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조윤선 '블랙리스트' 직권남용 혐의 대법원 판결 뜯어보기
김기춘·조윤선 '블랙리스트' 직권남용 혐의 대법원 판결 뜯어보기
  • 신새아 기자, 윤수경 변호사
  • 승인 2020.01.31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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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전원합의체 "직권남용 성립 엄격히 해석해야" 파기환송
안철상 주심 “과잉 적용될 경우 공직자 창의, 개혁적 의견 위축”

▲신새아 앵커= 박근혜 정부 당시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한 혐의로 기소된 김기춘 전 비서실장 등에 대해 대법원이 최종 결론을 내렸습니다. '윤수경 변호사의 이슈 속 법과생활'에서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일단 어제(30일) 대법원이 어떤 결론을 내렸는지부터 살펴볼까요. 

▲윤수경 변호사=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박근혜 정부 시절 특정 문화·예술계 인사를 지원 대상에서 배제한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을 다시 재판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30일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징역 4년을,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전원합의체는 대법원장을 포함한 대법관 13명 전원이 재판에 참여하는데요. 국민적으로 관심이 높은 사건이거나 쟁점이 복잡할 때 이 전원합의체에 회부해서 판단하게 됩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에 대해서 11명의 대법관이 다수의견으로 김 전 실장과 조 전 장관 등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일부 혐의에 대해서 다시 재판해야 한다고 파기환송을 결정한 것인데요. 일부 무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이 뭐였죠.

▲윤수경 변호사= 이번 재판 최대 쟁점은 직권남용죄의 성립 여부였습니다.

우리 형법 제123조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조문에 해당하려면 먼저 공무원의 직무범위에 속해 있어야 하고, 또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는지를 따져야 하는데요.

우리 대법원은 직권남용죄 성립여부를 '직권의 남용'과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한 때' 등 두 단계로 나눠 이것을 모두 충족해야 직권남용죄가 성립한다고 밝혔습니다.

전원합의체는 "원칙과 절차를 위반하지 않았다면 직권남용죄를 적용하기 어렵다"면서 "법령을 보면 의무가 없는 일을 하도록 해야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된다"고 했는데, '의무 없는 일'에 대한 보다 엄격한 판단이 필요하다 라고 봤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앵커= 대법관 다수의견부터 더 자세히 들여다볼까요.

▲윤수경 변호사= 11명의 대법관이 다수의견으로 14개의 직권남용 혐의 중 일부인 2개의 혐의를 다시 심리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다수의견은 "정치 성향을 이유로 각종 사업에서 정부지원을 배제하도록 지시한 것은 문화예술위원회 권한을 침해한 것으로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문화예술위 직원들이 문화체육관광부에 각종 명단을 보내거나 사업 진행상황을 보고한 행위에 대해서는 "직권남용죄에서 말하는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원심이 유죄로 인정한 직권남용의 일부 혐의는 다시 심리할 필요가 있다는 건데요. 

또한 재판부는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것'과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것'은 형법 제123조가 규정하고 있는 객관적 구성요건인 '결과'로서 둘 중 하나가 충족되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가 성립하지만, 이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와는 구별되는 별개의 범죄성립 요건"이라며 "'의무 없는 일'에 해당하는지는 직권을 남용했는지와 별도로 상대방이 그러한 일을 할 법령상 의무가 있는지를 살펴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한 마디로 말하면 이 블랙리스트 사건은 직권을 남용한 경우에 해당되지만,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의 구성요건 중 의무 없는 일에 대해서는 엄격한 심리가 필요하다는 취지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직원들로 하여금 블랙리스트 대상들에게 지원을 배제·중단한 행위는 독립성을 침해하고 자율적인 절차진행과 운영을 훼손하는 것으로서 '의무 없는 일'에 해당돼 직권남용죄가 성립하지만, 이미 작성된 명단을 송부하거나 공모사업 진행 중 수시로 심의 진행상황을 보고하는 행위가 '의무 없는 일'에 해당하는지는 더 심리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는데요. 

이는 직권남용죄의 구성요건 중 '직권의 남용'에 대해선 기존 판례를 유지하면서도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는 일반 사인(私人)과 공무원을 구분해 판단해야 한다는 새 법리를 내놓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김 전 실장 등이 문체부를 통해 특정 인사를 지원에서 배제하도록 지시한 것은 직권남용이라고 판단하지만, 수시로 진행 상황을 보고하도록 한 건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고 단정 짓기 어렵다고 본 것입니다.

직권남용의 상대방이 공무원일 경우 의무 없는 일을 법령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게 대법원의 설명입니다.

▲앵커= 그 외 의견으로는 어떤 얘기들이 나왔나요.

▲윤수경 변호사= 박상옥 대법관은 "피고인들의 지시가 헌법상 문화국가의 원리에 위배되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였으며 평등의 원칙에 반한다고 단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직권남용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지원배제 지시도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무죄 취지의 별개의견을 냈습니다.

그리도 또한 박 대법관은 "국가조성기금을 지원받지 못할 뿐이지 문화·예술행위 자체를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공무원의 행위가 위헌적으로 평가된다는 이유로 직권남용을 인정한다면 죄형법정주의에 위반될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는데요. 

그 외에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문재인정부 청와대에서 확보한 문건은 '위법수집증거'라는 별개 의견도 있었습니다. 

조희대 대법관은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비서실 직원들이 문건을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제공하고 특검이 이를 증거로 제출한 것은 정치적 중립성·독립성·공정성을 침해한 것"이라고 밝혔는데요. 증거 제출 과정을 문제 삼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를 허용한다면 대통령비서실 및 지시를 받는 행정부의 막강한 행정력을 이용해 정치적 보복을 위해서 전임 정부에서 활동한 인사들이나 고위 공직자들을 처벌하는 데 악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된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앵커= 보충 의견도 나왔나요.

▲윤수경 변호사= 네.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도 개진됐습니다.

박정화·민유숙·김선수·김상환 대법관은 지원 배제 지시가 문화예술인들의 예술적 상상력과 이를 표현하려는 의지를 위축·왜곡시킬 수 있는 점 등을 들면서 "사전 검열을 금지하는 헌법 규정의 취지에 정면으로 반대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주심인 안철상 대법관 등도 보충의견을 통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가 과잉 적용될 경우 직권남용이 될 수 있음을 우려해 창의적·개혁적 의견을 제시하는 것도 위축시키게 돼서 국가 발전을 가로막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라고 하면서 "공직자에게 예측 가능성을 제공해 관련 규정을 충실히 따른 행위에 대해선 책임을 지지 않는 공직사회의 문화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앵커= 문제가 복잡하게 들리네요. 변호사님께선 개인적으로 이번 판결 어떻게 보시나요. 

▲윤수경 변호사= 법조계에서는 직권남용죄 조문상에 있는 '직권' '남용' '의무' 등 단어에 대한 해석이 분분해서 법적 명확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어 왔습니다. 

대법원은 이번 사건을 선고하면서 그동안 하급심마다 달리 판단해 온 직권남용죄의 범위를 좁게 해석하라는 취지의 기준을 제시한 셈인데요. 

그동안 많은 비판이 제기되어왔던 직권남용죄 적용에 대해서 대법원이 엄격한 해석을 내놓은 것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조국 전 법무장관 등 진행 중인 다른 직권남용 사건 재판에도 영향을 크게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이번 판결이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직권남용죄에 대해 내놓은 첫 판단인 만큼 의미 있어 보이기도 하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신새아 기자, 윤수경 변호사 saeah-shin@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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