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자치회→기초→광역→전국... '입법회의·국민발안제' 필요
87체제는 '국민 배제 민주정'... 7공화국은 '배제' 아닌 '상생'으로
[법률방송뉴스]
이번 21대 대선 화두 중 하나는 개헌이죠.
권력 구조의 한계와 사회 변화에 맞지 않는 조항을 바꾸자고 목소리를 내는 학자가 있습니다.
국민주도상생개헌행동에서 활동 중인 신용인 제주대 로스쿨 교수인데요.
석대성 기자가 신 교수를 만나 개헌 쟁점과 과제를 짚어봤습니다.
Q. 국민주도상생개헌행동에서 활동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대학시절, 제 마음을 뜨겁게 하는 구호가 하나 있었어요. 그게 뭐냐면 '민중이 주인 되는 세상' 그게 상당히 와닿더라고요. '어떻게 하면 남·북한 동시에 혁명을 해서 민중이 주인 되는 세상을 만들 수 있느냐' 이런 꿈도 꾸고 그랬었는데요. 헌법 1조 2항이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이렇게 규정돼 있거든요. 이게 소위 민중이 주인 되는 세상의 헌법적 버전이라고 볼 수 있거든요.
그런데 제가 법관 생활을 하거나 변호사 생활을 할 때는 여력이 없었지만, 교수가 되니까 자유롭게 연구할 수 있는 시간이 생기잖아요. 그래서 민중이 주인이 되는 세상을 만들 수 있는 시스템 제도를 어떻게 하면 만들 수 있을까, 이런 부분에 중점을 두고 연구도 하고 활동도 했습니다.
제 나름대로 답을 얻어낸 게 뭐냐면 일단은 '풀뿌리, 자치 단위에서 주민이 고도의 자치권을 누려야 된다' 그리고 또 하나는 '국민이 법을 직접 만들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 두 가지가 결국 민중이 주인 되는 세상을 제도화하는 길이 아니냐, 그래서 전반부에는 소위 말해서 읍·면·동 단위에서 어떤 마을 정부, '법인격'과 '자치권'을 갖고 있는 '마을 정부', 그리고 또 주민이, 물론 출연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하겠지만, 주민이 공동 소유하고 자주적으로 관리하는 '마을 기금' 이걸 두 기둥으로 하는 마을 공화국을 3,500개 읍·면·동마다 다 세우면 가능하지 않겠느냐, 그게 한 축이고요. 또 하나는 어떻게 국민이 법을 만들 수 있을까, 이것을 고민하다가 생각한 게 장 자크 루소가 이런 말을 하거든요. '입법권은 국가의 심장이다' 그러니까 행정권이나 사법권은 대표자가 대신할 수 있어요. 그렇지만 입법권만큼은 주권자인 국민이 직접 해야 된다고 그랬단 말이에요.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게 쉽지가 않거든요. 그러면서 나름대로 고민을 하다가 생각한 어떤 제도와 시스템이 제가 '입법회의'라고 명명했어요. 그래서 국민 누구나 발의는 할 수 있어요. 입법안을 발의할 수 있는데, 이제 읍·면·동에 있는 주민자치회에 발의하게 되면, 읍·면·동에서 기초자치단체로, 이어서 광역자치단체, 그리고 전국으로 가는 4단계에 관한 심의 절차를 거치는 거예요. 탈락될 건 탈락되고, 끝까지 선택된 안은 국회에서 발의하고, 그래서 국회에서 의결하거나 만일 부결했을 때는 국민투표에 붙여서 확장하는, 그런 방법으로 간다면 가능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요. 마침 그러다가 올해 2월 24일 국민주도상생개헌행동이 뜨면서 저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됐죠.
이름 자체가 '국민 주도'더라고요. 개헌, 사실 헌법은 국가의 근본법이고, 자주법이고, 기본 질서를 정하는 법이고, 최고법이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이건 국민이 직접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국민발안제' 같은 것이 도입돼야 된다는 생각을 했는데, 개헌 행동에서 이 부분을 적극적으로 주장했고요. 그래서 저는 입법회의 형태의 국민발안제를 한 번 실현해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들어서 참여하게 되고 또 활동하게 됐습니다.
Q. 국민 대부분은 개헌 필요성에 공감하지만, 왜 해야 하는지는 체감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헌법 1조 2항이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하지만, 이게 실감이 납니까. 뭔가 가슴을 울리는 말이긴 한데, 내가 정말 주권자인가, 모든 권력이 나로부터 나오는가 자문자답할 때, 글쎄요. 실감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생각이 들어요. 차라리 그 말보다는 루소가 이런 말을 했거든요. '시민이 자유로운 것은 선거 때뿐이다. 투표가 끝나면 시민은 다시 노예가 된다' 오히려 이 말이 더 공감이 되지 않습니까.
헌법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그러니까 국민이 주권자이기 때문에 당연히 헌법 개정은 국민이 주도해야 하지만, 1948년 제헌 헌법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9차례에 걸친 개헌이 있었는데, 대부분이 사실 어떤 최고권력자가 장기 집권을 위해, 그것도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개헌했던 그런 역사가 있고요.
그나마 예를 들면 4·19 혁명이라든지 6·10 민주항쟁이라든지, 국민의 희생을 통해 개헌의 장이 열렸을 때도 사실 정치권이 주도했지 국민은 배제됐어요. 그러다 보니까 국민 입장에서는 개헌이라는 것이 내가 영향을 미칠 수도 없고, 그림의 떡 같은 생각이 드는 거죠.
물론 87년 체제 이후 40년이나 흐르면서 개헌의 목소리도 높고, 또 국민도 이 부분에 대해서 열망이 있는데, 이게 또 정치권이 주도하다 보니까 정치권의 이해관계에 따라 얽히면서 결국 잘 안 되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국민이 지금 개헌에 대한 열망이 있지만, 왜 개헌을 해야 되는지, 또 어떻게 개헌하는지에 대해서는 막연하고, 또 어떤 무력감 같은 걸 느낀다고 봐요. 그렇기 때문에 어떤 적극적인 관심이나 이런 것까지 나아가는 게 아니지 않나, 이런 생각을 합니다.
Q. 어떤 방향으로 헌법 개정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보십니까.
일단 저는 현행 87년 체제를 이렇게 지칭합니다. 이건 '배제 민주정 체제'다. 권력의 집중과 승자 독식을 특징으로 하고 있는 배제 민주정 체제라고요. 예를 들면 세 갈래로 나눠서 바라보는데, 하나는 중앙 단위에서 보면 제왕적 대통령이 행정 권력을 100% 다 가져가는, 또 그 국회는 어떻습니까. 거대 양당제잖아요. 그래서 중앙 단위에서도 다수가 소수를 배제하는 건 물론 민주정 체제이긴 하지만요. 두 번째로 보면 돈과 권력, 인재가 다 중앙으로 집중돼요. 완전히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거든요. 그래서 지방 소멸 뭐 이런 얘기가 나오고 있지 않습니까. 결국 중앙이 지방을 배제하는 그런 시스템이죠. 그리고 국민과 대표자의 관계를 보면요. 국민이 주권자라고 하지만 사실은 대의제 또 관료제 시스템에 의해서 모든 정책 결정을 누가 합니까. 통치를 사실 대표자와 관료가 하거든요. 그래서 저는 '대표가 국민을 배제하는 시스템이다'...
그러면 개헌의 방향은 어떻게 되겠느냐, 당연히 개헌의 방향은 '배제'가 아닌 '상생'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중앙 단위에서도 제왕적 대통령제를 조금 혁파하고, 거대 양당 중심제가 아니라 실질적 다당제로 가서 소수의 목소리, 다양한 목소리를 받아들이는 즉 중앙과 지방이 상생하는 시스템, 그리고 또 중앙과 지방과의 관계에서도요. 저는 과감하게 연방적 지방 분권을 하고, 또 진짜 풀뿌리 자치와 주민 자치를 제대로 실시해서 중앙과 지방이 상생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가야 한다고 봐요.
그리고 대표와 시민의 관계에 있어서도 예를 들면 '직접 민주제'라든지 '추첨 민주제'. 제가 말하는 입법회의도 그런 건데 이런 것을 강화해서 대표와 시민이 상생하는 그런 시스템으로 가야 되는 것 아니냐, 특히 개헌과 관련해서는 대표와 시민이 상생하는 시스템, 그리고 특히 헌법만큼은 국민 주도로 갈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려면 일단 '국민발안제'가 제도화 돼야 하는데, 국민발안제도 여러 형태가 있지만, 저는 입법회의 형태의 국민발안제가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예를 들면 입법회의를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읍·면·동 단위에서는 그냥 주민자치회가 있으니까, 개인이 거기에서 개헌안을 발의하면 주민 공론장을 거쳐서, 전자주민투표로 결정하면 돼요.
그러면 기초자치 단위에서는 소위 기초 입법회의, 또 광역자치단체에서는 광역 입법회의, 또 전국 단위에서는 전국 입법회의 이런 식으로 단계로 올라가면서 토너먼트 형식으로 걸러지는 거예요. 그리고 입법회의 위원은 다 제비뽑기 해야죠. 조금 복잡할 수 있는데, 왜냐하면 제안은 개인이 하는 것이고, 입법회의는 그걸 갖고 당부만 따지는 거니까, 그렇게 제비뽑기 해도 된다고 보거든요. 그렇게 제비뽑기 해서 되면 그 다음엔 국회에 발의를 하고, 그래서 국회가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의결하면 국민투표를 통해 확정하고, 만일 부결했을 때는 대통령에게 국민투표 부의권까지 부여한다면 국민투표를 거쳐 확정할 수 있잖아요.
그래서 이런 식의 시스템이 제도화 되면 정말 모두가 다 함께 상생할 수 있는, 지금 적대화 대결과 양극 정치로 우리 사회가 거의 망국의 지경에 이르지 않았습니까. 이런 걸 극복하는 어떤 제7공화국 개헌의 장이 열리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합니다.
Q. 이번 대선 국면에서 개헌 동력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현실적으로 두 거대 정당,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두 후보의 입장이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최근 몇 개 정당을 비롯한 어느 시민연대가 공동 선언문을 발표했더라고요. 발표 내용을 보니 개헌에 대한 내용도 들어가 있고, 개헌 내용 중에서 특히 제가 주목을 했던 건 국민참여형 개헌을 한다고 그러더라고요. 국민 참여를 제도화하려면 개헌 절차법을 만들어야 하거든요. 2014년, 2017년, 2024년 세 번에 걸쳐 개헌 절차 법안이 발의 됐었는데, 국회 임기 만료로 다 자동 폐기됐거든요.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적어도 개헌 절차법은 만들겠구나, 이런 생각을 했고요.
김문수 후보 같은 경우도 최종 후보 수락 연설에서 "낡은 87년 체제는 개헌해야 한다"고 분명히 얘기했거든요. 그 뒤에 더 구체적인 내용은 안 나왔습니다만, 앞으로 나온다면 당연히 국민참여형 개헌을 얘기할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앞으로 대선이 끝나고 차기 정부에서는 개헌을 논의할 때 그에 앞서서 국민참여형 개헌이 돼야 하니까 개헌 절차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이런 얘기가 많이 나올 것 같아요.
저는 개헌 절차법을 만들면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눠지는데, 하나는 '어떻게 국민을 참여하게 할 것이냐' 하는 국민 참여 방안, 또 하나는 아마 국회 안에 개헌특별위원회를 제도화·상설화 할 텐데, 문제는 국민 참여 방안을 '어떻게 제대로 만들 수 있느냐' 입니다.
개헌이라는 게 어쨌든 정치권의 이해관계가 아주 민감하고 복잡하게 얽혀 있으니까, 이게 국민 참여 방안을 정권의 입맛에 맞도록 또는 정치권의 입맛에 맞도록 해놓고 명분만 제공하는 형식적 절차로 전락할 수 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대선에서 후보 대부분 개헌은 공약으로 내세우니까, 대선 이후에 개헌 절차법을 만들 수 있는 동력은 나왔다고 봐요. 명분은 나왔고, 동력도 나올 거라고 보는데, 이걸 어떻게 제대로 만들 수 있겠느냐 여부가 과제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Q. 앞으로의 활동 계획을 듣고 싶습니다.
일단 대선 이후에 '개헌 절차법 제정 운동'에 아마 개헌 운동 세력의 힘이 모일 텐데, 저도 거기에 일조하려고 해요. 보탬이 되도록 노력할 거고, 또 하나는 제가 제주도에 살고 있으니까 입법회의를 제도화하기 전에 시민운동 차원에서 입법회의 운동을 해보자, 특히 개헌 행동이요. 읍·면·동 원탁회의와 그리고 추천 민의 운동을 하겠다고 그랬거든요. 그러니까 읍·면·동 단위에서는 원탁회의를 꾸리고, 전국 단위로는 원탁회의에서 추첨으로 뽑힌 사람으로 구성한 추첨 민회를 하겠다고 그랬으니까, 제주도에서 한 번 해보자...
제주도가 43개 읍·면·동이 있거든요. 43개 구역마다 다 만들긴 어려울 수도 있어요. 30개 정도라도 만들어서 실제로 제주도민이 나름대로의 어떤 개헌안, 또는 제주특별자치도의 헌법적 지위와 관련한 그런 개헌안이라든지, 또는 특별법으로 바꿀 수 있는 정치·행정 제도에 대한 어떤 개혁 방안을 내놓게 하고, 43개 읍·면·동마다 1~2명씩 추첨으로 뽑힌 제주도민을 구성해서 거기서 논의해서요. 거기서 확정을 하는 게 아니라 만일 확정된 안이 있으면, 예를 들면 아라동에서 올라온 안이 확정이 됐다면 나머지 42개 읍·면·동에 다시 회부해서 과반수 이상 찬성을 얻게 하는 거죠.
과반수 이상 찬성을 얻으면 그걸 개헌행동에 안으로 올려서 개헌행동이 이런 안을 갖고 공론화하는 방식의 활동을 한 번 해볼까 합니다. 그래서 이렇게 하다 보면, 그리고 이게 성공한다면 전국적 차원에서도 해보는 것이고요. 그렇게 되면 국민이 입법회의가 무엇인지, 모의 입법회의 형태지만 학습할 수 있게 되고, 체험적으로 학습할 수 있게 되고, 이해도 더 생기고, 그러다 보면 지지도 높아질 거고, 그러면 결국 이걸 제도화할 수 있는 길도 열리지 않겠느냐... 그렇게 되면 이를 통해서 개헌 절차법도 제대로 만들고, 또 정말 국민이 상생하는, 모두 함께 상생하는 그런 제7공화국 개헌안을 만든다면 대한민국이 확 바뀌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그런 쪽으로 한 번 노력해 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