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방송뉴스]
'국민 모두의 안전망' 건강보험은 이제 새고 있는 재정의 둑 위에 위태롭게 서 있다. 진료비의 과잉 청구, 실손보험과 결탁한 비급여 남용, 그리고 배상보험조차 들지 않은 병원까지. 의료 현장의 신뢰는 빠르게 금이 가고 있다.
먼저 비급여 진료는 병원이 자율로 가격을 정하다 보니, 의료기관마다 최대 수천 배의 가격 차이가 나고 있다. 도수치료는 한 번에 300원에서 60만원까지, 임플란트는 치아 한 개당 7만9,000원에서 990만원까지 천차만별이다.
'이렇게 비쌀 수 있나' 싶지만, 환자는 실손보험이 있으니 부담이 적다. "어차피 돌려받는다"는 인식이 생기면서, 고가의 비급여 진료를 거리낌 없이 받게 된다. 결국 시장은 과잉 진료로 팽창했고, 보험금이 줄줄 새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의료는 공공재여야 하지만, 지금의 의료시장은 '고가 진료'라는 상품이 돼버렸다. 실손보험은 환자에게 혜택처럼 보이지만, 건강보험 재정에는 느리지만 깊은 균열을 내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의료사고 배상보험조차 들지 않은 공공병원이 존재한다. 국립대병원 10곳 중 강원대·경상국립대·부산대·충북대병원이 미가입 상태다. 이유는 "보험료가 비싸서"였다.
그러나 의료사고 배상보험은 환자 보호이자, 동시에 의사 보호 장치다. 비용 부담으로 회피하는 건 공공기관의 책무를 포기하는 일이다. 사고가 나면 보험이 있는 병원은 즉시 배상에 들어가지만, 보험이 없는 병원은 피해자가 직접 소송을 해야 한다. 소송은 길고, 보상은 미미하며, 결국 남는 건 불신뿐인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의사단체는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만 반발하고 있다. '공공의료 확충'이나 '의료윤리 회복'에 대한 고민은 보이지 않는다. 의사의 기득권을 지키려는 싸움이 국민에게 '이기심'으로 비치고 있다.
의사라면 잊지 말아야 할 문장이 있다.
히포크라테스 선서의 첫 구절 "나의 생애를 인류 봉사에 바칠 것을 엄숙히 선서하노라."
지금 의료 현장은 그 문장을 너무 쉽게 잊고 있는 것 같다. 의사 중 일부는 생명을 돌보는 사람이 아니라, 보험을 관리하고 수익을 계산하는 사업가로 변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은 여전히 의사를 믿고 병원을 찾을 수밖에 없다. 그 신뢰는 제도나 수가표로 환산할 수 없는, 인간에 대한 마지막 기대일 것이다.
건강보험 재정은 단순한 회계 문제가 아니다. 신뢰의 문제다. 돈보다 생명을 먼저 생각하는 의료, 그것이 국민이 바라는 최소한의 정의다.
환자를 고객으로, 진료를 상품으로 바꾸는 순간, 의술은 사라지고 상술만 남는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의료 현장은 누군가의 생명을 다루고 있다. 국민은 그 생명을 대하는 태도를 다시 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