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방송뉴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로스쿨 제도에 대해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공식적인 논의는 아니지만, 법조인 양성 제도를 다시 돌아봐야 한다는 목소리에 대통령이 응답한 셈인데요.

법조인 양성 시스템을 둘러싼 논의,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까요.

오늘 앞으로(LAW)에서는 정민지 변호사와 이 문제 짚어봅니다.

변호사님, 먼저 변호사님도 로스쿨 출신이시죠.

▲정민지 변호사 (법무법인 유한 다담)

네, 맞습니다.

▲기자

로스쿨 다니시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으론 무엇이 있었나요.

▲변호사 

시간이 지나면 힘들었던 건 잊혀지고 좋았던 기억만 남는다고 하잖아요. 분명 그때는 정말 힘들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막상 기억이 잘 안나네요.

그래도 '변호사 시험에 떨어지면 어떡하지' 하는 불안감이 가장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변시 합격률이 보통 50% 내외니까, 둘 중 한명은 떨어진다는 두려움이 있죠. 

▲진행자

이번 대통령 발언이 화제가 됐습니다. "공식 의제로는 다루기 어렵다"면서도 '음서제 우려'까지 언급한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 변호사님은 이 발언 어떻게 들으셨어요.

▲변호사

음서제는 과거처럼 시험을 통해서 선발하는 것이 아니라, 공신이나 고위 관직자의 자녀에게 관직을 부여하는 것이라서, 로스쿨 제도가 공정하지 못하다는 인식이 있는 것 같습니다.

다만 로스쿨 또한 시험을 통해 변호사를 선발하는데, 이걸 음서제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까 싶네요. 물론 대학 입시 비리와 같이 부정입학이 이루어지는 일이 없도록 입학 과정을 투명하게 관리할 필요는 있지만요.

▲진행자

실제 '로스쿨이 금수저 제도다, 기회의 문이 좁아졌다' 이런 비판도 있있는데, 체감하시나요.

▲변호사

일단 금수저만 로스쿨에 다닐 수 있다는 건 사실이 아닙니다. 장학제도가 갖춰져 있거든요.

기초생활수급자나 소득 3구간 이하는 등록금 전액을 지원하고, 그밖에도 소득 구간에 따라 등록금 차등 지원이 이루어집니다. 생활비도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소득이 낮다고 해서 로스쿨에 갈 수 없는 것은 아닌 듯 합니다. 

물론 눈에 보이는 로스쿨 등록금이 매우 비싸긴 합니다. 1년 등록금 평균이 1,400만원이 넘으니까요. 그런데 로스쿨 설립 인가 요건에 로스쿨 등록금의 30% 이상을 장학금으로 편성하고, 그 중 70% 이상은 경제적 환경을 고려해서 지급하도록 하고 있고요. 이걸 교육부가 관리ㆍ감독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2022년 기준 로스쿨 재학생 10명 중 5명이 장학금을 받았고, 그 중 2명은 전액 장학금을 받았으니 단순히 등록금 액수만 보고 로스쿨 진학을 포기할 이유는 없을 것 같습니다. 

▲진행자

과거 사법시험과 지금의 변호사시험, 문제 스타일이나 합격 기준에서 가장 큰 차이는 뭐라고 보시나요. 변호사님도 사법고시 문제를 풀어본 적 있는지 여부도 궁금한데요.

▲변호사

저도 풀어본 경험이 있습니다.

사법시험은 1차 선택형, 2차 사례형, 3차 면접으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1차는 헌법, 민법, 형법, 선택과목을 택해서 하루에 다 봅니다. 2차는 헌법, 민법, 형법에 더해 행정법과 상법, 민사소송법, 형사소송법까지 총 7과목을 4일 동안 보게 됩니다. 

사법시험은 1차를 합격해야 2차, 2차를 합격해야 3차로 넘어갈 수 있는 것과 달리, 변호사시험은 통합형으로 한 번에 시험을 본다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변호사시험은 1일차에 공법이라고 해서 헌법과 행정법을 봅니다. 오전에 선택형, 오후에 사례형과 기록형을 풀게 되고요. 2일차에는 형사법, 형법과 형사소송법을 묶어서 보고, 마찬가지로 오전에는 선택형, 오후에는 사례형과 기록형을 풉니다. 하루 쉰 다음, 3일차에는 민사법이라고 해서 민법, 상법, 민사소송법을 묶어서 오전에 선택형, 오후에 기록형을 풀고, 마지막 4일차에는 민사법 사례형과 선택과목 사례형을 풉니다. 

문제 스타일에서 가장 큰 차이는 변호사시험은 사법시험과 달리 '기록형'이 등장한다는 겁니다. 실무적인 해결능력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인데요. 소장이나 준비서면, 변론요지서, 헌법소원심판청구서 등 실제로 변호사가 작성하는 서면을 작성할 것을 요구합니다. 

▲진행자

제도적 대안으로 로스쿨 외 '제3의 경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변호사

우리 사회가 왜 사법시험을 폐지하고 로스쿨을 도입하게 되었는지 살펴보면, 기존에 사법시험 제도 아래에서는 청년이 고시 낭인이 되는 문제가 있었고, 특정 대학과 전공에 편중된 인재 선발, 여기에서 이어지는 이른바 법조 카르텔의 형성 등이 문제로 지적 됐습니다. 

그래서 로스쿨 제도 도입을 통해 인재 낭비를 막고, 다양한 학부와 전공 출신이 법조인이 될 수 있게 하고, 변호사의 숫자를 늘려 법률 서비스의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정책이 실시된 것이죠. 

그 결과, 로스쿨에서는 실제로 다양한 학부 출신의 법조인이 양성되고 있고, 특정 학교나 기수에 따른 유대감이 떨어졌습니다. 서열문화는 사실상 사라졌다고 봐야 할 것 같고요. 

기존에 정부가 사법시험을 폐지하고 로스쿨을 도입한 것은 사법시험이 가지고 있는 사회적 폐단을 없애고자 했던 것인데, 제3의 경로를 도입하게 될 경우에는 오히려 두 제도의 단점만 남을 수 있는 위험성도 존재한다고 봅니다.

결국은 사회에 필요한 법률 전문가를 어떻게 키워낼 것인지의 문제인데, 사회적 자원을 어떻게 활용하는 것이 국가적으로 이익이 될 수 있을지는 우리 사회가 더 고민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사법고시 부활 필요성을 거론한 걸 두고 국정기획위원회가 논의 대상인지 검토하겠다고 밝혔죠.

마지막으로, 제도를 바꾸는 논의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원칙이 있다면 뭐라고 보십니까.

▲변호사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명확합니다. 공정하게, 실력이 있는 사람을 법조인으로 뽑아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래야 국민이 받을 수 있는 법률 서비스의 질 또한 높아질 것이고, 국민의 법조계에 대한 신뢰도도 높아질 것입니다. 

사법시험 제도 아래에서는 개인이 스스로 공부해서 시험에 합격하고 나면, 국가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하는 연수원에서 실무교육을 통해 능력을 더 심화시켜줬습니다.

그런데 지금 로스쿨 제도에서는 리트(LEET)시험을 쳐서 법학 교육을 이수하는데 필요한 수학 능력이 있는지를 확인하고, 그렇게 로스쿨에 합격하고 나면 로스쿨에서 법학 교육을 받고 나서 또다시 변호사시험을 통해 변호사가 될 자격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게 되죠. 이후 실무 역량을 키우는 것은 다시 개인의 몫이 됩니다. 

사법시험은 국가가 법조인의 양성에 깊게 관여하고, 비용도 부담합니다. 반면 로스쿨 제도에서는 개인의 역량에 맡겨지는 데요. 로스쿨도 사법시험과 유사하게 운영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로스쿨 입학시험을 법학 지식을 물어보는 것으로 바꾸고, 스스로 공부해서 합격하게 한 다음, 합격한 사람에게는 실무 교육을 시켜서 내보내는 것이죠.

각 제도는 모두 장단점이 있습니다. 결국은 제도를 어떻게 운영하는지의 문제이지, 사법시험이 옳고 로스쿨은 그르다, 또는 사법시험은 잘못되었고 로스쿨이 맞다 단정지을 수는 없다고 봅니다. 

▲진행자

로스쿨과 사법고시, 어느 한쪽만의 문제가 아닐 수 있습니다.

어떤 제도든 공정과 실력을 기준으로 설계되고 운영돼야 한다는 원칙.

이번 논의의 출발점이 되길 기대해봅니다.

이번 주 앞으로(LAW) 여기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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