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예림 기자 (진행자)
오늘은 난감한 상황 하나를 가정해봅니다. 돈을 빌려주었는데 채무자가 돈이 없어 돌려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채무자가 상속을 받게 됐습니다.
그렇다면 돈을 빌려준 사람 입장에서는 채무자가 상속재산으로 돈을 갚을 것이라고 생각해 한시름 덜겠죠.
그런데 갑자기 채무자가 상속을 포기하거나 분할 협의를 통해 상속재산을 거의 받지 않게 된다면, 채권자는 허탈할 수 밖에 없는데요. 이런 경우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법무법인 율샘 허용석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변호사님 안녕하세요.
▲허용석 변호사 (법무법인 율샘)
네, 안녕하세요.
▲진행자
변호사님, 채무자가 상속포기나 상속재산분할협의를 통해 상속을 받지 않게 되면 상속재산으로 채권을 집행하려던 채권자는 굉장히 당황스러울텐데요. 이 경우에 채권자가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을까요.
▲변호사
채무자가 상속을 받게 되면, 이제 상속재산에 대하여 압류한다든지 해서 빌려준 돈 받을 수 있게 되겠다 생각하게 될 텐데요. 갑자기 채무자가 상속을 받지 않았다는 것을 알면 난감해 질 수 있습니다.
비단 이러한 상속사건 뿐만 아니라, 채무자가 이혼하고 재산분할을 아예 받지 않는다던가 하는 방법으로 재산을 취득할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이 경우 채권자는 민법상 사해행위취소를 주장하여 채무자의 이러한 재산 포기행위를 취소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즉, 민법상 사해행위취소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입니다.
▲진행자
민법상 사해행위취소권. 이건 뭔가요?
▲변호사
네. 사해행위취소(민법상 채권자취소권으로 규정)란 채무자가 채권자를 해함을 알고 재산권을 목적으로 한 법률행위를 한 때, 채권자가 해당 법률행위를 취소하게 할 수 있는 권리로서, 소 제기의 방식으로만 행사해야 하는 권리입니다. 즉, 사해행위취소소송을 제기하여야 합니다.
채무자가, 자력 부족상태임에도, 법률행위를 통하여 상속재산을 취득하지 않는다면, 채무자는 채무를 변재할 수 없는 상태 즉, 채무초과상태에 머물게 되고, 이러한 상속재산을 포기하기로 하는 법률행위를 채권자취소권을 행사하여 취소시킬 수 있는 것입니다.
▲진행자
채무자가 상속재산을 안 받게 될 때는 언제든지 채권자취소권 행사가 가능한 건가요?
▲변호사
상속재산을 받지 않기로 하는 행위는 민법상 상속포기에 의할 수 있을 것이고, 상속인들간 상속재산분할협의에 의하여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두가지를 구분해서 보아야 합니다.
먼저, 상속인 간 상속재산분할협의에 의하여 상속을 받지 않기로 한 경우에는 채권자가 사해행위취소소송을 통하여 이러한 협의를 취소시킬 수 있습니다.
▲진행자
채권자를 해하는 상속재산분할협의가 있을 때, 사해행위취소를 할 수 있다는 것이죠. 구체적인 요건이 궁금한데요.
▲변호사
민법상 몇 가지 요건이 규정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채무자의 악의란 내가 상속재산을 받지 않음으로써 채무를 변제할 수 없게 된다, 즉 무자력에 빠지거나 머물게 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사해행위취소권은 소송으로 제기하여야 하는데, 소 제기 기간에 관한 규정이 있습니다.
▲진행자
기간 소송을 제기해야 하는 건데. 만약 사정이 있어서 기간이 지나버렸어요. 어쩔 수 없이 그 후에 소 제기를 하게 됐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어떻게 되나요?
▲변호사
채권자가 취소 원인을 안 날로부터 1년, 법률행위가 있은 날로부터 5년 내에 소를 제기하는 방법으로만 행사할 수 있고, 이러한 1년, 5년이라는 기간을 제척기간이라고 부르는데요, 위 기간이 지나서 소를 제기하면 각하되기 때문에, 소를 제기하기에 앞서 제척기간 내인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진행자
소송이 각하될 수 있으니 기간을 꼼꼼히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겠네요. 그런데 변호사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채권자는 상속재산분할협의가 있음을 안 날로부터 1년, 그러한 협의가 있었던 날로부터는 5년 이내에 소송을 제기하여야 하는데, 채권자로서는 상속재산분할협의가 있었던 날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변호사
상속재산 중 부동산이 있다면 상속재산분할을 원인으로 등기가 이루어지게 될 텐데, 해당 등기부상 등기원인에 상속재산분할협의 일자가 기재됩니다. 특별한 사정이없는 한 해당 등기원인 일자에 상속재산분할 협의가 있었다고 인정됩니다.
▲진행자
만약 채무자 쪽에서 채권자의 사해행위취소소송을 막으려고 일부러 상속재산분할협의 일자를 굉장히 앞당겨서 등기원인으로 기재해 두면 어떻게 하나요.
▲변호사
네 채권자가 실제 상속재산분할협의가 등기상 등기원인 일자와 다른 날짜에 이루어졌다는 것을 입증해 내지 못한다면, 등기상 기재된 일자를 상속재산분할협의 날짜로 보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사해행위취소소송을 제기하기에 앞서 상속재산분할협의 날짜가 등기부상 기재되어 있는지, 기재되어 있다면 제척기간이 지난 것은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진행자
상속포기의 경우에도 이러한 소송을 제기할 수 있을까요?
▲변호사
채권자 입장에서는 채무자가 상속포기를 했건, 상속재산분할 협의를 했건 채무자가 상속재산을 취득하지 않았다는 결과는 같은데요.
그런데 사해행위취소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가에 관하여는 차이가 있습니다.
즉, 법원은 채무자가 상속포기를 하였다면 채권자는 이에 대하여 채권자취소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즉, 사해행위취소소송은 “재산권에 관한 법률행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인데, 상속포기는 “재산권에 관한 법률행위”라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사해행위취소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 판례의 입장입니다. 상속포기는 상속인의 지위를 소급적으로 포기하는 것이기 때문에 ‘인적 결단’으로서의 성격을 가지게 되고, 일부 재산적 법적 효과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순전히 재산권에 관한 법률행위라고만 볼 수 없다는 것이 판례의 설명입니다.
▲진행자
정리하면, 상속재산분할협의는 “재산권에 관한 법률행위”기 때문에 사해행위취소의 대상이 되지만, 상속포기는 “재산권에 관한 법률행위”에 해당하지 않아서 사해행위취소의 대상도 되지 않는다는 것이군요.
▲변호사
네, 채무자가 상속포기가 아닌, 상속재산분할협의를 통하여, 상속을 아예 받지 않거나 상속을 매우 적게 받은 경우라면 채권자는 사해행위취소소송을 제기할 수는 있지만 제척기간의 문제가 있으니, 상속재산분할협의가 있었던 시점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정도로 요약이 가능하겠습니다.
▲진행자
네 변호사님 말씀 감사합니다.
오늘은 채무자가 상속인이 되었음에도 채무를 피할 목적으로 상속재산을 받지 않는 경우 채권자의 대응 방법에 관하여 살펴보았습니다.
지금까지 법무법인 율샘 허용석 변호사님과 함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