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방송뉴스]

▲신새아 앵커= 지난해 8월 15일 광복절, 서울 강북구의 한 숲에 고양이가 버려진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유기범은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덜미가 잡혀 범죄 혐의가 인정돼 1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는데요. 

하지만 범인은 반성은커녕 해당 판결이 부당하다며 되려 정식 재판을 청구했고, 지난 22일 첫 재판이 진행됐습니다. 

김해인 기자가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고양이 한 마리가 동공이 확장된 채 몸을 떠는 등 긴장한 기색이 역력합니다. 

길고양이의 경우 중성화했다는 표식으로 귀 끝이 잘려있는데, 이 고양이에게선 찾아볼 수 없습니다.

고양이 바로 옆엔 체크무늬 이동장과 사료가 담긴 비닐봉지도 함께 발견됐습니다.

지난해 8월 15일 북서울꿈의숲에 버려진 고양이 ‘광복이’ 유기 사건 당시 현장 모습입니다. 

고양이 이동가방과 사료는 배수로 사이에서, 고양이 광복이는 이곳 언덕 부근에서 발견됐습니다.

4살로 추정되는 광복이는 중성화가 돼 있지 않은 7kg의 수컷이었습니다. 

공원에서 길고양이들을 관리하는 케어테이커로 활동 중인 강승희씨가 광복이를 처음 발견했고, 유기됐다는 사실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고 그 때의 상황을 회상했습니다. 

[강승희 / ‘광복이’ 유기 최초 목격자]
“낯선 애가 완전히 경직이 돼서 덜덜덜 떨면서 있는 거예요. 너무 무서워서. 그래서 ‘아, 유기다.’ 웬만한 고양이는 영역 동물이기 때문에 그 영역을 벗어나면 애들이 되게 움츠러들고 꼼짝도 못 해요. 뭔가에 되게 무서움을 느끼기 때문에 그 때 유기된 걸 알았고, 가방 째로 버린 거. 그리고 (길고양이) 애들을 무서워(해)서 꼼짝도 못 하면, 걔가 얼마나 무서웠겠어요. 낯선 공간에 와서.”

강씨가 발견 직후 중성화를 해주며 보호하고 입양 준비까지 했지만, 탈수·빈혈·황달 증상 등을 보이며 상태가 급격히 나빠지더니 전신 칼리시 바이러스까지 감염돼 결국 사망에 이르렀습니다.  

버려진지 2주도 안 된 상황에서 이 모든 일이 벌어졌습니다. 

칼리시 바이러스(Feline Calicivirus)는 감염 시 고열·황달·사지부종 등의 증상을 보이는 전염병으로, 궤양성 피부염 등 피부 증상을 동반하기도 합니다. 

고양이마다 증상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치료가 적절히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는 치명적 감염 질환입니다.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을 경우 칼리시 바이러스가 생긴다는 게 전문가의 소견입니다. 

[조호성 교수 / 전북대학교 수의과대학]
“칼리시 바이러스가 대표적으로 면역 억압할 때 나타나는 바이러스예요. 극도의 스트레스를 겪었고 그 과정에서 이제 감염된, 감염 증상이 나타난 거라고 저는 생각이 되거든요. 특히나 길고양이들한테는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긴 한데 집 고양이가 그렇게 됐다는 얘기는 거의 그 수준의 어떤 스트레스를...”

해당 사건이 알려지자 온라인상에선 ‘유기 학대하는 인간들 처벌 좀 제대로 했으면’ ‘짐승만도 못한 인간 천벌받기를 빈다’ ‘똑같이 당해야 한다’는 등의 유기범을 향한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습니다.

최초 목격자 강씨의 경찰 신고로 CCTV를 통해 용의자가 특정됐고, 지난해 9월 23일 유기범 A씨는 검찰로 송치됐습니다.

수사 과정에서 A씨는 고양이를 버린 후 태연히 가족들과 배드민턴을 치며 현장에 머물렀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더욱 공분을 샀습니다. 

이에 고발과 함께 3400여명의 탄원서까지 제출하며 관련 법에 따라 A씨가 제대로 된 처벌을 받도록 하기 위해 힘썼다는 게 동물권 단체 카라 관계자의 말입니다.

[김정아 활동가 / 동물권행동 카라 정책행동팀]
“최근 들어서 저희 센터에도 (동물을) 버리고 간 유기범들이 있었는데 1명은 범인을 잡았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사유를 대며 처벌이 안 됐거든요. 그리고 (다른) 1명은 지금도 찾고 있고...”

현행법에선 동물을 유기할 경우 법적 처벌을 한다고 규정돼 있습니다. 

소유자 등은 동물을 유기해서는 안 되고, 이를 위반할 시 3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명시돼 있습니다.

즉, 동물을 버리는 행위는 엄연한 범죄이며 처벌과 동시에 전과자가 될 수 있는 겁니다.

그러나 유기범 A씨는 약식기소 벌금형 100만원을 선고받은 뒤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했고, 지난 22일 열린 첫 재판에서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습니다. 

A씨 변호인은 “(A씨는) 자신이 키우던 고양이를 잃어버린 것이고 유기의 고의가 없었다”며 “뛰어 놀도록 놓아준 것이고, 나중에 찾으러 갔을 땐 이미 고양이를 버린 것으로 오인한 신고자가 데려간 상태였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정말 (고양이를) 유기하려고 한 것이라면 범행 현장에서 그렇게 오랜 시간 머물 이유 없다”며 “고양이가 잘 놀 수 있도록 이동장 옆에 간식을 뒀고, 배드민턴을 치고 온 사이 고양이를 잃어버린 사실을 확인했다”고 반박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피고인의 주장은 말도 안 된다는 거센 비판이 나옵니다. 

[강승희 / ‘광복이’ 유기 최초 목격자]
“너무 화가 나요 지금. (피고인 주장은) 말도 안 되는 거죠. 고양이를 키우면서 그런 상식도 안 가지고 고양이를 키운다는 건 말도 안 되는 거고. 고양이는 영역 동물인데 강아지도 아니고 놀으라고 목줄도 없이 그냥 거기다 풀어놓고. 말도 안 되죠 그건.”

나아가 A씨의 재판 청구 자체가 의도적일 수 있다는 법조계 추측도 나옵니다. 

[한재언 변호사 / 동물자유연대] 
“왜 (정식재판) 청구를 했을까 고민을 해봤는데 이분이 아까 말한 대로 귀화 관련해가지고는 귀화 일정이 있다면 벌금형이 선고되면 안 되니까 귀화 관련된 거일 수도 있고, 아니면 비자 연장할 때도 전과 기록을 보거든요. 그래서 아마 이 벌금 100만 원이 아까워서라기보다는 다른 것 때문에, 뭔가 본인 국적이나 그런 전과에 영향을 받는 그런 본인의 지위 때문에 정식 재판 청구한 게 아닐까 추측하는 거죠.”

지난해 동물보호법이 개정되며 동물 유기범에 대한 처벌이 과태료에서 벌금으로 강화됐는데, 실질적인 처벌 사례는 찾기 어려운 실정.

“동물을 유기하면 강력한 처벌이 이뤄진다는 사례가 나와야한다”는 게 동물단체의 성토입니다.

[김정아 활동가 / 동물권행동 카라]
“작년부터 동물을 유기했을 경우에 이렇게 처벌이 강화됐는데도 사실상 저희가 알아본 바로는 처벌된 사례가 단 한 건도 없어요. 이번 재판이 굉장히 저희한테는, 이게 우리나라에서 동물을 유기했을 경우 반드시 처벌된다는 그런 강력한 사례로 보여졌으면...”

재판부는 다음달 21일 오전 11시 1심 선고를 내리기로 했습니다.

법률방송 김해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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