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방송뉴스]

“그렇게도 미친 듯 너를 사랑했는데 (좀 더 아껴 쓸걸 그랬어)

니가 이렇게 떠날 줄 알았다면 (니가 나의 곁을 떠나고)

내게 남은 건 오직 할부금만이 (너를 사랑하지 않아도)

나 한동안 널 잊지 못할 것 같아 (매월 갚아야 할 흔적이)

아직 10개월이 남아 있는데…”

20년 전 발표된 노래의 가사다.

연애가 끝난 뒤, 감정의 상처만이 아니라 남겨진 할부금이 마음을 더 무겁게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연애가 끝났다고 모든 게 끝나는 건 아니다. 법정에서 다시 시작되는 싸움이 기다리고 있다.

헤어진 연인 사이에서 ‘사랑할 때 준 돈과 선물’을 둘러싼 분쟁이 벌어지고, 심지어 성병 감염과 관련해 형사고소까지 이어지는 사례가 많다. 연인 간의 분쟁은 감정과 법률이 얽힌 복잡한 문제이기 때문에 신중한 대응이 필요하다.

연인 관계에서 돈이나 선물을 주고받는 건 흔한 일이다. 하지만 결별 후 “그때 내가 준 돈이나 선물을 돌려달라”는 요구가 소송으로 이어지면, 그 돈이나 선물이 ‘증여’였는지 ‘대여’였는지가 쟁점이 된다. 증여라면 반환 의무는 없지만, 대여로 인정되면 돈은 원금과 이자를, 선물은 해당 물건 자체를 돌려줘야 할 수도 있다.

선물은 일반적으로 증여로 인정되는 경우가 많지만, 돈의 경우에는 대여로 인정돼 반환 책임이 생길 수 있다. 일반적으로 데이트할 때 썼던 돈은 증여로 인정될 가능성이 있지만, 주택 보증금을 대신 지불하거나 거액을 한번에 이체하는 듯 수입에 비해 연인 사이에 큰 돈이 오간 경우 대여로 인정돼 돌려줘야 할 가능성도 크다. 

교제 기간 동안 함께 사용한 생활비나 여행경비는 원칙적으로 반환 청구가 어렵다. ‘함께 소비한 비용’은 공동의 생활을 위한 지출로 보기 때문에, 대부분 사후 정산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반면, 한 사람이 단독으로 사용하기 위해 빌린 여행자금이나 독점적으로 쓴 숙박비 같은 특정 지출은 대여금 또는 부당이득 반환 청구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결별 이후 드러나는 건강 피해다. 성병 감염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성관계를 맺어 상대방에게 헤르페스 등 성병을 전염시킨 경우, ‘상해죄’ 또는 ‘과실치상죄’로 형사고소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감염 사실을 숨긴 채 고의로, 또는 감염 가능성을 인식하고도 관계를 맺어 전과자가 된 사례도 있다. 이 경우 피해자가 진단서 등 감염 사실과 경로를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확보하면, 형사 절차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연인 사이에서 벌어지는 갈등은 감정이 개입되기 쉬워, 증거 수집이 늦어지거나 어려워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어떤 경우든, 초기에 증거를 얼마나 철저히 확보하느냐가 승패를 가른다.

계좌 내역, 문자·카톡 대화, 진단서, 목격자 진술 등은 시간이 지나면 확보가 어려워지므로, 문제가 발생했다면 관련 자료를 가능한 한 빠르게 확보하고 정리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

감정에 치우친 대응보다는 전문가와 상의해 사건의 법적 성격을 명확히 하고, 필요한 증거를 선별적으로 제출하는 편이 바람직하다. 사랑이 끝난 자리에 법정 다툼이 남지 않도록, 관계의 끝맺음에도 법적 지혜가 필요하다.

/안성열<변호사·서울지방변호사회 공보이사>

/영화 '보통의 연애'
/영화 '보통의 연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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