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방송뉴스]

▲신새아 앵커= 지난해 말 법률방송에선 동대문 새빛시장, 일명 짝퉁시장 잠입취재를 통해 지식재산권 침해 실태에 대해 보도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짝퉁처럼 그대로 베낀 건 아니지만 명품 브랜드 제품에 중국이나 국내에서 만든 원단을 덧대 새로운 디자인의 제품을 탄생시키는 일명 ‘업사이클링’ 제품도 성행하고 있는데요.

쓸모없는 물건을 새롭게 디자인해 가치 있는 물건으로 재탄생시킨다는 취지는 좋지만 정품 확인이 어려운 것은 물론, 명백한 상표권 침해라는 목소리가 이곳저곳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김해인 기자가 심층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한 온라인 사이트에 올라온 명품 브랜드 로고가 달린 악세사리. 

‘정식 통관’, ‘정품 빈티지’라는 키워드를 강조하고 있는데, 가격은 단돈 7만원입니다.

또 다른 업체에서 파는 제품들을 살펴봤습니다. 

명품 브랜드 로고가 한 눈에 들어오고, 독특한 디자인의 상의 역시 눈길을 끕니다.

제품 설명란에는 “빈티지 명품 바지를 분해해 어울리는 무드의 원단과 재해석했다”며 “지속 가능한 환경에 도움이 되자는 마음”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이렇게 쓸모없거나 버려지는 물건을 새롭게 디자인해 재활용하는 일명 ‘업사이클링’ 제품들이 온라인상에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같은 방식으로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행위는 위법이 될 수 있다는 게 법조계 의견입니다. 

[백세희 변호사 / 디케이엘파트너스 법률사무소]
“상표법 제108조는 타인의 등록상표를 그 지정상품과 동일 또는 유사한 상품에 사용하는 것을 상표권 침해행위로 보고 있습니다. 쉽게 말하자면 낡아서 못 쓰게 된 명품 가방에서 로고를 떼서 이미 한국이나 중국에서 만들어 놓은 가방에다가 그 로고를 붙여서 팔면 해당 브랜드의 상표권을 침해하는 행위가 된다는 의미죠. 이런 행위는 단순한 수선을 넘어선 재창조이기 때문...”

업사이클링 판매업자가 ‘정품 빈티지 단추’ 등을 사용했다고 기재하고, 그것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상표법 위반의 혐의는 달라지지 않습니다. 

[백세희 변호사 / 디케이엘파트너스 법률사무소]
“이런(‘정품 빈티지 활용’) 표현은 소비자들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그런 표현으로 보입니다. 왜냐하면 불법성의 핵심은 ‘오인가능성’이기 때문인데요. 명품 옷에서 떼어낸 단추로 만든 목걸이가 그 브랜드의 정품 목걸이로 오인될 수 있다면 제 아무리 가짜가 아니라 진품에서 부자재를 떼서 사용했다 하더라도 상표권을 침해했다는 혐의를 벗기는 어렵습니다.”

또 정식 통관 절차를 밟았다는 이들의 주장 역시 상표법 위반 여부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합니다.

통관 절차는 제품 판매 불법성과는 별개이므로,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밖에 되지 않는 다는 겁니다. 

[백세희 변호사 / 디케이엘파트너스 법률사무소]
“통관은 국내에 들여오기까지의 문제이지 들어온 다음에 국내에서 일어나는 가짜상품 만들기는 또 별개의 문제입니다. ‘상표에 대해서 아무런 권리가 없는 제3자가 개입해서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 판매했다’ 이 점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중고 의류 등이 통관 절차에 맞게 국내에 들여온 걸로 그런 업사이클링 상품에 아무런 법률적 문제가 없는 걸로 광고하는 것은 결국 소비자를 기만하는 것...”

[상표법 위반업자(음성변조)]
“이거 옷 다 가져가는 거예요? 다신 안 팔게요. 잘못했습니다.”

짝퉁 제품 수요가 늘며 상표법 위반에 대한 단속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문제가 제기되면 사이트를 폐쇄하는 일도 빈번한 상황.

백 변호사는 “고소장을 받은 뒤 무책임하게 사이트를 폐쇄해 피해를 확산해선 안 된다”고 당부했습니다.

[백세희 변호사 / 디케이엘파트너스 법률사무소]
“그리고 유명 브랜드로부터 내용증명이나 고소장을 받은 사업자들도 당황해서 사이트 자체를 폐쇄해버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렇게 급하게 사이트를 폐쇄해서 고객들에게 혼란과 피해를 입히기보다는 전문가와 의논해서 차분하게 대응하는 방식을 취하는 게...”

또 다른 문제는 업사이클링 제품이 중고시장에서 정품으로 둔갑돼 판매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업사이클링 제품이 거래에 재거래를 거치며 어느 순간 소비자를 속이고 부당이득을 취해 시장 질서를 어지럽힐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이와 같은 취재진의 문제 제기에 샤넬 측은 “상표권 도용에 대해 지속적으로 조사하고 있다”며 “도용 사례가 확인될 경우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한편 소비자가 사용하던 명품 가방을 새로운 디자인으로 수선해주는 업체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이 역시 상표법 위반입니다.

[백세희 변호사 / 디케이엘파트너스 법률사무소]
“고객이 가지고 있는 낡은 명품 가방을 분해해서 전혀 다른 디자인으로 수선해주는 수선업체도 업사이클링 제품 판매업자와 마찬가지로 상표법 위반의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을 필요가 있습니다. 상표법은 판매뿐만이 아니라 ‘위조’ 그리고 ‘모조’ 같은 행위 자체도 판매와 마찬가지로 금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은 법조계 지적과 함께 명품 브랜드들도 대형로펌을 선임해 명품 수선업체에 제동을 걸고 있습니다.

[명품수선업체 홍보대행사 관계자(음성변조)]
“(명품 수선하시잖아요. 인터뷰를...) 이쪽의 속내를 말씀드리면요. 명품 기업이 대형로펌을 선임해가지고 저 로고라든지 그런 거 나오면 계속 내용증명을 보낸답니다. OOO뿐만 아니고 모든 수선 업체들이 다 그렇거든요 지금.”

“상표권 침해”라는 지적에 “친환경적”이라며 맞서는 업사이클 판매업자들. 하지만 시민들 역시 “엄연한 상표권 침해”라는 의견이 우세했습니다.

[김대훈(가명) / 서울 성북구]
“판매는 안 될 것 같아요. 자기가 자기 자신의 것을 리폼하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판매를 하는 것은 엄연한 상표의 도용이라고 봐야 될 것 같아요.”

[김소현 / 서울 용산구]
“이건 상표권 침해인 것 같은데요. 디자인 자체가 얘네(브랜드) 고유의 디자인이잖아요. 다른 것도 많은데 굳이 명품을 다시 뭐 환경 때문에 리사이클(재활용) 한다고 해서...”

[백세희 변호사 / 디케이엘파트너스 법률사무소]
“업사이클링이나 리폼 그 자체는 환경적인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에, 상표법이나 아니면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소비자분들은 미처 생각하지 못하시는 분들도 많이 계신 것 같습니다. 정말로 해당 브랜드와 그리고 제품을 아낀다면 동일성을 벗어나지 않는 정도의 수선으로 제품 이용을 계속 해주시는 것이 불법성 측면에서는 최선의 방법...”

[스탠드업]
‘업사이클’, ‘빈티지’라는 키워드를 앞세워 브랜드 이미지에 무임승차해 이득을 취하는 개인 사업자들. 

환경보호라는 명분을 내세우고는 있지만, 이들의 행위는 명백한 상표권 침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습니다. 

법률방송 김해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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