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방송뉴스]

서울서부지법 난동 사태 가담자들에 대한 1심 선고가 지난주 나왔는데요. 재판 시작 후 가장 많은 인원인 59명이 한날 모두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그 중 벌금형을 선고받은 다큐멘터리 감독에 대한 유죄 판결이 논란입니다. 이번주 <뉴스픽> 시간에는 서부지법 사태 재판 진행 상황을 조나리 기자와 짚어보겠습니다.

조 기자, 지난주 서부지법 난동 사태 가담자들에 대한 1심 선고가 있었죠?

▲조나리 기자=네, 지난 1일이었죠, 서울서부지법 난동 사태 이후 처음 공동 기소된 63명 중 지난달 1심 선고가 나온 4명을 제외하고 나머지 피고인들에 대한 첫 선고가 오전, 오후로 나뉘어 선고됐습니다.

오전에는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의 구속 심사가 끝난 후 서부지법을 벗어나는 공수처 차량을 막아서고 공격한 10명에 대한 선고가 있었고요, 오후에는 법원에 침입해 난동을 부린 49명에 대한 선고가 있었습니다.

이날까지 기소된 63명 모두 유죄판결을 받았고요. 46명은 실형을, 15명은 집행유예, 2명은 벌금형을 선고 받았습니다.

▲앵커=네, 서부지법 사태와 관련해 현재까지 재판이 얼마나 진행됐나요?

▲기자=네, 서부지법 난동 사태로 기소된 이들은 총 128명입니다. 이들 중 95명은 구속 상태로, 33명은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는데요.

지난 1일 무더기 선고가 추가로 나오면서 128명 중 81명에 대한 1심 재판이 마무리 됐습니다. 비율로는 전체 기소자의 63%에 해당합니다.

지난주 선고가 나온 피고인 대부분 항소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실제로 먼저 1심 선고가 나왔던 이들 중 2명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았다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되기도 했습니다.

▲앵커=네, 지난 1일 선고에서 지금까지 이 사건과 관련해 나온 형량 중 가장 높은 형량이 선고됐다고 하죠?

▲기자=그렇습니다. 당시 건물 내부에 방화를 시도하고, 법원 7층까지 침입한 일명 ‘투블럭남’ 심모 씨가 징역 5년을 선고 받았는데요. 검찰이 구형한 5년을 그대로 받아들인 겁니다.

심씨는 특수건조물침입, 특수공무집행방해, 현존건조물방화미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상태였는데요. 당시 경찰관을 폭행해 법원에 침입하고 타인에게 기름을 뿌리게 한 뒤 불붙인 종이를 던진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다만 1심 재판부는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는 점, 범행 당시에는 만 19세 미만의 나이였던 점은 유리한 사정으로 참작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심씨는 선고 직후 “소년범 전과 하나 없는데 인생이 망했다”면서 소리치다가 호흡 곤란 증세를 보였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외에도 사랑제일교회 특임전도사로 알려진 이 모 씨가 징역 3년을 선고 받았습니다. 이씨는 법원 경내는 물론 건물 7층까지 올라가 판사실을 발로 차는 등의 위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앵커=네, 이날 선고 직후 서부지법에서 재판에 대한 설명자료를 배포했다고 하죠?

▲기자=그렇습니다. 재판부는 오후에 선고된 49명의 피고인에 대해 각각 법원 몇층까지 침입했는지 적시하고 구체적인 혐의도 일일이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법원의 재판 과정이나 결과가 개인의 신념이나 기대와 다르다는 이유로 불법적 방법을 동원해 공격하는 행위는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포장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재판부는 또 “이 같은 행위는 헌법이 부여한 사법권의 정당성을 훼손할 뿐만 아니라 법관의 독립적인 판단을 위축시켜 결과적으로 우리 사회의 법치를 크게 후퇴시킨다”면서 “범행의 수단과 경위, 내용에 비추어 볼 때 죄질이 무겁고 비난가능성도 매우 크다”고 덧붙였습니다.

▲앵커=네, 반면 피고인들이 즉각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하죠?

▲기자=그렇습니다. 피고인 측은 판결 직후 서부지법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항소 의사를 표명했습니다.

서부자유변호사협회는 “부당하게 구속기소 된 서부지법 사태 관여자들에 대해 대부분 실형을 선고함은 물론 단순히 법원 경내에 진입한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들도 예외 없이 실형을 선고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들도 유죄 증거로 사용됐다고 주장했는데요.

또한 피해자인 서부지법이 가해자 입장인 피고인들을 심판한 것이 공정하냐면서, 항소심에서 문제를 바로 잡겠다고 밝혔습니다.

▲앵커=네, 그런데 이번 선고에서 사건 당일 영상 촬영을 했던 다큐멘터리 감독이 벌금형을 받은 것과 관련해 논란이 일고 있다고 하죠?

▲기자=네, 바로 정윤석 감독인데요. 지난 20여년 동안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온 정 감독은 국내에서 발생한 주요 사건, 사고들을 다큐멘터리로 제작하고 베를린 등 국내외 영화제에서 수상을 하기도 했습니다.

사건 당일도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영장 발부 결과를 기다리던 중, 법원 난입 소식을 듣고 곧장 현장으로 간 정 감독은 서부지법 후문 옆 화단에서 사태를 촬영하다가 체포됐는데요. 법원 건물 안을 들어간 것은 아니었고 경내에만 진입한 상태였습니다.

당시 정 감독은 경찰에 신분을 밝히고 취재 중이라고 설명했지만, 결국 재판에 회부 됐고요. 단순건조물침입 혐의만 인정돼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앵커=네, 재판부가 그렇게 판단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기자=네, 법원은 정 감독에게 다큐멘터리 영화를 찍을 표현의 자유 내지 예술의 자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개인적인 작품 활동의 경우 보도 목적이 명백한 언론기관과 비교해 수단이나 방법, 정당행위 성립 여부를 신중하게 봐야 한다고 밝혔는데요.

당시 법원이 외부인의 출입 자체를 통제하고 있었던 점, 정문 출입이 막히자 개방된 후문을 통해 경내로 들어간 점 등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긴급성이 인정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앵커=네, 언론과 기준을 달리해야 한다는 건데, 그런데 앞서 정 감독이 촬영한 영상들이 언론 보도에도 활용이 됐다고 하죠?

▲기자=그렇습니다. 지난해 12월 JTBC에 방송된 계엄 특집 다큐에도 정 감독이 촬영한 영상이 사용됐는데요. 자막에도 화면 제공자로 정 감독의 이름이 명기됐습니다. 이에 정 감독이 제작해 온 영상물이나 활동 목적이 언론과 다르지 않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입니다.

형평성 문제도 제기됐습니다. 당시 법원 안으로 들어가 난동 상황을 촬영했던 JTBC 취재진은 “보도를 위한 공익 목적”에 해당한다며 무혐의 결정을 받았는데요. 뿐만 아니라 해당 취재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예술단체는 성명을 내고 “같은 현장을 촬영한 언론사 기자는 포상을 받고, 독립예술가는 처벌받는 차별이 벌어졌다”고 비판했습니다.

정 감독 역시 “법원이 언론은 공익성은 인정하면서도 예술의 공익성은 인정하지 않았다”면서 “저널리스트이기도 한 다큐 감독의 특수성은 물론 다큐 감독 존재 자체를 부정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앵커=네, 당일 정 감독이 촬영한 영상이 수사 자료로도 활용됐다고 하죠?

▲기자=그렇습니다. 정 감독은 체포 당일 유치장에 갇힌 상태에서 자신이 촬영한 영상을 경찰이 강제로 압수했다고 하는데요. 조사 과정에서 영상을 임의제출하겠다고 밝혔음에도 영상을 압수한 조치에 대해 불만을 드러냈습니다.

이후 자신의 영상이 당시 법원 난동 관련자들의 채증 자료로 사용됐다는 게 정 감독의 주장입니다. 또한 그렇다면 오히려 자신의 영상이 공익 목적으로 사용된 것인데, 무죄 판결을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도 되물었습니다.

정 감독은 자신의 영상이 경찰에 압수됐다는 이유로 재판 과정에서 다른 피고인들에게 ‘좌파’ 혹은 ‘프락치’ 등 2차 가해에 시달려 왔는데요.

정 감독은 이 사건과 관련해 공동 기소된 63명 중 유일하게 불구속 재판을 받았는데, 그게 영상 제공 대가가 아니냐는 공격을 받기도 했습니다.

▲앵커=당시 현장을 생중계하다 기소된 극우 유튜버들도 많이 있었죠? 같은 혐의인가요?

▲기자=적용 혐의는 다를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사건에서 극우 유튜버들은 단순히 경내와 법원 내부에 침입해 상황을 중계하고 조회수와 후원을 챙긴 것뿐 아니라 폭력 사태의 배경으로 지목됐을 정도로 문제가 컸었는데요.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됐다는 소식이 나오자 유튜버들이 거친 욕설과 험악한 분위기를 조장하고 폭력을 유도했다는 지적입니다. 그러니까 사고가 터진 이후에 그 상황을 촬영한 언론이나 정 감독과는 행위 자체가 다른데요.

만약 극우 유튜버 중 이미 난동이 벌어진 후 경내나 법원에 침입해 촬영만 했다면, 공동정범까진 아니라도 방조범으로 처벌받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형법상 방조행위는 어떠한 범죄행위를 용이하게 하는 모든 직간접 행위를 말합니다. 유형적, 물질적 방조뿐만 아니라 정범의 범행 결의를 강화시키는 응원이나 격려, 동조 등 정신적 방조행위도 포함됩니다.

때문에 만약 정 감독이 폭력 사태 방조 행위로 기소 됐다면, 무죄 판결을 받았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정 감독은 폭력이 아닌 경내에 진입한 행위로만 기소가 됐기 때문에 유죄 판결을 받게 됐습니다.

▲앵커=네, 많은 사람들이 정 감독의 무죄 판결을 촉구하고 있다고 하죠?

▲기자=네, 올해 4월만 해도 220개 단체와 약 1만 5,000여명이 정 감독의 무죄 탄원서 제출에 동참했고요. 1심 선고 직전인 지난 7월에도 성명이 이어졌습니다.

또한 같은 현장을 취재했던 JTBC 기자도 정 감독에 대한 선처를 촉구했는데요.

이외에도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에서 정 감독을 가르친 김동원 전 한예종 교수, 박찬욱·김성수·장항준 등 영화 감독들도 무죄 판결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했습니다.

정 감독은 기자회견을 통해 많은 분들이 도와줬음에도 무죄 판결을 받지 못해 죄송한 마음이 있다면서, 항소심 재판부에서 꼭 무죄 판결을 받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앵커=네, 정 감독은 이번 판결에 대해 어떤 입장을 밝혔나요?

▲기자=네, 정 감독은 받아들일 수 없는 판결이라는 입장입니다. 재판부가 다큐멘터리, 혹은 다큐멘터리 감독이라는 직업적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인데요.

관련해서 정윤석 감독의 인터뷰 듣고 오겠습니다.

[정윤석 / 다큐멘터리 감독]

“저는 일단은 새벽 3시 43분에 도착을 해서 실제로 그 후문 근처에서 대기 중이었습니다. 왜냐면, 그때 기자들 폭행도 심했고 한 1시간 20분 정도 그냥 대기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건물 안에서 펑 소리가 들린 거예요. 그래서 이제 카메라 들고 황급하게 들어가서 그 후문 쪽 보면 화단이 있어요. 울타리 쪽에서 그냥 거기서 서서 트라이포트처럼 서서 찍고 있었던 거죠. ENG 카메라로.

재판부가 다큐멘터리 영화가 뭔지 잘 모르시는 것 같고요. 왜 다큐멘터리 감독들이 그렇게 가자지구 직접 들어가서 사망하고 그렇게 찍겠습니까? 뭐 밖에서 찍으면 된다. 이 논리는 그렇게 따지면 이번에 12월 3일날 있잖아요, 4일날. 아니 그러면 취재진이 왜 거기 가서 계엄군 막습니까? 그냥 밖에서 국회 밖에서 찍지, 울타리 밖에서.

법원이나 어떤 특정 국가적 재난이 있을 때 공공기관에 들어오지 말고 그냥 내부적으로 주는 자료 받아서 그걸로 기사 써라. 약간 그 말인데 이거 언론한테도 위축 효과를 일으키는 굉장히 안 좋은 선례 남긴 거라서...”

▲앵커=네, 정 감독 역시 항소의 뜻을 밝혔는데요. 항소심에서는 주로 어떤 부분을 다툴 것으로 보이나요?

▲기자=네, 정 감독은 우선 언론과의 형평성 문제를 주로 다퉈보겠다는 방침입니다. 언론의 자유와 예술 및 표현의 자유가 모두 헌법상 보호되는 가치인데 같은 목적의 두 행위가 전혀 다른 법적 평가를 받았다는 지적입니다.

또한 정당방위가 인정되지 않은 부분도 집중적으로 따져볼 계획인데요. 정 감독은 당시 위급한 상황과 사안의 중대성, 본인의 직업에 비춰 충분히 정당방위를 인정받을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정 감독 사건은 언론은 물론 영화계나 예술계에서도 주목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라 향후 항소심 재판부의 선고 결과도 큰 관심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네, 잘 들었습니다. 한국 사회 큰 충격을 안긴 서부지법 사태가 이제 1심 재판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는데요. 피고인 대부분이 항소를 예고한 만큼, 최종 결과가 나올 때까지 계속 지켜봐야겠습니다. 이번주 <뉴스픽>은 여기까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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