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방송뉴스]

▲신예림 기자 (진행자)

법원 판결을 통해 어렵고 딱딱한 법률문제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보는 <주목! 이 판결> 시간입니다.

서이초 사건 이후 ‘교권침해’ 문제와 더불어 교사에게 따르는 법적 부담 등이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는데요. 그로부터 약 2년이 지난 지금, 교육 현장은 달라졌을까요?

강원도의 한 초등학교에서 현장체험학습을 떠난 초등학생이 차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법원은 학생을 인솔했던 담임 교사에게 유죄를 선고했는데요. 학생들의 울타리가 돼 주는 교사, 그러나 막상 교사들은 교육 당국의 보호도 받지 못한 채 벼랑 끝에 내몰린 상황입니다.

이번 주 ‘주목 이 판결’에서는 해당 판결을 통해 교사의 안전사고 과실 책임과 주의의무 기준 문제, 해결 방안까지 모색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함께해주실 변호사 두 분을 소개합니다. 법무법인 율샘의 허윤규 변호사와 김도윤 변호사 자리했습니다. 어서 오세요.

▲ 허윤규 변호사, 김도윤 변호사 (법무법인 율샘)

안녕하세요.

▲진행자

3년 전 강원도의 한 초등학교에서 현장학습을 떠난 초등학생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죠. 허윤규 변호사님, 사고 내용을 설명해주신다면요?

▲ 허윤규 변호사

네. 지난 2022년 11월입니다. 강원도 속초의 한 테마파크에서 일어난 일인데요. 춘천에서 현장체험학습을 온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 버스에서 내린 후 움직이던 버스에 치여 숨졌습니다. 이 사고로 인솔 교사 2명은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버스 기사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사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진행자

네. 정말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교사들에게 적용된 혐의는 업무상 과실치사죄입니다. 이 업무상 과실치사죄란 무엇입니까?

▲ 허윤규 변호사

형법 제268조에서 업무상과실 치사상죄에 대해서 규정하고 있는데요.

업무상과실치사상이란 업무 수행 중 발생한 과실로 인해 사람의 신체를 상하게 하거나 사망에 이르게 할 경우에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진행자

그렇군요. 지난 2월에 이 사건의 1심 판결이 나왔죠?

▲ 허윤규 변호사

그렇습니다. 사고가 난 지 2년 3개월 만에 1심 선고 재판이 열렸는데요. 1심 재판부는 담임 교사에게는 금고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인솔 보조교사에게는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진행자

담임 교사의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인정된 것이죠. 사고를 낸 버스 기사에게는 어떤 판결이 내려졌습니까, 김도윤 변호사님?

▲ 김도윤 변호사

네.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버스 기사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사 혐의로 기소됐는데요. 재판부는 버스 기사가 전방 좌우를 제대로 살피지 않은 채 버스를 운전하여 학생을 치어 숨지게 했다며 금고 2년의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진행자

네, 정리해보자면 인솔 보조교사를 제외한 담임 교사와 버스 기사에게는 유죄가 선고된 거네요.

▲ 김도윤 변호사

그렇죠. 재판부는 보조교사에 대해서는 학생 안전관리와 관련해 명확한 업무를 부여받지 않아 ‘주의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진행자

알겠습니다. 이번 주 ‘주목 이 판결’에서는 ‘담임 교사’에 대한 재판부 판단을 집중해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심 재판 당시 담임 교사와 변호인의 주장은 뭐였나요?

▲ 김도윤 변호사

피고인, 그러니까 피해자가 속한 반의 담임교사였던 피고인에게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학생들이 버스에서 하차한 후 목적지까지 이동할 때 교통사고 등 위험에 처하지 않도록 안전하게 인솔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는지, 이러한 주의의무가 있다면 실제 주의의무를 다 하였는지, 그리고 주의의무 위반과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가 밝혀져야 하는데요.

피고인은 이에 대하여 체험학습의 인솔교사로서 학생들이 버스에 치여 사고가 나는 것까지 본인의 책임 범위에 포함된다고 할 수 없고 본인이 인솔하는 학급 학생들을 두 줄로 서게 하고 인원을 확인한 후 학생 대열의 전방에서 걸어가며 학생들을 인도하는 등 주의의무를 다 하였으며, 이 사건 사고는 버스 운전기사의 과실로 발생한 것으로서 피고인, 즉 인솔교사로서 기울여야 할 주의의무와 이 사건 사망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이러한 주장에도 불구하고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죠.

▲ 허윤규 변호사

그렇습니다. 담임 교사가 주의의무를 위반했고, 이것이 피해 학생이 사망하게 된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는 것이죠.

▲진행자

결국 1심에서 금고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받았습니다. 재판부가 이 같은 형량을 선고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 허윤규 변호사

네. 우선 재판부가 인솔교사의 주의의무위반을 인정한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요.

피고인이 인솔교사로서 피해자인 학생이 현장체험 학습 장소 내에서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주의의무를 기울였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학생 대열 전방에서 뒤를 돌아보지 않은 채 학생들을 인솔하여 피해자가 그 이동 대열에서 이탈하게 된 상황이 발생했고 마침 주차를 위하여 움직이던 이 사건 버스가 피해자를 충격해 사망에 이른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리고 이에 더해서 “교사가 모든 과실을 버스 기사에게 떠넘겨, 결과적으로 ”학생 안전 관리 주의 의무 위반조차도 교권으로 보호받는다는 대중의 오해“를 일으켰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러한 점들이 양형에 고려가 된 것으로 보입니다. 

▲진행자

네. 결국 교사의 사고 방지에 관한 ‘주의의무’가 쟁점이었네요. 사고도 물론 안타깝지만, 유죄를 선고받은 교사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 김도윤 변호사

네. 재판 당시 전국의 교사들이 재판부에 선처를 요구했습니다. 아직 1심이기는 하지만 만약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교육공무원법, 사립학교법 등에 따라 교사는 ‘당연퇴직’ 절차를 받게 되기 때문이죠. 또한 이 판결이 나온 직후 교원단체들은 ‘현장체험’이라는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서 교사들에게 과도한 책임과 부담을 주는 것이라고 반발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네. 실제로 이 판결 이후 많은 학교에서 현장체험학습을 중단하거나 횟수를 축소했다고요?

▲ 김도윤 변호사

네. 외부 교육의 경우 교사가 수많은 학생을 인솔하기 힘들고, 자칫 사고가 발생할 경우 교사가 과도한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죠.

사고가 발생했던 강원 지역의 경우에는 올해 숙박형 현장체험학습이 전년 대비 16% 감소한 1383회 시행될 것으로 보이고, 1일형 현장체험학습은 지난해보다 23.7% 줄은 4329회에 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서울도 마찬가지인데요. 올해 서울 소재 초등학교의 1일형 현장체험학습 실시 횟수는 1540회, 지난해보다 56.2% 이상 감소할 것으로 보입니다.

▲진행자

네. 또 다른 사례도 간단하게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한 초등학생이 수학여행 중 친구가 쏜 화살에 맞아 실명하는 사고가 발생했는데요. 이에 대해 법원이 교사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판결 내렸죠?

▲ 허윤규 변호사

네. 먼저 사건부터 설명해드리면,

2017년 7월 경기도 수원의 한 유스호스텔에서 일어난 사건인데요.

경북 영주에서 1박2일 일정으로 수학여행을 온 초등학생 A군과 가해학생 B군을 포함한 같은 반 학생 4명이 같은 방에 배정받았습니다.

B군은 이날 자정 취침 시간이 지날 때까지 놀다가 갑자기 오전에 기념품으로 산 장난감 화살을 꺼냈는데, 장난감 화살은 원래 한쪽 끝에 고무 패킹이 붙어 있었으나 B군은 고무 패킹을 제거하고 교사 몰래 가져온 커터칼로 활의 끝부분을 뾰족하게 깎았습니다.

이후 B군은 화살을 A군 쪽으로 향했고, A군은 베개로 자신의 얼굴을 가리고 방어했는데요.

이를 본 다른 친구가 “뾰족한 화살로 사람을 쏘면 다친다. 하지 말라”고 말렸지만 B군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A군이 베개를 치우고 B군을 쳐다보는 순간 화살이 발사되면서 A군의 좌측 눈에 맞았고, 사건 직후 A군은 여러 차례 수술을 받았으나 결국 왼쪽 눈이 실명이 되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진행자

네. 그렇군요. 이를 두고 피해 학생 A군 측에서 가해 학생의 부모와 경북교육청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는데요. 항소심까지 진행됐죠?

▲ 허윤규 변호사

그렇습니다. 2019년 대구지법 1심 재판부는 가해 학생 측뿐만 아니라 경북도교육청도 A군에게 치료비 등 손해배상금 2억 2700만원과 위자료 500만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는데요, 1심 재판부는 “초등학교 고학년 수학여행에서 예측할 수 있는 사고인데 담당교사가 지도 감독 의무를 소홀히 해 사건이 발생했고, 가해 학생의 부모는 이런 사건이 벌어지지 않도록 자녀를 교육할 의무가 있다”고 그 선고 이유를 밝혔습니다. 

그리고 이에 대해서 경북도교육청은 교사의 책임이 없다고 항소했으나 2021. 1. 12. 대구고법 민사2부(부장 이재희)는 경북도교육청의 항소를 기각하고 교사가 소속된 경북도교육청과 가해 학생 부모 모두 사건에 대해 공동책임이 있다고 하였습니다.

▲진행자

그렇군요. 앞서 본 판결처럼 교사가 받는 법적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학교안전법 개정안’이 시행된다고요?

▲ 김도윤 변호사

그렇습니다. '학교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줄여서 학교안전법 개정안이 21일부터 시행되는데요. 앞선 판결처럼 교사에게 따르는 법적 부담을 줄이고, 그로 인해 교사가 교육활동 과정에서 위축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마련된 법입니다.

▲진행자

이 학교안전법 개정안, 자세한 내용을 설명해주신다면요?

▲ 김도윤 변호사

이번 학교안전법의 개정은, 학교장 및 교직원이 학생에 대한 학교안전사고 예방 및 안전조치 의무를 다한 경우에는 학교안전사고에 대하여 민사상ㆍ형사상 책임을 지지 않도록 하여 교육활동이 위축되는 것을 방지하는 한편, 학교장이 학교 밖 교육활동을 준비하는 단계부터 인솔교사를 보조하는 인력을 배치할 수 있도록 하고, 교육감이 이에 필요한 행정적ㆍ재정적 지원을 하도록 하는 등 학생들의 안전한 학교 밖 교육활동을 보장하기 위하여 현행 제도에 나타난 일부 미비점을 개선ㆍ보완하기 위한 것인데요.

특히 제10조 제5항에 “학교장 및 교직원은 학생에 대한 학교 안전사고 예방 및 안전조치의무를 다한 경우에는 학교안전사고에 대하여 민사상ㆍ형사상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는 규정을 신설한 것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진행자

법이 시행되면 확실히 교사들의 부담이 적어질 것 같은데요. 그럼에도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요?

▲ 허윤규 변호사

그렇습니다. 학교안전법 개정안이 시행되기는 하지만 막상 교육 현장에 있는 교사들의 불안함은 여전한데요.

이는 학교안전법 개정안의 신설 조항인 제10조 제5항을 보시면요. 여기에 명시된 ‘학생에 대한 학교 안전사고 예방 및 안전 조치 의무’의 범위가 모호하다는 겁니다. 안전 조치 의무를 다하면 민형사상 책임받지 않는 것은 지금도 마찬가지인데 '위 개정안으로 과연 무엇이 달라졌느냐'며 일선에서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인 거죠. 또한 판례, 사건마다 판단이 다른 것도 문제입니다.

▲진행자

네, 그렇군요. 변호사님께서는 어떤 부분이 개선돼야 한다고 보십니까?

▲ 허윤규 변호사

네. 말씀드린 대로 학교안전법 관련 규정들이 여전히 모호하기 때문에 교사의 학생에 대한 주의의무가 무엇인지 그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조항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문제점은 비단 학교안전법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안전 관련 법령에 공통되는 문제점이기도 한데요.

예를 들면 산업안전보건 법령에서도 과거부터 기준의 모호성 등이 지적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사회적 요구에 따라 산업안전보건법령이 오랜 기간에 걸쳐 많이 체계화되고 기준의 모호성이 보완된 것처럼 학생의 안전과 교사의 교권을 모두 보호하기 위해서는 학교안전법령의 경우에도 흩어져 있는 안전, 보건 관련 법령을 일원화하고 학생과 학교라는 특성을 고려하여 정부, 교육행정기관, 학교, 교사 등 주체별 책무성을 보다 명확히 하는 등 법제를 체계화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진행자

네. 오늘은 현장체험학습 등 학교 외부 활동 시 교사에게 따르는 법적 부담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법적 제도 및 보완점까지 알아봤습니다. <주목! 이 판결>, 다음 시간에도 더욱 알찬 내용으로 찾아뵙겠습니다. 함께해주신 허윤규 변호사님과 김도윤 변호사님 오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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