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방송뉴스]

"알면 알수록 화가 난다. 요새 이 사태 때문에 이 나라가 얼마나 중국에 넘어갔는지 조금씩 알게 됐다. 안 보려고 해도 알고리즘에 자꾸 뜬다. 중국인에 대한 혜택이 이루 말할 수 없고, 세금 혜택도 엄청나더라. 나도 모르게 세금이 줄줄 새고 있었다. 과거에는 '틀딱들만 (보수 집회에) 나간다'고 했는데, 요새는 젊은이들이 다 깨어나지 않았나.  그런데 볼수록 기가 차고 볼수록 한심하더라. 정말 아무것도 몰랐다. 모를 때엔 괜찮았는데 알면 알수록 화가 난다. 큰일이다."

MBC 앵커 출신 조정민 베이직교회 목사가 지난 탄핵 시국 당시 한 말이다. 비교적 온건한 중도 성향이며, 정치적 발언은 자제해 오던 조 목사의 이런 발언은 매우 이례적이라 인상 깊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 허용 두 달. 요즘 명동과 종로, 동대문, 홍대입구 등 관광지에선 중국인을 향한 낯설고도 과격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지금 나라가 대위기인 것을 보수권 정치인들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 논란, 치안 문제, 생활비 부담, 정치적 피로감. 이런 이슈는 서로 다른 분야에 속해 보이지만, 청년의 현실 인식 속에선 하나의 문장으로 수렴되고 있었다.

"국가가 나를 지켜주지 않는다."

집회 현장에서 가장 많이 들은 말 역시 '위험', '불안', '지켜야 한다'는 표현이었다. 그 언어는 공격보다 방어에 가깝고, 혐오라기보다 자기보호의 울타리에 가깝다고도 느껴졌다. 어쩌면 자기보호 본능이 혐오 본능을 발동시킨 것일지도 모르겠다.

물론, 어떤 표현은 분명 선을 넘었다. 타인을 모욕하고 특정 국적을 싸잡아 비난하는 언어는 어떤 상황에서도 정당화될 수 없다. 그러나 그런 몇몇 과격함만을 근거로 청년이 느끼는 위기의식을 통째로 '혐오'로 규정해버리는 것도 현실을 충분히 들여다보는 태도는 아닐 것이다.

정책 판단의 실패, 경제적 불안, 문화적 충돌, 그리고 미중 경쟁이라는 국제질서까지 겹쳐 있는 지금의 국면에서 청년들은 자신들의 미래가 '흔들리고 있다'고 말한다. 그 흔들림을 어떤 언어로 표현할지, 그리고 국가는 그 언어를 어떻게 들어줄지, 그 지점에서 갈등이 커지고 있는 분위기다.

"우리가 아니면 누가 말합니까. 나라가 지켜주지 않는다면, 저희라도 나와야죠."

이 말은 분노의 선언이 아니라 국가에 대한 마지막 기대처럼 들리기도 했다.

정책은 바뀔 수 있지만, 국민의 신뢰가 꺼져버리면 그 빈자리는 다시 채우기 어렵다. 지금 필요한 것은 목소리를 누르거나, 반대로 부풀리는 것이 아니라 불안의 원인을 정확히 찾아가고, 국민이 안전하다고 느낄 만한 제도적 기반을 다시 세우는 일일 것이다.

거리의 분노는 결국 '우리가 어떤 대한민국을 만들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돌아온다.

저작권자 © 법률방송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