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전담법관 '형사사건' 확대... 재판지연 줄어들까?

[법률방송뉴스]

▲석대성 기자 (진행자)

한 주간의 법조계 이슈,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앞으로(LAW)에서 알아봅니다.

여자 신입생의 외모를 평가하던 대학교 선배가 초등학교 교사가 됐습니다.

초등교사 임용 후 징계한 건 위법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는데요.

어떤 이유에서 이런 판결이 나왔는지 알아봅니다.

아울러 법원이 내년부터 형사단독 분야에서도 전담법관을 선발합니다.

앞으로 형사재판 업무에 어떤 효과를 줄지도 앞으로(LAW)에서 알아보겠습니다.

새로운 게스트 모십니다!

판심 법무법인 문유진 변호사 님과 함께 법조계 이슈를 짚어봅니다.

안녕하십니까.

▲문유진 변호사 (판심 법무법인)

안녕하세요.

▲진행자

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변호사님 먼저 신입생 외모를 품평했던 초등교사 사건부터 알아보죠.

어떤 내용이죠.

▲변호사

A 씨는 서울교대 국어교육과 2학년 재학 중이던 2016년 3월 같은 과 축구 소모임 재학생과 졸업생 중 남자만 모이는 '남자 대면식'에서 쓰기 위해 '2016년 신입생 소개자료' 책자를 만들었습니다.

책자에는 신입생 여학생의 이름과 나이, 소모임, 외모를 품평하는 내용 등이 담겼는데요.

남자 대면식에서 졸업생들에게 책자를 전달하고, 16학번 남학생들은 각자 자기소개를 하면서 '호감 가는 여성' 1명의 이름을 말하도록 합니다.

대면식에서 졸업생들은 술자리에서 호명되는 여학생들의 이름을 일명 '스케치북'에 전부 기재하는데요.

참석자들이 여학생을 중복 호명하는 경우에도 전부 기재한 다음, 호명 순서가 전부 끝나면 '스케치북'은 중복된 여학생에 대한 '교통정리'를 하는 데에 활용됐습니다.

결국 A 씨는 남자 대면식에서 사용하기 위해 신입 여학생들의 외모를 평가하는 내용이 기재된 '2016년도 신입생 소개자료' 책자를 제작했다는 사유로 2020년 견책 처분을 받게 되는데요.

이에 대하여 원고가 이를 취소해 달라고 행정소송을 제기하게 됐습니다.

▲진행자

방금 말씀해주신 것처럼 신입생 소개자료에 '얼굴이 무슨 상이다' 이런 내용까지 써놨다고 하더라고요.

이런 부분 모두 성희롱이라고 볼 수 있는 거죠.

▲변호사

이 사건 책자에는요.

신입생 16학번 여학생들의 이름·나이·소모임 및 신입생들을 재미있게 소개하는 문구, 예를 들어 술을 잘 먹는 학생에게 '알콜왕', 공룡을 닮은 여학생에게 '공룡상' 등이 기재돼 있습니다. 

이 사건 책자 제작에 관여했던 남학생은 다음 학번인 17학번 남학생에게 남자 대면식에 관한 인수인계를 하면서 2016년 남자 대면식 당시 이 사건 책자 등을 통해 '조금 더럽게 여자 신입생들만 소개했다'고 진술한 적도 있고요.

또 원고를 비롯해 이 사건 책자 제작에 관여했던 남학생들은 16학번 신입생들에게 '지도교수가 명단을 만들어 오라고 했다'는 거짓말까지 하면서 신입생들의 이름과 사진 등의 자료를 구한 뒤 이 사건 책자를 제작했습니다.

'남자들끼리 서로 마음에 드는 사람이 겹치면 안 된다'며 좋아하는 여성의 이름을 공개된 장소에서 말하게 하고 이를 '교통정리'라고 부르는 것 자체가 이미 여성을 성적 대상화 내지 객체화하고 있는 겁니다.

결국 2016년 남자 대면식 당시 A 씨가 제작한 이 사건 책자를 이용해 신입 여학생들에 대한 외모 평가나 성희롱 발언 등이 이뤄졌다고 보입니다. 

▲진행자

그래서 교육청이 품위유지 의무를 위반했다고 견책 처분을 내렸잖아요.

여기 불복해 소송을 냈는데 1심과 2심 모두 원고 패소 판결했어요.

뭐 당연한 결과 같은데, 자세한 사유 좀 설명해주시죠.

▲변호사

국가공무원으로 임용되기 전의 행위는 원칙적으로 재직 중의 징계사유로 삼을 수 없지만, 비록 임용 전의 행위라도 이로 인해 임용 후의 공무원의 체면 또는 위신을 손상하게 된 경우에는 위 1항 3호의 징계사유로 삼을 수 있습니다.

원고가 이런 성희롱을 한 것은 2016년경 일이고, 원고에 대한 견책 처분은 2020년 11월 27일 일어났거든요.

4년이 경과한 일입니다.

그런데 1심과 2심은 국가공무원법상의 징계시효인 3년이 아닌 교육공무원법상의 징계시효 5년을 적용했습니다.

원칙적으로 국가공무원법은 징계시효가 3년, 그러니까 징계사유가 있은 날로부터 3년이 지나면 징계를 하지 못하는 것은 맞지만, 원고의 행위는 국가인권위원회법의 성희롱에 해당해 구 교육공무원법상의 징계시효인 5년이 적용될 수 있고요.

2016년으로부터 5년이 경과하지 않은 2020년 견책 처분이 있으니까 특별히 장기로 정한 징계시효가 지나지 않아 적법하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진행자

3년짜리는 적용이 안 되고, 5년짜리는 적용이 됐어요.

그런데 대법원 판단은 또 달랐어요.

어떤 판결 핵심 내용이 뭔가요.

▲변호사

대법원은 '원고의 행위가 국가인권위원회법상의 성희롱은 아니다' 이렇게 판단한 겁니다.

성희롱을 크게 우리가 기본적으로 생각하는 성희롱, 성적으로 수치심을 주는 말이나 행동이 있고요.

그런데 교육공무원법에서 징계시효 5년으로 정한 성희롱은 사전적 의미의 일반적인 성희롱이 아니라 '국가인권위원회법상의 성희롱'이어야 하는데, 이것은 성희롱의 범위가 좀 더 좁거든요.

성희롱을 한 A씨가 그 성희롱을 한 때에 공공기관의 종사자·사용자 또는 근로자였어야 하는데, 원고가 당시 교대 학생이었지, 교대의 종사자나 사용자, 근로자가 아니었거든요.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따른 성희롱은 아니다' 이렇게 본 거죠.

결국 5년이 아니라 3년의 징계시효, 일반 국가공무원법에 해당하고, 결국 징계가 시효가 지나서 위법하다고 판단한 거죠.

▲진행자

일단 징계시효는 경과했고, 당시 내가 신입생이었다고 생각하면 상당히 화날 텐데요.

이 초등교사, 현재 처벌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건가요.

▲변호사

A 씨는 형사적으로는 명예훼손이나 모욕 등이 문제될 수 있고요.

징계 처분으로는 국가공무원법상의 징계처분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형사적으로 명예훼손이나 모욕은 공소시효라는 것이 있어서 5년이 경과하면 또 기소하지 못하는데요.

2016년으로부터 5년이 경과해서 형사처벌도 어렵습니다.

다만 '공룡상'이라고 표현을 당한 여학생 등은 민사적 손해배상청구가 가능한데요.

이것은 불법행위가 있은 날로부터 10년, 안 날로부터 3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돼서 아직 피해 당사자가 자신이 그 피해 여학생임을 안 날로부터 3년이 넘지 않았다면 민사상 손해배상청구 즉 위자료 청구는 가능합니다.

▲진행자

네, 다음 주제로 넘어가봅니다.

법원이 전담법관 선발 분야를 형사사건까지 확대했습니다.

전담법관, 이전까진 민사사건에만 반영했는데, 형사사건까지 확대한 이유는 뭔가요.

▲변호사

2012년 도입된 전담법관 제도는 임기 중 특정 재판만을 담당하는 법관을 임용하는 것으로 초기에는 법조경력 15년 이상의 법조인을 대상으로 선발했었습니다.

그런데 법관임용에 필요한 최소 법조경력이 5년 이상으로 상향되면서 2019년부터는 전담법관의 지원 자격을 법조경력 20년 이상으로 높였습니다.

2013년 제도 시행 이후 올해까지 총 29명의 전담법관이 임용됐으며, 현재 20명의 전담법관이 각급 법원에서 풍부한 경험과 연륜을 살려 국민 생활과 밀접한 민사단독 또는 민사소액 사건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법원이 2025년부터 형사단독 분야에서도 전담법관을 선발하기로 했습니다.

이것은 법원에 현재 판사들의 인력도 부족하고, 또 형사단독분야 중 약식명령발부 등은 서면으로 처리할 수 있는 비교적 간단한 업무가 가능하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선발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진행자

말씀 들어보면 역시 법원에 계셨던 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떤 요건을 충족해야 자격이 되는 건가요.

▲변호사

2025년 4월 1일 기준으로 20년 이상 아래 법조경력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지금 영상 보시면 법조일원화 관련한 기준이 나와 있는데요.

앞서 언급해주셨는데, 전담법관은 왜 자격 요건이 20년 이상인 것이냐, 기존 법관 임용 기준과는 다른 것이냐 궁금한 분들 계실 것 같아요.

그리고 '경력법관제도'가 있는데, 이게 경력을 갖춘 법관이라고 해석하는 분도 있어요.

▲변호사

경력법관제는 사법시험을 통과하고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젊은 법조인을 법관으로 임용해 법원 내에서 경력을 쌓아가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저도 49회 사법시험을 통과하고 사법시험 후에 바로 판사로 임관된 경우고요.

▲진행자

그러니까 경력을 갖춘 법관이 아니라 법관 경력을 쌓는다는 의미로 경력법관제라고 하는 거죠.

▲변호사

그렇습니다.

그런데 현재는 법조일원화 내용이 좀 바뀌었습니다.

2006년부터 단계적 법조일원화 계획에 따라 5년 이상의 법조경력자를 법관으로 일부 임용했고, 2013년부터는 법조일원화가 전면적으로 시행돼 왔습니다.

그래서 현재는 법조경력 5년 이상을 일반 법조경력자로 임용하고 있는데요.

경력법관제와 별도로 전담법관제가 있습니다.

전담법관제는 법조경력이 15~20년 이상 된 사람을 법관으로 뽑아 판사로 임용하는데요.

차이는 일반 법조경력자는 법관으로 임관돼 바로 단독이 아니라 최소 4년 배석판사도 하게 되고, 대법원 사이트에 나와 있는 주요 심사 항목은 '실력'이라고 기재돼 있는데요.

즉 진짜 최전선에서 일할 판사를 뽑는다는 것이고요.

이에 반해 전담법관은 특정 업무만 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주요 심사 항목도 인품 위주로 민사같은 경우에는 소액단독 또는 민사단독, 형사도 형사단독 위주로 일을 맡긴다는 의미입니다.

▲진행자

변호사님께서 또 법관 출신이시고, 형사사건도 많이 맡으셨잖아요.

당시 일이 얼마나 힘드셨는지 소회 좀 해주시죠.

▲변호사

형사재판은 정말 힘듭니다.

법원에서 저도 초임부터 형사재판을 담당할 때 부장님이 하신 말씀이 있는데요.

'판사는 법대 위에 칼이 꽂혀있다고 생각하라'고 하시더라고요.

판사가 재판을 잘못하면, 신이 칼을 떨어뜨려 그대로 내려꽂힌다고 얘기하시는데, 간담이 서늘하더라고요.

남의 인신, 그러니까 구속을 할 수도 석방을 할 수도 있는 인신구속의 권한을 가진다는게 얼마나 신중하고, 어깨가 무거운 일인지 느껴지는 말이고요.

그래서 대부분의 판사는 형사재판을 힘들어 합니다.

판사도 사람인데, 방청석에 가족들은 울고 탄원을 바라는데, 피고인을 구속하면 마음이 힘든 것은 사실이거든요.

그리고 지방 근무 당시에 동료 판사님은 아이를 데리고 택시를 타고 가는데 "판사님 안녕하십니까" 운전하던 택시기사가 인사를 건네더래요.

얼굴을 봤더니 형사재판했던 피고인이더라는 거예요.

아이까지 데리고 있는 상황이라 좀 공포스러워서 순간 '내가 엄벌을 했던가' 이렇게 떠올렸다는 얘기도 하시던데, 이렇게 형사재판을 하는 판사의 마음은 사람을 구속할 수도 있는 막중한 권한을 가진만큼 어깨가 무겁습니다. 

▲진행자

네.

재판 지연 문제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는데, 변호사님 보실 땐 이번 전담법관 선발 확대가 효과를 가져올 것 같으신가요.

어떠신가요.

▲변호사

판사 일이라는 것이 여러 가지 종류가 있거든요.

난이도가 쉬운 일도 있고, 소위 판사들 사이에 '깡치사건'이라고, 어렵고 힘든 사건도 있거든요.

깡치사건 1건과 단순양형사건 100건 중 무엇을 고를래? 하면 대부분 판사가 단순양형사건 100건을 고를 겁니다.

제대로 된 깡치사건 1건은 정말 몇 달 야근, 주말 근무하면서 판결문 1건 쓰거든요.

그런데 전담법관에게 맡기는 일 자체가 어려운 깡치 사건이라기보단 비교적 단순 반복적인 업무에 가까운 일만 맡기는 것이라, 젊은 판사의 업무 과중은 많이 해소되진 않을 것 같은 그런 아쉬움은 있습니다.

▲진행자

네,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한 주간의 법조계 이슈와 전망을 알아보는 앞으로(LAW).

앞으로도 문유진 변호사님과 알찬 얘기 나눠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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