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경주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 장소로 입장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경주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 장소로 입장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법률방송뉴스]

이재명 대통령은 29일 한미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핵추진잠수함 연료를 공급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며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을 요청했다.

또 "미국의 방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대한민국의 방위 산업에 대한 지원이나 방위비 증액을 확실하게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경주박물관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 모두발언을 통해 "앞으로 한미 관계는 동맹의 현대화, 미래형 포괄적전략동맹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렇게 표명했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현재 방위비 지출 수준은 북한의 1년 국내총생산(GDP)의 1.4배에 이를 정도로 압도적으로 많다"면서도 "지금으로선 부족하지 않지만, 방위비 증액을 통해 자체적으로 방위 역량은 대폭 키울 생각"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핵추진잠수함의 연료를 우리가 공급받을 수 있도록 대통령께서 결단해 달라"고 촉구했다. 핵추진잠수함 연료인 고농축 우라늄을 자체 조달하기 위한 원자력협정 개정을 공개적으로 요구한 것이다.

현행 협정은 한국의 군사적 목적 핵연료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20% 미만의 저농축 우라늄도 미국의 동의가 있을 때에만 자체 생산하거나 활용할 수 있다.

이 대통령은 "(한국이) 핵무기를 적재한 잠수함을 만드는 게 아니라, 디젤 잠수함이 잠항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북한이나 중국 쪽 잠수함 추적 활동에 제한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능하다면 연료 공급을 허용해 주면 국내 기술로 재래식 무기를 탑재한 잠수함을 여러 척 건조해, 한반도 동해와 서해에서 해역 방어 활동하면 미국의 부담도 상당히 많이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미 지지해준 것으로 이해하지만,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나 우라늄 농축 부분에 대해 실질적인 협의가 진척될 수 있도록 지시해주면 조금 더 빠른 속도로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아울러 미국 주가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갱신한 것을 거론하며 "대한민국도 대미 투자 확대를 통해 미국 제조업 부흥을 지원하고, 조선 협력도 적극적으로 해나가겠다"며 "그게 대한민국 경제에도 도움이 되고, 미국 경제 발전에도 도움 될 뿐 아니라, 오래된 한미동맹을 심화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피력했다.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해서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대통령의 진심을 아직 제대로 다 수용하지 못해 (북미정상회담이) 불발되긴 했다"면서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회담을 요청하고, 언제든지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한 것은 그 자체 만으로도 한반도에 상당한 온기를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치켜세웠다.

그러면서 "이것도 하나의 씨앗이 돼 한반도의 거대한 평화의 물결을 만드는 단초가 될 것"이라며 "큰 기대를 가지고 대통령의 앞으로의 활동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교착 상태에 있는 한미 관세 협상과 관련해 "아직 해소되지 않은 먹구름 같은 게 있다"면서도 "그것도 곧 해결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에게 "우리는 오랫동안 우호적 관계를 유지했다"며 "훌륭한 대통령으로서 앞으로도 계속 임기를 진행하실 거고, 훌륭한 관계를 이어나갈 거라 확신한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앞서 미일 정상회담에서 일본 도요타로부터 100억 달러의 투자를 유치한 것을 언급하며 "많은 산업이 미국으로 돌아오고 있다. 많은 자동차 회사도 미국으로 돌아오고 있다"고 부각했다.

이어 "내 임기 동안 그 어떤 국가에서도 보지 못한 많은 대미 투자를 확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한미 관세협상을 염두에 둔 압박성 발언으로 풀이된다. 한미 양국은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 조성 방식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미국 측은 8년간 연 250억 달러의 현금 투자를 요구하고 있는 반면, 한국 정부는 10년간 150억 달러 투자 카드를 고수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에 배석한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김용범 정책실장,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등을 두고 "여기 계신 분들을 잘 안다"며 "굉장히 터프한 협상가"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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