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방송뉴스]
정치나 경제 이슈를 생각하긴 하지만, 냉정히 말해 남의 일이다 -나한테 영향은 있는데, 남이 담당하는 일. 내가 하는 일에 대해 생각하던 차에 ‘백두산’이라는 네이버 카페에서 변호사에 대한 글을 봤다. 해당 카페는 금융사기 사례를 공개하고 예방교육도 하는 곳이다. 제목은 ‘현직 변호사의 사기행각으로 온라인 사기 피해자의 무모한 법률비용 지출 폭증’이고, 2025년 9월 4일자 게시물이다.
한마디로, 변호사들이 홍보와 상담을 가장해서 헛된 기대감을 주고 수임료만 챙기는 쓰레기 짓을 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사법 절차에서 변호사는 결정권자가 아니므로 결과가 나쁘다고 해서 업무를 한 것이 사기로 취급될 수는 없다. 그런데, 의뢰인이 원하는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아예 없다면 어떨까? 금융사기가 대부분 코인으로 전환되면서 법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 아닌가?
사기꾼들이 돈을 들고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사람들은 민사는 일찌감치 포기하고 형사 고소에 집착한다. 그러나 고소하면 합의할 것이라는 기대는 큰 착각이다. 합의는 형사처벌이 신속하고 무겁게 이루어지는 환경에서 고려될텐데, 이미 법률이 사기꾼에게 유리하게 돌아가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당신이 만약 코인을 거래소에서 직접 샀다면 적용할 법이 없다. 코인 발행업자는 중개업체에 코인을 넘기고 그들과 정산하기 때문에 피해자의 돈은 업자에게 직접 들어가지 않는다. 이런 구조에서는, 코인을 팔기 위해 거짓말을 한 것이 명백히 인정되더라도 사기죄는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이 법원의 태도이다.
다단계식 영업을 당해서 코인을 사고 돈을 업자쪽 통장으로 직접 보낸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 경우에는 사기죄가 될 것 같지만, 실무에서는 역시 사기죄를 잘 적용하지 않는다. 사업에 관해 거짓말을 했다는 점은 동일한데, 코인거래소에서 팔면 죄가 안되고 다단계로 팔면 사기라니! 상식적으로 거부감이 크지 않은가.
대신 비상장 코인만이 가진 특징 - ‘원금 보장한다’, ‘사람 데려오면 모집수당 준다’ 같은 유인에 집중해서, 유사수신행위와 방문판매법상 금지행위로 수사한다. 이 법들을 적용하는 순간 수사가 ‘조직도 맞추기’가 되면서 난항에 빠진다. 형량도 사기죄에 비해 낮은데, 사행성 행위를 단속한다는 관점에서 만든 규정이기 때문이다.
둘 다 피해호소가 없더라도, 심지어 참여자들이 계속하길 원하더라도 성립된다. 만약, 초기에 업자들을 적발하는 방식으로 운영한다면 피해 억제가 효과가 클 것이다. 실무에서는 사후적으로 사기죄를 대신할 때 쓰일 뿐인데, 이 관행이 바뀔 가능성은 요원하다. 코인거래소를 육성한다면서 코인다단계를 단속하면 상식적으로 이상하지 않은가. 그리하여, ‘내 사건은 다를꺼야’라고 기대하고 덥석 비용을 지불한다면 ‘내가 산 코인은 다를꺼야’와 다를 바 없다는 게시글에 동의하지 않을 수가 없다.
/예자선<변호사ㆍ경제민주주의21 금융사기감시센터 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