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마신지 5시간 뒤 아내 약 사러 운전"... 운전자, 면허취소 처분 취소 소송
1·2심 "면허취소 처분 공익에 비해 운전자 불이익 너무 가혹" 원고 승소 판결
대법 "당사자 불이익 보다는 예방적 측면 더 중요"... 원고 패소 취지 파기환송

[법률방송뉴스] 술을 마시고 귀가했는데 새벽에 아내가 복통을 호소해 동네 약국에 약 사러 운전하고 나갔다가 음주운전으로 적발돼 면허가 취소되고 공무원직에서도 잘렸습니다.

그래도 면허취소 처분이 정당할까요, 좀 지나친 걸까요. 대법 판결이 오늘(24일) 나왔습니다. ‘판결로 보는 세상’입니다.

지방공무원주사보로 근무하던 유모씨라고 하는데요. 유씨는 지난 2016년 1월 술을 마시고 귀가했는데 새벽에 아내가 심한 복통을 호소하자 약을 사기 위해 차를 가지고 나갔다고 합니다.

집 앞길 20m를 운전해 가다 접촉사고를 일으킬 뻔해 상대 운전자와 실랑이를 벌이던 중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음주 측정을 해보니 0.129%의 혈중알코올농도가 나왔습니다.

면허 취소를 넘는 수준입니다.

이에 운전면허가 취소되고 직장에서도 직권면직 되자 유씨는 경찰의 운전면허 취소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법원에 냅니다.

유시는 술을 마신지 5시간 이상 지난 상태에서 운전한 점, 운전 거리가 길지 않은 점, 아내의 약을 사기 위해 부득이하게 운전한 점,

그리고 모범공무원 표창을 두 차례 받는 등 성실하게 공무원 생활을 해왔는데 규정에 따라 하루아침에 직장에서 잘린 점 등을 들어 면허취소 처분으로 인한 불이익이 너무 가혹하다는 취지로 호소했습니다.

1·2심 재판부도 이씨의 호소를 받아들여 “면허취소 처분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에 비해 유씨가 입은 불이익이 지나치게 가혹하다”며 유씨 손을 들어줬습니다.

대법원판결이 오늘 나왔는데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음주운전 교통사고가 빈번하고 그 결과가 참혹한 경우가 많아 대다수 선량한 운전자·보행자 보호를 위해 음주운전의 엄격한 단속 필요가 절실하다",

"운전면허 취소는 그로 인한 당사자 불이익보다는 이를 방지해야 하는 일반 예방적 측면이 더욱 강조돼야 한다"는 것이 재판부 판단입니다.

대법원은 그러면서 운전이 생계수단이거나 암투병을 하는 배우자 통원치료를 위해 운전이 필요하거나 한 경우에도 면허를 취소한 사례들을 들며 면허취소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결했습니다.  

한마디로 유씨 개인 사정은 딱하지만 어떤 이유로도 음주운전은 봐줄 수 없다는 취지의 판결입니다.

"면허취소 처분이 재량권 한계를 일탈·남용한 위법한 처분이라고 할 수 없다"는 게 대법원 판단입니다.

‘위법’한 처분이야 아니겠지만, 법에도 눈물이 있다는데 좀 가혹한 거 아닐까요, 원칙대로 하는 게 맞는 걸까요.

아무튼 음주운전은 직장에서 잘리는 건 둘째 치고 암에 걸린 아내 통원 치료를 위해 면허가 필요하다고 해도 면허 취소가 번복이 안 된다고 합니다. 판결로 보는 세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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