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림 없이 판결하라"... '법원 디지털 선구자' 강민구 퇴임
"36년이 3.6초처럼... '디지털 문맹 해소' 소명 아직 못 이뤄"
"변호사로서도 구체적 정의실현... 법원, 시민과 소통 늘려야"

[법률방송뉴스]

▲진행자

'사법부 디지털 선구자'로 불리며 법원은 물론 국민에게도 관심을 받던 강민구 전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36년의 법관 생활을 마치고 퇴임했습니다.

작성한 판결문만 1만건이 넘는 노련한 법관이었지만, 세상에 대한 탐구심과 열정은 여전히 아이와 같다고 하는데요.

법원을 떠나 인생 2막을 열게 된 강 전 판사를 석대성 기자가 만나고 왔습니다.

■리포트

[강민구 전 판사] (지난달 정년 퇴임식)
"어떠한 외부적 압력이나 사회적 분위기에도 좌우되지 않고 재판에 있어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법불아귀 승불요곡' 정신에 따라 법관 스스로와 법원을 지킬 수 있는 의연한 법관이 되길 당부드립니다. 이제 저는 법원을 떠나지만, 법률·사회·국민에 대한 제 애정과 관심은 더 크게 계속될 것입니다."

1988년 임관, 서울지법 부장판사, 창원지법 법원장, 부산지법 법원장, 서울고법 부장판사.

36년 법관 생활을 마무리한 강민구 전 판사는 퇴임 후에도 바쁜 일정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강민구 전 판사]
"후회나 미련은 남는 것이 없지만, 집을 떠나는 소년과 같이 정들었던 고향을 떠나는 그런 먹먹한 감정 또는 사랑하는 연인이 외부 조건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별리의 아픔을 겪는 것 같은 그런 소회가 아직도 잔잔하게..."

'법관은 일개 판사가 아니라 일국 판사의 자부심으로 재판에 임해야 한다.'

법원이란 한계선을 넘어 이젠 전국 곳곳을 누비는 강 전 판사.

그가 거침없는 행보에 나서는 이유는 아직 소명이 남아섭니다.

[강민구 전 판사]
"법률방송과 인터뷰를 시작합니다."

인터뷰 시작부터 AI 음성 기록 기능을 켠 그는 법원에서 'AI 판사'로 통했습니다.

[강민구 전 판사]
"처갓집 조카가 '고모부, 미국에서 세상이 뒤집히는 혁신이 일어났어요!' 하면서 오픈 AI의 URL(주소)을 저한테 보내줘서... 사법정보화발전위원회 위원장을 하면서 차세대 시스템의 시방서를 다 설계를 한 바가 있는데, 그 시스템은 아직 AI가 본격적으로 접목되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법관 생활 마지막 10년간 12권의 전자책을 발간, 국민에게 무상 제공했던 강 전 판사는 법조계 디지털 전환은 피할 수 없는 숙명임을 강조합니다.

[강민구 전 판사]
"법원의 여러 가지 재판 환경이나 업무 환경이 생성형 AI 시대에 맞는 형태로 획기적으로 변화가 올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AI가 재판 업무를 돕지만, 판결은 결국 법관이 하는 것.

판사가 열정을 갖고 일할 동기 부여의 방편은 조희대 사법부가 해결해야 할 숙제로 제시했습니다.

[강민구 전 판사]
"전임 대법원장 체제에서는 일종의 평등을 중시해서 지방법원장도 인기투표식 선거에 의해서 뽑고, 그 선거도 직원이나 지역 주민은 배제되고 법관단에 의해서만 선발했는데, 그건 매우 잘못된 정책이고... 고등부장 제도를 부활하는 건 어렵다고 할지라도 어떤 성과와 보상 체계는 어떤 형태로든지 다시 도입을 해야 되고..."

법관 시절부터 사법부 발전을 위해 목소리를 냈던 강 전 판사.

사법 접근성과 정보 투명성을 위해 법원과 시민 사이 소통도 늘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강민구 전 판사]
"대한민국 3000명 법관 모두가 저처럼 바깥 시민하고 면대면으로 접하는 그런 소통 활동을 할 필요는 없지만, 의욕이 있는 분들을 법원별로 업무를 지정해서 이렇게 열정으로 국민과 소통하면 국민과 사법부 사이에 소통이 안 되는 이른바 불통의 벽이라는 것이 서서히 허물어지고, 사법 신뢰를 증진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저는 지금도 자신하고 있습니다."

후일 AI에게 어떻게 기록되고, 국민에게 어떤 법조인으로 기억되고 싶을까.

[강민구 전 판사]
"중장년 세대의 디지털 디바이드 정보 격차, AI 디바이드 정보 격차 그런 걸 깨부수는 헌신과 공헌 활동을 할 것이고, 바른 사건만 맡아서 개별적 사건의 구체적 정의를 실현하겠지만, 송무 사건의 승소를 잘하는 변호사로 남는 것보다 국민 전체를 위한 홍익인간, 그리고 '적선지가 (필유여경)' 삶을 사는 법조인으로서 5년, 10년 뒤에 AI에서 저의 인생 2막을 평가해 주는 그런 인생을..."

정년 퇴임 후 신세대보다 더 신세대 같은 삶에 한 발짝 더 다가선 강 전 판사.

66살 백발 청춘의 국민과 사법부 짝사랑은 계속됩니다.

법률방송 석대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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