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수사권 조정 → 검찰 권한 분산 → 검찰청 폐지
검찰 폐지 시 새 네트워크 형성... 국민은 혼란만 가중

[법률방송뉴스]

수년째 한국 정치의 뜨거운 화두인 검찰개혁.

이제 논쟁은 단순한 권한 조정을 넘어, 헌정 질서를 새로 쓰는 거대한 선택 앞에 서 있습니다.

여권은 '검찰 수사권 완전 분리'를 내세우며 권력기관 개편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반대편에선 '수사 공백'과 '정치적 의도'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습니다.

검찰개혁은 과연 정의로운 개혁일까요, 아니면 또 다른 권력의 재편일까요.

법률방송 '현장과 사람' 기획보도 두 번째.

오늘은 석대성 기자가 여당의 검찰개혁 청사진,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의도와 남겨진 물음표를 추적합니다.

■리포트

[이재명 대통령 / 당시 경기도지사] (2020년 국정감사)
"지금 검찰에 대해서 이런 얘기들이 시중에서 회자됩니다. '덮어서 돈을 벌고, 조작해서 잡아넣는다' 무소불위의 권한을 갖고 있다는 겁니다. '검찰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고 김대중 대통령께서 현판도 만들어 주신 걸로 아는데요. 이 사회 시스템의 최후 유지자 아니겠습니까. 최종 수호자인데, 그 기준선이 망가지면 예측 불가능한 사회가 됩니다."

[이재명 대통령 / 당시 당대표] (2023년 3월 검찰 기소 전)
"조금 전 기사에 (대장동 개발 특혜와 성남FC 불법 후원금 혐의로) 기소한다는 얘기가 나온 것 같습니다. 전혀 놀랄 일도 아닙니다. 이미 정해진 일이었기 때문에... 검찰의 시간이 끝나고 법원의 시간이 시작될 겁니다. 정해진 기소였지만, 법정에서 진실을 가리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으로 결국 명명백백하게 진실이 드러날 것이라고 믿습니다."

[이재명 대통령 / 당시 대선후보] (지난 5월)
"비상계엄 국회 통제 강화, 대통령 거부권 제한, 국무총리 국회 추천제, 경찰·검찰·방송통신위원회 등에 대해서 국회 임명 동의 절차를 개헌, 그리고 법정 개정을 통해서 마련하겠습니다.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제대로 작동할 때 민주주의는 더욱 굳건해질 겁니다."

검찰을 향한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은 시종일관 비판적.

권한 남용에 대한 문제 제기에서, 검찰의 시간은 끝났다는 선언, 그리고 제도적 개편 필요성까지.

여당이 추진하는 검찰개혁의 철학은 여기서 출발합니다.

더불어민주당의 공식 기조는 '검찰 수사권 완전 분리'.

그러나 강경파는 더 나아가 '검찰 해체' 법안으로 기존 체제를 근본적으로 뒤흔들고 있습니다.

개혁안의 주요 내용은 수사는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중대범죄수사청이 분담하고, 공소청과 국가수사위원회를 신설, 검찰총장 임명 시엔 국회 동의 절차를 강화한단 겁니다.

이 일련의 방안은 단순한 조직 개편을 넘어, 결국 검찰 권력의 해체와 분산이란 성격을 갖습니다.

검찰청 자체를 없애고, 기소 기능은 모두 분산시키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범진보권은 이런 개혁으로 △검찰 권한 집중 해소 △정치적 중립성 확보 △권력기관 간 상호 견제 강화 등을 기대합니다.

지금의 개혁안은 '검찰개혁'을 넘어, 국회 권한 강화와 권력기관 간의 권한 재배치라는 '헌정 구조 개편'의 성격을 띤다는 평가입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 (지난달 21일 취임식)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검찰개혁을 완수합시다.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 문제를 이제는 매듭지어, 검찰개혁을 둘러싼 소모적인 논쟁을 끝내야만 합니다. 기소를 목적으로 한 수사, 수사의 합리화를 위한 무리한 공소 유지는 사라져야 합니다. 청산할 것은 청산하고, 책임질 것은 책임지면서 앞으로 나아갑시다."

여권의 개혁안을 실제로 시행하면, 현재 남은 권한도 더는 쥐지 못하는 검찰.

기대 효과는 분명합니다.

오랫동안 비판받아온 권한 남용의 가능성은 줄고, 정치권력과의 유착 의혹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는 겁니다.

국민에겐 '이제 정치권의 칼이 아니라, 법 앞에만 서는 기관'이란 메시지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무 일선에 있는 법조계에선 우려가 상당합니다.

수사와 분리는 원칙적으로 옳다고 해도, 수사권이 여러 기관에 나눠지면 현실적으론 공백과 혼선이 불가피하단 겁니다.

문재인 정부에서 단행한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수사 역량과 중복 수사 문제가 이미 혼란을 주고 있는 실정.

앞으로 경찰, 공수처에 더해 중수청까지 동시에 움직이면 사건 지휘 체계도 어지러워져 오히려 수사 효율성을 떨어뜨릴 거란 지적입니다.

[김예원 변호사] (지난달 / 검찰개혁 관련 공청회)
"피해자 입장에서 수사 통제는 내가 고소했는데, 내가 뭔가 범죄를 당했다고 신고하거나, 억울했다는 얘기를 할 때 국가가 수사를 하지 않습니까. 그 당시에는 수사 단서와 상관없이 그리고 1차 수사기관이 어디인지와 상관없이 다 검사가 들여다볼 수 있었는데, 이번 법안을 놓고 보니까 이게 100이라고 하면 1로 줄어드는 문제가 생기거든요. 지금 이 법안에서 보면 피해자 입장에서 '내 사건 다시 들여다봐주세요' 얘기할 수 있는 게 이의신청밖에 없는데, (연간 형사사건) 160만건이 (수사기관으로) 들어왔을 때 (검찰은) 1만5,000건만 볼 수 있다는 겁니다. 100에서 0.9로 줄어든 건데, 이렇게 하는 걸 과연 개혁이라고 할 수 있는가..."

또 다른 비판은 개혁의 정치적 성격에 관한 겁니다.

검찰개혁이 제도 개편이 아니라, 정권의 유·불리에 따라 휘둘리는 정쟁 도구가 되면 법 제도 신뢰가 오히려 무너질 거란 관측입니다.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 (지난달 / 검찰개혁 관련 공청회)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그래서 검찰개혁을 해야 한다고 하는, 정치검찰이라고 하는 이런 여러 가지 논의는 160만건의 형사사건 중 1%가 되지 않는 사건입니다. 그것 때문에 정치검찰의 문제는 결국 검찰 조직에 권력이 스며들 수 있는 틈을 주었기 때문에 문제이고, 그 틈을 막는 것이 본질적 문제인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검찰청을 폐지하고 수사 권력을 다 쪼개 놓으면 저는 결국 정치검찰은 없어지고 정치경찰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개혁을 주창하는 진보권.

반대급부가 나오기 전 드라이브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지난 6일)
"저는 지난 전당대회 때 추석 전에 마무리하겠다고 대국민 약속을 했습니다. 골든타임이 있습니다. 타이밍을 놓친다면 그 개혁에 대한 저항이 더 거세져 좌초되고 말겁니다. 반드시 시기를 놓치지 않고 추석 전에 완성해주실 것을..."

[민형배 / 더불어민주당 검찰개혁특별위원장]
"마침표를 찍을 시간입니다. 이 나라 민주주의를 매번 퇴행으로 몰아갔던 정치검찰의 준동을 원천 봉쇄할 시간입니다. 검찰청은 역사 박물관으로 보내고, 검찰청에 집중됐던 권한을 공소청과 중수청으로 나누겠습니다. 8월 말까지 구조개혁을 담은 검찰 정상화 법안을 완성하겠습니다. 정청래 대표님 말씀대로 추석 밥상에 검찰청 폐지를 올려드리겠습니다."

오랜 시간 한국 사회의 최대 갈등 현안 중 하나이자, 동시에 '미완의 개혁'으로 불려온 검찰개혁.

이번 개혁안은 그 최종 종착역일까, 또 다른 갈등의 서막일까.

국민이 바라는 것은 검찰의 해체나 존속이 아니라, 권력으로부터 독립된 정의로운 수사 체계.

헌정 질서 개편이라는 거대한 변곡점 앞에서, 정치권의 선택은 대한민국의 정의와 민주주의 수준을 다시 한 번 가늠하는 잣대가 될 전망입니다.

법률방송 석대성입니다.

▲진행자

보도한 석대성 기자와 더 자세히 짚어봅니다.

석 기자, 먼저 역대 정부의 검찰개혁 실패 사례와 성과를 거둔 사례 한 번 살펴보죠.

▲석대성 기자

앞서 김대중 정부는 '검찰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는 기치로 개혁을 시도했지만, IMF 이후 정치·경제 위기 속에서 실질적 성과는 미비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어서 노무현 정부는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공직부패수사처 신설을 추진했으나, 검찰과의 정면 충돌 끝에 좌절했고요. 당시 여당 안에서도 "정치적 부담이 크다"는 반발이 나왔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공수처 설치와 수사권 조정이라는 가시적 성과를 냈습니다. 그런데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과의 갈등이 격화하면서 개혁은 정치적 갈등의 장으로 변질됐죠.

결국 제도는 만들었으나, 신뢰를 얻진 못했고요. 그 결과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대선 출마와 보수의 승리였습니다.

▲진행자

이번 검찰개혁, 의미 있는 성과를 낼 수 있을까요.

▲기자

노무현 정부 때나 문재인 정부 때, 특히 노무현 정부 당시 논쟁이 치열했던 걸 생각하면 이번 개혁 과정은 정말 수월하다고 볼 수 있는데요. 다만 여권이 과연 반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의견을 수렴하고 있느냐를 따져보면 사실상 일방 추진이기 때문에 건설적인 성과를 내놓을지는 의문스럽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잠시 후 얘기하겠지만, 이재명 대통령이 속도조절을 주문한 배경엔 이런 이유도 깔린 것으로 읽힙니다.

▲진행자

얼마 전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가 광복절 특사로 출소했죠. "검찰·사법·언론개혁 등은 올 연말 안에 정리될 문제"라고 말하기도 했는데요.

조 전 대표가 정치권에 복귀하면 검찰개혁에 속도가 붙을 거란 관측이 있었는데, 되려 주춤하는 분위기에요.

▲기자

얼마 전 취임 30일 기자회견에서 "추석 전 얼개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던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국무회의에서는 정성호 법무부 장관을 지목하면서 "민감한 핵심 쟁점이 있다면 더 많이 공론화하고, 사람들 사이 갑론을박이 더 될 수 있도록 과정을 거치는 것이 옳다"고 사실상 완급조절을 주문했는데요.

이어서 김민석 국무총리도 "당정 간 조율할 시간을 충분히 갖는 게 좋겠다"면서 속도 조절을 시사했습니다.

아까 언급한 것처럼 내실을 찾아야 하는 것도 있지만, 조국 전 대표 출소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됩니다. 지지율이 급락했기 때문입니다.

그간 검찰개혁 명분 아래 조 전 대표 사면을 외쳤다가, 사면을 둘러싼 여론이 심각하게 악화됐고요. 개혁 추진도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분석으로 보입니다.

▲진행자

법조계가 가장 관심 가질 질문일 것 같습니다. 검찰개혁, 단행된다면 앞으로 법조 시장은 어떻게 바뀔까요.

▲기자

일단 검찰이 주도하던 '수사-기소 패키지'가 분리되면서, 검찰 출신 변호사의 시장 가치가 일정 부분 낮아질 수 있습니다. 특히 '수사 대응' 능력보다 '공판 대응' 전문성이 더 중요해지겠고요.

또 중수청을 설치하면 검찰 수사관을 찾는 목소리가 더 많아질 거란 예측도 있습니다.

경찰은 기존보다 더 큰 수사 권한을 확보할 것이고, 경찰 단계부터 전문 변호사의 조력을 받으려는 의뢰인이 증가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형사 초기 대응 전문 로펌 수요가 확대될 것이고, 따라서 경찰이나 수사청과의 인맥을 보유한 전관 변호사의 시장 가치가 상승할 수 있겠습니다.

이렇게 새로운 전관시장도 열릴 수 있습니다. 과거엔 '검찰 전관'이 법조 시장을 지배했다면, 앞으로는 경찰·중수청·공수처 출신 전관 네트워크가 새롭게 형성될 가능성이 있겠죠. 수임 루트가 다변화하면서 변호사 시장도 다원화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걱정인 건 수사기관이 여러 곳으로 분산되면 절차가 복잡해지고, 사건 진행 방향을 파악하기 어려워져 국민의 변호사 의존도가 증가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기업·대형 사건은 특정 수사청이 중대 경제범죄나 기업 사건을 맡을 경우, 대형 로펌의 기업 형사팀 간 경쟁이 심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진행자

네, 검찰개혁은 제도 개편을 넘어 권력과 신뢰의 문제입니다. 국민은 정치권의 선택을 끝까지 지켜볼 겁니다.

석 기자,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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