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방송뉴스]
대장동 비리 사건에 대한 항소 포기는 ‘농단(壟斷)’이나 다름없다. 먼저 법적으로 그렇다. 대장동 담당 검사들은 도저히 항소를 포기할 사안이 아니었다는 입장이다. 전국 일선 검사장과 지청장, 평검사까지 상세 설명을 요구하며 검찰 지휘부에 반발하고 있다. 항명이 아니라 설명 요구다.
검찰 내부의 논란이 불거지는 상황을 종합해보면 매우 석연치 않다. 수원지검장과 광주고검장은 사의를 표명하고 있다. 항소 포기의 가장 큰 법적인 문제는 장관의 영향이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원론적인 차원에서 항소 여부를 신중히 검토하라는 의견을 전했을 뿐이라는 입장이지만 상급기관인 법무부의 ‘신중 검토’ 의견은 사실상 지휘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법조계에선 대통령실 등 다른 윗선의 관여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심하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노만석 전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대검 연구관들에게 항소 포기를 결정하게 된 경위를 설명하면서 “검찰이 처한 어려운 상황과 용산, 법무부와의 관계를 따라야 했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용산과 법무부가 등장한다. 항소 포기에 반대 의사를 표명한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은 사의를 표명했다. 정황을 보더라도 민주당, 법무부 장관, 대통령실의 해명은 설득력 있게 전달되지 않는다.
사퇴한 노 전 직무대행은 “저쪽에서는 지우려고 하고 우리는 지울 수 없는 상황이지 않나. 참 스스로 많이 부대껴 왔다”고 말했다. ‘법적’으로 보더라도 담당 검사가 항소를 안 할 이유는 없었고 외부 압박을 받았다고 볼 여지가 다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검사들의 반발에 대해 ‘친윤 검사들의 쿠데타적 항명’으로 주장하고 민주당은 검찰 파면법과 검찰 징계를 포함하는 개정 법안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다.
대장동 항소 포기에 ‘법’도 무너졌지만 민심도 여지없이 유린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갤럽이 자체적으로 지난 11월 11~13일 실시한 조사(전국 1,003명 무선가상번호 전화면접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3.1%P 응답률 11.5% 자세한 사항은 조사 기관의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1심 판결이 있었는데, 검찰은 항소를 제기하지 않았는데 그에 대한 유권자의 생각’을 물어본 결과 '적절하다' 29%, '적절하지 않다' 48%, 그리고 23%는 의견을 유보했다. 특히 대통령의 국정 운영 지지율뿐만 아니라 내년 지방선거에 큰 영향을 주는 유권자층은 중도층, 수도권, 청년층(중수청)이다. 이번 조사에서 중도층은 항소 포기가 적절 29%, 부적절 48%로 나왔고 수도권은 서울에서 적절 30%, 부적절 46% 그리고 인천경기는 적절 31%, 부적절 47%로 나타났다. MZ세대 청년층은 20대(만18세 이상) 적절 17%, 부적절 42%로 나타났고 30대는 적절 24%, 부적절 49%로 나왔다. ‘중수청’ 여론만 보면 항소 포기는 반여론적 행위다.
대장동 비리 사건 1심 선고 결과에 대해 항소를 포기함으로써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1심 재판에서 추징금을 선고받지 않은 남욱은 자기 법인 명의로 소유한 서울 강남 땅을 매물로 내놓은 것으로 언론에서 보도하고 있다. 남씨 측이 2021년 4월 300억원에 매입한 서울 강남구 역삼동 부지는 부동산 정보 사이트 등에 500억원에 매물로 소개돼 있다. 호가대로 거래가 성사되면 4년 만에 200억원의 차익을 얻는 셈이다. 1심 재판에서 업무상 배임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지만 남씨에게 추징해 달라고 검찰이 요구한 1,010억원은 인정되지 않았다. 이후 검찰이 항소 포기하면서 추징 관련 부분은 사실상 확정됐다. 법조계에서는 “대장동 일당의 자산 현금화가 시작된 셈”이란 반응이 나왔다. 남욱보다 더 많은 금액으로 검찰 구형이 되었지만 고작 428억원 추징액으로 결정된 김만배도 남욱과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정치적 정의는 주장할 수 있을지 몰라도 사법 정의와 국민의 정의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렸다. 대장동 일당에 대한 항소 포기 결정은 법도 민심도 유린한 전대미문의 ‘농단’이다.
/배종찬<인사이트케이 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