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오요안나 사건이 촉발한 프리랜서 노동자성 문제
정치권, 오요안나법 잇따라 발의... 근로자성 완화
김유경 노무사 “근로자성의 사용자 입증은 최소한 조치”

 

[법률방송뉴스]

MBC 기상캐스터 故 오요안나 씨 사건을 계기로 프리랜서 노동자의 근로자성 문제가 노동계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정치권에서도 프리랜서 노동자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부터 보호하는 방안에 대해 고심하고 있는데요.

조나리 기자가 2021년 방송작가들의 근로자성 인정을 이끌어 낸 김유경 노무사를 만나 프리랜서 노동자들의 직장 내 괴롭힘 실태를 듣고 왔습니다.

▲조나리 기자=지난해 직장갑질119 조사에서 괴롭힘이 증가했다고?

▲김유경 노무사=직장갑질119가 출범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일주일에 한 번씩 채팅 상담을 하고 있어요. 그래서 변화에 대해서는 체감하는데 이번 통계에서 주목할 점은 2024년 1, 2, 3, 4분기 꾸준히 괴롭힘이 증가했다. 법이 만들어진 지 지금 5년이 넘었는데 지속적으로 건수는 줄어들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이번에 다시 늘었어요.

생각해 봤을 때는 지난해 특히 하반기도 그렇고 직장 내 괴롭힘 신고가 활발해지는 어떤 지점들에서 신고 이후에 조직 내에서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다거나 법의 한계로 인해 부작용들이 있다 보니까 괴롭힘이 늘어나는 데다가 그 다음에 중요한 것은 괴롭힘의 내용인데 굉장히 심각한 수준의 괴롭힘이 많이 접수가 되고 있어요. 그래서 괴롭힘 끝에 극단적 선택을 생각했다던가 실제로 시도를 했다는 응답자들의 수치가 눈에 띄게 늘었거든요. 이런 부분들은 뭔가 이 법이 제대로 지금 현장에서 작동하지 못하고 있는 증거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고 있습니다.

▲기자=비정규직·비사무직이 피해 더 많았다는데?

▲김유경=일터에서 소위 말하는 약자들이 괴롭힘에 더 많이 노출되고, 겪고 나서도 뭔가 신고를 제대로 못 한다는 통계는 일관되게 계속 나왔었던 부분입니다. 그래서 비정규직이라던가 여성이라던가 고용상 불안한 위치에 놓여있는 분들이 훨씬 직장 내 괴롭힘을 많이 호소했었고요. 이거는 이번 통계에서 똑같이 나타나고 있는 부분이라고 보셔야 될 것 같아요.

▲기자=직장 내 괴롭힘, 여전히 끊이지 않은 이유는?

▲김유경=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만들어진 지 5년이 좀 넘었는데 누군가 신고를 했는데 오히려 신고자가 2차 피해를 당하고 이런 일들을 누군가 봤다면 그 조직 내에서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오더라도 문제 제기하기가 참 어려워질 거예요. 그러다 보니 개인의 용기, 증거 마련 이전에 직장 내 괴롭힘은 인권 침해 문제고, 일터에서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권리의 문제다. 인격권 침해를 당하게 되면 정말 극단적 선택을 생각할 정도로 일을 못 하는 걸 넘어서서 굉장히 힘들고 고통을 받을 수밖에 없잖아요. 때문에 이 문제는 조직이 해결해야 할 부분이 굉장히 많다고 생각합니다.

▲기자=프리랜서 노동자의 신고·상담도 많은 편인지?

▲김유경=직장갑질119에 제보되는 사례 중에서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소위 말하는 특수고용 노동자라든가 프리랜서라든가 플랫폼 노동자들 사례가 많아요. 저희로서는 참 자괴감이 느껴지는 답변을 할 수밖에 없는 거죠. 어떤 분이 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했는데 그분이 프리랜서 계약서를 쓴 사람이라고 하면 노동청은 조사를 제대로 하지도 않고 결론적으로는 보호를 받지 못한다. 설령 그 행위들이 직장 내 괴롭힘이 맞다고 결론을 내리더라도요. 지금 현실은 그렇습니다.

계약직은 노동자가 맞고 프리랜서가 문제가 되고 있는데, 프리랜서라는 신분을 정하는 지점은 이 사람이 입사할 때 회사가 어떻게 뽑느냐의 문제거든요. 그런데 프리랜서 계약서를 쓰고 일을 하는데 내용을 보니까 누가 보더라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맞다면 의도적으로 사용자가 프리랜서로 위장했다고 봐야하겠죠.

그 이유는 뭐냐 근로기준법상 각종 권리들을 챙기지 못하도록, 말하자면 사용자가 져야 할 책임을 회피하려는 용도로. 그래서 우리는 ‘무늬만 프리랜서’라든가 ‘위장 프리랜서’라는 용어를 쓰고 있는데, 특히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故 오요안나님 사태에서도 볼 수 있듯이 방송사가 비정규직 백화점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을 정도로 프리랜서를 비롯한 비정규직을 남발하는 대표적인 사업장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기자=‘위장 프리랜서’ 경우도 보호받지 못하는지?

▲김유경=사후에 이 부분을 다툴 수밖에 없는 거죠. 예를 들면 누군가가 괴롭힘을 당하고 있어서 노동청에 신고를 했는데 이 사람이 프리랜서 계약서 쓴 사실이 있으면, 직장 내 괴롭힘을 입증할 채임 이전에 우선적으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는 것부터 입증해야 할 산이 있는거요. 하나의 허들이 있는건데, 그 허들을 넘기가 상당히 쉽지 않죠.

▲기자=‘오요안나, 생전에 신고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김유경=두 가지 측면에서 봐야할 것 같아요. 만약에 알린 사실이 있다면 조치를 하지 않은 게 큰 문제라고 보여지고요. 또한 근로기준법상에는 노동자가 신고라는 행위를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사용자가 인지를 한 경우에는 피해 사실에 대해 조사를 해야할 의무가 있거든요.

근데 추정하건대 프리랜서라는 고용상 취약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못 받는다는 것도 알고 있는 상태에서 무작정 회사에 신고해서 ‘조치해 주세요’라고 하기에는 굉장히 어렵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왜냐면 본인이 겪을 불이익이 더 크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제대로 된 조치가 이뤄지지 않을 것 같은데, 반면에 본인이 찍힌다거나 아니면 다음에 계약이 갱신되지 않는다거나 사내에 이상한 소문이 돈다거나. 오히려 이 사람이 뭔가 일을 못 했다. 내지는 이 사람이 잘못이 있다는 식으로 몰아가는 식으로요. 다 실제 사례들인데 그런 사례들이 많이 있었거든요.

▲기자=‘위장 프리랜서’부터 차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는데?

▲김유경=업무가 상시 지속적이어서 계속 있을 수밖에 없는 업무라면 당연히 근로계약서를 써야하는데 위장된 프리랜서를 만들기 위해 프리랜서 계약서를 쓴다거나 아니면 10년을 일해도 퇴직금을 안 준다거나 하는 문제는 사실은 사용자 책임에 대한 문제라고 보여요. 근데 지금 문제가 되는 부분은 사용자라고 하는 방송사들이 이 부분에 대한 어떤 고민이라던가 해결의 의지가 없다는 게 문제거든요.

지금 MBC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하고 있는데, MBC의 특별근로감독 외에도 주요 방송사들이 얼마나 프리랜서라든가 특수고용을 남용하고 있는지에 대해 이번 기회에 전수조사를 해서 문제가 있다면 시정 지시라든가 이런 것들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고요.

노동부가 그런 걸 해야한다고 생각하고, 방송통신위원회 역할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방송사에서 항상 내세우는 가치라는 게 공익성이라는 거예요. 방송 프로그램의 공익성뿐 아니라 고용 형태에 대해서도 공익성을 담보해야 하는 것이 방송국이거든요.

여기서 하나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중요한 대법원 판결이 작년에 나온 게 있어요. 골프장 캐디 분이 괴롭힘을 당하다 극단적 선택을 하셔서 안타깝게 생을 마감하셨는데 이후에 유족분들이 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하셨어요. 근데 캐디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라고 법원이 보고 있거든요. 그래서 노동부는 괴롭힘이 맞다고 결과를 내면서도 마지막에 썼던 한 줄은 이분은 근로기준법을 적용 못 받는다고 하고 끝냈던 사건입니다.

그래서 유족분들이 법원으로 갔어요. 법원으로 간 사건은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소송이었거든요. 이 판결에서 주목할 점은 뭐냐면 직장 내 괴롭힘이 확인된 이상 불법행위가 맞고, 그렇기 때문에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하는지 아닌지를 판단할 때 가해 행위자라던가 피해자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판시를 했습니다.

그래서 오요안나님 사건도 지금 유족분들이 민사상 손해배상청구 소송 하고 계시는데 이 사건에서 행위자라던가 고인이 되신 피해자가 근로기준법의 적용받느냐 안 받느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소송의 결과도 한번 지켜보긴 해야할 것 같아요.

▲기자=근로자성, 사용자 입증책임 추진... 충분한가?

▲김유경=우선은 이번 기회에 프리랜서들이 보호를 받을 수 있는 법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생각은 당연히 갖고 있고요. 다만 근로자성 판단 입증책임을 사용자가 지도록 하는 방향은 최소한의 조치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러나 굉장히 중요한.

왜냐하면 여태까지는 노동자가 스스로 근로자임을 입증해야 했는데 그게 상당히 어려웠어요. 예측하시겠지만 증거를 확보하기도 굉장히 어렵고 최근의 경향성은 사용자 노동자로 인정받는 사례들이 계속 나오다 보니까 소위 말하면 근로자성을 지우는 여러 장치들을 마련하고 있어요. 비정규직하고 정규직하고 같이 일했던 업무에서는 그 사람들이 혼재돼서 일하지 않게 갈라 논다거나 아니면 고정석에 있었던 방송 작가님들을 원형 테이블에 모아 놓는다거나 프리랜서 계약서를 쓰면서 강화된 조항들을 넣는다거나.

심지어 프리랜서 계약서를 쓰는 분에게 퇴사 이후에 근로자성을 다투는 법적 소송을 하지 않겠다는 특약을 쓰게 한다거나 많은 장치들을 마련하고 있어서. 그리고 특히 중요한 것은 근로자성의 징표가 사용자의 지휘·감독 여부인데 그러다 보니 지휘 감독의 여부에 증거로서 남을 수 있는 카톡 지시라던가 이런 것을 하지 말라는 내부 문서를 만들어 돌립니다. 실제로 본 적이 있고요.

그래서 사용자가 입증책임을 진다는 건 무슨 얘기냐면 이 사람이 노동자가 아니라 프리랜서라는 것을 사용자가 입증하라는 거예요. 첫째 지휘·감독을 받지 않는다. 두 번째는 사업주가 하고 있는 범위 외에 다른 일을 독립적으로 한다. 이런 부분을 노동자가 아니라 사용자가 입증해 봐. 그래서 해당된다면 이 사람은 노동자가 아니라 프리랜서라고 결론을 내린다는 거죠. 그 방향이 맞다고 생각하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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