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식 세는 나이, 태아일 때부터 생명으로 보기 때문"
"만 나이 따르면 태아는 생명 아니라 낙태도 합법인 것"
세는 나이, 유래 불명확... 만나이-낙태율도 연관성 없어

[법률방송뉴스]

▲앵커= 지난달 법률방송은 만 나이와 세는 나이 등의 혼용 때문에 행정서비스에 불편을 겪고 있다는 내용 보도해드렸습니다.

이런 문제 때문에 정부는 내년 6월부터 만 나이를 완전 적용하기로 했는데, 한편으론 이 만 나이 때문에 생명존중 사상이 경시될 거란 목소리가 나옵니다.

또 한국식 세는 나이는 태아일 때부터를 생명으로 인정해 나이 개념을 적용한 것이란 주장도 있는데, 이 역시 사실일까요.

석대성 기자가 팩트체크에 들어갔습니다.

[리포트]

(11월 25일 / LAW 포커스 보도)

[곽월령 / 서울시 동대문구]
"(한국식 나이계산) 좀 이상해요. 대만은 (세는 나이) 이런 거 없습니다."

[나빈 / 인도인 유학생]
"이력서 쓸 때 좀 헷갈리는 경우가 있는데 제 생각에는 (한국도) 다른 나라가 사용하는 기준으로 사용하고, 전통적인 방법 있잖아요. 그 방법은 한국 문화로 있었다고..."

법률방송 보도 2주 후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만 나이 통일법.

유독 빨간색으로 표시된 반대표 하나가 눈에 띕니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입니다.

김 의원 측에 반대표를 던진 이유를 물었는데, 이렇게 답이 왔습니다.

"한국에서 아기가 태어날 때부터 1살로 취급하는 이유는 태아일 때부터 생명으로 보고, 뱃속에서 열 달 살고 나왔다고 보기 때문에 태아의 권리능력도 폭넓게 인정돼야 한다."

김 의원은 그러면서 "법안 개정이 태아의 생명보호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 생각해 반대했다"고 표명했습니다.

법률방송 보도에도 댓글이 달렸습니다.

한 시청자가 "한국식 나이는 태아로 있는 10개월을 생명으로 인정한다, 한국식 나이를 없애고 만 나이를 따르면 태아는 생명이 아닌 게 되기 때문에 낙태 역시 합법"이라고 지적합니다.

또 "누군가 산모의 배를 때려 태아가 숨지면, 살인죄가 아닌 폭행죄가 성립할 것"이라고도 주장했습니다.

종교계 일부에서도 비슷한 우려가 나왔습니다.

인간은 모태에서 하나의 인격체로 형성되기 때문에 태아의 나이를 인정해야 생명이 존중된다고 합니다.

만 나이는 인간 생성의 근원을 묵인하기에 낙태 정당성의 빌미를 제공한다고도 해석했습니다.

일각에선 이스라엘의 경우 모태에서 1살, 태어났을 땐 2살로 센다고 주장했는데, 취재결과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3년 전 헌법재판소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진 낙태죄.

설령 낙태죄가 다시 처벌 대상이 되더라도 만 나이 도입과 낙태죄 사이 연계성은 없다는 게 법조계 설명입니다.

[양윤섭 대표변호사 / 법률사무소 형산]
"(만 나이 도입 시) 낙태가 더 만연해진다거나 낙태죄 처벌 형량이 가벼워질 것이라는 것은, 그러한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막상 그럴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낙태를 허용할 지, 허용할 경우 임신주수에 제한을 둘 것인지, 낙태의 방법으로 시술 이외에 임신중절약도 허용할 것인지 등에 대해서는 국회에서의 법안 발의와 입법 과정에서의 법조계, 여성계, 의료계, 종교계 등 다양한 사회구성원의 논의와 합의를 통하여 해결될 것으로 보입니다."

세는 나이를 쓰는 한국, 이미 2020년 이전까지 OECD 국가 중 낙태율 1위라는 오명을 안고 있었습니다.

종교 전문가들도 사회총체적 문제로 접근할 것을 지적합니다.

[조믿음 대표 / 바른미디어] (기독교 이단·사이비 진단매체)
"어떤 주장을 하려면 데이터가 필요해요. 일부에서 만 나이를 사용하게 됐을 때 생명경시 사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에 우리가 선뜻 동의하지 못하는 이유가 뭐냐면, 그럼 기존에 만 나이를 사용하는 서구의 국가들이 태아의 생명에 대해서 세는 나이를 세는 사람보다 경시한다는 데이터가 있어야 해요. 단순히 만 나이다, 세는 나이다 이걸로 (판단)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닌 거 같거든요. 사회구조도 따져봐야 하고, 그리고 왜 낙태를 하는가에 대해서도 퍼센테이지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기 때문에..."

만 나이 도입의 주축 법제처에도 입장을 물었습니다.

만 나이 도입은 행정서비스 개선을 위한 것, 세는 나이 유래도 정확하게 밝혀진 게 없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이기정 대변인 / 법제처]
"이번 민법·행정기본법 개정은 현행 민법에서 출생일 기준인 만 나이로 계산하도록 한 사항을 그대로 반영하면서, 국민이 만 나이 계산·표시 원칙을 보다 이해하기 쉽게 명확히 규정함으로써, 나이 기준과 관련된 불필요한 법적 다툼·민원의 발생을 방지하려는 것입니다. 낙태와 연관 짓는 그런 주장은 이번 개정 사항과는 관련이 없음을 말씀드립니다."

만 나이 정착까진 앞으로 6개월.

삶의 햇수를 뒤로 돌리는, 설레면서도 민감한 일에 이런저런 해프닝이 나옵니다.

법률방송 석대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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