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위의 서자④] 헌재 판단 달라졌다... 오토바이 규제 9차례 헌법소원
[도로 위의 서자④] 헌재 판단 달라졌다... 오토바이 규제 9차례 헌법소원
  • 장한지 기자
  • 승인 2017.10.25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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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륜차 운전자의 권리를 전면적·일률적으로 제한하고 있다"
2008년부터 헌재 판단에 변화… "도로교통법 위헌" 소수의견도
2013~2015년 3년 연속 재판관 2명 "입법적 개선 필요" 의견

 

[법률방송뉴스] '상식과 원칙이 통하는 사회' 법률방송 'LAW 투데이' 현장기획, 오토바이 고속도로 진입 금지에 대한 연속기획 네 번째입니다. 오늘은 오토바이 진입 규제의 헌법적 권리 측면을 보도합니다.

그동안 무려 9차례나 헌법재판소에 평등권 침해 등을 이유로 헌법소원이 제기돼 왔다고 하는데요. 같은 사안에 대해 9차례나 헌법소원을 낸 건 극히 드문 일로, 오토바이 운전자들에겐 그만큼 절실한 문제라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9번의 헌법소원, 그동안 우리 헌법재판소가 어떤 판단을 내려왔는지, 판단 내용이 어떻게 달라져 왔는지, 장한지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리포트]

고속도로나 자동차 전용도로 진입 제한에 대한 오토바이 운전자들의 가장 큰 불만은 "왜 가까운 길을 두고 먼 길로 돌아가거나, 30분이면 갈 길을 한 시간씩 걸려 가게 만드느냐"하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불합리'하고 '불평등'하다는 주장입니다.

[정준한(27) / 오토바이 애호가]
"실제로 물리적인 거리가 더 늘어나는 거잖아요. 그러시기 때문에 시간도 많이 들고 비용도 많이 드니까..."

헌법재판소엔 고속도로나 자동차 전용도로 오토바이 진입을 금지하는 도로교통법 해당 조항이 위헌이라는 헌법소원이 끊이지 않고 제기되고 있는데요.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당하고 있다는 것이 헌법소원의 주된 취지입니다.

지난 1998년을 시작으로 지난 2015년까지 헌재에 제기된 관련 헌법소원은 모두 9차례, 이 가운데 3차례는 청구 요건 미비 등으로 각하됐고, 실질적인 심리가 이뤄진 건 6번입니다.

일단 지난 2007년 첫 정식 심리에서 헌재는 재판관 9명 전원일치로 해당 도로교통법 조항이 '합헌'이라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법률로 제한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질서유지나 공공복리, 즉 '공공의 안전'을 위해 오토바이 고속도로 진입을 제한하는 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것이 헌재 판단입니다.

반대 의견이나 다른 보충 의견은 전혀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듬해인 2008년부터 헌재의 이런 판단에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기 시작합니다.

당시 헌재는 9명 재판관 전원일치로 합헌 결정을 내렸는데, 목영준·이동흡 2명의 재판관이 보충 의견을 따로 냈습니다.

"장래 일정한 여건이 갖추어지는 경우에는 이륜자동차의 고속도로 통행이 부분적으로나마 허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이 그것입니다.

'일정한 여건'이라는 단서조항을 달긴 했지만 오토바이 고속도로 진입 허용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입니다.

나아가 2011년에 송두환 당시 헌재 재판관은 오토바이 고속도로 진입 제한은 '위헌'이라는 소수 의견을 냈습니다.

"이 사건 심판 대상 조항은 이륜자동차의 고속도로 등 통행이 우리나라의 도로상황과 교통안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실증적 자료와 경험적 증거가 부족하다",

"대형 사고를 유발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와 경계를 이유로 이륜차 운전자의 권리를 전면적·일률적으로 제한하고 있다"는 것이 송두환 전 재판관의 의견입니다.

즉 뚜렷한 근거나 물증, 자료 없이 막연히 '오토바이는 위험하다'는 인식만으로 오토바이 고속도로 진입을 전면 금지하는 건 평등권 등을 침해하고 있어 헌법에 어긋난다는 겁니다.

이후 2013년, 2014년, 2015년엔 더 다양한 보충의견들이 계속 나옵니다.

(다음은 박한철·강일원 재판관의 보충의견입니다.)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이륜자동차의 고속도로 통행을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제한의 범위나 정도 면에서 지나친 점이 없지 않다",

"안전거리와 제한속도만 지키면 별다른 위험요소가 없는 고속도로와 달리 일반도로는 오히려 횡단보도, 교차로, 무단횡단, 급경사, 급회전 구간 등 위험요소가 오히려 더 많다. 따라서 이륜자동차 운전자들에 대한 일반도로 이용의 강제가 반드시 그들의 생명·신체 보호에 기여한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여러 사정을 종합할 때 적지 않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으므로 일정 배기량 이상의 이륜자동차부터 단계적으로 고속도로 등에서 통행할 수 있도록 입법적 개선을 하는 것이 필요하고 또 바람직할 것이다"라는 의견이 대표적입니다.

즉, 해당 도로교통법 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면 한꺼번에 급작스럽게 아무런 제약 없이 오토바이가 고속도로로 쏟아져 나올 수 있으니 국회가 관련 법을 개정해 순차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라는 취지입니다.

[김종휘 변호사 / MAST 법률사무소]
"지금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을 바로 내리게 된다면 운전자들이 고속도로로 바로 나올 수 있는 여지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도로교통법에 대한 국회 입법 개정을 통해서 순차적으로 허용할 수 있도록..."

실제 미국 등 이른바 선진국에선 이동권을 국민의 보편적 권리로 인정하고 있으며, 충분한 근거와 실증적 자료 없이 그 보편적 권리를 차별적으로 규제하는 것은 일어나기 힘든 일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말입니다.

[김익태 변호사 / 법무법인 도담]
"헌법이 만든 기본권이고, 그 기본권을 침해하려면 굉장히 높은 수준에서 심사를 하게 돼 있습니다. 개인의 기본권은 엄중하게 보호하고 있다..."

오토바이협회 관계자들은 다시 한 번 헌재의 판단을 받아보겠다며 10번째 헌법소원을 낼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같은 사안에 대한 10번째 헌법소원, 헌재가 이번엔 어떤 판단을 내릴지 궁금합니다.

법률방송 장한지입니다.

장한지 기자 hanji-jang@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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