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방송뉴스]

▲신예림 기자 (진행자)

올해는 특히 상속법과 관련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만한 사건들이 많았죠. 얼마 전 유류분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이어 지난 8월 8일에는 상속권상실제도를 도입하는 민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이른바 구하라법이라고도 불리는데요.

<완벽한 상속>을 통해서도 이 구하라법의 의의와 법안 통과를 촉구하는 말씀을 드린 적이 있죠.

오늘은 이번에 통과된 상속권상실제도, 일명 구하라법이 갖는 의미와 이후 이뤄지는 상속에는 어떠한 변화를 가지고 올지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함께 말씀 나누실 김도윤 변호사 자리했습니다. 어서오세요.

▲김도윤 변호사 (법무법인 율샘)

안녕하세요.

▲진행자

네 드디어, 상속권상실제도, 일명 구하라법이 국회에서 통과가 되었습니다.

▲ 변호사

네, 정말 ‘드디어’라는 말이 맞을 것 같아요.

연예인 고 구하라씨가 2019년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이후에 20대 국회, 21대 국회에서 서영교 의원 등을 비롯한 다수 의원들이 소위 구하라법을 발의했고, 정부에서도 상속권상실제도를 발의했는데요.

21대 국회 막바지에 이 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를 통과하여 많은 사람들의 기대감을 높였지만, 결국 여야의 극한 대치 속에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하고 자동폐기되고 말았죠.

그러나 다행히도 22대 국회가 열리자마자 서영교의원이 1호법안으로 ‘구하라법’을 발의하였고 사회적으로도 구하라법의 통과를 바라는 목소리가 컸기에 22대 국회에서 이 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게 되었죠.

▲진행자

네, 정말 많은 분이 구하라씨 사태뿐 아니라 천안함, 세월호, 대양호 사건과 같은 각종 재난재해 사건에서 자녀를 부양하지 않은 부모가 갑자기 나타나 자녀의 재산에 대해 상속을 주장하는 것이 타당한지 의문을 제기하셨잖아요.

실제로 이러한 억울한 상속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자는 국민청원 등 사회적 움직임도 거셌는데요.

그런데 이번에 통과된 상속권상실제도와 저희가 말하는 구하라법이 같은 것은 아니라고요?

▲ 변호사

네, 보통 상속권상실제도, 구하라법을 혼용해서 이야기하는데, 사실 두 법은 그 내용에 있어서 차이가 납니다.

서영교 의원 등이 발의한 구하라법은 민법 제1004조 상속결격사유에 ‘피상속인의 직계존속으로서 피상속인에 대한 양육을 현저히 게을리하는 등 양육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한 자’를 추가하자는 것으로서, 고 구하라씨의 경우와 같이 부모가 자녀를 양육하지 않은 경우를 상속인이 피상속인을 살해하거나 유언장을 위조한 것과 같이 중대하게 보아 처음부터 상속인에서 배제하는 것입니다.

▲진행자

상속결격사유에 해당하면 상속을 받을 수 없는 것이죠?

▲ 변호사

네. 상속인 자격이 박탈되는 것이죠.

▲진행자

그런데 법무부가 제출한 상속권상실제도도 상속인 자격을 박탈시키는 것이지 않나요?

▲ 변호사

네, 맞습니다.

다만, 상속권 상실제도의 경우 그 사유가 상속인이 될 사람이 피상속인에 대해 부양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하거나 중대한 범죄행위, 학대, 그 밖의 심히 부당한 대우 등을 한 경우로서 직계존속에 한정한 구하라법보다 그 적용범위가 더 넓구요.

구하라법의 경우, 양육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한 경우 상속결격자로서 당연히 상속인 자격이 박탈되지만, 상속권 상실제도의 경우 부양의무 등을 위반한 상속인에 대하여 상속권상실을 확인받아야만 그 상속인이 상속을 받지 않게 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죠.

▲진행자

그럼 이번에 통과된 민법 일부개정안은 구하라법, 상속권상실제도 중 어느 것에 가깝다고 보면 될까요?

▲ 변호사

형식적으로 보면 상속권상실제도에 가깝지만, 구하라법의 내용도 반영한 것이라 사실상 두 제도를 적절히 조합한 것으로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진행자

어떤 점에서 그런가요?

▲ 변호사

이번에 국회를 통과한 민법 일부개정안, 상속권 상실제도를 살펴보면, 상속권 상실의 사유를 피상속인의 직계존속으로서

1. 피상속인에 대한 부양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한 경우(미성년자에 대한 부양의무로 한정한다)

2. 피상속인 또는 그 배우자나 피상속인의 직계비속에게 중대한 범죄행위(제1004조의 경우는 제외한다)를 하거나 그 밖에 심히 부당한 대우를 한 경우

로 정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상속권 상실의 대상이 직계존속에 한정되고 특히 피상속인의 부양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한 경우를 미성년자로 한정한 것은 확실히 구하라법의 영향으로 보이네요.

▲ 변호사

네, 맞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 부분은 추후 논의가 필요한 부분인데요.

물론 미성년자가 사회적 약자로서 사회의 충분한 보호를 받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굳이 그 대상을 미성년자로 축소하는 것은 현재 사회 전반에 나타나고 있는 '부모에 대한 부양의무 해태나 중대한 범죄' 등의 현실을 외면하는 것 같아 안타까운 면이 있다는 점에서 추후 위 적용대상을 확대하는 것에 대해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진행자

네, 그렇군요.

그럼 상속권 상실사유에 해당하는 상속인이 있다.

예를 들어, 자녀를 전혀 부양하지 않은 부모가 있는 경우에 상속재산을 주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 변호사

피상속인은 상속권 상실사유가 있는 상속인에 대하여 예를 들어 본인을 전혀 양육하지 않은 부모가 상속인이 될 경우, 그 부모가 상속을 받지 않도록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으로 상속권 상실의 의사를 표시할 수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꼭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으로만 상속권 상실의 의사표시를 하여야 한다는 게 이상하네요.

▲ 변호사

유언은 자필증서, 녹음, 공정증서, 비밀증서, 구수증서의 5가지 방식이 있는데, 그 중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만을 인정한다는 취지로서,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이 다른 유언방식에 비하여 그 유언의 진정성, 객관성 등이 담보된다는 의미로 보입니다.

다만, 아무래도 일반인의 입장에서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을 하기가 쉽지 않고, 비용적으로도 부담이 된다는 점에서, 그리고 자필증서 등의 경우에도 추후 검인절차 등을 거치게 된다는 점에서 굳이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으로만 한정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고요.

요즘은 유언 외에도 유언대용신탁으로도 상속설계를 많이 한다는 점에서 그 의사표시의 방식을 한정하지 않고 객관적으로 피상속인의 진정한 의사가 확인되는 방식이면 이를 넓게 허용해주는 것이 상속권상실제도의 활성화를 위해 필요하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진행자

네, 아무래도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법이기도 하고, 여러 요소를 고려하다 보니 조금 아쉬운 부분들이 있을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법 시행 이후 이러한 점에 대해서도 깊은 논의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만약 피상속인이 생전에 상속권상실의 의사를 표시하지 않았다면요? 미리 이런 것을 준비하지 못하고 갑자기 사망할 수도 있잖아요. 그런 경우에는 어떻게 하나요?

▲ 변호사

네, 개정민법 제1004조의 2 제3항에 따라, 유언이 없는 경우에는 공동상속인이 상속권 상실사유가 있는 자가 상속인이 되었음을 안 날부터 6개월 이내에 가정법원에 상속권 상실을 청구할 수 있구요.

만약 공동상속인이 없는 경우 등에는 후순위 상속인이 이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진행자

개정민법 제1004조의 2 제5항에 따르면, 가정법원은 상속권 상실을 청구하는 원인이 된 사유의 경위와 정도, 상속인과 피상속인의 관계, 상속재산의 규모와 형성 과정, 그 밖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상속권 상실청구를 인용하거나 기각할 수 있다고 하는데요.

결국 법원의 판단을 받을 수 밖에 없네요.

▲ 변호사

네, 맞습니다.

사실 이 부분 때문에 오히려 상속에 관하여 법적안정성을 해치고 상속재산을 정리하는데 시간만 오래 걸리는 것 아니냐는 비판과, 과연 어느 정도를 상속권 상실의 기준으로 할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부양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한 것이 단지 양육비를 전혀 지급하지 않은 것인지, 양육비를 일부만 지급한 것인지, 한 번도 만나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학대 등 범죄행위에까지 나아가야 하는 것인지 등에 대해서 아직 정해진 바가 없기 때문에 과연 상속권 상실제도가 잘 정착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시선도 있습니다.

결국 구체적인 사례들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쌓이고 이를 통해 상속권 상실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마련되기 전까지는 과도기적인 혼란을 겪을 수 밖에 없는 것은 어쩔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진행자

이렇게 법원에서 상속인에 대하여 상속권이 상실되었다는 결정을 하게 되면, 그 사람은 상속을 받을 수 없게 되는 것이죠?

▲ 변호사

네, 상속권 상실의 선고가 확정된 경우 그 선고를 받은 사람은 상속이 개시된 때에 소급하여 상속권을 상실하게 되므로, 처음부터 상속인이 아니게 됩니다.

다만, 이와 관련해서도 상속권 상실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하여 법적 다툼이 일어난다면 그 기간 동안 상속재산을 관리해줄 상속재산관리인이 필요하므로 이해관계인 등은 상속재산관리인을 선임하거나 그 밖에 상속재산의 보존 및 관리에 필요한 처분을 내려줄 것을 법원에 청구할 수 있습니다.

▲진행자

그럼, 이번에 통과된 상속권상실제도는 바로 적용이 되는 건가요?

▲ 변호사

아쉽게도, 상속권상실제도는 2026년 1월 1일부터 시행을 합니다.

다만, 2024년 4월 25일 이후 상속이 개시되는 경우로서 상속권상실사유가 있는 경우에도 적용을 하게 됩니다.

▲진행자 

네, 오늘은 상속권상실제도, 일명 구하라법에 대하여 알아보았는데요.

고 구하라씨뿐 아니라 많은 분들이 부모로부터 아무런 양육이나 부양을 받지 않았음에도 단지 부모라는 이유만으로 상속이 이루어지는 억울한 경우를 당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우리 상속법이 아무런 제재를 가할 수 없었기 때문에 억울하지만 어쩔 수 없이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부모의 손을 들어줄 수 밖에 없었는데요.

이러한 부당한 현실에 대해 많은 분들이 의문을 제기하고 국민청원 등을 통하여 목소리를 냈고 이제야 상속권상실제도, 구하라법이 국회 본희의를 통과했습니다. 늦었지만 그나마 다행입니다.

부디 이번 민법 개정안을 통하여 더 이상 부당한, 그리고 억울한 상속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오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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