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인 지위 인정해라?... 민법 "이성 간 혼인만 인정"
[법률방송뉴스]
▲석대성 기자 (진행자)
재미있는 내용 전해드립니다.
다양성을 폭넓게 인정하는 시대이다 보니 윤리적으로 문제가 되는 동성애 부부가 생기는 것도 종종 봅니다.
한국에서 동성 부부 중 한 명이 사망하면 남은 동성 배우자는 유산을 상속받을 수 있을까요.
<완벽한 상속> 법무법인 율샘 허용석 변호사 님이 알려주십니다.
어서 오십시오.
▲허용석 변호사 (법무법인 율샘)
안녕하세요.
▲진행자
변호사님, 먼저 종로나 이태원 같은 곳 가면 동성애자를 많이 볼 수 있잖아요.
부부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을 것 같은데, 현재 한국은 법적으로 동성혼을 인정하지 않아요.
▲변호사
네, 혼인은 민법상 이성 간 혼인만 인정됩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동성 배우자는 상속인이 될 자격이 주어지지 않아요.
▲변호사
네, 동성 부부라면 법이 인정하는 혼인 관계가 아니므로 상속법상 배우자라고 할 수 없고, 따라서 상속인이 될 수 없습니다.
▲진행자
예전에 법조 출입 기자였을 때 게이 커플 중 한 명이 성전환 수술을 해서 법원으로부터 성별 정정을 받은 후 혼인 신고한 경우를 봤거든요.
최근에는 법원에서 남자에서 여자로, 여자에서 남자로 성별을 정정 받은 유튜버 2명이 혼인 신고한다고 해서 주목을 받기도 했어요.
대법원은 "이미 혼인한 상태라면 성별을 변경할 수 없다" 이런 판결로 동성혼이 허용될 빌미를 차단하고 있기도 한데, 아무튼 본연의 성별끼리는 혼인신고가 불가능하잖아요.
▲변호사
그렇습니다.
▲진행자
지금부터 변호사님과 드라마 같은 상황을 가정해 봅니다.
보통 부부 중 한 명이 전업주부일 때 경제활동을 하던 배우자가 사망했다면 전업주부였던 배우자는 상속받은 재산으로 경제적 자립 기회를 얻을 수 있잖아요.
수십 년을 같이 살아온 한 동성 부부가 있는데, 한 명이 병에 걸려 아픕니다.
그런데 이 아픈 사람은 동성애자라는 점에서 오래전 가족과 연이 끊어졌어요.
이런 상황에 아픈 사람을 돌보며 홀로 생계를 위해 일하던 사람이 사고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렇다면 남은 동성 배우자는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이 오잖아요.
상속권을 인정해 달라고 호소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변호사
현실적인 필요성도 있고, 이성 간 배우자와 동성 간 배우자를 차별하는 것이므로 평등권 위반 주장도 가능하고요.
이 때문에 동성 배우자의 상속이 인정돼야 한다는 의견도 최근 설득력을 얻고 있지만, 민법 조문에 따라 법률상 배우자가 아니면 상속인 지위를 얻지 못하기 때문에 법 개정이 있기 전엔 동성 배우자의 상속을 인정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진행자
동성혼이라면 법이 인정하는 혼인 관계가 아니란 점에서 사실혼 관계와 유사한 것 같기도 해요.
'사실혼 배우자에 해당하니까 상속인 지위를 인정해라' 이런 논리가 나올 수도 있겠어요.
▲변호사
사실혼 배우자 역시 혼인신고가 없다는 점에서 법률상 혼인 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상속인 지위를 가질 수 없죠.
그럼에도 사실혼 관계 배우자는 실질적으로 부부로서 공동생활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속인 지위를 인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사실혼 배우자의 상속권을 인정하지 않는 민법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이 있었는데요.
헌재는 법적 안정성 측면에서 해당 조항에 대한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습니다.
결정을 보면 사실혼 배우자는 혼인신고를 하면 상속권을 가질 수 있기도 하고, 증여나 유증을 통해 상속에 준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으며, 근로기준법·국민연금법 등에 근거한 급여를 받을 권리 등이 인정되므로 상속권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라고 봤습니다.
▲진행자
다시 동성 부부 얘기로 돌아오면 동성 부부는 사실혼 부부와 유사해 보여도, 실정은 사실혼 관계보다 훨씬 더 인정받지 못하는 거잖아요.
▲변호사
헌재에서 언급한 사실혼 배우자의 상속과 관련된 권리, 즉 근로기준법·국민연금법에 근거한 급여를 받을 권리 정도는 인정해 줄 수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
▲진행자
지난해 초 흥미로운 사건이 하나 있었죠.
▲변호사
동성 부부의 지위를 최초로 인정했다고 평가되는 고등법원 판례가 있었는데요.
해당 판례에선 "동성부부 역시 혼인 의사가 있고, 혼인의 실체를 갖추고 있다"며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이라는 사회 보장 권리를 동성 부부에게도 인정했습니다.
현재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심리 중이라 확정된 판결은 아니지만, 동성 부부에게도 사실혼 배우자에게 인정되는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이목을 끌었습니다.
▲진행자
동성 부부 지위를 사실혼 배우자 수준으로 인정한 것인가, 이렇게 볼 수도 있겠어요.
▲변호사
그런 확대 해석이 있을 것을 우려했는지, 해당 고법 판례에선 이성 간 혼인만 허용하는 민법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헌법재판소 결정 등에 따라 동성 부부에 대해선 사실혼 관계를 인정할 순 없다는 점을 명시했습니다.
따라서 해당 고법 판례에 따르더라도 아직까진 동성 부부 중 1인이 사망했을 때, 남은 1인의 동성 배우자에게 근로기준법·국민연금법 등에 근거한 급여, 즉 유족급여를 받을 권리가 곧바로 인정되는 건 시기상조라고 판단됩니다.
▲진행자
시기상조라는 표현을 쓰셨어요.
앞으론 동성 부부에게 유족급여나, 기타 상속인과 유사한 지위가 인정될 거라고 보시나요.
▲변호사
저는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네덜란드를 시작으로 벨기에, 스페인, 캐나다 등 동성 간 혼인을 인정하고 있는 나라가 점차 늘어나는 추세이고, 이에 따라 동성 배우자 간 상속을 인정하는 곳도 점차 늘고 있습니다.
미국도 50개 주 전역에서 동성혼이 인정됐고, 워싱턴주 대법원은 동성혼이 인정되지 않던 시절에도 유언 없이 동성 커플 중 1인이 사망했을 때, 형평법을 근거로 해 남은 동성 커플에 대한 상속권을 인정한 적도 있습니다.
▲진행자
얼마 전 동성애자에서 이성애자로 회복한 남성이 쓴 편지를 읽었는데 "동성애를 지지하는 분들이 실태는 모르고 그저 감성적으로 인권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한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현재 정상 혼인 가정의 배우자에게만 인정되는 상속권, 기타 유족으로서 가질 수 있는 사회보장적 권리 등을 동성혼 배우자에게도 인정하는 날이 올지 궁금합니다.
<완벽한 상속> 법무법인 율샘 허용석 변호사 님과 흥미로운 대화 나눴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