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집행 피하려는 꼼수"... 채권자, 사해행위(詐害行爲) 취소 소송
법원 "유증 포기, 사해행위 취소 대상 될 수 없어"... 원고 패소 판결

[법률방송뉴스] 수억원의 빚을 진 채무자를 상대로 채권자 빚을 갚으라는 소송을 냈습니다. 소송이 진행되는 중에 채무자의 아버지가 사망하면서 유언으로 채무자에게 아파트를 남겼습니다.

이에 채무자는 유증받은 아파트를 포기해버렸습니다. 이런 경우 법적으로 어떻게 될까요. ‘판결로 보는 세상’입니다.

채권자 장모씨는 지난 2006년 채무자 조모씨를 상대로 빌린 2억원의 원금과 약속한 연 25% 지연이자를 갚으라는 소송을 냈습니다.

소송 도중 채무자 조씨의 아버지가 사망하면서 조씨에게 아버지 소유의 아파트가 유증됐습니다. 유증(遺贈)은 유언으로 재산을 증여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하지만 조씨는 유증을 포기하고 해당 아파트를 형제들과 균등하게 지분으로 나눠 상속을 받았습니다.

이에 채권자 장씨는 채무자 조씨와 그의 형제들을 상대로 사해행위를 취소해 달라는 추가 소송을 냈습니다.  

사해행위(詐害行爲)는 채무자가 고의로 자신의 재산을 감소시켜 빚을 받아내기 위한 채권자의 강제집행을 어렵거나 불가능하게 만드는 행위를 말합니다. 

즉 장씨가 조씨 형제들을 상대로 낸 사해행위 취소 소송은 조씨가 아파트를 유증 받았으면 아파트 전체에 대해 경매에 넘기는 등 채권 강제집행을 할 수 있었는데 조씨가 유증을 포기하는 바람에 이런 강제집행이 불가능하게 됐으니 유증 취소를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낸 겁니다.

유증 취소의 취소, 말이 복잡한데 쉽게 말하면 상속을 포기한 아파트를 법원이 강제로 다시 조씨에게 상속을 시켜달라는 소송입니다.   

하지만 1·2심은 유증 포기가 사해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습니다.

"채무자의 유증 포기가 직접적으로 채무자의 일반재산을 감소시켜 채무자의 재산을 유증 이전의 상태보다 악화시킨다고 볼 수 없다",

"유증을 받는 자의 의사에 반해서까지 권리취득을 강제하는 것은 불합리하기 때문에 수증자의 자유로운 유증 포기 의사는 수증자가 채무 초과인 경우에도 존중돼야 한다”는 것이 재판부 판단입니다.

대법원도 오늘 “유증을 받을 자가 이를 포기하는 것은 사해행위 취소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판결을 그대로 확정했습니다.

법원은 다만 조씨가 장씨에게 빌린 2억원과 약속한 지연이자 25%는 갚으라고 선고했습니다.

모르긴 몰라도 십중팔구 채무자 조씨는 본인 명의로 돼 있는 재산이 없어서 채권자 장씨가 강제집행으로 돈을 받아 낼 방법이 없을 거로 짐작됩니다.

누가 봐도 빚을 안 갚기 위해 아파트 단독 상속을 포기했을 개연성이 상당히 높아 보이는데 법적으로는 고의로 채무 강제집행을 피하기 위한 사해행위가 안 된다는 판단.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우리 법은, 법원은 그렇다고 합니다. 판결로 보는 세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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