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방송뉴스]
▲석대성 기자
대한민국 역사에 기록될 운명의 시간이 또 한 번 다가오고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아픔으로 남은 역사는 회복하기가 쉽지 않다는 건데요.
오늘 앞으로(LAW)에선 아픔의 역사를 악용해 갈등과 혐오감을 조장한 중국인의 이야기, 그리고 묻혀 있던 사건 ‘김재규 재심’ 관련해 임은지 변호사와 분석해봅니다.
변호사님, 고 전두환 전 대통령을 흉내 낸 중국인이 요즘 질타를 받고 있죠.
▲임은지 변호사
네, 한 중국인이 5·18 민주화운동 당시 광주 시민을 학살했던 전두환 씨를 흉내를 내며 광주시 일대를 돌아다니는 영상을 SNS에 올려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이 중국인은 '틱톡'이라는 SNS에 '광주, 나는 폭설과 함께 돌아오는 전두환이야'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는데요. 영상에서는 전씨와 유사한 헤어스타일을 하고, 점퍼와 군화 차림에 빨간색 몽둥이를 들고서 광주국립박물관과 광주송정역 등지를 돌아다니는 장면이 나왔습니다.
▲진행자
5·18기념재단에서 입장을 내놓았죠. "우리나라 뼈아픈 역사를 헤집어놓는 행위다. 다른 나라의 역사와 시민을 존중한다면 도저히 할 수 없는 짓이다" 이렇게 얘기했는데요.
아무튼 변호사님 말씀처럼 방망이를 들고 광주 곳곳을 누비면서 영상을 찍고, 대통령 초상화 앞에서 사진도 찍고, 좀 쉽게 이해가 가진 않는데, 아무쪼록 많은 국민의 공분을 샀어요.
이게 처음이 아니죠. 앞서 비슷한 사건이 또 있었어요.
▲임은지 변호사
네, 앞서 지난 11일 중국 프로축구 구단 산둥 타이산의 일부 홈팬이 광주FC와의 경기 도중 원정 팬 쪽을 향해 전두환·김정은 사진을 펼쳐 들며 도발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광주FC 측은 "광주광역시를 넘어 대한민국 전체를 조롱하고 비하하는 행위"라며 "공식적인 조사와 징계를 요구했고 산둥 타이산 측은 사흘 후 사과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진행자
먼저 이 중국인 처벌을 한다고 하면 가능한가요?
▲변호사
일단 적용할 수 있는 현행법을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형법 311조에 따르면 모욕죄는 공연히 사람을 모욕한 경우에 성립합니다. 그런데 특정 지역이나 집단에 대한 모욕은 원칙적으로 모욕죄가 성립하지 않고, 예외적으로 비난의 정도가 희석되지 않아 구성원 개개인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경우에는 모욕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이번 사건은 특정 개인이 아니라 광주 시민 전체를 조롱한 것으로 볼 수 있어, 현행법상 모욕죄 적용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또 형법 307조에 따른 명예훼손죄는 공연히 사실을 적시해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에 성립하는데요. 이 경우 단순히 흉내를 내는 행위만으로 구체적 사실의 적시가 있다고 보기 어려워 명예훼손죄 성립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검토해 볼 점은 중국인의 행위가 어디에서 발생했는집니다. 해당 중국인이 한국에서 해당 행위를 했다면, 형법 2조 속지주의 원칙에 따라 한국 형법의 적용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에서 온라인으로 영상을 업로드했거나, 중국 내에서 촬영한 영상이라면 한국법을 적용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진행자
한국에는 5·18 특별법이라는 게 있죠. 5·18 민주화운동을 비방하면 처벌하는 법인데. 이걸 적용하기도 애매하다고요.
▲변호사
네, 우리나라에는 5·18 민주화운동을 부정·왜곡·비방하면 처벌하는 '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이 있습니다. 5·18특별법 8조 1항은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한 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요.
만약 해당 영상에 5.18 민주화운동에 관한 허위사실을 유포한 내용이 있다면 형법 2조에 따라 대한민국영역 내에서 죄를 범한 외국인에 해당해 처벌할 수 있지만, 단순히 조롱하거나 흉내를 낸 행위를 허위사실 유포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법 적용 여부가 명확하지 않은 겁니다.
▲진행자
처벌이 어렵다면 외교적 조치는 어떤가요.
▲변호사
대한민국 출입국 관리법 11조 1항 3조에 따르면 '공공의 안전을 해칠 우려가 있는 외국인은 입국이 금지될 수 있다'고 명시합니다. 만약 해당 중국인이 의도적으로 한국 내에서 정치적 선동이나 갈등을 조장하려 했다면, 향후 입국 제한 조치가 가능할 수 있습니다.
▲진행자
이번엔 박정희 전 대통령 암살 10·26 사건으로 사형된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의 재심 얘기해보겠습니다.
변호사님 먼저 '재심'은 어떤 경우 이뤄지나요.
▲변호사
재심은 확정 판결에 중대한 하자가 있는 경우 이를 시정하기 위한 비상적 불복 절차로, 이미 확정된 판결을 다시 심리하는 절차입니다.
형사소송법 420조에 따르면 △유죄의 확정판결을 받았으나, 원판결의 증거가 확정판결에 의해 위조·변조된 것이 증명된 경우 △원판결의 증거가 된 증언·감정 등이 확정판결에 의해 허위로 증명된 경우 △무고로 인한 유죄 선고가 확정판결로 증명된 때 △원판결의 증거가 된 재판이 확정재판에 의해 변경된 때 재심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진행자
대한민국 헌정사상 초유의 국가원수 피살 사건이었죠.
당시 최후진술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유신도 또 하나의 혁명이었는데, 이유는 자유민주주의를 말살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왜 내가 내란죄로 재판을 받아야 하는가", "5·16 군사정변과 10월 유신에 비하면 10·26 혁명은 정정당당하다" 이렇게 얘기했고요.
또 △자유민주주의 회복 △국민 희생 최소화 △적화 방지 △대미관계 개선과 민주 회복을 통한 경제·외교·국방 정상화 △독재 타도 등을 다섯 가지 혁명 이유로 들었습니다.
마지막에 "민주 회복을 못봐 한이다. 모든 것이 기약됐으니 웃으며 간다" 말하기도 했습니다.
변호사님, 이번 재심 쟁점은 어떤 게 될까요.
▲변호사
네, 이번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에 대한 재심은 △내란목적살인 및 내란수괴미수 혐의가 적용된 김 전 부장에게 실제 내란의 동기가 있었는지 △10·26 사건 수사 과정에서 법 위반이 있었는지가 쟁점이 될 전망입니다.
과거 재판부는 김 전 부장이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박 전 대통령을 살해했다고 판단했습니다. 김 전 부장 변호인단은 "내란 목적의 살인이 아닌 자유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부득이한 살인이었다"며 내란죄 구성 요건인 '국헌문란의 목적'과 '폭동'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항변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이번 재심에서 변호인단은 "10·26 사건 수사가 법적 근거 없이 설치된 합동수사본부에 의해 진행됐고, 수사관으로부터 김 전 부장이 당시 구타와 전기 고문을 당했다"고 주장하면서 "내란 목적이 아니었음을 확인받고자 하는 것이 궁극적 목적"이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해결되지 않은 과거는 현재는 물론 미래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하죠.
역사는 단순한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의 정체성과도 직결됩니다. 법적·제도적 그리고 역사적 치유 방편을 마련하는 데 서둘러야 할 것 같습니다.
곧 또 한 번의 역사적 혼란이 다가올 수도 있어섭니다.
오늘 함께해주신 임은지 변호사님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