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방송뉴스]
HBM 수요가 강세를 보이면서 국내 반도체 업계에 긴장감이 돌고 있습니다. SK하이닉스에 HBM 생산 장비를 독점 공급해 온 한미반도체와 SK하이닉스의 동맹에 균열이 일고 있는 건데요. 최근 거래선을 늘리려는 SK하이닉스에 반발한 한미반도체가 생산라인 엔지니어를 철수하면서 양사가 전면전에 돌입했습니다.
국내의 경제와 산업별 이슈를 짚어보는 <경제인이슈>. 오늘은 김종효 알파경제 이사님과 국내 반도체 업계의 흔들리는 동맹과 향후 공급망 변화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Q. 한미반도체-SK하이닉스 갈등 이유는?
▲김종효 알파경제 이사=네, 8년간 두 업체가 협력을 해왔는데요. 그동안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를 이긴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이기게 된 가장 결정적 계기는 HBM이라는 가장 비싸게 팔 수 있는 소위 고수익 메모리에서 삼성전자와 격차를 벌린 데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겟죠. 엔비디아향 물량을 거의 독점하다시피 하면서 HBM에서는 압도적인 우위를 보여왔다. 이렇게 볼 수 있는데요. 가장 크게 기여한 업체가 바로 한미반도체입니다.
왜냐하면 HBM이라는 게 결국 D램을 쌓은 것인데 쌓는 방식에 있어서 삼성전자는 하나하나 접착하는 방식을 썼다면, SK하이닉스는 전체를 쌓아놓고 한 번에 붙이는 방식을 썼는데요. 이런 방식에 있어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 TC본더, 우리가 본딩이라고 하잖아요. 붙이는 것을. 이 TC본더를 제공한 한미반도체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그런데 SK하이닉스가 최근 한화세미텍을 끌어오면서 공급망을 다양화하려는 시도가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한미반도체가 격하게 반응을 하기 시작했고, 그래서 앞서 언급해 주신 대로 생산 라인에 투입한 사람들을 빼고 장비 가격을 대거 올리면서 이 전쟁이 시작됐다. 이렇게 얘기가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하나 더 살펴보면 이런 현상이 나타난 이유는 좀 더 본질적인 이유가 있습ㄴ다. 최근에 나타난 표면적인 이유 중 하나는 엔비디아의 최신칩인 ‘블랙웰’의 공급이 생각보다 잘 안 되고 있다. 그러면서 지금 엔비디아에 HBM 재고가 쌓이고 있는 게 아니냐, 이런 얘기가 나오면서 SK하이닉스가 이익의 압박을 받으면서 비용을 낮추는 전략을 찾는 과정에서 공급선을 다양화하려는 게 아니냐. 즉, 한미반도체에게 독점적으로 받으면 가격 협상력이 없으니까, 애플이나 삼성전자가 취하는 멀티벤더 전략으로 가려는 것이 아니냐, 이런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Q. 한미반도체, 강한 반발 이유는?
▲김종효=반발할 이유가 원래는 없죠. 왜냐하면 한미반도체도 최근 마이크론으로 점점 업력을 넓히고 있거든요. 그러면 SK하이닉스가 새로운 기술력 있는 업체를 찾는 것에 대해서 한미반도체가 반발할 이유는 없는데, SK하이닉스가 엄청나게 이익이 성장했잖아요. 항상 2등 업체였던 SK하이닉스가 HBM에서 1위로 올라오면서 이익 기준으로 1위로 올라왔단 말이죠. 그러면 이렇게 성장했는데 그동안 8년 동안 한미반도체가 SK하이닉스와 협력하면서 어떻게 했느냐, 장비의 유지보수 인력을 무료로 파견하고 비용을 올리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SK하이닉스의 이익이 조 단위로 성장하고 있는데, 그러면 한미반도체도 자연스럽게 가격을 요구할 거 아니겠습니까?
그다음에 한미반도체가 마이크론이라는 또 다른 동반자를 찾은 시점부터 자신감이 생겨서 SK하이닉스에 요구를 한 거죠. 가격을 올리고 유지보수 비용도 내라고 요구를 했는데, 아마도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이게 불편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지금 한화를 끌고 온 거죠. 그러면서 이 안에서 법적 분쟁도 나타나기 시작한 거고요.
Q. 한미반도체, 한화세미텍과 분쟁도?
▲김종효=네 일단 한화세미텍과 특허 소송을 벌이고 있는데요. 한미반도체가 지금 요구하고 있는 건 그래 뭐 기술 개발했을 수 있지, 그런데 갑자기 기술이 생길 수 있을까? 라는 의구심을 한미반도체에서 드러낸거죠. TC본더라는 게 쉬운 기술이었다면 여러 업체가 이미 다 진출했겠죠. 그런데 지금 삼성전자의 자회사라고 할 수 있는 세메스도 완벽한 기술을 터득하지는 못한 것으로 보이고, 일본의 HW일렉트로를 포함한 회사들도 관련 기술을 완벽하게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한화세미텍이 갑자기 기술을 얻었을까? 라면서 기술 검증을 요구한 거죠.
그런데 그런 검증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미반도체의 홍보이사가 언론 등에서 얘기를 한 것을 문제 삼고 내용증명을 보낸 것이죠. 문제 삼은 발언 대부분은 기술 검증을 제대로 응하지 않았다는 것인데, 한화세미텍에서는 어이없다, 우리가 기술력을 갖고 있고, 계속 그런 주장을 하는 것에 대해 내용증명을 보내고 법적 대응을 경고 한 거죠. 다만 한화세미텍이 장비와 관련된 것을 그대로 공개하면 될 것인데, 그보다는 메신저를 공격하고 있는 모습을 다소 보이고 있다는 거죠.
소위 중소업체인 한미반도체는 계속 강하게 정공법을 택하고 있는데, 대기업인 한화그룹과 SK그룹은 적절한 표현은 아니지만, 좀 쫄리는 듯한 그런 뉘앙스를 최근 보여주고 있어서 이 싸움이 굉장히 특이하게 전개되고 있다. 그래서 국내에도 정말 압도적인 ‘슈퍼을(乙)’이 생기는 것 아닌가라는 그런 기대, 그다음에 대기업에 눌려서 잘 클 수 있는 강소기업이 또 눌리는 건 아닌가? 이런 우려가 동시에 나오고 있습니다.
Q. 이번 분쟁 한화비전에 영향 미칠까?
▲김종효=한화비전은 상장 회사고 한화세미텍은 자회사로 들어가 있기 때문에 한화세미텍은 독점적으로 움직이는 주가가 없습니다. 그러니까 한화세미텍의 기대와 실망이 모두 한화비전으로 그대로 귀결되는 거죠. 근데 한화비전은 홈페이지 가보시면 알겠지만, CCTV 회사입니다. 근데 그 밑에 한화세미텍이 최근 TC본더를 포함한 다양한 반도체 장비를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에 한화비전의 주가에 결정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죠.
그래서 과거에 삼성테크인에서 분리돼 나와서 이름도 한화로 바꾸고 그 안에 한화정밀기계(한화세미텍 이전 사명) 등 여러 회사를 합병한 게 한화비전이라고 봐야 할 텐데 최근에 한화비전의 가치는 거의 한화세미텍이 좌지우지한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또 최근에 보면 주식시장에서 이 두 종목의 수급이 엇갈리고 있거든요. 한미반도체는 외국인 기관이 적극적으로 파는 양상이고 반대로 한화비전은 매수가 들어가고 있지만 이건 수급적인 요인이지, 펀더멘탈(성장가능성)을 반영한다고 보기엔 조금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한화세미텍의 기술력 주장이 인정되면 자산을 분배하는 운용사나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전에 가치를 반영하지 않았던 기업에게도 가치를 부여해야 하고, 그러려면 자산을 배분해야 하거든요. 그러니까 당연히 기존 한미반도체에 독점적으로 부여했던 지분을 한화비전에게 줄 수밖에 없는 거죠.
최근에 매매 동향을 보면 한화비전만 사고 한미반도체는 파는 듯한 모습이 나타나고 있지만 이것은 자산을 배분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흐름이라고 봐야지, 한화비전은 우월하고 한미반도체는 떨어진다, 이렇게 이해하시면 안 될 것 같습니다.
Q. 한미반도체, 타 기업과 거래 확대?
▲김종효=삼성전자와 인연을 맺을 가능성은 좀 낮아 보입니다. 맺더라도 한미반도체와 직접 맺기보다는 간접적으로 맺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고요. 그러니까 HBM의 후처리를 다른 쪽에 맡겨서 그게 한미반도체의 방식으로 들어가는 형태로 될 가능성은 있지만, 지금 삼성전자는 세메스라는 관계사와 거래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고, 이미 일부 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관점에서 삼성전자와 한미반도체가 일을 할 가능성은 낮습니다. 제로는 아니고요.
그다음에 또 살펴봐야 할 것은 마이크론이라고 하는 뒷배가 있기 때문에 지금 한미반도체가 강하게 나오는 것으로 볼 수 있죠. 1분기 실적이 이례적으로 좋았는데 지금 한화세미텍으로 가는 관계가 조금 어그러지면서 한미반도체의 물량이 SK하이닉스로 덜 갔기 때문에 뭔가 실적에 변동이 있지 않을까라고 봤는데 1분기 실적의 핵심은 해외로 물량이 대거 나갔다는 거죠. 그러니까 이건 마이크론향 물량일 가능성이 높고요. 그래서 현재 구간에서는 5세대까지는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현재 이 소송전, 그 이후에 나타날 현상들이 당분간은 불확실성으로 여겨질 수 있지만 결론적으로는 SK하이닉스나 한화세미텍이 한미반도체와의 싸움에서 이길 가능성이 그렇게 높지는 않다는 조심스러운 전망을 해봅니다.
Q. 자신감 보이는 한미반도체... 기관 투자자 선택은?
▲김종효=일단 한화세미텍은 소송 리스크를 고려해야 합니다. 최종 소송에서 마저 진다면 그럴 가능성은 낮겠지만, 지금 들어가 있는 장비를 뜯어야 하는 상황이거든요. 그러면 한화세미텍이 그동안 부여했던 가치는 소진될 수 있기 때문에 한화세미텍, 한화비전에 투자하는 분들은 지금 기관들이 산다는 것에 주목하기보단 소송 리스크도 고민해야 하고요.
그동안 한미반도체의 가장 큰 약점은 기술적 우월함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주가가 너무 비싸지 않나라는 게 가장 큰 약점이었거든요. 근데 주가가 작년 고점이 거의 20만원에 육박했는데 지금 8만원대로 떨어진 현재는 가격적인 메리트가 발생했다고 볼 수 있는 거죠.
역대 최고 실적은 여전히 찍을 것으로 보이고 기업가치 매력도 생기기 시작한 한미반도체에 대해 저는 분할매수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맞고 단기적인 불확실성은 조금은 더 이어진다고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