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재가공 행위와 상표법 위반의 상관관계

[백세희 변호사의 '컬처 로(Law)'] 예술, 대중문화, 게임, 스포츠, 여행 등 엔터테인먼트에 대한 재미있는 법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편집자 주

 

백세희 디케이엘파트너스 법률사무소 변호사

소셜미디어를 이용하면 필연적으로 상품 광고를 접하게 된다. 최근 필자가 마주한 광고는 명품 가방과 액세서리 쇼핑몰이었다. 언뜻 봐서는 중고명품처럼도 보이는데, 아무리 중고라 하더라도 가격이 지나치게 저렴했다. 자세히 사이트를 살펴보니 명품 브랜드의 단추와 금속 로고를 활용한 '빈티지 업사이클링'이라고 판매 제품을 설명하고 있었다. 샤넬, 루이비통, 프라다, 입생로랑 등 이름만 들으면 알 법한 해외 유명 브랜드의 금속 로고를 어디선가 떼어와서 중국이나 한국에서 제작하는 평범한 가방에 부착한다. 혹은 낡은 명품 옷에 붙어있던 여러 단추 중 하나를 떼어내 평범한 도금 체인에 이어붙여 목걸이로 판매한다. 그리고는 '업사이클링'이라는 감투를 씌워주는 것이다.

관심을 갖고 살펴보면 이런 방식의 영업은 현재 매우 다양하고 빈번하게 이루어진다는 걸 알 수 있다. 명품 가방의 일부를 잘라내 스마트워치의 시곗줄로 재가공해 판매하는 업체, 중고명품 의류에서 떼어낸 단추를 이용해 귀걸이·목걸이를 만들거나 지갑 등 소품에 부착해 판매하는 업체, 명품 양말에 붙어있는 자수를 떼어낸 다음 평범한 스웨터에 다시 붙여 판매하는 업체, 소비자가 보유한 낡은 명품을 가져오면 그 원단과 금속 로고 등을 바탕으로 새로운 디자인의 제품으로 재가공해 주는 수선 업체 등 영업 방식도 다양하다. 

이들 업체의 광고 중 일부는 상당히 기만적이다. '정품 아티클', '정식 통관 절차', '강도 높은 세척과정',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등 유럽의 개인 컬렉터 및 정식 빈티지 판매처에서 구입', '미적 가치와 희소성이 가장 뛰어난 아티클' 등 현란하고 전문적이며 동시에 불법이 아님을 암시하는 듯한 용어를 구사한다. 이는 소비자를 오도하는 행위다. 자원 재활용이라는 긍정적인 가치에 어필해 본질적인 '짝퉁' 판매 행위를 덮어버리려는 의도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광고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런 방식의 빈티지 명품 업사이클링은 상표법 위반의 가능성이 농후하다. 제품 제작에 사용된 금속 로고 등 부자재가 '정품'에서 얻은 것이라 해도 마찬가지다. 

■ 낡은 제품의 단순한 수선·복원을 넘어선 재창조는 상표법 위반

상표법 제108조는 타인의 등록상표를 그 지정상품과 동일 또는 유사한 상품에 사용하는 것을 상표권 침해행위로 본다. 앞서 예로 든 빈티지 업사이클링 제품 판매 업체들은 단순히 낡은 제품을 수선하고 복원하는 것을 넘어서 새로운 디자인의 제품을 제작해 판매하고 있으므로 위 상표법 규정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국내의 판례를 예로 들어보자. A는 후지필름의 등록상표가 각인된 1회용 카메라의 빈 용기를 수집해 다시 필름을 장전하고 일부 포장을 새롭게 한 제품을 제조·판매했다. 법원은 "원래의 상품과의 동일성을 해할 정도의 가공이나 수선을 하는 경우에는 실질적으로 생산행위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므로 이러한 경우에는 상표권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며, A가 후지필름의 등록상표를 침해하고 혼동을 야기했다고 보아 상표법 및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의 유죄를 인정했다(대법원 2003. 4. 11. 선고 2002도3445 판결 [상표법위반·부정경쟁방지및영업비밀보호에관한법률위반]). 

이 판례의 논지를 현재 성행 중인 업사이클링 사업에 대입해보자. 설사 판매자가 정품인 중고명품에서 로고를 떼어내어 이를 재활용했다고 하더라도 그 로고를 해당 명품의 제품임을 표시하는 상표로서 새로운 제품에 부착했다면, 그 물건은 해당 명품 브랜드의 제품으로 시장에서 혼동될 우려가 있다. 이것이 바로 상표법이 금지하는 '상품주체의 혼동을 야기하는 행위'이다. 목걸이 제작에 이용된 단추가 정품 의류에서 떼어낸 것이라 해도 불법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업사이클링', '리폼'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더라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 실질적으로 별개의 새로운 상품을 생산하는 이러한 행위는 제아무리 정품 부자재를 사용했다 하더라도 여전히 상표법 위반이다. 

여기서 핵심은 업사이클링한 것이라는 판매 상품이 해당 명품 브랜드의 제품으로 오인될 수 있는지, 즉 '오인 가능성'여부다. 쉬운 예를 들어보자. 샤넬(CHANEL)은 현재 옷뿐만 아니라 액세서리도 만들고 있으므로 샤넬 단추를 이용해 제작한 목걸이는 충분히 샤넬이라는 회사가 주체가 되어 만들어진 정품 목걸이로 오인될 수 있다. 반면 샤넬 단추를 트랙터나 이앙기 등 농기구에 붙였을 때는 오인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가장 빈번한 상표권 침해가 일어나고 있는 브랜드들, 즉 샤넬이나 루이비통과 같은 상표는 귀걸이, 목걸이, 반지, 의류, 신발, 모자, 가방 등 다양한 지정상품을 등록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 성업 중인 빈티지 업사이클링 제품 판매 사업은 '오인 가능성' 측면에서 사실상 거의 다 레이더망에 들어와 있다고 보면 된다.

■ 구매자는 처벌받지 않지만…

업사이클링이나 리폼 문화 그 자체는 환경적인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긍정적인 이미지에 편승해 소비자를 오도하는 판매자는 자신의 영업행위가 민·형사상의 분쟁에 휘말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미리 인식할 필요가 있다. 유명 브랜드에서는 지식재산권 보호를 위한 전담 부서를 두어 상표법 등 침해에 대한 감시를 이어나가고 있다. 성업 중인 빈티지 명품 업사이클링·리폼 업체들은 당장 내일이라도 명품 브랜드 측으로부터 상표법 위반 사실을 알려오는 내용증명을 받을 수 있다(이미 벌어진 일이라면… 그땐 변호사를 찾아오는 게 최선이다).

상표법 위반 상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는 처벌받지 않는다. 처벌 규정은 없지만 상표법 위반이라는 위법행위에 가담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지금까지는 잘 몰랐다 하더라도 앞으로는 적어도 '업사이클링'이나 '리폼'이라는 단어의 긍정적인 이미지에 기만당하는 일은 없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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