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방송뉴스]
동시 다발적으로 출범한 내란 특검, 김건희 특검, 해병 특검이 새 국면을 맞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3대 특검의 수사를 최장 12월까지 연장한다는 방침인 만큼 향후 기소 인원과 재판 일정 또한 변동 가능성이 짙은 상황인데요. 법률방송은 3주 연속으로 3대 특검의 출범 과정과 현재까지 진행 상황, 그리고 3대 특검을 통해 제기된 특검 수사의 법적, 정치적 쟁점들을 조명합니다.
조나리 기자가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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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5일, 이재명 정부 출범 이틀째이자 여야가 뒤바뀐 첫 국회 본회의에서 3대 특검법이 통과됐습니다.
윤석열 정부의 거부권 행사로 번번이 폐기됐던 이들 법안이 통과되는데 걸린 시간은 단 25분이었습니다.
국민의힘은 3대 특검법을 당론으로 반대해 왔습니다. 당시 주된 반대 이유는 절차적 문제였습니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11월 14일 김건희 특검법의 국회 통과를 앞두고 민주당이 의혹을 제기하고 민주당이 특검을 임명하는 것이 공정한 특검이냐며 지적했습니다.
윤석열 정부 당시 법무부 또한 같은 논리로 거부권을 행사했었습니다.
우선 특검 추천권이 민주당에만 있어 삼권분립에 어긋난다는 취지입니다.
또한 여야 합의가 없으며, 수사기관이 수사를 하는 중에 특검을 한 전례가 없다는 이유입니다.
그러나 국정농단 특검과 드루킹 특검 역시 야당 추천만으로 특검이 임명된 바 있습니다.
BBK 특검도 당시 여당인 대통합민주신당이 발의했고, 한나라당의 반대로 야당이 불참한 채 통과됐습니다.
마지막으로 3대 특검 이전 15번의 특검 중 10번이 수사 중일 때 출범한 특검이었습니다.
장경태 민주당 의원은 김건희 특검법과 해병 특검법의 거부권 행사야말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받아쳤습니다.
국회에서 의결된 법률안이 대통령의 사적 이해와 충돌한다는 이유로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은 헌법상 삼권분립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입니다.
3대 특검법이 국회 문턱을 넘은 이재명 정부에서도 국민의힘의 반대는 이어졌습니다. 이 대통령에게 검찰 인사권이 있는데 왜 특검을 해야 하냐면서, 대부분 표결에 불참했습니다.
2025.6.5 국회
[권성동 /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
“무더기 특검법이나 정치 보복적인 검사징계법을 여당 복귀 기념 제1호 법안으로 추진하는 것이 과연 새 정부의 출범에 또 새 정부의 성공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까?”
반면 민주당은 협치와 전 정부 비리는 별개의 문제라며 특검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2025.6.5 국회
[김용민 / 더불어민주당 의원]
“내란을 극복하는 것이 통합에 저해가 되는 길입니까? 통합을 얘기하면, 내란을 청산하면 안 된다는 것은 과거 친일파를 청산하지 못해서 지금까지 국민통합에 저해가 되고 있는 것을 다시 반복하자는 전형적인 친일파 논리이고 가해자 논리입니다. 말도 안 되는 일이고 내란을 청산해야 그 진실 위해서 통합도 이뤄지는 것이고 정의가 실현되는 것입니다. 국민은 그것을 바라고 이번 대선에서 그 선택을 했습니다.”
표결 결과는 세 건 모두 찬성 194명(백아흔네명), 반대 세명, 기권 한 명.
당론과 달리 소신 투표에 나선 국민의힘 의원들도 있었습니다. 조경태, 안철수, 김예지, 김재섭, 한지아 의원 다섯 명은 3대 특검법 모두 찬성표를 던졌고, 배현진 의원과 김소희 의원도 일부 특검법을 찬성했습니다.
내란 특검을 제외하고 김건희 특검과 해병 특검의 경우 윤석열 정부 당시 수사의 난항을 겪었던 만큼 특검의 필요성이 제기돼왔지만,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사태로 탄핵되고 조기 대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하면서 3대 특검은 정치 보복 프레임에서 자유로울 순 없었습니다.
전직 대통령 배우자 수사를 맡은 민중기 특별검사 역시 이 같은 분위기를 의식하듯 “모든 수사는 법이 정한 절차와 방식에 따라 이뤄질 것이고 지나치거나 기울어지지 않도록 조심하겠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김건희 특검은 3대 특검 중 수사 내용이 가장 많은 특검이기도 합니다.
민중기 특별검사를 비롯해 검사 40명이 투입된 특검팀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 청탁, 양평고속도로 특혜 의혹 등 총 16개 사건에 대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은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4년 여간 수사한 끝에 최종 무혐의 결정을 내린 바 있습니다.
검찰은 ‘시세 조종을 몰랐다’거나 ‘주식에 대해 지식이 없다’는 김 여사의 주장을 받아들였습니다.
그러나 지난 4월 서울고검이 사건을 재수사하기로 하면서 전환을 맞았습니다. 앞서 검찰이 4년 간의 수사에도 찾지 못했다던 핵심 증거들을 재수사 2개월 만에 포착했기 때문입니다.
이른바 ‘김건희 통화 녹음’과 IP 내역, 관련자들의 달라진 진술, 김 여사의 주식 투자액 패턴 등입니다.
서울고검으로부터 사건을 넘겨 받은 김건희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사건에 돈을 대는 역할을 넘어 적극적으로 공모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특검은 지난 8월 6일 김 여사를 소환했습니다. 김 여사가 수사기관에 자진 출석해 조사를 받은 건 이때가 처음입니다.
2025.8.6. 특검 첫 출석
[김건희 / 윤석열 전 대통령 배우자]
“국민 여러분께 저 같이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이렇게 심려를 끼쳐드려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수사 잘 받고 나오겠습니다.”
특검은 다음 날 곧바로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습니다. 김 여사가 혐의를 대체로 부인하거나 진술을 거부하는 등 증거인멸 우려가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이후 김 여사는 서울남부구치소에 수감되면서 헌정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배우자가 구속됐습니다.
특검은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한 후 수사에 더욱 속도를 내왔습니다. 특히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고가의 목걸이 등을 선물했다는 자백을 받아내기도 했습니다.
압수수색 과정에서는 금거북이와 이우환 화백의 그림을 수수한 정황도 포착, 자본시장법 위반과 정치자금법 위반,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 등을 적용해 구속기소했습니다.
전직 대통령 배우자가 구속된 것도 처음이지만, 기소된 것 역시 헌정 사상 처음입니다. 특검팀은 자체 수사 연장을 통해 나머지 의혹도 진위를 밝히겠다는 방침입니다.
‘내란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의 12·3 계엄 사태와 관련된 내란·외환 행위, 군사 반란, 내란 목적 선동·선전 등을 수사 대상으로 합니다.
앞서 비상계엄 사태 수사는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각각 진행하며 수사의 혼선을 빚기도 했습니다.
조은석 특별검사 외 60명의 파견검사가 수사하는 내란 특검은 특검보가 공식 임명되기도 전에 6개월의 1심 구속 기한이 만료되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추가 기소했습니다.
또한 체포영장 집행이 무산된 윤 전 대통령의 소환 일정을 확정하는 등 3개 특검 중 가장 빨리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이후 불구속 상태로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을 받던 윤 전 대통령을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재구속하며 신병을 확보했습니다.
내란 특검은 국무회의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언론사 단전·단수’ 의혹으로 수사받던 이상민 전 행안부 장관은 내란 공모 혐의로 구속기소 했지만, 계엄 전 국무회의 부의장을 맡은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 대한 내란 방조 혐의는 구속영장이 기각되며 수사에 제동이 걸리기도 했습니다.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표결 방해 의혹도 특검팀의 수사 대상입니다. 특검팀은 추경호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관련 증거를 확보한 상태입니다.
반면 윤 전 대통령이 계엄 선포 명분을 만들기 위해 평양에 무인기를 투입했다는 의혹을 받는 외환 수사는 규명에 상당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됩니다.
군 관계자들의 증언이 엇갈리고 있는 데다 국가안보 사항이란 특수성으로 인해 혐의 입증이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내란 특검팀은 지난 15일 자체적으로 수사 기한을 30일 연장한 상태입니다.
특검팀은 수사 연장을 통해 외환 혐의는 물론 국민의힘의 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 대통령비서실의 사후 증거 은폐 의혹 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계획입니다.
이명현 특별검사를 비롯해 파견검사 20명이 투입된 해병 특검은 군 관계자 조사라는 특성상 군 법무관을 우선 추천하는 등 특검보 구성부터 다소 시간이 걸렸습니다.
해병 특검은 채수근 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의 골자인 이른바 ‘VIP 격노설’을 규명하는데 수사력을 모았습니다.
이 사건 초동 수사를 담당했던 박정훈 대령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 8명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 정황을 보고했다가 돌연 상부로부터 ‘경찰 이첩 보류’ 지시를 받았다는 게 핵심입니다.
상부의 결정은 ‘VIP 격노설’이 불거진 대통령실 회의 직후였는데, 이첩 보류 지시를 거부하고 경찰에 사건을 넘긴 박 대령은 항명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수사 외압으로 번진 채 해병 사망 사건은 1년간 공수처의 수사를 받았지만, 핵심이었던 ‘VIP 격노설’에 대해서 아무것도 밝히지 못했습니다.
공수처의 수사 부진 의혹도 살펴보고 있는 특검은 단기간 수사로 VIP 격노설의 실체를 밝히는데 성공했습니다.
그간 수사 외압을 부인해 온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VIP 격노’ 회의 직후 윤 전 대통령에게 채상병 사건 관련 전화를 받은 사실을 시인했기 때문입니다.
앞서 윤 전 대통령은 해병 특검 법안에 대해 세 차례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습니다.
박 대령 항명 혐의에 대한 2심 재판을 가져온 해병 특검은 지난 7월 9일 법원에 항소 취하서를 접수했습니다. 경찰의 이첩은 법령에 따른 적법한 조치였다는 게 특검의 판단입니다.
이에 따라 박 대령은 1심의 무죄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습니다.
다만 해병 특검팀은 사실관계 파악과 혐의 적용을 위한 법리 검토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면서 다른 두 특검과 달리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기소는 진행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법조계에선 사건의 핵심 관계자인 임성근 전 해병대1사단장이 특검팀의 ‘1호 기소’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해병 특검은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해외 도피 의혹,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을 집중 수사하고 있습니다.
구명 로비 의혹 연루자인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는 김 여사의 최측근으로 알려졌습니다.
해병 특검은 최종적으로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직접 조사를 시도할 전망입니다.
기대와 우려 속 출범한 3대 특검이 수사 연장과 함께 본격적인 재판 준비에 돌입했습니다.
감춰진 진상을 드러낼 것인지, 용두사미로 귀결될 것인지 국민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법률방송 조나리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