼프 행정부를 안심시키려 했습니다.

다만 “미국도 중국과 심하게 대결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협력할 분야에서는 협력하고 있다”며 한중 관계 협력도 그런 차원에서 이뤄질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한국 측의 필요성에 의해서도 국방비는 증액하겠다고 먼저 표명했습니다. 구체적 수치를 밝히진 않았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B2 폭격기를 꼭 집어 말하면서 미국 무기를 구매해야 한다며 기대감을 표시했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도 주한미군 감축 등 한국 정부가 민감하게 여기는 안보 현안은 피해 갔네요.

▲기자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감축 등 유연성 문제에 대해선 말을 아꼈는데요. 또 일본보다 GDP(국내총생산) 대비 1.5배를 더 내고 주한미군부지 사용료도 받지 않고 있어 증액을 꺼리고 있는 한국 정부 입장을 고려했기 때문인지, 방위비 분담금은 다루지 않았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부지 소유권을 주장해 논란을 낳았죠.

▲기자

현재 주한미군이 임대해 쓰고 있는 땅을 넘겨받아 대규모 군사기지를 건설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놨습니다. 주한미군부지 소유권 이전은 한미상호방위조약과 한미주둔군지위협정 SOFA에 어긋나는 것인데, 트럼프 대통령이 왜 돌출 발언했는지 의도를 알아봐야겠다는 게 대통령실 입장입니다.

트럼프 대통령 말의 무게가 큰 만큼 이것을 카드로 삼아 방위비 분담금을 올리려는 심산이지 않겠냔 관측이 나옵니다.

그리고 이번에 정상회담에서 개정 선언을 하려 했던 한미 원자력 협정, 독자적 우라늄 농축과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능력 확보는 계속 논의하기로 했습니다.

▲진행자

야당 평가는 어떤가요.

▲기자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결론적으로 달라는 대로 다 준 것 아닌가”라며 “그렇게 미국에 퍼주고 무엇을 얻어왔는지 알 수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특히 이 대통령이 “북한에 트럼프 월드를 지어 골프도 칠 수 있게 해달라”고 한 걸 두고는 “대북 투자 제재를 풀어달라는 뜻으로 읽힌다”며 “대북송금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통령의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석 기자, 아까 ‘청구서가 남아 있다’고 말했는데, 실제로 무엇을 얻어왔는지 의구심을 갖는 목소리도 상당해요.

▲기자

외교가에선 트럼프 입에 계속 울고 웃는다는 말이 나오는데요. 특히 한미는 이번 회담에서 그간의 관례와 다르게 공동성명이나 공동선언문을 발표하지 않았죠. 지난달 30일 한미가 체결한 무역 합의 역시 유럽연합(EU), 일본 등과 다르게 ‘팩트 시트(Fact Sheet)’ 같은 공식 문서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외교·안보, 통상 분야에서 구속력 있는 준거가 없어 트럼프 대통령의 한마디나 소셜미디어 포스트에 따라 언제든 불확실성이 다시 커질 수 있다는 얘깁니다.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이 역대 미 대통령들과는 달리 상황이나 주변 환경에 따라 말이 바뀌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잦아 더욱 그렇다는 해석입니다. 실무 협상에서 상당한 줄다리기가 예상됩니다.

▲진행자

이 대통령 태도에 대해서도 말이 나왔죠.

▲기자

외신 등은 이 대통령이 '아부 전략'으로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하는데, 이 대통령뿐 아니라 전세계 지도자 사이에서 ‘영혼을 파는’ 기회주의 외교가 일상화됐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과의 회담에 앞서 한국에서 ‘숙청 또는 혁명’이 일어나고 있어 같이 사업할 수 없다고 위협했지만,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찬사를 쏟아냈고, 둘 사이 긴장감은 빠르게 사라졌다는 게 외신 보도입니다.

많은 주요국의 정상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날 때 활용하는 ‘칭찬 외교’의 연장선입니다. 대표적으로 유럽 지도자 대부분은 예측 불가한 트럼프 대통령 다루는 법을 공부한 뒤 비판과 반박 대신 칭찬과 친분 쌓기가 효과적임을 깨닫고 외교 전략을 수정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을 달래기 위한 아부 전략이 득이 될지 독이 될지는 두고 볼 일이겠죠.

▲진행자

네, 합의문은 없었지만, 서로에 대한 신뢰와 협력 의지를 확인했다는 한미 정상회담.

경제 협력과 동맹 현대화라는 키워드를 실제 성과로 연결할 수 있을지, 한반도 정세와 세계 경제에 미칠 파장까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저작권자 © 법률방송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