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방송뉴스]

쿠팡 새벽배송 기사들의 과로사 문제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심야 배송 시스템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서비스를 유지해야 한다면, 지속가능한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인데요. 이번주 <뉴스픽> 시간에 조나리 기자와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조 기자, 최근 쿠팡 새벽배송 기사가 과로사한 사건이 뒤늦게 드러났다고 하죠?

▲조나리 기자=네, 이 사건은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 박홍배 의원실이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받은 ‘업무상 질병 판정서’가 공개되면서 알려졌습니다.

박 의원실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7월 21일 쿠팡 물류 자회사인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에서 새벽 배송을 하던 50대 A씨가 자택에서 쉬던 중 흉통을 호소해 병원으로 이송됐다가 3일 뒤에 숨졌는데요.

사인은 급성 심근경색이었었습니다. 근로복지공단은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며 업무상 질병으로 분류되는 과로사로 판정했습니다.

▲앵커=네, 당시 고인의 업무 환경은 어땠습니까?

▲기자=네, 50대 후반의 A씨는 밤 9시에 출근해 오전 7시에 퇴근하는 심야근무를 주 6일씩 반복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망 전 12주 동안 근무시간은 주 61시간 45분이었는데요. 법으로 제한된 주 52시간 상한도 적용받지 못했습니다.

특히 A씨의 사망은 쿠팡 배송기사였던 고 정슬기 씨 사망 후 불과 두 달 만에 발생했음에도, 1년 4개월이 지난 지금에서야 알려지면서 더욱 안타까움을 주고 있습니다.

근로복지공단은 정슬기 씨와 A씨 사망 원인을 모두 ‘야간 근무’로 적시했습니다.

▲앵커=네, 그런데 A씨 사례처럼 뒤늦게 알려진 게 아니라, 이달 중에도 쿠팡 새벽배송 기사가 또 사망한 일이 있었다고 하죠?

▲기자=네, 제주에서 쿠팡 퀵플렉서로 일하던 30대 택배기사 B씨가 이달 10일 새벽 2시 9분께 1t 트럭을 몰고 배달을 하던 중 사고를 당했는데요. 시간상 졸음운전이 의심되는 상황입니다.

B씨는 사망 직전 일주일 동안 무려 83.4시간을 일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는 지난해 과로사로 숨진 고 정슬기 씨의 주 평균 노동시간인 73시간보다 10시간 이상 긴데요.

전국택배노동조합 제주지부에 따르면 B씨는 하루 평균 300개 이상의 물품을 배송했는데, 이 또한 정슬기 씨의 하루 평균 물량인 230여개를 상회하는 수치입니다.

▲앵커=네, 그야말로 자신을 갈아넣어 일을 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그럼에도 B씨의 근태 평가는 좋았다고 하죠?

▲기자=네, B씨의 휴대전화에 깔린 쿠팡 애플리케이션을 보면 출근 평점 점수가 5점 만점에 4.94점을 기록했다고 합니다.

이는 B씨의 불안정한 고용 형태 또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됩니다. 쿠팡 퀵플렉서는 쿠팡의 자회사가 개인과 계약을 맺는 형식인데 이들은 특수고용노동자로 분류돼 노동법상 보호를 받지 못합니다.

즉, 감당하기 어려운 업무 환경에서도 계약 유지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살인적인 업무를 이어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더욱이 B씨가 사고를 당한 날은 아버지의 장례를 마치고 딱 하루만 쉬고 복귀한 날이었다고 합니다.

▲앵커=네, 그런데 B씨의 사고와 관련 잡음도 나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언론에 알려진 근무 스케줄이나 사고 원인에 대해 다른 얘기도 나왔다고 하죠?

▲기자=그렇습니다. B씨가 속한 영업점의 대표가 언론 보도를 반박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는데요. 이 대표는 장례 지원 등 유가족을 도울 방법을 찾고 있다면서도, B씨의 사망 원인이 과로사가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즉 보도된 B씨의 근로 시간이 과장됐다는 주장입니다.

또한 사고의 원인에 대해 음주운전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는데요. “B씨의 사고가 알려지자 복수의 제보가 들어왔다”면서 평소 B씨가 술을 자주 마셨다는 동료의 발언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사고의 원인이 무엇이든 산재 신청을 도울 생각이라면서 경찰에서 철저히 수사해달라고 덧붙였는데요.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전국택배노동조합은 사자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고발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습니다. 경찰 또한 B씨가 음주운전을 하진 않았다고 밝힌 상태입니다.

▲앵커=네, 고 정슬기 씨 사고 후 과로사 대책이 나오지 않았던가요?

▲기자=네, 지난해 5월 쿠팡 배송기사 고 정슬기 씨가 과로로 숨진 이후 쿠팡 자회사인 쿠팡로지스틱스(CLS)는 국회 국정감사와 청문회 등에서 과로사 대책을 내놨습니다.

구체적으로 △새벽배송 격주 주5일제 도입 △연간 주 2회 이상 휴무제도 시행 △배송구역 회수 폐지 등입니다.

격주 주5일제 근무는 한 주는 주6일 일을 했다면 그 다음 주는 주5일만 일하도록 한 것입니다. 또한 올해부터는 백업기사 시스템을 도입해 주4일 배송도 가능한 여건을 마련했다고 밝혔는데요.

하지만 B씨는 지난달 2주 연속으로 주6일 새벽배송 일을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택배노조는 “과로사 예방 대책이 현장에서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면서 “쿠팡로지스틱스가 기존 1, 2차 사회적 합의를 이행하지 않아 이번 사고가 발생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앵커=네, 쿠팡의 산업재해 비율도 적신호가 켜졌다고 하죠?

▲기자=그렇습니다. 최근 3년간 쿠팡에서 산업재해 승인이 인정된 건수만 7,640건입니다. 특히 배달 노동자들의 산재 비율은 이미 건설 현장의 산재 승인율을 넘어섰는데요.

택배노조에 따르면 2020년부터 현재까지 사망한 쿠팡 노동자는 25명으로, 이 중 과로사로 인정되거나 추정되는 인원은 17명입니다.

2022년 기준 쿠팡 본사의 산업 재해율도 5.92%로 국내 전체 산재율인 0.65%보다 9배 이상 높은 실정입니다.

택배노조는 “산재에 가장 취약한 택배기사들이 특수고용직으로 분류되면서 제도적 보호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새벽배송이나 로켓배송이 소비자 편의 문제에 가로막혀 문제가 개선되지 못하고 있는데요. 한국은 야간노동을 규제하는 장치가 없어 제도적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앵커=네, 그런데 쿠팡 새벽배송 논란이 ‘노노 갈등’으로도 번지고 있다고 하는데, 무슨 내용이죠?

▲기자=네, 지난달 22일 민주노총 전국택배노조가 새벽배송 최소화를 제안한 뒤 쿠팡의 노동자들이 반발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는데요.

지난 3일 위탁업체 소속 택배기사 1만여 명이 속한 쿠팡파트너스연합회는 긴급 설문조사를 통해 “택배기사의 93.0%가 새벽배송 금지에 반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5%가 ‘심야 시간대 배송을 지속하겠다’고 답했다고 하는데요.

새벽배송을 찬성하는 이유로는 ‘교통혼잡이 적고 엘리베이터 사용 편리하다’는 답이 43%로 가장 많았습니다. 이어 ‘수입이 더 좋다’가 29%, ‘개인시간 활용 가능’이 22%로 뒤를 이었습니다.

▲앵커=네, 그런데 이보다 앞서 실행한 조사에서는 다른 결론이 나왔었다고 하죠?

▲기자=그렇습니다. 지난 9월 택배노조와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가 쿠팡 퀵플렉스 배송기사 67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요.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들은 야간 배송의 어려움으로 피로(71.9%), 교통사고 위험(62.3%), 화장실 이용 불편(54.5%), 배송 중 안전 위험(40.1%), 졸음운전(34.1%) 등을 토로했습니다.

특히 야간 배송 중에는 용변을 해결하기 어려워 저녁 식사를 거르거나 물도 마시지 않는다는 비율이 32.9%에 달했는데요. 응답자의 65.3%는 수입이 일정한 정도 보장된다면 심야 근무를 회피하겠다고 답했습니다.

이 같은 결과를 보면, 배송기사의 90% 이상이 새벽배송을 선호한다고 말하는 것은 조사 결과의 왜곡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네, 설문조사에 따르면 새벽배송을 선택하는 이유로 수입이 결정적으로 작용하는 것 같은데요. 얼마나 차이나 날까요?

▲기자=네, 방금 설명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쿠팡 배송기사들은 하루 평균 388건의 물품을 배송하는데요. 아파트 기준 평균 수수료는 주간이 655원, 야간은 850원입니다.

이를 하루 일당으로 단순 환산하면 야간 배송을 했을 때 약 7만 5,660원을 더 벌 수 있습니다. 주 5일 근무를 기준으로 보면 한 달에 약 151만 3,200원을 더 버는 겁니다.

일각에선 주간 배송을 선택하면 되지 않냐고 지적할 수 있는데요. 택배노조에 따르면 대리점에서 계약조건에 야간 배송을 넣는 경우가 왕왕있다고 합니다.

또한 야간 배송을 거부할 시 불이익이 우려돼 거부하지 못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무려 88%나 됐는데요. 이 역시 새벽배송을 선호해서 자발적으로 한다는 조사 결과와도 차이가 큰 결과입니다.

▲앵커=네, 결국 처우개선 문제로 봐야할 것 같은데요. 노노갈등이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다는 얘기도 있는 것 같습니다.

▲기자=그렇습니다. 새벽배송이 금지되면 맞벌이 부부를 비롯한 많은 국민의 일상에 불편을 미치고 택배기사들 역시 수입 감소 등이 초래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데요.

앞서 쿠팡노동조합도 입장문을 통해 “택배 노동자들의 현실과 실상황을 외면한 채 새벽배송 금지를 제안한 것은 문제”라며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대안을 논의하라”고 촉구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택배노조는 새벽배송 금지를 요구한 바 없다는 입장입니다. 택배노조는 최근 진행 중인 ‘3차 사회적 대화기구’에서 ‘심야배송 및 주 7일 배송 개선 방안’을 제안했는데요.

새벽배송은 유지하되, 초심야시간인 밤 12시부터 새벽 5시까지 배송을 멈추고 새벽 5시부터 아침 7시까지 물량을 소화하자고 제안한 겁니다.

즉, 배송기사의 본래 업무가 아닌 물품 분류 업무와 프레시백 회수 업무를 떠맡지 않는다면 초심야시간 노동 없이도 새벽배송이 가능하다는 게 택배노조의 주장입니다.

이를 위해 택배노조는 현행 주간-야간 배송 구조를 새벽 5시부터 오후 3시까지 근무하는 주간1팀과 오후 3시부터 자정까지 근무하는 주간2팀으로 나누자고 제안했습니다.

▲앵커=네, 최근 새벽배송으로 인한 논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정작 쿠팡 측은 전면에 나서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는 것 같습니다.

▲기자=그렇습니다. 택배노조는 새벽배송 문제를 두고 노동자와 노동자들이 싸우는 듯한 모습으로 비춰지고 있다면서 문제 해결 당사자인 쿠팡이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는데요.

특히 이번 논란은 2021년 타결된 1, 2차 사회적 대화의 합의안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 데서 시작됐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관련해서 인터뷰 듣고 오겠습니다.

[김광석 / 전국택배노동조합 위원장]
“노노 갈등이라고 생각하지는 않고요. 서로의 안이 다를 뿐이다.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고, 택배 노동자들의 과로를 줄이기 위한 방안을 이미 냈습니다. 여러 종합적인 안을 냈고 그런데 쿠팡은 노동조합이 낸 안에 대해서 지금까지 단 하나도 구체적 답변을 주고 있지 않습니다.
쿠팡은 지금 현재 자기들 시스템으로 봤을 때 분류 작업이 아니다. 이런 주장을 계속 해 왔죠. 그냥 상차 작업의 일환이다. 쿠팡은 롤케이지 안에 두 사람, 세 사람 물건이 혼적해서 들어가요. 그러면 롤케이지에 담겨있는 물건을 또 분류해서 가져가야 하거든요. 이게 분류 작업이 아니고 뭐냐...
더구나 쿠팡이 이야기하는 것은 1~2차 사회적 합의에 자기들이 동참하지는 않았지만 1~2차 사회적 합의의 내용보다 훨씬 더 높은 수준에서 (예방책을) 이행하고 있다고 하는데 제주 사망 사건을 보더라도 어디서 1~2차 사회적 합의보다 더 높은 수준의 내용이 이행되고 있는지, 확인도 안 되는데. 이건 언론도 그렇고 시민, 소비자도 그렇고 국회도, 정부도 다 기망하는 행위가 아니냐는 거예요.”

▲앵커=네, 잘 들었습니다. 배송기사들의 과로사 문제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끊이지 않고 제기되고 있는데요. 누군가는 ‘소비자 편의’를 앞세우지만, 지금의 상황까지 소비자들이 원했던 일이었을지,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할 시점인 것 같습니다. 이번주 <뉴스픽>은 여기까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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