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방송뉴스]
<주목! 이 판결> 오늘은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진실규명 결정 이후 이어지는 국가배상 판결 동향을 살펴보겠습니다.
최근 법무부가 일부 사건에서 상고를 포기한 것이 주목을 받고 있는데요.
법무법인 율샘 허윤규 변호사, 허용석 변호사와 짚어봅니다.
안녕하세요.
먼저 허윤규 변호사님, 진실화해위원회 기능 좀 설명해주시겠어요.
▲허윤규 변호사
공식명칭은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인데
줄여서 과거사정리위원회라고도 하구요
공식 약칭으로 진실화해위원회 등으로 불립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2005년 5월 3일 대한민국 국회에서 통과된 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약칭: 과거사정리법)에 의해 2005년 12월 1일 출범한 위원회로 항일독립운동, 일제강점기 이후 국력을 신장시킨 해외동포사, 광복이후 반민주적 또는 반인권적 인권유린과 폭력 학살 의문사 사건 등을 조사하여 은폐된 진실을 밝혀 과거와의 화해를 통해 국민통합에 기여하기 위해 만들어진 대한민국의 독립적인 국가 조사기관입니다.
2005년부터 2010년까지 1기위원회
2020년부터 2024년 5월까지 활동이 마무리 된 상태입니다.
곧 3기 위원회 출범 이야기가 나오고 있조
▲진행자
진화위 결정이 형식적 구속력은 없잖아요. 그렇지만, 국가기관이 과거의 어떤 행위를 불법으로 인정한 공식 기록이란 점에서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허용석 변호사
네 진실규명결정 즉진실화해위원회의 결정은 판결이 아니라 국가의 불법행위에 의해 국민이 피해를 보았다는 확인에 그치기 때문에 이를 근거로 손해를 배상받기 위해서는 국가를 상대로 한 별도로 손해배상소송(민사소송)을 제기해야 합니다.
진실규명결정 자체가 피해보상을 명하는 구속력은 없지만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조사보고서는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에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력한 증거자료가 된다는 입장이다.(대법원 2016. 12. 15. 선고 2014다230603 판결 등 참조)
즉 진실규명결정 보고서에 피해 내용, 불법행위 주체, 시기, 방법 등 구체적으로 나와 있다면 입증책임을 상당히 덜어준다고 할 수 있조
▲진행자
그래서 통상 진화위가 ‘이 사건은 국가기관의 불법행위가 있었다’ 이렇게 규정하면, 피해자나 유족이 국가 상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잖아요.
그런데 진화위가 ‘불법이 아니었다’고 규정해도 소송은 가능한 거죠.
▲허용석 변호사
진화위 결정은 법원의 판결과 같은 기속력이 없습니다.
즉, 진화위가 불법행위 여부를 인정하지 않더라도, 피해자나 유족은 법원에 별도로 소송을 제기하여 그 사실과 불법성을 다툴 수 있습니다. 따라서 진화위의 진실규명결정 내용과 상관없이, 법원이 피해사실과 불법행위, 인과관계를 인정하면 손해배상 판결을 내릴 수 있습니다.
다만, 오래 전 발생하였던 국가의 불법행위에 대한 증거를 일반인들이 독립적으로 조사하여 증거를 수집하기가 어렵다는 점에서, 국가의 불법행위를 입증하기 위한 새로운 증거, 증언, 자료를 법원에 제시하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진행자
허윤규 변호사님, 진화위 관련한 사건 맡으신 적 있죠. 보도연맹 사건 선고 인상 깊었는데, 사건 수임하셨을 때와 재판 과정 등에서의 일화 있었을까요.
▲허윤규 변호사
네 보통은 진화위 결정을 받고 손해배상청구가 가능하다고는 알고 있는데
어떤 방식에 의해서 소송을 진행할지 구체적으로 어려워 하시는 분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그런데 진실규명결정으로 국가배상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피해자의 상속인들입니다.
이때 상속인은 친인척이면 모두 가능한 것이 아니라 피해자의 민법상 상속인이어야 하는데
보도연맹 사건의 경우 사건이 발생한지 벌써 70년이 흘렀기 때문에 그 직접적인 상속인들은 최소 70세 이상의 고령이신 분들이 많아 상속인이 아닌 친인척들이 신청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진실규명신청자들이 본인들이 국가배상 당사자들이 아닌 것을 알고 국가배상 청구에 소극적이거나 배상금을 나눠 가질 것을 요구하는 등으로 절차가 잘 진행 안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경우 당사자들을 설득해서 소송 접수 자체를 하는 것도 쉽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진행자
진화위 2기가 얼마 전 활동을 마쳤죠, 지금 3기를 추진하느냐, 마느냐로 얘기가 많은데요.
매번 추세가 있는 것 같아요. 1기 때는 일제와 한국전쟁 때 사건을 비롯해서 민간인 집단학살 사건 등이 주를 이룬 것 같고, 2기 때는 권위주의 시기 인권침해 사건이 많지 않았나 싶어요.
허용석 변호사님, 이번에 법무부가 일부 사건의 상소를 취하·포기했는데, 어떤 사건인가요.
▲허용석 변호사
두 사건 모두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부랑인·부적응자 수용’이라는 명목으로 강제연행·수용하여, 국가가 장기간 강제노역·학대·인권침해 등의 불법행위를 저지른 사건인데요.
형제복지원 사건은 1975년 제정된 내무부 훈령 및 부산시와 민간시설인 형제복지원 사이에 체결된 위탁계약에 따라 3만 8000여 명이 강제 수용돼 강제노역, 폭행, 가혹행위 등을 겪었고 이로 인해 650명이 사망한 사건입니다. 현재 피해자 652명이 제기한 국가배상소송 111건이 법원에서 재판 중이고, 이 가운데 올해 8월 기준으로 1심 71건(원고 292명), 항소심 27건(200명), 상고심 13건(160명)이 계류중에 있다고 합니다.
선감학원 사건은 1950년경 경기도 조례 등을 근거로 민간시설인 선감학원에 4700여 명의 아동이 강제 수용돼 강제노역과 폭행, 실종 등 인권침해를 당한 사건입니다. 29명 이상이 사망하고 다수의 실종자가 발생해 '아동판 형제복지원 사건'으로 불리며, 피해자 377명이 제기한 42건의 소송이 진행 중에 있다고 합니다.
법무부는 형제복지원과 선감학원 사건 피해자들이 제기한 국가배상 소송과 관련해, 국가가 제기한 항소·상고를 전면 취하하고 향후에도 원칙적으로 상소하지 않기로 했다고 최근 밝힌 바 있습니다.
▲진행자
법무부의 상고 취하·포기,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요.
▲허용석 변호사
법무부는 항소·상고 등 상소의 포기선언이 피해자 권리 구제를 위한 조치라고 설명합니다.
원래 법무부는 다른 국가배상 사건과 동일하게 해당 사건에 대해서도 상소 기조를 유지해 왔으나, 형제복지원 사건으로 국가가 상고한 7건의 사건에 대해 올해 3월부터 7월까지 대법원이 모두 심리불속행 기각결정을 내리자, 상소포기로 입장을 선회했고요.
"선감학원 사건도 형제복지원 사건과 불법성의 크기나 피해의 정도가 다르지 않다"며 "더 이상 소송으로 인한 피해자의 고통이 지속돼선 안 된다"며 역시 상소 포기 입장을 밝혔습니다.
국가 주도로 저질러진 심각한 범죄행위에 대해서는 피해자에 대한 충분한 배상 뿐 아니라, 신속한 권리구제까지도 중요한 국가의 책무라고 본 것이라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진행자
사건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실제 국가배상액 수준도 궁금한데요. 허윤규 변호사님, 배상액 수준 같은 건 어떻게 결정하나요.
▲허윤규 변호사
국가배상결정에 따라 정해지는 손해배상청구는 재산적 손해와 위자료로 나눠지고요.
사망 사건인지, 실종이나 행방불명 사건인지, 아니면 사망은 아니더라도 상해나 또는 불법구금 사건인지 해당 각 사안에 따라 달리 정해집니다.
참고로 사망 사건의 경우 피해자 본인에게 약 8,000만원에서 수억에 이르는 위자료가 발생하고요. 배우자나 자녀 등에게도 고유의 위자료가 인정이 되는데, 보통 배우자에게는 피해자 본인에게 인정된 금액의 1/2 수준, 자녀나 그 부모에게는 약 1/5 수준으로 인정되는 추세입니다.
형제복지원 사건의 경우 수용기간 1년 당 8,000만원으로 보고 배상액을 산정했고, 후유증이 있을 경우 1억원 안에서 위자료를 가산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법원 판결이나 법무부의 상고 포기 흐름이 앞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허윤규 변호사
네, 최근까지도 국가배상청구 소송을 진행하다 보면 법무부는 1심에서 패소하고도 거의 기계적으로 상소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이미 대법원에서 정리가 된 소멸시효 항변, 즉 진실화해위원회 결정을 송달받은 날로부터 3년의 소멸시효가 진행된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소멸시효 항변도 계속하구 있고요.
제3기 진실화해위원회 출범을 위해 제출된 김성회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발의한 과거사정리법 전부개정안을 보면 '진실규명결정을 받은 사건으로 인해 발생한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은 시효로 인해 소멸하지 않는다'고 규정했어요. 법안이 통과되면 이런 소멸시효가 사라질 예정입니다.
이런 관행은 이번 대법원의 상고 포기 등과 맞물려 국가배상 청구가 용이해지고, 그와 함께 피해구제의 범위도 넓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조심스럽긴 하지만,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진화위에 읍소하면 다 봐주는 거 아냐' 이런 논란도 있을 것 같은데요. 진화위 결정의 공정성을 두고 그런 시각이 나올 수 있잖아요.
허용석 변호사님, 어떻게 보세요.
▲허용석 변호사
진화위 결정의 문제점 중 하나로 지적되는 부분인데요. 수십 년 전 사건을 조사하면서 객관적인 물적 증거를 확보하기 어렵다보니, 피해자나 유족의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사실관계 확인에 있어 어려움이 따르고, 이 때문에 증거의 신뢰성 더 나아가 진화위의 결정을 신뢰할 수 있는지에 대한 비판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진화위가 진실규명결정을 함에 있어서, 피해자나 유족의 주장만을 가지고 결정하는 것은 아니고요. 당시 상황에 대한 문언, 정부 기록, 타인의 증언 등을 종합적으로 조사해 결론을 내린다는 점에서 상당한 신빙성이 담보된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진행자
진화위가 공정성을 유지하려면 기준 같은 게 필요할 것 같아요.
▲허용석 변호사
법원에서도 무턱대고 진화위 결정이 있으니 무조건 그에 따른다는 결정을 해선 안될 겁니다.
대법원 역시 진화위의 조사보고서가 민사소송에서 유력한 증거자료가 된다고 인정하면서도 "개별 당사자가 해당 사건의 희생자가 맞는지에 대해, 조사보고서 중 해당 부분을 개별적으로 검토하는 등 증거에 의해 확정하는 절차를 거쳐야 하고, 그 절차에서까지 정리위원회의 조사보고서나 처분 내용이 법률상 '사실의 추정'과 같은 효력을 갖거나 반증을 허용하지 않는 증명력을 가진다고 할 수는 없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대법원 2013. 5. 16. 선고 2012다202819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판례처럼, 법원은 진화위의 결정내용이 유력한 증거임은 분명하나, 그렇다고 이를 그대로 따르기만 해선 안 되고, 일반 증거법칙에 따라 법원이 진화위 결정이 사실관계와 부합하는지 여부를 면밀하게 심리해야 하고요.
판결의 근거가 된 증거, 판결의 결론에 이르게 된 판단 과정을 투명하게 판결문에 적시함으로써 국민적인 신뢰를 얻는 것이 필요하다 할 것입니다.
▲진행자
향후 3기 진화위가 출범한다면 1~2기와는 다른 접근이나 개선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어떤 점이 보완돼야 한다고 보십니까.
▲허윤규 변호사
네, 특별조사기관이라고 하지만 강제수사권이 없고, 진화위 권고결정의 구속력이 없다는 것이 가장 문제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강제수사권을 부여하는 게 현실상 어려울 순 있지만, 이러한 구속력 없이 진실규명이 과연 가능할지 생각해 볼 문제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조사기관과 인력, 예산 부족은 보완 사항으로 항상 있어왔던 얘깁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피해자의 지원과 사후관리라 생각합니다.
진실화해위원회의 진실규명 결정을 통해 과거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고, 희생자와 유족의 명예를 회복시켜주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지만, 실질적인 손해배상이 되지 않아 아쉬웠습니다.
따라서 위원회의 배상·보상 권고나 명예훼복 조치 권고의 구속력을 보장하고, 진실규명 결정 이후에도 정신의료 지원, 생계 지원, 사회복귀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단 생각입니다.
▲진행자
허용석 변호사님, 이른 감이 있지만 3기가 출범하면 어떤 사건이 화두가 될까요.
▲허용석 변호사
1~2기 진화위 활동을 통해 일제 강점기, 한국전쟁, 권위주의 정부 시절에 발생한 국가의 인권침해 사건이 많이 조사됐습니다. 따라서 시시적으로 3기에는 1987년 민주화 이후 인권침해 사건이 주된 조사 대상이 될 것이라 예상됩니다.
또 일부 의원이 발의한 '과거사정리법' 개정안은 진실규명(피해확인) 대상에 집단수용시설 인권침해 사건을 추가했는데, 2기에서 영화숙·재생원, 덕성원 등 직권조사 요청이 쇄도했던 집단수용시설 피해자의 요구를 반영했다고 합니다.
따라서 3기에선 집단수용시설 피해자에 대한 인권침해 사건이 화두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진행자
네, 국가의 실책과 그 후유증이 언제까지나 이어질 순 없습니다. 과거를 직시하는 용기와, 이를 교훈으로 삼아 다시는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다짐이 필요해보입니다.
무엇보다 국가의 실책을 바로잡는 과정이 또 다른 불신을 낳아선 안 되겠죠.
과거를 밝히는 일은 한쪽의 호소에 기울어선 안 되고, 철저한 증거와 균형 잡힌 시각 위에 있어야 하겠습니다.
오늘 <주목! 이 판결> 여기서 마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