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방송뉴스]
지난 4주간 법률방송 <현장과 사람>이 기획 보도한 [법조의 문턱, 로스쿨의 명암] 오늘은 그 마지막 이야기를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합격을 좌우하는 살림 형편, 여전히 논란인 불투명한 서류전형, 그리고 법조 진입의 길은 더 좁아지고 있다는 비판. ‘기회의 균등’을 내세운 로스쿨은 지금, 누구에게 열려 있는 걸까요.
오늘은 로스쿨 제도의 설계 과정부터 지켜본 한 법학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당시의 취지와 지금의 현실을 다시 짚어봅니다.
석대성 기자가 인하대 로스쿨 원장을 역임했던 홍승기 법조윤리협의회 위원장을 만나고 왔습니다.
■리포트
법조개혁을 향한 출발점은 분명 '정의'였습니다.
그 초심은 지금도 살아 있을까.
법조 외길 40여년, 홍승기 법조윤리협의회 위원장에게 들어봤습니다.
Q. 로스쿨 왜 생겼나
김영삼 정부 시절 이른바 '세계화 추진위원회'라고 있었습니다. 한국 법조가 그 당시 기준으로는 '조금 후진적이다, 그러면 어떡하느냐, 미국식 법조를 갖고 오자' 그런 얘기가 있었어요. 그게 한국과는 기본적으로 안 맞거든요. 안 맞으니까 얘기가 있다가 쏙 들어갔어요.
이후 일본이 로스쿨 제도를 받아들입니다. 일본이 로스쿨을 받아들인 것도 재미있어요. 일본 사회는 대단히 찬찬하고, 정밀하게 움직이는 사회거든요. 그런데 경제적으로 계속 승승장구하다가 불황이 옵니다. 불황이 오면서 일본 사회가 패닉에 빠지죠. 일본 재계가 그 문제의 원인이 법률 시스템에도 있다고 얘기합니다. 일본 경제계에서 법조개혁을 요구해요. 그러면서 이상하게도 일본에 로스쿨이 그냥 쏙 들어와 버렸어요.
일본 법학대도 '이거 어떡하냐' 하는 식이었어요. 그 바람에 한국에도 묻어 들어와 버렸어요. 처음에 로스쿨 논의 과정에서 '왜 이런 문제가 생겼냐, 결국 법조인이 너무 적은 거다, 이건 수의 문제다'. 수가 너무 적으니까 언론에서도 질시하는 게 느껴지고, 그러다 보니까 결국 수를 늘리면 되는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처음에 사법시험 합격자 300명. 물론 전두환 정권이 들어서면서 합격 정원 300명을 만들었어요. 그전에 백몇 명이었거든요. 백몇 명이 이 시절에, 정말 어려웠던 시절을 거치다가 300명이 되니까, 저도 300명 세대예요. 우리는 이제 시험 공부하면 된다는 거였어요. 합격자 300명 기준이 상당히 오래 갔죠. 한 10년 정도 갔어요.
결국 로스쿨 얘기가 나오면서, 문제를 해결하려면 인원을 늘려야 한다고 해서 300명에서 1,000여명으로 삽시간에 늘립니다. 300명, 500명, 700명, 900명 삽시에 늘려요. 몇 년 만에 늘렸고, 7년을 유지했어요. 그래서 그때는 이미 현장에서는 '이게 지나치게 많이 뽑고 있다'는 목소리가 있었죠. 더구나 '일본의 인구 비례로 따지면 한국이 훨씬 많이 뽑고 있다, 일본이 한국보다 경제 규모가 4~5배 크고 인구가 2.5배 많은데 한국이 이정도로 법조인을 뽑는다는 게 말이 되냐' 등 내부에서 문제점에 대한 논의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 말기 어느 날 갑자기 야심한 시각에 법이 통과돼 버렸어요. 대한민국 법조인은 이미 다 '로스쿨은 게임 끝났다'고 생각했어요. 사법연수원도 증설해서 예전에 서초동에 있는 게 경기도 고양시 일산으로 갔고요. 그래서 큰 건물을 지어놨죠.
학급 수도 엄청 늘려야 하고, 교수도 늘려야 하고, 그러면서 사법연수원에서 당시에 나왔던 얘기가 '세계 최고의 로스쿨이 되고 있다'고 그랬습니다. 왜냐하면 이미 그때 1,000명이면 법대 출신보다 비법대 출신이 훨씬 많아요. 아마 70% 정도 됐을 거예요. 모든 과(전공)가 다 있다는 거예요. 그 안에는 의대 출신도 있고, 모든 과가 다 있으니까 전 세계에서 가장 가장 훌륭한 로스쿨이라는 얘기를 했고, 우리도 동의했죠.
(로스쿨 법안 논의할 때) 대한변호사협회가 얘기했던 것이 1,200명을 조건으로 동의하겠다는 거였어요. 1,200명이라는 조건은 당시 사법시험이 1,000명이 이미 과잉이었으니까, 학생을 1,200명 받아서 1,000명을 합격시킨다는 그런 전제로 얘기했고요. 법무부의 초기 안도 1,200명이었어요. 전국에 로스쿨 5개 정도를 두고 1,200명을 기준으로 하겠다는 겁니다. 그래서 매년 1,000명 정도를 법적으로 수용하겠다는 것이었고, 그러면 적어도 큰 혼란은 없을 것이라는 그런 논의였어요.
그런데 1,200명이 되나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전국 대학교에 하나씩 (로스쿨을 허가해줘서) 25개교에 뿌려버렸으니 학생 수는 많아졌고, 2,500명 정도 됐죠. 학생은 거의 서울 출신이었어요.
Q. 개인적으로는 로스쿨 도입 취지를 동의하거나, 납득했나.
제도가 달라요. 미국 얘기를 했는데, 제도가 기본적으로 다르고, 영국 제도 역시 한국과 교육 시스템이 다른데, 그걸 갖고 들어온다는 게 조금 코믹했어요. 저는 더구나 그 무렵에 미국 유학을 했었고, 그래서 미국 로스쿨 경험을 했고요.
기본적으로 한국 사법시험 체제에서는 교육 기간이 최소 6년이었습니다. 법과대학 4년과 사법연수원 2년입니다. 그런데 지금 시스템은 3년으로 끝내는 거거든요. 교육이 황폐해질 수밖에 없죠. 그 과정에서 또 어떤 문제가 있냐면 기본적으로 법조계가 불안한 거예요. 교육 기간이 이렇게 줄어들면 교육이 충실해질 수가 없는데, 이걸 어떡하냐. 그래서 당시에 로스쿨 도입을 위한 추진위원회가 있었어요. 그 안에서 나온 얘기가 시험을 어렵게 내야 된다는 거였어요.
그래서 지금 변호사시험이 세계에서 가장 난이도가 높은 시험이에요. 나흘 동안 아침에 들어가서 밤에 나옵니다. 옛날에 사법시험도 나흘이었어요. 그렇지만 사법시험은 오전에 2시간, 오후에 2시간이에요. 지금은 아침부터 밤까지예요. 이렇게 가혹한 시험이 어떤 변별력을 갖고 올지 모르지만, 이렇게 가혹한 시험이 진행될 이유가 없습니다.
나흘 동안 계속 진행하면 수험생이 죽을까봐 이틀하고 하루 쉬어요. 그때 링거 맞고 그러거든요. 그래서 법조인 입장에서는 수긍을 할 수가 없었죠. 당연히 수긍을 할 수가 없었는데, 이렇게 얘기하면 언론이 '밥그릇 지키기 하고 있다'고 공격했고요.
당시에 일본이 먼저 (로스쿨 도입을) 진행했다고 말씀드렸죠. 근데 일본변호사회와 서울지방변호사회 사이 교류가 많습니다. 일본 법조계가 계속 한국 법조계에 했던 얘기가 '조금만 더 버텨라, 우리 망하고 있다, 곧 망하니까 너희 안 해도 돼'라는 거였어요. 그런데 그걸 못 버텼죠. 도입해버렸죠.
일본은 로스쿨을 하면서 도망갈 구멍을 만들었습니다. 학부를 뒀거든요. 학부를 두고, 또 예비시험을 통해 사법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방법을 만들었어요. 일본은 2개의 제도를 운영하니까 로스쿨이 더 빨리 망가졌어요. 그런데 한국은 일본이 망가지는 걸 보면서도 법무부가 학부를 없애버렸죠. 로스쿨이 있는 대학은 학부를 없애버렸고, 로스쿨 출신이 아니면 변호사시험을 응시하지 못하게 만들었죠.
Q. 직접 겪은 로스쿨에서의 현실적 문제
제가 로스쿨로 간 게 2012년입니다. 그때는 학생이 대체로 법과대학 출신이었습니다. 법과대학 출신이자 오랫동안 직장을 다니다가 제도가 생기니까 다시 온 거예요. 이른바 로스쿨 설립 취지에 맞는 학생이 많았어요. 이미 법 공부를 다 했으니까요. 그리고 당시에는 거의 80% 이상 합격할 수 있었어요. 혹시 떨어지면 다음에 하면 됐기 때문에, 당시 학교 분위기는 행복했습니다.
몇 년 만에 응시율 대비 합격률이 50% 정도가 되니까 학교가 아주 삭막해졌죠. 학생들 보면 항상 짠하죠. 불쌍하죠. 가장 우수한 학생들인데 제도가 설계가 잘못돼서 그렇게 가혹하게 몰아치고, 거기다가 이른바 '5탈자'라는 제도가 있거든요. 다섯 번 떨어지면 응시조차 막아버리고, 헌법 소원해도 위헌이 아니라는 판단이 나오고요.
그래서 이런 식으로 끊임없이 루저를 만들어내고, 그 루저에 대해서 비난하는 제도, 이런 제도가 맞느냐는 거예요. 거기에 대한 회의가 심하죠. 에피소드를 얘기하면, '로스쿨협의회'라는 게 있어요. 로스쿨 원장 모임입니다. 그때 로스쿨 원장을 하고 있을 때였어요. 로스쿨협의회에서 회의하는데, 그때가 변시 끝나고 합격자 사정할 단계였을 거예요. 그때 법무부 장관이 추미애 장관이었습니다. 둘러 앉아서 얘기하는데 어떤 원장이 "추 장관한테 가서 합격자를 늘려야 한다고 우리가 조르자, 조선일보에 합격자를 늘려야 한다고 광고를 내자" 이런 얘기를 하는데, 앞에서 얼마나 화가 나던지요. 그때가 로스쿨 시작하고 10년 됐을 때거든요. 10년째 되는 해에 합격률이 얼마라는 건 처음부터 계산이 나와 있었는데 말이죠.
"학생들이 그런 얘기를 하면 모르겠지만, 선생들이 그런 얘기하는 게 그게 말이나 되냐, 장관한테 가서 조르는 게 말이 되냐"고 화를 냈어요. 그랬더니 분위기가 싸늘해요. 조금 배척하는 분위기가 느껴졌어요. 지금도 여전히 계속 진행됩니다. 그게 시험 끝나고 사정할 때쯤 되면 학교에서는 '늘려야 된다'고 얘기하고, 변협에서는 '늘리면 안 된다'고 또 신경전이 벌어지고 그래요.
Q. '로스쿨이 음서제'라는 지적에 대한 평가
여러 가지 장점과 단점이 있죠. 한국만큼 장학금 제도를 풍부하게 운용하는 로스쿨은 없습니다. 장학 제도를 이용하면 오히려 사법시험보다도 어려운 학생이 로스쿨에 진학해 공부할 수 있는 확률이 더 높은 경우는 있어요.
어떤 학생은 장학 제도를 이용해서 3년 동안 공부하고 실제로 해외 연수까지 갔다 오는 경우도 있어요. 음서제라는 얘기를 하기에는 힘든데, 실제 사법시험 시절에도 돈 없어서 시험 준비 못 한다는 친구들도 있었거든요. 그래서 돈이 없으면 공부를 못하고, 아니 집안이 좋으면 로스로 가고 이런 걸 단정적으로 얘기는 못하지만, 어쨌든 배출이 많아지면 가령 대형 로펌에 간다고 할 때 뭔가 배경이 있는 친구들이 조금 유리할 수도 있겠죠.
Q. 로스쿨 어떻게 개선돼야 할까.
문제는 교육기간입니다. 교육기간이 너무 짧아요. 공부하려면 5년 정도 해야 돼요. 5년이 너무 무리라면 적어도 4년은 해야 돼요. 지금의 3년 가지고는 턱 없어요.
그리고 변호사시험도 과목을 줄여야 합니다. 이른바 '기록형 시험'이거든요. 기록형 시험이라는 건 실제 사례·사건 기록을 갖고 판결문을 쓰는 시험이에요. 그건 사법연수원 수료 시험입니다. 로스쿨이 도입되면 교육기간이 짧아지고, 학습에 충실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 때문에 사법연수원 수료 시험까지도 로스쿨 과목으로 집어넣었고, 변호사시험에 집어넣었어요.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어요. 그러다 보니까 학생에게 과부하가 걸려 있죠. 지금 로스쿨 1학년 이전부터 선행 학습해서 들어오고요. 1학년 들어오면 수업은 수업이고, 수업 시간 아니면 끊임없이 인터넷 강의를 들어요. 그래서 자기가 좋아하는 수업을 듣는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요. 오로지 시험에 맞춰져 있습니다.
사법시험을 없앤 가장 큰 이유가 고시 낭인을 없애겠다는 거였어요. 고시 낭인을 없애기 위해 로스쿨 제도를 갖고 들어온다고 했을 때 법조계는 다 "웃기는 소리하고 있다, 다시 변시 낭인이 생긴다" 그 얘기를 했었거든요. 지금 변시 낭인 문제가 더 심각하죠. 사실은 고시 낭인들은 하다가 도망갈 수 있지만, 변시 낭인은 5년 동안 매달려 있다가, 이미 학교에 들어올 때 나이가 많은 학생이고 학부를 졸업한 학생이고 그리고 3년 동안 있다가 안 되면 또 몇 년 더 해야 되고, 그러다가 아웃되면 정말 낭인이 돼버리죠. 그러니까 이런 나쁜 제도가 정말 나쁜 사람들에 의해 설계됐어요.
Q. 어떤 법조인 양성 체제가 필요할까.
사법시험만큼 좋은 시험이 없었어요. 그건 승복을 합니다. 이건 시험을 계속 변형적으로 만들어 놓으니 승복을 하지 못해요. 지금 대학 입시가 마찬가지죠. 한 번에 끝내면 되는데 그걸 안 하고 수시·정시를 이렇게 나누니까 승복을 못 하죠.사범시험이 가장 좋은데, 문제는 이미 법조인의 과반이 로스쿨 출신이에요. 개선하려면 그들이 해야 하거든요. 그들이 사법시험 체제로 돌아간다는 얘기는 뭐, 입에서 잘 안 나오겠죠.
그렇지 않으면 일단 교육기간을 늘려야 하고, 무엇보다도 지금 제도는 출구를 통제하고 있어요. 출구 통제를 하면서 반은 루저로 만듭니다. 그것보다는 차라리 입구 통제를 하는 게 맞죠. 물론 입구를 통제하면 로스쿨을 가기 위한 재수생이나 삼수생이 생길 거예요. 그렇다고 해도 루저가 되는 확률을 줄여주고, 시간을 단축해 줍니다. 그래서 굳이 이 제도를 운영한다면 입구를 막고, 합격률은 적어도 정상적으로 공부하면 변호사 되는 정도의 제도를 운영하는 것이 맞죠.
3년 동안 미친 듯이 공부하고, 졸업 후에도 몇 년 동안 미친 듯이 공부하고 심신이 피폐한데, 루저가 되면 다시 겨우 할 수 있는 게 박사 과정 진학하는 거예요. 글쎄요. 그래서 장래가 얼마나 보장될지는 모르겠어요.
사법시험 체제로 돌아가는 것에 대해 저는 농담처럼 얘기했어요. "그건 대통령이 할 수밖에 없다, 이건 뭐 장관도 못 한다". 대통령이 할 수밖에 없는데, 글쎄 어떤 대통령이 나와서 바꾸었으면 좋겠습니다. 이건 로스쿨 출신과 사법시험 출신의 라이벌 관계의 문제가 아니고, 국가 제도를 얼마나 현명하게 돌려놓느냐는 문제입니다.
지금 로스쿨 운영하면서 변호사는 많이 늘어났는데, 학계는 거의 황폐화됐거든요. 학문 후속 제도가 없습니다. 이제는 좋은 교과서가 안 나옵니다. 이미 로스쿨 체제가 되면서 짧게 공부하면 되니까 수험서가 터무니없이 얇아졌어요. 그걸로 쭉 법조인 생활을 하는 거예요. 그게 과연 맞을까. 적어도 좋은 논문이 나오고, 좋은 교과서가 나오려면 더 늦기 전에 사법시험 제도로 돌아가는 것이 저는 맞다는 생각이에요.
'정의'로 시작한 로스쿨.
하지만 그 길의 끝에서 마주한 건 '새로운 질문'입니다.
‘법조의 문턱’은 과연 누구를 향해 열려 있는가.
늦기 전 고민해볼 시점입니다.
법률방송 석대성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