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위의 서자⑩] 지정차로제... 오토바이 운전자들 불법 '부채질'
[도로 위의 서자⑩] 지정차로제... 오토바이 운전자들 불법 '부채질'
  • 장한지 기자
  • 승인 2018.01.12 17: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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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바이는 모든 도로에서 ‘최하위 차로’밖에 이용 못해
좌회전 시 가장 문제... 위험 무릅쓰고 1차로 파고 들어야
‘지정차로제 간소화’ 6월 시행되지만 여전히 최하위 차선

[앵커]

4차선에서 갑자기 차선을 가로질러 1차선으로 들어와서 좌회전하는 오토바이를 보면, 자동차 운전자들 입장에선 정말 화가 많이 나실텐데요.

일부 난폭 운전자야 논외로 하고, 오토바이 운전자들이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고 합니다.

‘상식과 원칙이 통하는 사회’, 법률방송의 연속 현장기획, ‘도로 위의 서자 오토바이’, 오늘(12일)은 지정차로제 얘기입니다.

장한지 기자입니다.

[리포트]

서울 충무로 편도 4차선 도로입니다.

출근 시간이 지나 정체가 풀린 도로 1차선에서 오토바이가 규정 속도를 준수하며 주행합니다. 또 다른 오토바이도 1차선과 2차선을 오가며 운행합니다. 언뜻 아무런 문제도 없어 보이지만 사실 모두 도로교통법을 위반한 ‘불법 주행’입니다.

너무도 당연하게 간주되는 1차로 오토바이 주행. 하지만 현행법상 2차선 이상 도로에서 오토바이가 1차선으로 주행하는 건 불법입니다.

오토바이에 대한 또 다른 찬밥 대우, 바로 지정차로제입니다.

우리 도로교통법은 도로 통행 속도와 운전자 안전을 위해 ‘지정차로제’를 정해 시행하고 있습니다. 승용차처럼 상대적으로 작고 빠른 차는 1차선 쪽으로, 화물차처럼 크고 느린 차는 바깥 차선으로 다니게 하는 식입니다.

편도 2차로 이상 모든 일반 도로에 이런 지정차로제가 정해져 있습니다. 편도 2차로의 경우 1차로는 승용차와 중소형 승합차, ‘그 외’ 차량은 2차로로 주행해야 합니다. 오토바이는 ‘그 외’에 속합니다.

편도 3차로의 경우도 1차로는 역시 승용차와 중소형 승합차, 2차로는 대형 승합차와 1.5톤 미만 화물차, 오토바이는 1.5톤 이상 화물차, 특수자동차, 건설기계차와 함께 3차로로 다녀야 합니다.

편도 4차로도 마찬가지입니다. 1, 2차로는 고사하고 대형승합차와 1.5톤 미만 화물차도 다니는 3차로로도 못가고 대형화물차, 특수차 등과 함께 4차로밖에 못 탑니다.   

작고 빠른 차는 안쪽, 크고 느린 차는 바깥쪽, 크기와 속도, 어느 기준을 적용해도 오토바이는 명백하게 역차별을 받고 있는 겁니다.

위반하면 범칙금이 부과되지만, 내 몸을 생각하면 위반을 안 할 수가 없습니다.

[강경규(48) / 오토바이 운전자]
“바깥 차선 타면 너무 위험하니까 다닐 때 저희 거의 1차선으로...”

오토바이 바깥차로 주행, 정말 위험한지, 법률방송 취재차량이 오토바이 운전자를 따라가 봤습니다.

대로와 이어지는 샛길에서 오토바이가 작아서 안보였는지 그냥 진출하는 자동차와 거의 부딪칠 뻔한 상황이 펼쳐집니다. 

교통 법규를 준수하려면 서행하는 버스 뒤를 졸졸졸 따라가는 수밖에 없고, 버스가 서면 오토바이도 서야 합니다.

대형 화물차를 만나면 마치 거대한 벽을 마주한 듯 시야가 전혀 확보되지 않은 채 달려야 합니다. 

[이병찬(55) / 오토바이 운전자]
“화물차가 크게 가려가지고 앞이 잘 안 보여서 사고 날 확률이 많아요. 앞에 버스가 가게 되면, 큰 차가 가리면 앞이 안보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4차로로 달리다 좌회전이라도 할라 치면 위험을 무릅쓰고 승용차들을 가로질러 제일 안쪽 차선으로 치고 들어가야 합니다.

[이승호(43) / 오토바이 운전자]
“맨 오른쪽 차선에서 좌회전을 하려면 운전자들이 뒤를 보면서 운행을 해서 1차선으로 들어가서 좌회전을 해야 되는데...”

안전을 지키려면 법을 깨야 하고 법을 지키려면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

오토바이 운전자들의 민원이 쏟아지자 정부는 지난달, ‘지정차로제 간소화’를  골자로 하는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일부 개정안을 공포해 오는 6월 18일부터 시행합니다.

[이전형 경감 / 경찰청 도로운영과]
“이륜차와 버스 등이 같은 차로인 최하위 차로로만 이용하도록 규정돼 있어서 사고 위험성도 있고 현실에 맞지 않다, 라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불합리하다, 이런 지적이 많았기 때문에...”

개정 시행규칙은 일단 차선 구분을 왼쪽 차로와 오른쪽 차로로 간소화했습니다.

4차로의 경우 1, 2차로는 왼쪽, 3, 4차로는 오른쪽, 3차로의 경우 1차로는 왼쪽, 2, 3차로는 오른쪽 이런 식입니다.

문제는 이번 개정에서도 오토바이는 여전히 화물차 등과 함께 다니게 해놨다는 겁니다.

[류기현 차장 /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
“그 내용이 변동된 내용이 없기 때문에 대형차와 함께 이륜자동차가 같이 섞여서 운행하게 됨으로써 이륜자동차의 안전도 향상이 되는 측면은 없다고...”

‘외국 같은 오토바이 전용 좌회전 구역 설치나 오토바이 전용차선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그저 승용차와 똑같이만 대해 달라‘는 것이  오토바이 운전자들의 하소연입니다.

그동안 지정차로제 위반은 범칙금만 부과됐는데 개정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은 여기에 더해 과태료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개정됐습니다.

법률방송 장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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