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방송뉴스]

법원 판결을 통해 어렵고 딱딱한 법률문제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보는 <주목! 이 판결>.

지난달 서울 관악구의 한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해 인명피해가 일어났습니다. 화재 원인은 방화로, 이웃 간의 층간소음이 갈등의 불씨가 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번 주 ‘주목 이 판결’에서는 층간소음 관련 판례와 대처법 등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함께해주실 변호사 두 분을 소개합니다. 법무법인 율샘의 허윤규 변호사와 김도윤 변호사 자리했습니다. 어서 오세요.

▲ 허윤규 변호사, 김도윤 변호사 (법무법인 율샘)

안녕하세요.

▲진행자(신예림 기자)

네, 먼저 지난달 일어난 화재 사고부터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1명이 숨지고, 6명이 다친 이 사고, 화재 원인이 방화로 밝혀졌죠. 허윤규 변호사님?

▲ 허윤규 변호사

네. 지난달 21일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나 1명이 숨지고 6명이 다치는 등 7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는데요. 70~80대 여성 2명은 전신 화상을 입고 4층에서 추락했고, 주민 4명은 연기흡입 등 부상을 입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습니다. 당시 현장에서 발견된 사망자와 방화 용의자는 60대 남성 A씨로 동일인이었는데요. 이 남성은 높은 압력으로 액체를 분사하는 고압세척건을 사용해 일부러 건물에 불을 지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진행자

말씀하신 것처럼 방화 용의자가 현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는데요. 불을 낸 유력한 원인으로 ‘층간소음’이 지목됐습니다.

▲ 허윤규 변호사

그렇습니다. 방화 용의자인 60대 남성 A씨는 지난해까지 해당 아파트에 거주하면서 이웃 주민들과 층간소음 문제로 갈등을 겪었던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이웃과 언성을 높이면서 싸우는가 하면 서로 간 몸싸움이 발생해 쌍방 고소전으로 번졌다는 사실도 알려졌고요. A씨는 심지어 이사 날에도 고성과 욕설을 내뱉으며 가만두지 않겠다는 협박성 발언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진행자

네. ‘이웃 간 층간소음이 사람 잡는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층간소음 갈등이 점점 격화하고 있는데요. 관련 민원뿐 아니라 이로 인한 분노형, 보복형 범죄도 끊이지 않고 있죠?

▲ 김도윤 변호사

그렇습니다.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2014년 2만 641건이었던 층간소음 관련 민원은 2023년 3만 6,435건으로 크게 늘었습니다. 강력범죄 건수도 증가했는데요. 층간소음으로 시작된 살인이나 폭력 등 5대 강력범죄는 지난 2016년 11건에서 2021년 110건으로 5년 사이 10배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진행자

강력범죄가 증가했다고 하셨는데요. 층간소음과 관련해서 살인 등 강력범죄 외에도 형사적인 범죄들이 다양하게 발생하고 있죠?

▲ 김도윤 변호사

네, 층간소음과 관련하여 이웃 간 갈등 상황이 항의나 민원 수준을 넘어서게 되면 살인, 방화 등 극단적인 강력범죄 외에도 여러 형사적인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는데요

대표적으로 층간소음으로 갈등이 있는 이웃에게 ’죽여버린다‘ ’가만두지 않겠다‘ 등 해악을 고지하는 경우 협박죄가 될 수 있고, 주거에 침입하는 경우에는 주거침입죄, 흉기 등으로 문을 찍거나 문손잡이 등을 부수는 경우 손괴죄, 그리고 이웃에 대하여 유형력을 행사하는 경우에는 폭행이나 상해죄가 성립할 수 있는데,

실제 저희가 수행한 사건 중에는 층간소음으로 인하여 부엌칼을 들고 이웃을 찾아간 경우 특수협박죄로 처벌받은 사례도 있습니다.

▲진행자

네, 이처럼 심각한 층간소음 문제, 해결 방안은 없는지 지금부터 법률적 관점에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허윤규 변호사님, 층간소음을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있나요?

▲ 허윤규 변호사 cg

현행법상 층간소음을 처벌할 수 있는 근거로 경범죄처벌법상 인근 소란죄가 있기는 합니다.

경범죄 처벌법 제3조에는 악기ㆍ라디오ㆍ텔레비전ㆍ전축ㆍ종ㆍ확성기ㆍ전동기(電動機) 등의 소리를 지나치게 크게 내거나 큰 소리로 떠들거나 노래를 불러 이웃을 시끄럽게 한 행위를 ’인근 소란‘으로 규정하고 있는데요.

이에 해당하면 벌금형에 처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벌금이 10만원 이하에 그치는 데다 고의성과 피해의 정도가 명확하지 않으면 처벌하기조차 어렵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진행자

층간소음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처벌이 너무 약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 허윤규 변호사

그렇다고 볼 수 있죠. 해외에서는 이 소음을 단순 사적 분쟁이 아닌 공공질서를 위반하는 행위로 보고 엄격하게 제재하고 있는데요. 미국 워싱턴 D.C에서는 주 조례에 따라 층간소음을 일으킬 시 한화로 약 35만 6,000원에 해당하는 250달러 이하의 벌금 또는 90일 이하의 구류 처분을 내리고 있습니다. 또한 독일의 연방질서위반법 제117조에서는 ’이웃을 괴롭히거나 타인의 건강을 해칠 수 있는 소음을 낸 사람에게 최대 5,000유로, 한화 약 819만 7,000원 상당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우리나라도 층간소음 문제를 보다 심각하게 받아들여서 벌금을 올리는 등 법적 처벌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죠.

▲진행자

처벌로는 해결이 안 되니 층간소음 피해자가 일명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방식으로 직접 나서는 경우도 쉽게 볼 수 있는데요. 예를 들어 대형 스피커를 이용해 큰 소리로 음악을 틀어놓는다거나 망치 등으로 천장을 두드려서 윗집에 피해를 주는 방식으로 복수를 하는 것이죠. 그런데 이러한 보복으로 되려 층간소음 피해자에서 가해자가 될 수도 있다고요?

▲ 김도윤 변호사

네, 그렇습니다. ‘보복 소음’도 경범죄 처벌법에 따라 1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기 때문에 “비싼 돈을 주고 고소하거나 이사할 바에는 10만원을 내고 이른바 ‘참교육’을 시켜주겠다”는 마음으로 일부러 소음을 내서 복수하는 분들을 종종 볼 수 있는데요.

그러나 이는 적절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알아두셔야 합니다. 층간소음 보복으로 순식간에 피해자에서 가해자가 돼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인데요. 특히 반복적인 소음을 내 보복하는 행위는 스토킹 혐의가 인정될 수 있다는 대법원판결이 있습니다.

▲진행자

네, 먼저 어떤 일이 있었는지부터 설명해주시죠.

▲ 김도윤 변호사

지난 2021년 10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경남 김해에 있는 한 빌라에 거주하던 A씨가 층간소음에 불만을 품고 벽과 천장을 약 1달간 31회에 걸쳐 도구로 두드리고 고함을 지르거나 스피커로 찬송가를 크게 트는 등 지속적인 소음을 내었는데요

이에 대하여 검찰은 위층 거주자를 비롯한 주변 이웃에게 반복적으로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으키는 소리에 도달하게 했다며 스토킹처벌법위반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습니다.

▲진행자

앞서 말씀해주셨던 것처럼 반복적인 보복 소음을 낸 것이네요. 법원 판결은 어땠습니까?

▲ 김도윤 변호사

대법원은 A 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등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하였는데요.

판결 이유를 보면, 이웃 간 소음 등으로 인한 분쟁 과정에서 보복하기 위하여 도구로 벽과 천장을 두드린다고 해서 곧바로 스토킹 행위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A씨는 주변의 생활 소음에 불만을 표시하며 수개월에 걸쳐 늦은 밤부터 새벽 사이에 반복해 도구로 벽을 치거나 음향기기를 트는 등으로 피해자를 비롯한 주변 이웃들에게 큰 소리가 전달되게 하여 괴롭혔다며

이는 객관적·일반적으로 상대방에게 불안감, 공포심을 일으키기 충분하고, 위와 같은 일련의 행위가 지속·반복되었으므로 ‘스토킹범죄’를 구성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대법원은 이전까지 누군가를 찾아가서 항의하거나 욕설, 고함 등 위협하는 경우에만 스토킹 범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했었는데요. 이번 판결로서 이웃 간 일부러 소음을 발생시키는 행위도 사회 통념상 합리적 범위를 벗어나 객관적·일반적으로 상대방에게 불안감 내지 공포심을 일으키기 충분한 지속적·반복적인 행위에 해당하면 '스토킹 범죄'가 성립한다는 점을 처음으로 인정하였습니다.

▲진행자

네. 층간소음 보복 행위로 스토킹 혐의가 인정된 첫 판례네요. 이와 비슷한 사례 하나 더 살펴보겠습니다. 지난해 나온 판결인데요. 층간소음에 복수하겠다며 귀신 소리 등 소음을 반복적으로 낸 40대 부부가 스토킹 혐의로 처벌받게 됐죠?

▲ 허윤규 변호사

그렇습니다. 지난해 1월 대전지법 형사항소 4부는 윗집 쪽으로 소음이 될 수 있는 음향을 반복 송출한 혐의로 1심에서 벌금형을 받은 40대 부부에게 항소심에서 징역형으로 가중하는 판결을 선고했는데요.

이 부부는 대전 유성구에 소재하는 한 아파트 주민이었는데요. 윗집에 거주하는 가족이 층간소음을 낸다고 생각해 불만을 품고 복수하기 위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들은 약 3개월간 10여 회에 걸쳐 반복적으로, 특이한 것은 스피커 앰프 등을 이용해서 윗집을 향해 “생활 소음” 뿐만 아니라 헤비메탈 장르인 “데스메탈음악”을 틀기도 하고, 심지어 “귀신 소리 소음”을 유발하는 음향을 트는 등 실제 범행을 했습니다.

1심에서는 두 부부에게 700만원의 벌금이 선고됐는데요.

부부는 범행에 앞서 스피커 앰프 등 장비를 새로 구입하고, 인터넷에 “층간소음 복수용 음악”을 검색하는 등 사전에 범행을 계획했고, 이 범행 전에도 윗집 아이들 이름을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써 붙인 행위로 이미 벌금 500만원의 처벌을 받은 바도 있었습니다.

항소심은 이러한 부부의 행동으로 “아이들을 포함한 윗집 가족의 정신적 피해”가 “형법상 상해죄”와도 별반 다르지 않다고 표현하였고요, 벌금형이 낮다고 판단하여 부부 중 남편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하였습니다.

▲진행자

앞선 1심에서는 벌금형이 선고됐었는데 이에 불복해 항소했다가 오히려 징역형으로 형이 늘어났네요.

▲ 허윤규 변호사

그렇습니다. 또한 항소심 재판부는 이들에게 벌금 10만원과 함께 보호관찰, 40시간의 스토킹 치료 강의 수강도 명했습니다.

▲진행자

네. 반대로 층간소음에 대해 항의했다가 보복당하는 일도 적지 않은데요. 층간소음 문제를 항의한 이웃의 집에 흉기를 들고 찾아가 협박한 40대 여성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죠?

▲ 허윤규 변호사

네. 이번에는 인천지역이었는데요.

인천 서구 한 아파트에 거주하던 40대 여자 A 씨는 지난해 1월 29일 오후 10시 45분쯤 이웃집에 사는 B 씨(40)와 그의 아내 C 씨(39)를 흉기로 협박한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A씨는 이웃인 B씨 부부가 “A씨로 인해 층간 소음이 심하다”면서 관리사무소에 항의한 것에 분노해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A씨는 흉기를 들고 B씨 부부의 집 현관문을 발로 차며 “나와라”, “너를 죽이고 나도 죽는다”고 협박한 것으로 조사되었다고 합니다.

재판부는 "협박의 정도가 가볍지 않고 범행 후 정황도 좋지 않다"고 하면서도 "피해자와 합의해 피해자들이 처벌을 원하지 않고 있고 초범인 점 등을 고려했다“며 징역 3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하였습니다.

▲진행자

만약 이웃이 내는 층간소음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 김도윤 변호사

일차적으로 당사자 간 해결을 하거나 관리사무소 등을 통하여 해결을 도모할 수 있지만 사실 오히려 이웃 간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경우가 많죠

이런 경우에는 공동주택관리분쟁조정위원회나 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해결이 안 된다면, 결국 법원에 민법 제750조를 근거로 손해배상청구를 하여야 할 텐데요.

모든 층간소음에 대하여 이러한 손해배상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며, 공동주택 층간소음의 범위 및 기준 등을 넘어서서 사회 통념상 일반적으로 수인하기 어려운 경우에만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소송을 통한 손해배상청구를 받기 위해서는 상대방이 지속적으로 수인한도를 넘는 층간소음을 발생시켜왔다는 점에 대하여 녹음 및 녹화 등을 하는 것이 좋으며, 그 외 관리사무소 등에 민원을 제기한 내역, 층간소음 등으로 인하여 정신과나 심리치료를 받았다면 그 내역 또한 남겨두시는 것이 좋습니다.

▲진행자

네.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가 된 층간소음, 해결책을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이는데요. 변호사님께서는 어떤 법적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보시나요?

▲ 김도윤 변호사

기자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언제인가부터 층간소음이라는 문제가 현대인들, 특히 공동 주거에 거주하는 많은 사람에게 가볍게 여길 수 없는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저희 집도 초등학교,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이 있다 보니 층간소음매트, 소음방지 슬리퍼 등을 이용하지만, 혹시라도 발 몽둥이 소리가 나면 신경이 예민해지더라고요.

이러한 층간소음의 원인으로는 층간소음 발생자의 부주의에 의한 인적 요인, 기둥식 구조가 아닌 벽식 구조로 아파트가 건축된 물적 요인, 그리고 대도시 중심, 아파트 중심의 사회구조하에서 이웃과 서로 왕래가 뜸해진 사회적 요인 등으로 나누어볼 수 있는데요.

결국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법적으로 아파트 등 공동주택을 건설할 때는 층간소음을 줄일 수 있는 기둥식 구조를 선택하고 바닥 두께 기준을 두껍게 하는 등의 사항을 법적으로 강제하는 것이 필요하며,

층간소음에 대하여 이웃 간 갈등이 감정싸움을 거쳐 몸싸움이나 형사 범죄로 이어지지 않도록 국가나 정부 기관 등이 적극적으로 층간소음의 갈등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이 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공동주택에 주거하는 당사자들이 스스로 층간소음을 내지 않도록 조심하면서도 이웃 간 층간소음에 대해서 조금 더 이해해주는 열린 마음이 가장 중요하겠죠.

▲진행자

네. 심각한 강력범죄로 번지는 층간소음 문제. 더 이상 단순한 이웃 간 갈등으로만 치부해서는 안 될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은 층간소음 갈등으로 인한 범죄와 관련 판결, 해결 방안까지 알아봤습니다. <주목! 이 판결>은 다음 시간에도 더욱 알찬 내용으로 찾아뵙겠습니다. 오늘 함께해주신 허윤규 변호사님과 김도윤 변호사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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