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방송뉴스]

취임 후 7개월이 채 지나지 않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전세계를 혼란의 소용돌이로 몰아넣고 있다. 작년 선거운동 당시 그의 언행에서 예견할 수 있었지만, 이렇게 빠르고 일방적으로, 법의 경계를 넘나들며 대통령 권한을 휘두를 것이라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우방국과 적성국을 가리지 않는 관세 폭탄, 이란 핵시설에 대한 전격 폭격, 불법이민자에 대한 대대적 색출과 추방, 하버드를 비롯한 명문 대학과의 법적 분쟁, 효율성을 명분으로 한 연방 관료 대량 해고 등은 지금의 미국이 과연 우리가 알던 그 나라가 맞는지 의심하게 만든다. 현재 미국의 정치 상황은 권위주의 국가의 모습을 연상케 할 정도다.

문제는 트럼프가 원하는 세상의 모습이 무엇인지를 잘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재정적자와 무역수지적자, 이른바 ‘쌍둥이 적자’ 해소를 트럼프 정책의 궁극적 목표로 본다. 그런데 트럼프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ne Big Beautiful Bill Act)’의 핵심 내용이 감세라는 점은 재정적자 해소 논리와 정면으로 충돌한다.

한편 미국내 제조업 부활이라는 목표에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무차별적 관세 폭탄이 미국으로 공장을 이전하라는 압박이라는 해석이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가 보조금으로 유치한 친환경산업 분야 기업에 대한 지원 폐지는 이 논리를 무너뜨린다.

군사안보 전문가들은 중국 견제를 제1목표로 꼽는다. 현재 국제정치의 구도에서 그 설명은 설득력 있다. 하지만 군사안보 분야와 직결된 첨단 기술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려면 중국을 견제하되 우방국과의 협력이 필수다. 그럼에도 트럼프는 동맹국에도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국제원조를 폐지하며, 고등교육 연구비를 삭감하고 있다. 이는 동맹 이탈과 인재 유출을 자초하고, 나아가 중국에 전략적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연방의회에서 법으로 금지시킨 틱톡 사용을 여전히 허용하고 있고, 바이든 행정부 때 마련한 대중국 반도체 수출통제를 약화시키는 트럼프의 모습은 그의 입장이 ‘반중'인지 ’친중'인지를 헷갈리게 만든다.

트럼프 정책 중에서 이민정책이 그나마 일관성 있다. 시골 거주 백인·고졸·남성·개신교 신자라는 과거 주류 집단의 지위를 복원하려는 노력이 확연히 드러난다. 남아프리카 백인에 대한 난민 지위 부여, 출생시민권 무력화 시도, 외국인 SNS 검열, 불법이민자 추방과 그 과정에서의 인권 침해 등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구호가 실상 “미국을 다시 하얗게(Make America White Again)”로 변질되었음을 보여준다. 농업·수산업·운송업에서 불법이민 노동력에 크게 의존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불법이민자의 무분별한 추방이 초래할 경제적 충격은 무시할 수 없다.

미국은 다양성과 개방성을 바탕으로 세계 혁신을 선도해 온 나라였다. 근대 민주주의를 가장 먼저 실천하고, 기회와 희망을 상징하던 나라였다. 트럼프는 미국의 정치체제와 문화를 송두리째 뒤흔들고 있다. 설령 2026년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다수당이 되고, 2028년 대선에서 백악관을 탈환한다 해도, 트럼프 8년의 변화가 남긴 흔적을 지우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지금의 미국은 우리가 알던 미국이 아니다.

/하상응<서강대교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저작권자 © 법률방송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