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예림 기자 (진행자)
부모님이 세상을 떠난 슬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상속재산에 관한 분쟁이 발생한다면 더욱 마음이 아플텐데요.
부모님 살아생전에 누가 재산을 얼마 가져갔는지를 두고 다툼이 있기도 하지만, 누가 부모님을 더 잘 모셨는지를 가지고도 논쟁이 이어지기 마련입니다. 내가 부모님을 주로 모셨으니 그만큼 보상을 받아야겠다는 건데요.
그렇다면 이러한 주장이 과연 타당한지, 타당하다면 부모님을 모시는 행위가 어느 정도에 이르러야 상속분에 도움이 될지 궁금해집니다.
완벽한 상속, 오늘은 법무법인 율샘의 허용석 변호사와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어서오세요.
상속분쟁이 일어났을 때 누가 재산을 더 가져갔느냐, 이것을 가지고도 다툴 수 있지만, 누가 부모님을 더 모셨느냐, 더 보살폈느냐 이것을 가지고도 다툼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상속분쟁에서 이러한 다툼이 가지는 의미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허용석 변호사 (법무법인 율샘)
누가 재산을 더 가져갔느냐 하는 부분은 상속법상 특별수익이라는 용어로 표현을 하고요. 누가 부모님을 더 모셨느냐 하는 부분은 기여분이라는 용어로 표현을 합니다.
이미 받아간 재산, 즉 특별수익은 미리 상속을 받은 것으로 취급되어 상속개시 시 받아갈 재산이 줄어드는 효과를 가져옵니다.
기여분의 경우에는 망인을 모시는데 기여한 노력을 재산적으로 평가하여, 기여분을 인정받은 상속인은 법정상속분보다 더 많은 상속분을 인정받을 수 있게 되는 효과가 발생합니다.
▲진행자
오늘은 이중 기여분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설명 듣고 싶은데요. 기여분을 부모님을 모신 대가 이 정도로 이해하면 되는 것일까요.
▲변호사
일반적으로 기여분이라고 하면 주로 부모님을 모시는 것 즉, 부양에 대한 기여도를 의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좀 더 정확히 설명하자면, 기여분이란 상속 시 피상속인의 재산의 유지 또는 증가에 관하여 특별히 기여하였거나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한 자가 있는 경우 이를 상속분 산정 시 고려하는 상속법상 제도를 의미한다고 설명할 수 있겠습니다.
▲진행자
설명해주신 것에 따르면 부양, 그러니까 부모님을 모시는 행위뿐만 아니라, 재산을 유지하고 증가시키는 데에 얼마나 기여를 했느냐, 이 역시도 기여분의 내용이 된다는 말씀이시군요.
▲변호사
네. 간단하게 말해서, 기여분은 ‘재산적 기여’와 ‘부양’의 두 가지 내용으로 이루어진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진행자
그러면 상속재산을 나눌 때 이러한 기여분 주장은 언제, 어떻게 하게 되는 것인가요.
▲변호사
기여분 주장은 상속재산분할심판 시 하게 되고, 유류분 반환 청구소송에서는 기여분을 주장할 수 없는 것이 원칙입니다.
▲진행자
유류분 반환 청구소송에서는 기여분 주장이 어렵다고 방금 말씀 하셨는데요. 망인을 부양하거나 재산적으로 기여하였다면 상속재산을 좀 더 가져갈 수 있게 해주는 혜택을 주는 것이 기여분 제도의 취지라고 이해되는데요. 그렇게 따지면 유류분청구소송에서도 기여분을 인정해 주는 것이 타당한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드는데요?
▲변호사
네. 분명 유류분 청구소송에서도 기여분을 인정할 필요는 있습니다. 그러나 기존판례가 유류분 청구소송에서 기여분을 인정해 주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기여분의 대상이 망인의 사망당시 재산이라는 점입니다.
상속재산분할심판은 망인의 사망 당시 재산을 상속인들이 나누는 절차이고, 유류분반환청구소송은 상속재산을 많이 가져가서 유류분을 침해하고 있는 상속인에 대하여 반환을 청구하는 절차입니다.
이 때문에, 망인의 사망당시 망인 명의 재산을 대상으로 하는 상속재산분할심판 과정에서 기여분을 주장할 수 있는 것입니다.
▲진행자
네, 정리를 해보자면 기여분을 인정할 때 망인의 사망 당시 망인명의 재산에서 기여도만큼 재산을 받아오는 것이기 때문에, 이미 다른 상속인 명의로 되어 있는 상속재산을 다시 돌려달라고 하는, 반환청구하는 유류분 청구소송에서는 기여분 주장을 할 수 없는 것이군요.
▲변호사
네. 기존까지는 그러한 해석이 기여분을 규정한 민법 제1008조의2 문헌 해석에도 합치하였고, 판례 역시 같은 해석을 하고 있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최근에는 이 유류분소송에서도 기여분이 인정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이러한 주장이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변호사
네. 유류분반환청구소송에서 기여분을 인정하는 듯한 판례가 나온 후, 이를 유류분에서도 판례가 기여분을 인정하였다고 해석하는 의견도 있습니다.
그러나 역시 조문상 기여분은 망인의 사망당시 재산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해당 판례가 유류분청구소송에서 기여분을 정면으로 인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분명 기여분을 인정하는 것과 유사한 결론을 도출해 낸 판례인 것은 분명합니다.
▲진행자
유류분에서 기여분을 인정하는듯한 이 판례가 궁금한데요. 잠깐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변호사
2022년에 선고된 대법원 2021다230083(본소), 2021다230090(반소) 판결에서 유류분청구소송에서 기여분을 인정하는 취지의 판시를 하였는데요.
해당 판시에서 법원은 기여분이 있는 상속인에게 망인이 그 대가의 의미로 증여를 한 것이라면, 이는 특별수익, 즉 상속분의 선급으로 볼 수 없어서 특별수익에서 제외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쉽게 설명하면, 부모님 살아생전에 자식이 어떤 일을 해주고 그에 상응하는 돈을 받았다면 그것을 증여받은 것으로 볼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즉 부양을 한 대가로 돈을 받은 것으로 이론을 구성하여 이를 증여가 아닌 정당한 거래관계처럼 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진행자
유류분청구소송에서 기여분을 주장할 수는 없지만, 기여의 대가로 받은 증여의 경우는 특별수익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것이 판례의 태도라고 이해하면 되겠군요.
▲변호사
네. 그런데 좀 허무하게도 앞으로는 이러한 판례해석이 크게 중요하지는 않게되었습니다.
▲진행자
최근 나온 헌법재판소 결정 때문인가요.
▲변호사
맞습니다. 최근 헌법재판소에서 기여분에 관한 제1008조의2를 유류분에 준용하지 않은 민법 제1118조에 관하여 헌법불합치 결정을 하였죠.
유류분청구소송에서 기여분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 기여상속인이 정당한 대가로 받은 기여분 성격의 증여까지도 유류분반환의 대상이 됨으로써, 기여상속인에게 보상을 하려고 하였던 피상속인의 의사가 부정되는 불합리한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는데요.
재미있는 것은 해당 헌재결정문에서도 앞서 본 대법원 판례가 언급되었다는 점이죠. 즉 헌재에서는 해당 대법원 판례로 인하여, 기여상속인이 자신의 기여에 대한 대가로 피상속인으로부터 증여를 받은 경우에는 해당 증여가 유류분 산정 기초재산에 산입되지 않을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고 평가하면서도, 해당 판결만으로는 기여분에 관한 민법 제1008조의2를 유류분에 준용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하면서 2025. 12. 31.까지 이에 관한 입법을 하라는 취지의 헌법불합치 결정을 하였습니다.
따라서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 취지에 따라, 유류분청구시에도 기여분을 인정하는 취지의 입법이 조만간 이루어질 것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하지만 그러한 입법이 이루어지기 전이라도, 앞서 언급한 판례와 헌법재판소 헌법불합치결정을 이유로, 유류분청구소송에서 기여분을 주장하는 경우가 많을 것 같은데요.
▲변호사
실제로 저희 법인에서도 유류분청구소송에서 위 대법원 판례와 헌법재판소 결정을 근거로, 기여분을 주장하고 있는 사례가 많습니다. 아무래도 헌법재판소 결정도 있었고 하기 때문에, 입법이 이루어지기 전이라도, 재판부에서는 앞서 보신 유류분 청구 소송에서 기여분을 인정하는 듯한 대법원판례를 인용하여, 유류분 청구소송에서 기여분을 인정하는 사례가 보다 늘어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이렇게 기여분이 무엇인지, 기여분은 어떤 경우에 주장될 수 있는지에 관하여 살펴보았는데요. 다음은 기여분은 어느정도가 되어야 인정받을 수 있는지도 궁금한데요.
▲변호사
네. 가장 중요한 부분이고, 가장 어려운 부분이기도 하고, 또 가장 치열하게 다투어지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기여가 어느정도에 이르러야 기여분이 인정된다고 구체적인 규정을 두고있지는 않습니다. 단지 “특별한 부양”이나, “특별한 기여”라고 추상적으로 표현하고 있을 뿐입니다. 따라서 기여분이 인정되기 위한 특별한 부양내지 기여는 무엇인지 결국 해석을 통하여 결론내릴 수밖에 없을텐데요.
▲진행자
그렇다면 특별한 기여란 무엇이라고 해석할 수 있을까요
▲변호사
먼저 배우자의 기여분 주장에 관한 판례의 태도를 살펴보겠습니다.
피상속인의 배우자가 피상속인과 오랜기간 동거하면서, 피상속인을 간병한 것을 기여분으로 주장하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판례는 민법상 배우자는 상호 동거와 부양의무가 존재하기 때문에, 단순히 배우자를 오랜 기간 동거하면서 부양한 것은 민법상 동거와 부양의무를 이행한 것이므로 이는 일반적인 부양에 해당하고, 이는 ‘특별한 부양’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습니다.
따라서 배우자의 경우 “특별한 부양”을 이유로 기여분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굉장히 높은 강도의 병간호, 많은 비용과 시간의 투자등이 필요할 것이라 생각됩니다.
▲진행자
그럼, 같은 원리로 오랜기간 자식들이 부모님을 보시더라도 부모님을 부양하는 것이 법상 의무이기 때문에 기여분을 인정받기 어려운 것일까요.
▲변호사
판례는 성년인 자식의 경우는 조금 달리보고 있습니다. 성년인 자식의 경우도 민법상 직계혈족으로서의 부양의무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판례는 이러한 성년인 자식의 부양의무는 생활에 여유가 있음을 전제로 하는 2차적 부양의무라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성년인 자식이 부모와 오랜기간 동거하면서 부양한 경우는 배우자의 경우에 비해서 “특별한 기여”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진행자
결국 상속인들의 부양이, 민법상 부양의무를 이행한 정도인지, 민법상 의무를 뛰어넘는 정도의 부양인지에 따라 달리 볼 수 있겠네요.
▲변호사
네. 재산적 기여도 마찬가지입니다. 부부가 공동생활을 하면서 서로 재산의 유지 증가에 힘쓴 것을 특별한 재산적 기여로 보는 것에 대해서는 조금 엄격할 것이고, 자식들이 부모님의 재산의 유지, 증식에 기여한 경우는 보다 특별한 재산적 기여로 볼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을 것입니다.
부부간에는 상호 이러한 높은 부양의무가 존재하기 때문에 민법은 배우자에게는 다른 상속인에 비하여 5할의 상속분이 추가하여 주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배우자의 기여분 인정에 좀 더 까다로운 이유는 바로 이러한 고려 때문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진행자
마지막으로 기여분이 인정될 경우 상속분 계산은 어떤 방식으로 하게되나요.
▲변호사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기여분은 현재까지는 주로 상속재산분할심판시 문제되고 있는데요. 기여분이 인정될 경우 기여 상속인에게 전체 상속재산의 일정 비율을 기여분으로 인정하여 먼저 분배하여 주고, 이는 상속재산에서 제외 됩니다. 기여분으로 지급되고 남은 재산을 상속재산으로 하여 이를 상속인간 특별수익등을 고려한 법정상속분에 따라 분할하게 됩니다.
▲진행자
네. 오늘은 상속분쟁에 있어서 문제되는 기여분에 관하여 자세히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오랜시간 수고해 주신 허용석 변호사님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