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태종 이방원' 낙마 장면, 동물학대 논란
퇴역 경주마 '까미', 촬영 일주일 뒤 사망

▲신새아 앵커= 안녕하십니까. ‘LAW포커스’ 신새아입니다.

이번 주 LAW포커스에서는 지금 굉장히 논란이 되고 있는 이슈죠. KBS 드라마 ‘태종 이방원’ 말 학대 사건에 대해 이야기 하려고 하는데요.

이 사건 취재한 김해인 기자와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김 기자, 공영방송인 KBS에서 말을 학대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연일 비난 여론이 상당하지 않습니까.

▲김해인 기자= 네. 국민적 공분이 거세지자 태종 이방원은 2주 연속 결방을 결정했는데요. 

문제가 된 장면은 사극 ‘태종 이방원’ 7회차에 나왔습니다. 이에 KBS 홈페이지에서는 해당 장면이 담긴 7회 다시보기 서비스가 중단되기도 했습니다. 

▲앵커= 문제가 됐다는 그 장면, 어떻길래 이 상황까지 오게 된 거죠. 

▲기자= 개인적으로 제가 그 영상을 봤을 때는 보기가 힘들 정도였고, 무섭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로 끔찍했는데요. 일단 문제가 된 장면을 영상으로 같이 확인해보시겠습니다.

[리포트]

주연배우를 태우고 달리던 말의 머리가 갑자기 땅에 곤두박질칩니다.

몸체가 90도로 꺾인 이 말은 한 바퀴를 돌며 바닥에 그대로 고꾸라졌습니다. 

지난 1일 KBS 1TV 대하드라마 '태종 이방원' 7회에 연출된 이성계의 낙마 장면입니다. 

이 장면은 고스란히 전파를 탔고, 곧 역풍을 맞았습니다. 

지난 19일 KBS 시청자청원엔 “인형을 대역으로 한 게 아닐 텐데 이 말은 어떻게 됐냐. 말의 상태는 어떤지 알려 달라”는 글이 올라오며 동물학대 의혹의 불씨가 지펴졌습니다. 

같은 날 동물권 단체들도 일제히 SNS에 문제가 된 영상을 공개하며 말 학대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동물자유연대는 "말을 쓰러뜨리는 장면을 촬영할 때 말의 다리에 와이어를 묶어 강제로 넘어뜨린 사실을 확인했다"며 “촬영 직후 그 누구도 말의 상태를 확인하는 이는 없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후 “드라마 폐지해야 한다” “우리가 내는 수신료 받아서 동물살인하나” 등 시청자게시판에 비판이 쏟아졌고, 결국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관련 청원이 등장했습니다. 

“방송 촬영을 위해 안전과 생존을 위협당하는 동물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제목의 해당 청원글에는 약 15만 명이 동의했습니다.

외신 역시 이번 논란을 보도하며 “동물학대”라고 꼬집었습니다. 

“한국에는 동물 학대를 금지하는 법률이 있음에도 동물권 단체는 오랜 시간 더 엄격한 시행이 필요하다고 요구해왔다”는 게 미국 CNN 보도입니다. 

파장이 계속되자 KBS는 두 번에 걸친 입장문을 통해 “드라마 촬영에 투입된 동물의 생명을 보호하지 못한 책임을 통감한다“며 “시청자 여러분과 관련 단체들의 고언과 질책을 무겁고 엄중하게 받아들이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최근 말의 상태를 걱정하는 시청자들의 우려가 커져 건강 상태를 다시 확인한 결과 촬영 후 1주일쯤 뒤 사망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도 전했습니다. 

KBS 측은 사고가 재발되지 않도록 하겠다며 사과 입장을 밝혔지만, 동물단체와 시민들의 분노는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동물보호연합 등 동물권 단체]
“공영방송 KBS가 동물학대가 웬말이냐!
KBS의 관행적인 낙마 동물학대를 강력 규탄한다!”

동물권 단체들은 지난 14일과 26일 연이어 KBS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영방송 KBS가 동물학대는 웬 말이냐”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최정주 대표 / 1500만 반려인연대] 
“까미는 어엿한 말 배우였지만 제작진들은 촬영 소품으로 취급하였다. 오늘 하루 소모되고 버려지는 소품이었던 것이다. 이는 단순한 사고가 아니며 사회적 상규에 어긋나는 명백한 동물학대 사건이며, 낙마로 인해 말이 크게 다치거나 심지어 죽을 수도 있다는 인지를 (할 수) 있었던...”

동물권행동 카라, 동물자유연대 등은 KBS를 비롯한 드라마 책임자들을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잇달아 경찰에 고발했습니다. 

이번 사건을 최초로 공론화한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드라마의 한 장면을 위해서 동물에 가혹행위를 했다”고 비판했습니다. 

[조희경 대표 / 동물자유연대]
“드라마 촬영하는 데 있어서 동물을 그냥 도구화시키고 소품 정도로만 인식했다. 그래서 생명이 어떤 고통을 당하는지 그리고 이 생명이  죽을 수도 있다는 이런 우려 이런 것들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는 점. 이렇게 드라마 한 컷 찍기 위해서 생명을 저렇게 무참하게 가혹한 행위를 하는 것에 아무런 도의적 책임을 느끼지 않고...”

일반 시민들 역시 “말이 사망하는 데까지 이르게 한 것은 충격적”이라며 KBS 측에 대한 부정적 반응을 내비쳤습니다. 

[이준용 / 서울 중구]
“사실 어떤 CG나 그래픽 영상으로도 충분히 대체할 수 있는 그런 장면들이었는데 인위적으로 그런 행위를 동물들한테 시킴으로써 동물이 사망하는 데까지 이르러서 굉장히 그걸 듣고 굉장히 충격 많이 받았고, 다른 저희가 모르는 사각지대에도 그런 부분이 많이 일어나지 않을까...”

[권영상 / 서울 성동구]
“말을 그렇게 잡아당겨서 그거 일부러 학대한 거 아니에요 그거. 예를 들어서 사람을 갖다가 뒤에서 잡아당기는 거나 말을 일부러 줄로 잡아당기는 거나 똑같잖아 그게. 사람이나 말이나 행동은 똑같지. 부당하지 그러면.”

[김영희(가명) / 서울 성동구]
“너무 불쌍하네. 불쌍하다는 생각이 드네. 아무리 연속극도 좋지만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어.”

이런 가운데 법조계에서는 학대의 '고의성' 입증 여부가 이번 논란의 쟁점이 될 것이라고 하면서도 ‘수사기관의 의지’ 역시 핵심 키(Key)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한재언  변호사 / 동물자유연대] 
“그런데 동물은 말을 못하잖아요. 이 사람이 고의로 했다, 뭐 어쨌다 말을 못하니까 결국 모든 동물학대 사건들은 주변 정황을 보고 판단을 한단 말이에요. 그러면 이제 미필적 고의가 있느냐. 미필적 고의는 결국 이 말이 죽을 것을 예견할 수 있었냐. 그리고 이 말이 죽어도 상관없다고 생각을 했느냐. 이 두 가지인데 수사기관이 정말로 의지를 가지고 수사를 한다면 입증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법률방송 김해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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