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국내 변호사 수를 '1천 269명'이나 과소 예측
"변시 합격자 수 늘리기 위한 의도적 포석" 비판 나와

/법률방송

[법률방송뉴스] 지난해 법조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적정 변호사 공급규모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심각한 통계 오류가 발견돼 법호사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법무부가 2019년 발주한 변호사 공급 규모에 대한 연구용역은 2020년 3월 완료됐다. 한국은 매년 1천700명의 변호사를 배출해도 2050년까지 해외 주요 선진국과 비교할 때 여전히 변호사가 부족하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보고서는 법무부가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를 대폭 늘리는 이론적 근거를 제공했다. 그런데 법무부는 용역이 마무리된 후에도 보고서 내용을 한동안 공개하지 않다가, 변호사들이 정보공개를 청구하는 등 강경하게 나오자 마지못해 공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 법무부가 수행한 '적정 변호사 공급규모에 관한 연구'에서 오류로 지적된  28페이지에 나온 변호사 수 예측치 부분.  

문제가 된 것은 보고서 28페이지에 제시된 '선발규모별 법조인 및 변호사 수 예측치' 부분이다. 보고서는 현재 로스쿨 입학정원 대비 85% 수준인 1천700명을 매년 변호사로 뽑을 경우 2020년 국내 전체 변호사 수를 2만8천315명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실제 지난해 확인된 변호사 수는 2만9천584명이다. 오차가 무려 1천269명이나 되는 것이다. 사회과학 조사연구의  특성상 오차 발생은 부득이한 측면이 있다.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2019년 수행된 연구용역이 바로 다음해 변호사 인력 규모 예측에서 이처럼 큰 오차를 냈다는 점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법무부가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 확대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사실상 결론을 정해놓고 무리하게 통계를 끼워맞주는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100명, 200명 정도의 오차는 이해할 수 있지만 1년 만에 1천300명 가까이나 오차가 나는 '과소 예측'은 이해하기 힘들다"며 "이것이 실수가 아니라 변호사 수를 늘리기 위한 포석으로, 어느 정도 의도가 있었던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변호사도 "오류를 시정하기 위해서는 연구 내용을 널리 공개하고 다면적으로 검증받아야 하는데,  오히려 철저하게 비밀에 붙인 데는 다른 의도가 있었던 게 아닌지고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더구나 올해 치러진 제10회 변호사시험은 ▲코로나19 방역대책 미흡 ▲공법 기록형 문제 사전 유출 ▲시험용 법전 밑줄긋기 논란 등 총체적인 관리·감독 부실로 도마에 올랐다.

법무부는 논란이 된 공법 기록형 문제 처리를 놓고 결국 '전원 만점'을 주기로 결론을 내는 등 변호사시험의 국가시험으로서의 권위와 염결성이 크게 훼손된 상태다.

여기에 신규 변호사 실무연수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대한변호사협회는 올해 변시 합격자 연수 인원을 200명 이하로 제한하겠다고 나섰다. 대한변협은 변호사시험 합격자 적정 규모를 1천명 이하로 제시하면서, 부득이한 경우를 감안하더라도 1천200명 이하로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21일 발표되는 올해 변시 합격자 수가 지난해 합격자 수를 상회하는 결과가 나올 경우, 연수기관을 찾지 못한 신규 변호사들이 법조인력 수급 실패 책임을 물어 정부를 상대로 대규모 집단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 지난 2003년 지정연수기관을 찾지 못한 수습 공인회계사들은 '정부가 전문인력 수급 조절에 실패해 직업선택의 자유와 평등권 등을 침해했다'며 헌법소원을 내기도 했다.

한 변호사단체 관계자는 "이미 오류투성이로 밝혀진 법무부 용역이 다시 인용돼 1천700명 이상의 합격자가 배출된다면 신규 변호사들의 '연수 대란'이 발생한다"며 "법조인력 시장이 아수라장이 된다면 정부는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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