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방송뉴스]

이재명 정부 들어 정치권 최대의 격돌이 진행되고 있다. 사법부 수장인 조희대 대법원장을 둘러싼 전쟁이다. 조 대법원장에 대한 사퇴 또는 탄핵 주장이 거론되고 더불어민주당이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법안을 발의하는 시점만 하더라도 실제로 하겠다는 의지보다 국민의힘에 대한 정치적 압박으로 이해하는 시각이 더 많았다.

그렇지만 더 이상 압박이 아니다. 추미애 법사위원장은 조 대법원장을 증인으로 채택한 ‘청문회’를 오는 30일 열기로 했고 내란전담재판부는 위헌 논란에도 불구하고 본 회의에 올라가고 통과될 가능성이 점차로 높아지고 있다. 내란전담재판부는 여당인 민주당의 박희승 의원도 ‘위헌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 법안이다. 행정권과 입법권을 다 거머쥐고 있는 정부와 집권 여당이 ‘내란 종식’을 위해 사법권까지 확보하겠다고 아우성이다. 민주당 서영교 의원은 한 유튜버 방송에서 제기한 내용을 가지고 조 대법원장이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심판 직후 한덕수 전 총리 등 인사들과 만나 ‘이재명 사건 오면 처리’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부각시켰다. 부승찬 민주당 의원 역시 대정부질문에서 김민석 국무총리를 향해 같은 의혹을 제기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명백한 거짓’이라며 정면 반박했다. 정치권 정쟁으로 인해 ‘사법부 독립’마저 우려하게 되는 정국이다.

조희대 대법원장의 거취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를 두고 각 당의 주축 인물들은 강성 경쟁에 몰입된 상황이다. 막장 진영 대결 국면은 차기 대선 주자 여론조사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갤럽이 자체적으로 지난 9월 16~18일 실시한 조사(전국 1,001명 무선가상번호전화면접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응답률11.8% 자세한 사항은 조사 기관의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우리나라를 이끌어갈 정치 지도자, 즉 장래 대통령감으로 누가 좋다고 생각하는지 물은 결과, 조국 조국혁신당 비상대책위원장 8%,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7%,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각각 4%, 김민석 국무총리,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김문수 전 국민의힘 대선 후보 각각 3%, 오세훈 서울시장 1% 순으로 나타났다. 58%는 특정인을 답하지 않았다. 아직 한 자리 수에 불과하지만 상위권에 있는 조국, 장동혁, 정청래 모두 강성 진영 대결 구도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들이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사이의 끝장 대결은 더 심화되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지난 21일 동대구역 집회에서 “여당 대표라는 정청래는 음흉한 표정으로 이재명과 김어준의 똘마니를 자처하고 있다”고 직격했다. 정청래 대표 역시 장 대표를 향해 “똘마니 눈에는 똘마니만 보이나. 윤석열 내란 수괴 똘마니 주제에 얻다 대고 입으로 오물 배설인가”라며 “냄새나니 입이나 닦아라”고 독설을 퍼부었다. 대통령실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까지 가졌지만 장동혁 대표와 정청래 대표는 서로 원수지간보다 못한 상호공격에 여념이 없다.

대통령은 우상호 정무수석을 통해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해 “논의했거나 논의할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는데 정 대표와 민주당이 강행 추진하는 배경은 무엇일까. 다소 무리하더라도 강력한 자기 지지층을 만들기 위한 포석으로 이해된다. 정청래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우리 국민은 이승만 대통령도 쫓아냈고, 박정희 유신 독재와 싸웠고, 광주 학살 전두환·노태우도 감옥 보냈고, 부정 비리 이명박도 감옥에 보냈고, 국정 농단 박근혜, 내란 사태 윤석열도 탄핵했다”라며 “대통령도 갈아치우는 마당에 대법원장이 뭐라고”라고 직격했다. 자칫 듣기에 따라서 정치적으로 필요하다면 사법부 수장을 탄핵시키는 일이 대수롭지 않다는 의미로 전달될 수 있다.

사법부 독립 차원이 아니라 이제는 사법부 붕괴를 걱정할 지경에 이르렀다. 삼권분립이 무너진다면 ‘K민주주의’가 붕괴되는 것이고 그 책임으로부터 집권 여당의 대표와 제 1야당의 대표는 자유롭지 않다. 지금 정치권의 가장 큰 사명은 다른 무엇보다도 사법부를 살려야 한다. 사법부를 지켜야 한다.

/배종찬<인사이트케이 소장>

이재명 대통령이 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여야 지도부 오찬 회동에 참석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통신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이 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여야 지도부 오찬 회동에 참석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통신사진기자단

 

저작권자 © 법률방송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