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방송뉴스]

교육을 통한 법조인 양성이라는 설립 취지와 달리 로스쿨은 수년 전부터 변시 대비 학원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더 이상 시험을 응시할 수 없는 오탈자 졸업생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번지고 있는데요.

법률방송 <현장과 사람> 기획보도 ‘법조인의 문턱, 로스쿨의 명암’ 네 번째는 로스쿨이 낳은 ‘변시 낭인’ 문제와 법학 교육 정상화를 위한 학계의 고민을 짚어봅니다. 조나리 기자가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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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제도의 문제점은 높은 진입장벽뿐만이 아닙니다. 60여년 간 이어진 사법시험 제도는 낮은 진입장벽 대신, 숱한 고시 낭인을 양산해 왔습니다.

취업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은 고시생들은 9수, 10수를 해서라도 사시 합격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오랜 수험기간이 합격을 보장하진 않았습니다.

로스쿨은 다양한 전문성과 낭인 문제 해결을 앞세워 설립됐지만, 현재는 변시 낭인을 양산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한 상태입니다.

과거 붙을 때까지 사법시험에 도전하는 장수생들을 고시 낭인이라 부르기도 했지만, 변시 낭인 중에는 더 이상 시험조차 치를 수 없는 이들이 존재합니다.

오탈자, 변호사 시험에 총 5번 불합격한 로스쿨 졸업생들을 말합니다.

현 로스쿨 제도는 변호사 시험 응시 기회를 5회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변시 낭인을 막기 위한 조치지만, 4년 대학 졸업 후 리트 시험 준비부터 로스쿨 3년, 변호사 시험을 준비하는 동안 들어간 각종 생활비와 사교육 비용 등을 감안하면, 가혹한 조치라는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최근 로스쿨이 법조인 양성기관이 아닌 변시 대비 학원으로 전락했다는 비판도 오탈자 문제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많은 로스쿨 재학생들이 초시, 혹은 재시에 합격하지 못할 경우 오탈자가 될 수 있다는 공포감에 휩싸여 있다는 지적입니다.

오탈자가 되더라도 석사학위자인 로스쿨 졸업생을 선호하는 기업들이 적지 않다는 반론도 나옵니다.

그러나 지난해만 해도 오탈자 졸업생들은 변시 응시 제한 폐지를 공약한 소나무당을 공식 지지하며 제도 개선을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변호사 시험 응시 제한은 이미 헌법재판소를 통해 여러 차례 합헌 결정을 받은터라, 기댈 곳은 국회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백원기 / 대한법학교수회 회장]

“얼마 전에 어디 공단인가요? 공문을 통해서 오탈자를 포함한 법무 석사학위 취득자를 특채한다. 이런 공고가 난 적이 있어요. 난리가 났습니다. 오탈자를 우대하는 거 아니냐? 오탈자 구제 방안은 오탈자를 없애는 겁니다. 5회 응시 제한을 없애는 것이 돼야겠죠.

미국의 경우 주마다 응시 기회를 3회, 5회 제한을 두지 않는 주도 있습니다. 그리고 미국은 재미있는 게 주거의 자유가 있기 때문에 내가 그 주에서 3회 시험을 봐서 탈락을 했어요. 그럼 다른 주에 가서 시험을 보면 됩니다. 다시 5번을 더 볼 수 있습니다. 또 제한하지 않는 다른 주에 가면 얼마든지 (시험을) 봐서 변호사가 될 수 있어요. 재미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우리의 경우는 다섯 번으로 딱 제한을 해놨으니까, 오탈자 그러면 영원히 변호사가 되지 못하는 거죠.”

더욱이 ‘오탈자라는 낙인 씌움’이이야 말로 고시 낭인보다 개인적, 사회적으로 더 큰 문제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백원기 / 대한법학교수회 회장]

“사법시험을 하다가 안 되면 법무사 시험도 볼 수 있고 또 공무원 시험도 볼 수 있고, 그러나 로스쿨 오탈자들은 공무원이 됩니까? 오탈자 낙인을 갖고 어디 정상적으로 사회에 얼굴 내밀고 살 수 있겠습니까?

(몇 년 전에) 국회 의원회관에서 세미나를 연 적이 있습니다. 그때 마스크를 쓰고 모자를 쓰고 오탈자 학생들이 많이 왔었습니다. 그리고 세미나가 끝난 후교수님 이것 좀 입법화가 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저는 교수님이 말한 공직 사법관 시험과 자유직 변호사 시험 두 개를 만들어서 우리 같은 오탈자도 공직 사법관 시험 (볼 수 있게), 우리가 합격하지 못하라는 법 없지 않습니까? 교수님 그것도 해주세요...”

로스쿨 내부에서도 오탈자 문제는 아픈 손가락입니다. 합격률과도 직결되는 데다 교수들 역시 3년간 지도했던 학생이 오탈자가 되는 것을 지켜보긴 쉽지 않은 일입니다.

특히 오탈자가 되지 않기 위해 많은 학생들이 법학이 아닌 시험 대비에 몰두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최봉경 / 한국법학교수회 회장(서울대 로스쿨)]

“언젠가는 사회적 문제가 되리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고요. 왜냐하면 지금 (오탈자) 숫자가 벌써 2,000명에 육박하고 있는데, 거기다 매년 절반에 가까운 응시자들이 탈락을 하기 때문에 그 숫자가 그대로 재수, 삼수생으로 연결이 됩니다. 그러다 보면 학생들은 더욱더 불안감에 수험 학원처럼 중요한 수험 과목에만 몰두할 수밖에 없고요.

그러다 보면 선택 과목이나 기초 과목 이런 것은 공부할 여유가 전혀 없습니다. 그래서 특히 합격률이 지방 로스쿨 같은 경우는 더욱 낮기 때문에 지방 로스쿨의 경우에는 거의 학원화돼 있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최봉경 한국법학교수회장은 오탈자 문자를 해소하기 위해 장기적으로 변시 합격자 수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최봉경 / 한국법학교수회 회장(서울대 로스쿨)]

“사시 낭인을 없애기 위해서 변시 제도를 시작했는데 로스쿨 제도에서 그 문제가 또 반복되고 있거든요. 그래서 이 문제를 해소하는 방법은 저희가 봤을 때는 중장기적으로는 변호사 제도를 자격주의화하고 로스쿨을 준칙주의화 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는 일단은 합격률이 굉장히 높고요. 주마다 다르고 시기마다 좀 다르긴 합니다만 뉴욕 같은 경우도 시험을 한번 보고 나면 학생들 대부분 떨어졌다고 생각을 합니다. ‘내가 시험을 잘 못 봤다. 내년에 다시 봅시다’ 이렇게 얘기를 하는데 후두둑 붙는다는 거예요. 그게 바로 자격시험이거든요.”

하지만 합격률 문제도 쉽게 결정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특히 변호사단체의 반발이 거센 상황입니다.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시장을 안정화하기 위해선 변호사 시험 합격률을 더 줄여야 한다는 게 법조계의 주장입니다.

[정혁주 / 대한변호사협회 대변인]

“2024년 11월 20일 기준으로 볼 때 한국에 등록된 변호사는 약 3만 6,000명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보다 인구가 2배 이상 많은 일본은 현재 4만 6,000명의 변호사가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를 인구 1만명 당으로 환산하며 한국은 약 7.1명이지만 일본은 3.7명으로 한국이 일본보다 2배 정도 많습니다. 뿐만 아니라 더 심각한 것은 유사직역 종사자 수입니다. 한국은 약 60만명, 일본은 20만명으로, 이 또한 인구로 환산하면 한국은 약 120명이지만 일본은 20명으로 6배의 차이가 납니다.

현재 로스쿨 졸업생의 초시 합격률은 약 75%입니다. 그리고 5년 누적 합격률은 약 88%입니다. 사실상 대부분의 졸업생이 일정한 기간 내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고 있음을 뜻합니다. 과거 매년 수만 명의 낭인을 양산했던 사법시험 제도와 비교해 보면 현재 낙방 후에 변호사 자격을 획득하지 못하는 인원은 매년 약 200명 이하로 극히 제한적입니다.”

실제로 변호사 시험 오탈자는 매년 200명 가량이 누적되고 있습니다. 법무부에 따르면 올해 변호사 시험 합격률을 52.3%로 누적 오탈자는 1,700명을 넘어섰습니다.

응시 인원도 많고, 불합격자도 많았던 사법시험에 비하면 매년 오탈자 200명은 적은 숫자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입학자를 제한하되, 졸업만 하면 사실상 변호사 자격을 갖추게 된다고 여겨졌던 로스쿨 설립 초기와는 사뭇 다른 합격률입니다.

변호사 시험이 처음 치러진 2012년만 해도 합격률은 87%였습니다. 이후 합격률은 점차 낮아져 5회 시험부터 50%대 합격률이 유지되고 있습니다.

응시생 중 절반이 매년 불합격하는 것인데, 변호사 시험 합격 시기가 늦춰지면서 학비 대출 연체 사례도 속출하고 있습니다.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장학재단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6개월 이상 학자금 대출을 갚지 못한 로스쿨생은 97명으로, 8년 전 대비 3배 가까이 급증했습니다.

최봉경 회장은 변호사 시험 합격률을 높일 경우 오탈자 문제는 물론, 변호사단체가 주장하는 시장 포화 문제 역시 해결이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최봉경 / 한국법학교수회 회장(서울대 로스쿨)]

“저희들이 시뮬레이션 한 결과에 의하면 올해 합격률 정도를 기준으로 했을 때 매년 5%씩 합격률을 높이면 2026년 정도에 아마 1,900명대를 기점으로 해서 다시 합격자 숫자가 내려갑니다. 그래서 2030년도 정도가 되면 다시 지금처럼 1,700명 순으로 수렴합니다.

왜냐하면 그 사이 재수생, 삼수생 이런 사람들이 다 해소되기 때문에 그렇거든요. 그러면 2030년 정도면 자연스럽게 합격률이 75%, 80%에 수렴하게 됩니다. 그 사이에 자연스럽게 오탈자 문제도 해소되고 재수, 삼수생도 해소되고 합격률이 80%로 안정적으로 귀착이 되고요. 그러면은 변호사라는 직업 자체도 매우 안정화됩니다. 아시겠지만 예를 들면 의료인 같은 경우도 보면 지난 수십 년 동안 항상 안정적으로 운영이 돼 왔거든요. 일정한 숫자가 들어가서 항상 일정한 숫자가 나왔습니다.”

2030년부터 80% 가량의 합격률이 정착될 경우, 변호사단체에서도 매년 합격자 배출을 앞두고 인력 조정이 가능하다는 게 최 회장의 설명입니다.

무엇보다 법학계에선 로스쿨 개선의 핵심은 법학의 정상화라고 주장합니다.

2015년부터 지역 대학을 중심으로 학과 통폐합이 추진되면서 법학과 역시 위기를 겪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같은 추세라면 법학 교육 기관은 로스쿨밖엔 남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나옵니다. 그러나 법학의 정상화는 변시 대비만으로는 이룰 수 없다는 게 학계의 오랜 지적입니다.

[최봉경 / 한국법학교수회 회장(서울대 로스쿨)]

“로스쿨 16년 됐는데 로스쿨 이전에는 그런 생각까지는 하지 않았었는데 로스쿨을 하면서 점점 더 뭔가 법치주의의 토대가 약화되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그게 가장 말하자면 그 클라이막스가 바로 서부지법 습격 사건 아니겠습니까?

지금 학부 법학 교육은 완전히 도태되고 있거든요.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법학과는 작년, 재작년 통계입니다마는 벌써 44%가 없어졌고요. 그렇게 되면 어떻게 되냐면 지방에서는 법학을 배울 데가 없는 거예요. 로스쿨에 들어가지 않으면 기회가 없습니다. 로스쿨은 (입학생이) 몇 명 안 되잖아요.

마치 우리 법학계 전체가 어떤 호수 위에 올라서 있는 것 같아요. 호수에 겨울이 되면 얼음이 얼어 있잖아요. 근데 그 얼음 위에 우리가 다 같이 올라서 있습니다. 법학이 살아나야 저희들이 훌륭한 법조인들을 시장에 배출합니다. 또 그분들이 우리 법조 생태계의 중심을 이루어갈 수 있죠.

판사고 검사고 변호사고 전부 다 학교에서 배출되지 않습니까? 교육이 이렇게 약화되고 토대가 무너지면 결국은 시장에도 안 좋은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습니다. 저희들은 그런 면에서 좀 더 중장기적인 입장에서 말씀을 드리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변호사 양성 기관으로만 남을 것인지, 최후의 법학 교육 기관이 될 것인지, 기로에 서 있는 로스쿨.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높은 진입장벽과 오직 로스쿨 졸업만이 요건인 변시 응시 자격은 이제는 다시 한번 점검해야 할 시점입니다.

법률방송 조나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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