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의 파산·회생 처리 기간... 서울 2개월, 제주 10개월

[법률방송뉴스]

▲석대성 기자 (진행자)

한 주간의 법조계 이슈를 알아보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앞으로(LAW)에서 알아봅니다!

다니는 회사 사장을 욕했다는 이유로 통지 없이 해고된 직원이 부당해고 관련 소송에서 이겼습니다. 오늘 방송의 부제목을 '슬기로운 직장생활'이라고 지어보고 싶은데요. 어떤 내용인지 앞으로(LAW)에서 알아보겠고요.

코로나 사태 이후부터 파산에 대한 얘기가 많이 들리는 것 같습니다. 지역을 막론하고 회생과 파산 신청이 해마다 늘고 있는데요. 서울과 지방 법원의 처리 속도가 최대 5배 이상까지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이 내용도 앞으로(LAW)에서 짚어봅니다.

판심 법무법인 문유진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어서오십시오,

▲문유진 변호사 (판심 법무법인)

안녕하세요.

▲진행자

변호사님, 먼저 사장님 뒷담화를 했다가 회사에서 잘린 얘기부터 해볼 텐데요.

변호사님 지금은 로펌의 대표이신데, 전에는 판사로 근무하셨어요.

기억에 남는 법원의 특이한 조직 문화나 아니면 '갑질 상사' 이런 거 겪은 게 있으셨을까요.

▲변호사

갑질 문화는 어디에나 존재하는 거잖아요.

법원 같은 경우에도 합의부는 부장님 한 분과 우배석 판사님, 좌배석 판사님이 한 부를 이루게 되는데요.

갈매기 대열로 부장님보다 먼저 나오면 안 되고, 부장님 오른쪽에 우배석 판사님, 왼쪽에 좌배석 판사님 이렇게 다니기 때문에 식당에 들어가보면 세 명이 이렇게 들어옵니다.

그리고 형사 판결문 같은 경우에는요.

도장을 찍을 때 재판장 누구, 우배석 판사 누구, 판사 누구 이렇게 세 명 도장을 찍잖아요.

처음에 판사 임관하면 도장을 파거든요.

도장집 가기 전에 부장님 도장이 몇 밀리미터(mm)인지 알아봐야 합니다.

부장님보다 큰 도장 찍으면 안 되기 때문에요.

모 법원에 있을 때는 모 판사님이 옆방 부장님을 형사고소 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거든요.

회식자리에서 옆방 부장님이 옆방 배석판사의 머리를 숟가락으로 때렸다는 얘기가 들려오더라고요.

나중에 원만한 합의가 되기는 했지만, 법원에서도 갑질 문화가 일어나고 있구나, 최근에는 또 MZ세대라고 해서 세대가 많이 교체되면서 일반 직장뿐 아니라 법원에서도 약간 세대 교체 바람이 불고있는데요.

예전에 합의부 같은 경우에는 부장인 재판장과 좌·우 배석 판사가 있으면 부장님은 판결문을 안 씁니다.

부장님은 오로지 법정에서 재판 진행만 하고요.

판결문을 직접 쓰는 건 좌 ·우 배석이 '나'와 '다' 주심을 맡아서 판결문을 쓰고요.

부장님은 검토하시는 정도였는데, 최근 MZ세대가 들어오고 법원에 경력법관이 많아지면서 예전과 조금 달라지면서 모 법원에서는 배석 중 1명이 '왜 판결문을 꼭 배석판사가 써야 하느냐' 중요한 부분을 괄호 친 판결문을 부장님에게 주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고요.

가장 중요한 건 피해 등을 계산해서 '얼마를 배상하라' 이런 걸 판사가 적어야 하잖아요.

1억원을 줄지, 1억5,000만원을 줄지 판사가 계산을 해줘야 하잖아요.

그런데 그 부분을 괄호를 쳐서 부장님이 계산하시라고...

▲진행자

아, 부장님에게 쓰라고...

▲변호사

그렇죠.

'피고는 원고에게 (괄호)를 지급하라' 이렇게 쓰고 밑에 이유를 써서 부장님한테 드렸대요.

법원도 인간관계 사이라서 갑질 문화가 존재하고, 세대 교체 바람도 불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래서 변호사님, 지금은 로펌의 대표이시잖아요.

본인이 보시기엔 어떤 사장님이십니까.

▲변호사

저희 법인도 변호사님을 모시고 있잖아요.

최근 우리 법인에 변호사님 숫자가 모자라서 충원하기 위해 공고를 냈어요.

변호사님들이 지원하면 저도 면접을 보는데, 회사에서 물어보는 질문이 몇 가지 있거든요.

보통은 '왜 우리 회사에 지원했느냐', '앞으로 무엇이 되고 싶느냐', '어떤 포지션을 맡고 싶느냐' 이런 질문을 하잖아요.

저도 궁금하더라고요.

얼마 전에 지원한 남자 변호사님 중 한 분에게 '왜 우리 법인에 지원했느냐'고 물었는데요.

우리 판심 내부에 있는 다른 변호사님들한테 '대표님 어떠시냐'고 물어봤더니 '대표님이 굉장히 나이스하다'라고 해서 지원했다고 하더라고요.

듣자마자 제가 빵 터져서 '아니 안 뽑을 수가 없잖아' 그랬습니다.

▲진행자

네, 나이스한 문유진 변호사님과 본격적으로 주제로 들어가 볼게요.

부당해고 구제 재심 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청구를 기각한 사연.

어떤 내용이죠.

▲변호사

직원 A 씨는 2021년 10월 28일부터 회사에 입사해 2022년 12월 31일까지 약 1년간 두 차례 근로계약을 체결한 후, 별도의 추가 근로계약서 작성 없이 2023년 1월 6일까지 현장 관리 조장으로 근무했습니다.

그런데 회사 주장에 따르면 A 씨는 사업장과 식당에서 다른 직원들이 듣고 있는 가운데 회사의 실제 대표자를 지칭하며 "사장 XX는 XXX이다", "여자를 보면 사족을 못 쓴다", "나한테만 XX 발광을 한다" 등 공연히 모욕했습니다.

▲진행자

회사 측 얘길 들어보면 A 씨가 기분이 나쁘거나 다른 직원이 자기 말을 안 들으면 "잘리고 싶냐, 사장과 이사가 해고 권한을 위임했다" 이런 식으로 협박도 일삼아 왔다고 주장했어요.

A씨가 부주의로 회사 기계 등을 파손해 수백만원 상당 재산 피해도 줬다고도 항변했는데요.

▲변호사

회사 측은 이같은 상황을 감안해 정당한 사유로 A 씨를 해고했다고 주장했습니다.

A 씨의 잘못으로 고용계약을 유지할 수 없어 해고하게 된 것이므로, 근로기준법 23조 1항대로 '소정의 정당한 사유'가 존재해 해고가 적법하다고 내세웠는데요.

그런데 A 씨는 2023년 3월 노동위원회에 '회사가 부당하게 해고했다'며 구제를 신청합니다.

노동위원회는 그해 5월 "회사의 일방적인 의사에 의해 근로관계가 종료됐으므로 해고가 존재하고, 이는 근로기준법 27조에서 정한 해고의 서면 통지의무를 위반한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며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인용했습니다.

▲진행자

사장님이 분노하셨는지 회사 측이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는데요.

같은 이유로 기각됐어요.

그런데 여기서 또 굴복하지 않고, 행정법원으로 사건을 들고 갔는데요.

재판부, 어떻게 판결했나요.

▲변호사

재판부는 "근로기준법 27조는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해고 사유와 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해야 그 효력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는데요.

그러면서 "이 규정의 취지는 근로자를 해고하는 데 신중을 기하게 함과 해고의 존부, 시기와 사유를 명확하게 해 사후 분쟁이 적정하고 용이하게 해결될 수 있도록 하고, 근로자에게도 해고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게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회사가 해고를 하면서 A 씨에게 해고 사유와 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지 않은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어 그 사유가 정당한지 여부에 관해 살펴볼 필요 없이, 서면 통지 절차를 위반한 하자가 있어 위법하다"며 "따라서 부당해고로 인정한 재심 판정은 위법하지 않다"고 판시했습니다.

▲진행자

변호사님, 그럼 직원이 내 욕을 하는 걸 들은 사장이 모욕감과 분노를 참지 못해서 해고하고 싶은 상황이라고 가정해 볼게요.

이번 사건에 대해선 직원보단 사장 편을 드는 의견이 많았는데요.

화면 보시면 "사장은 부처냐", "그럼 저런 사람을 월급 한 달 더 주고 자르냐", "법이라는 게 저런 사람도 구제하느냐" 등의 얘기가 나왔습니다.

재판부 판시가 굉장히 눈에 띄는데 “해고 사유가 정당한지 여부에 관해 살펴볼 필요 없이, 서면 통지 절차를 위반한 하자가 있어 위법하다”라고 했잖아요.

그럼 절차만 잘 밟으면 내 욕을 한 직원을 해고할 수도 있다는 건가요.

▲변호사

보통 우리가 살면서 오가는 대화, 행동을 볼 때 보통 사람의 생각으로는 당연해 보이는 게 법적 절차, 또는 이걸 기초로 한 판단에선 달리 보일 수 있죠.

이 사건에서 법원은 직원의 말과 행동에 대해서 사람들이 지닌 감정 그리고 윤리에 따른 판단을 한 것이기 보단 법리와 그 절차를 토대로 해고의 절차에 대한 이성적인 판단을 한 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사건에서 법원이 내린 판단을 보자면 해고의 경우 법규에 따른 정당한 절차를 통해 진행하라는 것이 주된 요지가 되겠습니다.

이러한 정당한 절차를 밟는다는 건 서로에게 법적인 측면에서 각자의 입장으로 적절한 대응이 가능하다는 걸 시사해준다고 볼 수 있죠.

그런데 단순히 ‘나를 욕했다, 기분 나쁘게 했다’라는 걸 사유로 절차적으로만 정당하면 당연히 해고 가능하다고는 볼 수 없습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이 문제 삼은 건 ‘절차가 적절히 이루어졌느냐’이지 해고 사유가 아니었거든요.

따라서 정당한 절차를 통해 해고했더라도 그 이후 해고 사유에 대한 정당성 또한 다투게 되니 해고 절차의 정당성만이 모범 답안이라는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니 정당한 절차를 통해 나를 욕한 직원을 해고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처럼 해고된 직원은 해고 사유에 대해 그 정당성을 문제 삼아 다툴 수 있다는 점 참고해야겠습니다.

▲진행자

네, 슬기로운 직장생활.

직원도 사장님도 서로의 입장을 조금만 더 이해한다면 어떨까 싶습니다.

다음 주제로 넘어가 볼게요.

서울은 파산 신청부터 선고까지 평균 2개월이 걸린 반면 제주도는 약 10개월이 걸린다는 통계가 나왔습니다.

법원별 처리 기간 좀 볼게요.

말씀드렸듯 개인 파산을 보면 서울은 처리하는 데 2개월인데, 제주는 10개월이 넘습니다.

인천은 4개월, 전주는 5개월 좀 넘는다고 나오는데요.

변호사님, 이런 이유 무엇 때문이라고 보십니까.

▲변호사

파산을 하러 서울로 원정까지 와야 될 정도로 처리 기간의 차이가 많이 나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사실 판사님들도 서울과 경기권을 아무래도 좀 선호하는 경향이 있고, 그러다 보니 인구도 많고 배치도 많아서 사건이 많이 처리되는 것 같습니다.

▲진행자

경기 침체로 법원에 오는 채무자가 급증하고 있어요.

법원에 가는 게 좋은 일 때문에 가는 건 사실상 없기 때문에 좋은 일이 아닌데, 파산은 더욱 그런 것 같습니다.

재판 업무도 가중될 거 같은데요.

▲변호사

서울회생법원 기준 법인 파산 접수 건수는 2021년부터 2년 사이 72.5% 증가했고, 같은 기간 개인 회생도 63.0% 늘었습니다.

이로 인한 처리 속도 지연도 불가피한데요.

서울회생법원의 개인 회생 사건 처리 기간은 2021년 3.8개월 → 2022년 4.2개월 → 2023년 4.7개월 → 올해 상반기 5.1개월로 매년 늦춰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많은 분이 판사들의 사건 처리가 왜 이렇게 더디고 결과는 잘 나오지 않는지에 대한 하소연이나 불만이 많으세요.

현재 판사 한 명에게 배당되는 사건은 한 달에 수백 건에 이를 정도죠.

설령 신속하게 처리한다고 해도 판사 한 사람의 결정이 이분들의 삶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니 또한 신중하게 검토해야죠.

따라서 수백 건의 사건에 대해 이런 신속·정확성을 같이 추구하다보니 그 압박감이 매우 큽니다.

서울회생법원 기준 법인·개인 파산 사건 증가 폭에서 알 수 있듯 판사들에게 현재 배당된 파산 사건이 증가하게 된 만큼 그 판단·결정에 있어서 신속함과 정확성 그리고 사건 당사자들의 영향을 고려해야하니 판사들의 그 고충 또한 만만치 않겠습니다.

▲진행자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회생법원을 추가 설치하고, 관할을 확대하는 등 개선이 필요하다. 법사위에서 신속하게 논의하겠다" 이렇게 말했는데, 재판 지연 원인이 법원이 놀고 있어서가 아니잖아요.

인력난 때문인데 이게 가능할지, 그리고 단순히 인력만 늘려서 될지 의문인데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변호사

현재 사안에 대한 사건이 증가하고 있는 만큼 이를 다뤄야 할 인력 확충이 필요한 건 당연합니다.

그러나 단순한 인력 확충만이 답이 아니에요.

이 인력을 어떻게 확충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 그리고 인력 확충 이후 사건 배당이나 심리 업무를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법원 조직과 업무 환경 또한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있겠으니 이러한 점 역시 신중하면서도 면밀하게 검토해야하지 않나 싶습니다.

형사재판이라는 것은 국민의 인신을 구속, 즉 신체의 자유를 박탈하는 것이고 민사재판이라는 것은 ‘피고가 원고에게 2억원을 줘라’ 이렇게 재산권을 국가가 좌지우지 하는 것이거든요.

많이 뽑는 신속성도 중요하지만, 그 뽑히는 판사의 자질도 무척이나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쉬운 문제는 아니죠.

(법관을) 무작정 많이 뽑다보면 부당하게 구속당하거나, 부당하게 재산권을 뺏기는 문제가 발생할 확률이 높아지는 것은 사실이니까요

▲진행자

한 주간 법조계 이슈와 앞으로 어떻게 될지 전망을 알아보는 앞으로(LAW) 오늘은 여기서 마칩니다.

함께해주신 나이스한, 판심 법무법인 문유진 변호사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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