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방송뉴스]
변호사들이 거리로 나와 생존을 외치는 시대가 됐습니다. 매년 1,700명대의 신규 변호사가 배출되면서 법률시장이 포화상태가 됐다는 주장인데요.
특히 로스쿨 도입 당시 정부가 약속했던 유사직역 통폐합이 이뤄지지 않아 상황이 더 악화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조나리 기자가 정혁주 대한변호사협회 대변인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왔습니다.
Q. 최근 집회에 나선 이유는?
▲정혁주 대한변협 대변인=이번 집회의 취지는 단순히 변호사 수 감축만을 요구하는 것이 아닙니다. 정부가 과거 로스쿨 제도를 도입할 당시 약속했던 유사직역 통폐합 및 법조일원화가 이행되지 않아 이를 촉구하기 위한 것입니다. 정부는 로스쿨 제도를 도입할 당시 변호사 수를 확대하는 대신 유사직역 통폐합과 법조일원화를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변호사 수는 확대되고 유사직역 통폐합 및 법조일원화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유사직역인 법무사, 세무사, 변리사, 노무사, 행정사 등은 과거 변호사 수가 적었던 당시 이를 보완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입니다. 그러나 지금 매년 변호사가 약 1,700명 이상이 배출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유사직역 수는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법률시장은 공급과잉과 과도한 경쟁으로 서비스의 질 저하로 이어지고 있고, 이는 국민의 권익 보호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정부가 이제라도 국민과 법조계에 약속한 유사직역 통폐합 및 법조일원화를 이행하도록 이번 집회에 나서게 되었습니다.
Q. 변호사 시장 포화상태 주장하는데?
▲정혁주=2024년 11월 20일을 기준으로 볼 때 한국에 등록된 변호사는 약 3만 6,000명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보다 인구가 2배 이상 많은 일본은 현재 4만 6,000명의 변호사가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를 인구 1만명 당으로 환산하며 한국은 약 7.1명이지만 일본은 3.7명으로 한국이 일본보다 2배 정도 많습니다.
뿐만 아니라 더 심각한 것은 유사직역 종사자 수입니다. 한국은 약 60만명, 일본은 20만명으로, 이 또한 인구로 환산하면 한국은 약 120명이지만 일본은 20명으로 6배의 차이가 납니다. 특히 법무사, 세무사, 변리사, 노무사, 행정사 등 법률 관련 전반에서 한국은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수준의 인력 과잉 상태에 놓여 있습니다.
Q. 변호사 은퇴 나이 늦은 영향도?
▲정혁주=변호사는 정년이 없는 직업이 맞습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60대가 넘어가면 수입이 급감하기 때문에 실제 변호사들의 은퇴 시점은 일반 회사원과 비교해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오히려 더 빨리 은퇴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결국에 시장에 얼마나 많은 신규 변호사가 유입되느냐가 법률시장 균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따라서 지속 가능한 법조 생태계와 국민을 위한 법률 서비스 유지를 위해서는 현 시스템 하에서 신규 변호사 수를 감축하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판·검사 퇴직 후 유입 인원도 있잖아요?)
▲정혁주=그러한 점을 고려하더라도 가장 유의미한 변수는 신규 변호사 배출 수가 너무 많이 배출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Q. 수임 건수와 법률 서비스의 관계는?
▲정혁주=현재 법률시장은 과도한 경쟁으로 박리다매식 구조가 일반화돼 있습니다. 때문에 많은 변호사들이 한 달에 사건을 수십 건을 처리하면서 각 사건에 쏟는 시간과 정성이 줄고 있습니다. 법률 사건은 누군가에게는 인생이 걸린 문제이므로 충분한 시간과 정성이 들어가야 하는데 생존을 위해 싸게, 그리고 많이 선임하려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러한 점에서 질적 저하를 설명한 겁니다.
Q. 로스쿨 측, 합격률 상향 요구하는데?
▲정혁주=로스쿨 제도 도입 당시 핵심 취지는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첫 번째는 변호사 1인당 인구 수를 OECD 평균인 1,482명 수준으로 맞추는 것이었습니다. 두 번째는 유사직역을 통폐합하고 법조일원화를 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2022년경 한국의 변호사 1인당 인구수는 이미 OECD 평균을 초과했습니다. 그러나 유사직역 통폐합이나 법조일원화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단순히 합격률을 높이자는 것은 로스쿨을 도입한 본래 취지에 반대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제도의 본질을 지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도입 당시에 정부가 약속했던 유사직역 및 법조일원화가 선이행돼야 합니다.
Q. 대한변협은 30%대 합격률을 요구하는데, 로스쿨 낭인 문제는?
▲정혁주=현재 로스쿨 졸업생의 초시 합격률은 약 75%입니다. 그리고 5년 누적 합격률은 약 88%입니다. 사실상 대부분의 졸업생이 일정한 기간 내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고 있음을 뜻합니다. 과거 매년 수만 명의 낭인을 양산했던 사법시험 제도와 비교해 보면 현재 낙방 후에도 변호사 자격을 획득하지 못하는 인원은 매년 약 200명 이하로 극히 제한적입니다.
이를 동일 선상에 놓고 낭인 문제로 지적하는 것은 사실에 기반하지 않는 과도한 해석인 것 같습니다. 세상에 100% 모두 합격하는 시험은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로스쿨 교육이 실질적인 법조인 양성에 걸맞게 운영되는가 입니다. 졸업은 했지만 시험에 반복적으로 낙방하는 것은 교육과정이 제 기능을 다 하지 못하는 데서 기인한다고 생각합니다. 불필요한 재응시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졸업 요건과 학사 운영을 보다 엄중하게 관리하고 교육의 질을 높이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법률시장 확대도 고민해야 하지 않나?
▲정혁주=법률시장 확대는 매우 중요한 과제며 현재 대한변호사협회는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대표적인 사례가 주식회사 등의 외부 감사에 관한 법률, 약칭 ‘외감법’입니다. 현재 외감법은 일정 규모의 이상의 기업이 외부 감사를 받도록 하고 있지만 감사를 맡는 외부 전문가의 자격이 불분명합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 10년 이상 경력의 변호사를 외부 감사인 자격에 포함시키는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됐고 이는 대한변호사협회가 꾸준히 국회와 관계 기관에 요청해 온 결과입니다.
Q. 합격자 급감, 수험생 신뢰 문제도?
▲정혁주=로스쿨 제도를 도입할 당시 정책적 목표는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입학 정원 대비 75% 이하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었고, 변호사 1인당 인구수를 OECD 평균 수준에 도달하도록 하는 것이었습니다. 현재 이 두 가지 기준은 모두 달성된 상태입니다.
따라서 이제 합격자 수를 조정하는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것이고, 수험생의 신뢰를 해친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정부가 로스쿨 도입 당시 약속했던 유사직역 통폐합 및 법조일원화를 지키지 않은 것이야말로 법조계의 신뢰를 훼손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현재 변호사시험 관리위원회에는 총 15명의 위원이 들어가는데 그중 변호사는 단 3명뿐입니다. 이보다 더 문제는 변호사시험은 합격자 발표 당일에 합격자 수를 결정한다는 것입니다.
학생들의 경우 시험이 끝나고 합격자 발표 당일까지 불안해하는 상황이고 변호사 업계도 미리 몇 명이 나올지 알게 된다면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가늠할 수 있겠지만 이조차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따라서 이제라도 변호사시험 운영 방식이나 합격자 결정 방식을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합격자 수 조정은 유예기간을 둬서 점진적으로 줄여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과거 1회 합격자 발표 때도 그렇고 지금까지 보면 한 번에 많이 늘리기보다는 점진적으로 증가했기 때문에 줄일 때도 점진적으로 줄이는 것이 현실적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Q. 대한변협, 이익 활동만 치중?
▲정혁주=대한변호사협회는 등록 변호사만 약 3만 6,000명이 소속된 국민 최대 단체입니다. 공공성과 사회적 책임을 지닌 조직인데 회원들의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는 사안에 대해서는 단정적인 입장을 지양하고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하기 위해 신중하고 절제된 자세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때로는 시민 여러분의 시선에서 답답하게 비춰질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협회는 작년 비상계엄 논란 당시 누구보다 신속하게 위헌 및 위법 가능성을 지적하며 해제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지연될 당시에도 목소리를 내어왔습니다. 헌법재판소의 조속한 결정을 촉구하고, 재판관의 객관적이고 공정한 판단, 그리고 여야 정당은 사전 승복 의사 표명을 요구했습니다.
두 번째는 이번 집회는 단순히 이익을 위한 행동이 아닙니다. 국민의 권리 보호와 건강한 법조 생태계 유지라는 중대한 공익적 가치가 걸린 사안입니다. 법률 서비스의 질적 저하는 곧 국민의 사법 접근성과 직결되며 이는 국민 모두의 권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문제입니다.
Q. 법률 서비스 향상에 어떤 도움?
▲정혁주=이미 우리 법률시장은 포화를 넘어선 상태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변호사 수만 더 늘린다고 법률 서비스의 질이 향상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생존을 위한 박리다매식 수임 구조에 내몰리는 변호사가 늘면서 윤리 기준을 넘어서는 불법적 유혹에 노출되고 있습니다.
현재 서울이 지방보다 사건 수임 수가 좀 더 많은 걸로 알고 있는데, 서울 지역조차 월평균 건수가 1.1건에 불과합니다. 이로 인해 모 변호사는 30만원, 50만원 등 사건을 저렴하게 수임해서 수임 후 사건을 신경을 쓰지 않고 심지어 재판도 출석하지 않는 문제로 협회에 진정이 올라온 사건도 있습니다. 이처럼 변호사 수가 늘면서 경쟁이 과도할 경우 이런 식의 사고가 많아지기 때문에 결국에 국민의 권리 보호에 악영향을 미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