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직권남용죄는 인정... 강요 혐의는 무죄 취지 판결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 /법률방송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 /법률방송

[법률방송뉴스] 박근혜 정부가 민간기업에 보수단체 지원을 강요했다는 '화이트리스트' 사건에 대해 대법원이 2심 재판을 다시 하라며 파기환송했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13일 화이트리스트 사건과 관련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김기춘(81)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54)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에 대한 상고심에서 강요 혐의를 무죄 취지로 판단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앞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30일 소위 좌파 문화인들을 정부 지원에서 배제하는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역시 직권남용 등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실장과 조 전 수석에 대한 상고심에서도, 심리 미진과 직권남용 법리 오해 등을 이유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파기환송했다.

이에 따라 김 전 실장 등은 블랙리스트 사건과 화이트리스트 사건 모두 항소심 재판을 다시 받게 됐다.

화이트리스트 사건에서 김 전 실장 등은 지난 2014~2016년 전국경제인연합회를 압박해 33개 친정부 성향 보수단체에 69억원을 지원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대법원은 직권남용죄는 원심과 같이 유죄로 판단했지만, 원심이 강요죄를 유죄로 본 부분은 "피고인들의 자금 지원 요구가 강요죄가 성립될 만큼의 협박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며 무죄 취지로 판단했다.

피고인들이 전경련에 보수단체 자금 지원 현황을 확인한 행위 등이 의사결정의 자유를 제한할 정도로 겁을 먹게 할 정도(해악의 고지)는 아니라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전경련 관계자들의 진술은 주관적이거나, 부담감·압박감을 느꼈다는 것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서는 "자금 지원 요구는 직권을 남용한 것에 해당하고, 이로 인해 전경련 부회장이 자금을 지원한 것은 '의무 없는 일'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를 지난달 전원합의체가 제시한 직권남용죄 법리에 따른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앞선 블랙리스트 사건 상고심에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직권남용죄를 따질 때 '직권을 남용한 것인지'뿐만 아니라,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것인지'에 해당하는지 엄격히 따져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화이트리스트 사건은 이 2가지 범죄성립 기준에 모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형법 123조에 규정된 직권남용죄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 행사를 방해한 경우'에 성립하는데, 대법원은 이 중 '의무 없는 일'에 대한 보다 엄격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전경련에 특정 정치 성향의 시민단체에 대한 자금 지원을 요구한 행위는 대통령 비서실장과 정무수석비서관실의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으로서 직권을 남용한 경우에 해당한다"며 또 "전경련 부회장은 이같은 직권남용 행위로 인해 보수 시민단체에 대한 자금 지원 결정이라는 의무 없는 일을 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김 전 실장은 화이트리스트 사건으로 1·2심에서 징역 1년 6개월, 조 전 수석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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