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중국만? 북한도 '만 나이'... 외국인들 "세는 나이, 이해 안 돼"
정부·여당, 법령정비·입법지원 속도... 내년부터 '만 나이' 통용될까

[법률방송뉴스]

▲앵커= 2023년이 약 한 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새해가 되면 모두 나이가 한 살씩 늘게 되죠. 개인적으로는 그다지 반갑지 않은 때이기도 한데요.

윤석열 정부 공약 중 전 국민의 뜨거운 관심을 모은 게 하나 있습니다, 바로 '만 나이' 도입입니다.

이 만 나이를 도입하면 내년엔 올해보다 2살 어려지는 걸 기대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아직 해결할 숙제가 만만치 않다고 합니다.

일각에선 새 체제를 도입해도 장유유서 문화가 엄격한 한국 사회에서 현실성 있겠느냐 목소리도 나오는데요. 

현재 정부와 여당이 만 나이 통일을 위해 어디까지 준비했는지 석대성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3년 전 한국인 남자친구와 결혼한 대만인 곽월령 씨.

남편과 서울에서 신혼생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땐 한국식 나이 계산이 왜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곽월령 / 서울시 동대문구]
"(한국식 나이계산) 좀 이상해요. 대만은 (세는 나이) 이런 거 없습니다."

[이대한 · 곽월령 / 서울시 동대문구]
"저희가 연상연하 커플인데, 처음에 아내가 동안이라서 나이 듣고 깜짝 놀랐거든요. 7살 차이난다고 하기에 그렇구나 했는데, 알고 보니 만 나이로 7살 차이난다고 해서 더 깜짝 놀랐습니다.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항상 아내가 한국식 나이가 아닌 세계 표준 나이로 말해서 자기는 한 살 더 어리다고 항상 주장하고 있어요."

한국식 나이 계산 때문에 해프닝도 있었습니다.

몇 달 전 사귄 한국인 언니가 있었는데, 최근 알고 보니 월령 씨가 언니였습니다.

1984년 8월생인 월령 씨는 만으로 38세.

한국인 친구는 한국식 나이 계산에 따라 자신을 39살이라고 소개했는데, 생년월일을 따지니 월령 씨가 언니였던 겁니다.

[곽월령 / 서울시 동대문구] 
"사실은 저보다 동생이었습니다. (그래서 뭐라고 그러셨어요?) 저 언니예요."

인도에서 유학 온 나빈 씨도 한국식 나이가 납득되지 않았습니다.

[나빈 / 인도인 유학생]
"(인도는) 같은 학년이면 형·누나 상관없이 친구 사이 이름으로 부르는데, 여기 와서 1월 1일 생일인 친구가 12월 30일 친구를 형이라고 부르는 경우도 봤어요. 그거 보고 좀 놀랐습니다. 2~3년 사이 선배를 제가 이름으로 부르는데 사이가 친해지지 않았습니다. 며칠 후에 형이라고 부르니까 그 다음에는 친해졌습니다."

이력서를 제출할 때도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나빈 / 인도인 유학생]
"이력서 쓸 때 좀 헷갈리는 경우가 있는데 제 생각에는 (한국도) 다른 나라가 사용하는 기준으로 사용하고, 전통적인 방법 있잖아요. 그 방법은 한국 문화로 있었다고..."

한국에서는 만 나이, 연 나이, 세는 나이로 체계를 나눕니다.

만 나이는 매 생일 때마다 한 살씩 더하는, 세계적으로 쓰이는 통상의 계산입니다.

연 나이, 현재 연도에서 출생 연도를 뺀 나이입니다.

병역법과 청소년보호법에 사용 중인데, 한국 나이 문화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취학 연령과 청소년 나이에 관해선 연 나이를 채택 중입니다.

세는 나이, 일반적인 생활에서 사용하는 나이로, 태어남과 동시에 1살이 됩니다.

12월 31일에 태어난 아기는 바로 다음날 2살이 되는가 하면, 1월 1일에 태어난 아기는 364일을 지나야 2살이 되는 형식입니다.

이렇게 3개나 되는 나이 계산법 때문에 국민은 행정 서비스를 받거나, 경제 생활할 때 혼선과 분쟁을 겪는 경우도 있습니다.

올해 초 나온 대법원 판결도 만 나이와 세는 나이 간 법적·사회적 혼란을 드러낸 사건으로 꼽힙니다.

몇 년 전 한 회사는 56세부터 임금피크제를 적용한다고 공지했는데, 경영진은 만 55세가 되는 날부터라고, 노조는 만으로 56세가 되는 날부터라고 주장했습니다.

사법 관계상 특별한 배제 규정이 없으면 만 나이를 적용하기 때문에 대법원은 만 55세를 뜻하는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세는 나이, 지금은 한국식 나이를 뜻하는 '코리안 에이지'로 불리지만, 20세기 초까지만 하더라도 음력 설을 따지는 동아시아 문화권에선 보편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일본은 1902년 만 나이를 공식 적용했고, 1950년 법적으로도 세는 나이를 못 쓰게 하면서 관습을 바꿨습니다.

중국은 1960~70년대 문화대혁명 당시 세는 나이를 허세, 즉 빈 나이라고 해서 만 나이만 사용하도록 조치합니다.

심지어 북한도 김일성 지시에 따라 1980년대 이후 만 나이만 쓰고 있습니다.

만 나이 도입 시에는 다양한 나이 계산에 따른 혼란과 불편이 해소되고, 서열문화가 타파될 거란 전망 등이 나옵니다.

하지만 반만년 민족사의 전통을 하룻날 바꾸는 건 불가능한 실정.

정부는 법령 정비와 새 체제 정착화에 속도를 낼 방침입니다.

[이완규 법제처장]
"직관적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민사 분야와 행정 분야를 대표하는 민법과 행정기본법에 만 나이 계산과 표시 원칙을 명문화하는 일이 필요합니다."

[이기정 / 법제처 대변인]
"개별법들이 정비돼 시행되면 그것에 맞춰서 지속적으로 홍보하고자 합니다. 국민들 관심과 지지도가 대단히 높다는 걸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홍보하겠습니다."

여당도 입법 지원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습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정부는 1962년에 벌써 만 나이 적용을 원칙으로 밝혀왔지만, 막상 현실 생활에선 이게 섞여서 쓰이는 거 같습니다. 법제처도 여기에 적극 호응하고 있는 만큼 이번 정기국회에서 신속하게 처리돼..."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 / 만 나이 통일법 발의]
"(법안이) 법사위 1소위원회에 상정되는 데 그렇게 순탄치만은 않았습니다. 가능하면 올해 안에 통과될 수 있도록..."

당신은 몇 살입니까, 나이에 따라 호칭과 높임법 여부를 가리는 대한민국 사회.

만 나이 도입이 일상에 어떤 변화를 줄지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고 있습니다.

법률방송 석대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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