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와 사용자, 신의성실의 원칙... '통상임금 신의칙' 적용 기준 대법 첫 판결
노동자와 사용자, 신의성실의 원칙... '통상임금 신의칙' 적용 기준 대법 첫 판결
  • 유재광 기자
  • 승인 2019.02.14 19: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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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회사측 경영상 어려움 주장, 신중하고 엄격하게 판단해야"

[법률방송뉴스] 노동자들의 추가 법정수당 청구에 대한 이른바 ‘통상임금 신의칙’ 적용 기준을 밝힌 대법원 첫 판결이 오늘(14일) 나왔습니다. ‘판결로 보는 세상’입니다.

인천에 있는 시영운수 시내버스 운전기사 61살 박모씨 등 22명은 지난 2013년 3월, 정기상여금 등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며 연장근로수당을 다시 계산해 지급해달라는 소송을 냈습니다.

같은 해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내렸기 때문에 재판에서는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하는지는 쟁점이 되지 않았습니다.

재판에선 추가 수당 지급 요구가 ‘신의성실의 원칙’, 이른바 ‘신의칙’ 위반 여부, 신의, 그러니까 회사와 노동자 사이 어떤 묵시적인 믿음을 깨트리는 행위인지 여부가 쟁점이 됐습니다.

쉽게 말해 해당 수당 등을 지급하면 회사에 경영상 어려움이 초래될 정도인데 그래도 돈을 달라고 하는 건 신의칙에 어긋나고 회사는 주지 않아도 된다는 원칙입니다.

박씨 등이 승소할 경우 회사측이 추가로 지급할 수당은 4억원 정도로 추산되는 가운데, 1·2심은 신의칙에 위배된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습니다.

“회사가 추가로 임금을 지급하면 시영운수로선 예측하지 못한 새로운 재정적 부담과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하게 돼 신의칙에 위반돼 허용될 수 없다”는 것이 1·2심 재판부 판단이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 판단은 달랐습니다.

대법원 2부(박상옥 대법관)는 오늘 “지불해야 할 추가 법정수당이 매출액의 4%정도 밖에 안 된다.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며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다시 돌려보냈습니다.

"근로자의 법정수당 청구를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 존립을 위태롭게 한다는 이유로 배척한다면 기업 경영에 따른 위험을 사실상 근로자에게 전가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추가 법정수당 청구가 사용자에게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여 신의칙에 위반되는지는 신중하고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 판단입니다.

대법원은 그러면서 "근로조건의 최저기준을 정해 근로자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 향상시키고자 하는 근로기준법 등의 입법 취지를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요약하면 임금 미지급이나 삭감 시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돼 왔던 ‘경영상 어려움’은 “신중하고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겁니다.

앞서 대법원은 신의칙 적용 기준을 구체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2015년 10월, 사건을 대법원장과 대법관 12명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에 회부했습니다.    

3년 4개월 동안 신의칙 적용기준을 심리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최근 사건을 다시 대법원 2부로 돌려보냈고 대법원 2부는 오늘 “신의칙을 적용할 수 없다”고 판결했습니다.

통상임금 신의칙 적용 기준을 밝힌 대법원 첫 판결로 평가되는 오늘 판결은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장시간 논의된 만큼 대법관 다수의견이 반영된 판결일 겁니다.

아시아나항공과 현대중공업 등 다른 기업 재판들도 오늘 대법원 판결에 따라 줄줄이 정리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상식에 부합한 판결이 내려지길 기대합니다. 판결로 보는 세상이었습니다. 

 

 

유재광 기자 jaegoang-yu@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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