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사과문 입수... 첫 줄엔 개별 피해자 이름 명기
피해자들, 공개사과 및 트라우마 치유 지원 요청

[법률방송뉴스]
서울시가 과거 ‘어린이마을’(서울시립아동보호소)에 수용돼 강제 노역과 폭행 등 인권침해를 당한 피해자들에게 사과문을 직접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법률방송'이 입수한 서울특별시 명의로 작성된 사과문에는 인권침해 피해에 대한 사과와 피해자들의 진상규명 활동에 대한 협조 방침 등이 담겨있다.
서울시는 “과거 시립아동보호소에서 발생한 폭행, 가혹행위, 강제노역 등 인권침해로 깊은 상처를 입으신 피해자와 가족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면서 “당시 시설에서 이루어진 일들은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심각한 침해였다”고 사과했다.
이어 “유사한 피해를 겪은 분들의 진실규명 활동을 위해 관련 기록물 열람과 제공 등 필요한 조치에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과문은 서울시 여성가족실 아동담당관 공무원이 직접 피해자를 찾아 전달했다. 다만 피해자들은 개별적인 사과문 전달이 아닌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서울시립아동보호소 진실규명추진위원회 회장을 맡고 있는 한일영 씨는 “25일 서울시 담당자에게 사과문을 전달 받고 1시간 가량 대화를 나눴다”면서 “피해자들을 별도로 만나 사과하는 것도 좋지만, 서울시가 공개적으로 과거의 인권침해를 사과하는 것이 좋겠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어 “시에서는 사건이 크게 공론화될 경우 피해자들이 더 늘어날 것을 걱정할 수도 있지만 이는 피해자가 걱정할 부분이 아니다”라며 “서울시립아동보호소는 형제복지원, 선감학원보다 더 많은 피해자를 낳은 곳이다. 문제를 제기한 피해자 몇 명에게 사과로 그칠 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한씨는 또한 피해자들에 대한 트라우마 치유 센터 설치 및 향후 피해자들의 소 제기에 대한 상소도 자제할 것을 요구했다.
그는 “지난 몇 년간 형제복지원이나 선감학원 피해자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정부가 판결을 불복하는 문제들이 반복됐다”면서 “재판이 길어지면서 그 사이 피해자들이 사망하거나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는 사과를 한다는 것과 배치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한씨는 “서울시에서 피해자들에 대한 공개사과와 피해 지원에 적극 나설 경우 모범 사례가 될 수 있다”면서 “긍정적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립아동보호소는 서울시가 1958년 설립·운영한 부랑아 보호시설이다. 주로 7~13세인 아동을 다른 시설로 분산하기 전 임시 수용하는 경유지 역할을 했다.
한 씨 역시 1971년 이곳에 수용돼 2년 뒤 선감학원으로 이감됐다. 한 씨는 당시 초등학교도 다니고 있었지만 경찰에 이끌려 부랑아 보호시설에 수년간 강제 수용됐다.
진실화해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1950~1970년대 시립아동보호소에 강제 수용된 아동들은 11만 6,000여명(재입소 포함)에 달한다. 피해 아동들은 이곳에서 강제 노역과 폭행, 성추행 등 광범위한 인권침해를 당했다. 진화위는 지난 4월 서울시에 시립아동보호소 사건 피해자들에 대해 사과를 권고했다.
대법원도 지난 5월 서울시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시립아동호보소 피해자 A씨에 대해 1,000만원을 지급하라는 항소심 판결을 확정했다. 서울시와 법무부는 각각 500만원 씩 분담해 지급을 마쳤다. 한씨 등 피해자들은 최근 민변과 함께 손해배상 청구 소송 검토에 돌입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 12일 형제복지원과 선감학원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국가배상 소송에 대해 일괄적으로 상소(항소·상고) 포기·취하를 완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